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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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미세한 존재가 바꾼 것들,
그리고 바꿀 것들에 관한 이야기
답은 ‘아니다’이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미생물학교실) 교수인 저자 고관수는 평소 과학과 역사ㆍ인문ㆍ문학의 교차점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해 왔다. 그러면서 ‘기회주의적’인 병원체, 즉 평소 중립적인 미생물이 특정 상황이나 역사적 맥락과 만났을 때 그 영향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와 메르스 때와는 달리 21세기 첫 팬데믹으로 역사에 남았듯이, 때와 조건에 따라 반짝했다 사라지기도 하고 파괴적으로 세상을 뒤흔들기도 하는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통해, 인류와 미생물의 공진화와 그 미래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던 이유다.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요법, 장내 미생물 이식……
포스트 팬데믹 시대, 미생물의 역사를 통해 보는 인간의 미래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면서 미생물과의 관계 정립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반감이 아닌 공감의 시각으로 미생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_김응빈 ㆍ 연세대학교 시스템물리학과 교수, 《생물학의 쓸모》 저자, 유튜브 〈응생물학〉 운영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는 인류와 미생물이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흐름을 보여주는 연대순으로 구성되었다. 시작은 호모사피엔스의 진화에 이바지한 ‘효모’ 이야기다. 이후 ‘콜럼버스의 교환’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미생물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암약했는지 이면을 파고든다. 후반부에는 인류를 오래 괴롭혀 온 세균을 역설적으로 이용해서 지금껏 해결하지 못한 질병을 치료하려는 여러 노력 등 미생물 연구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익숙한 사건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는 신선함을 맛볼 수 있을 테고, 과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미생물의 구조나 생활사, 나아가 진화와 면역과 의료 등 생명 현상에 관한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미생물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시아태평양감염연구재단(APFID)의 연구실장을 거쳐 2007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서 항생제 내성세균을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철학, 문학, 예술과 함께 과학이 현대인의 필수 교양이자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와 교양인이 서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과학자의 길 위에서 열심히 연구하면서도 과학 교양을 비롯해 소설, 인문,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생각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책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세균과 사람》 등이 있다.
목차
- 들어가는 글 포스트 팬데믹 시대, 미생물을 통해 보는 인간의 미래
1. 인류의 진화에는 미생물이 있었다? : 술과 효모
‘술 취한 원숭이 가설’, 인간의 탐닉을 추적하다
2022 올해의 미생물로 효모가 선정된 이유는?
효모의 변이를 보면 인류의 맛 계통도가 보인다
2. 최초의 민주주의를 세균이 무너뜨렸다고? : 아테네 역병과 살모넬라
2,400년 만에 드러난 고대 그리스 몰락의 복병
고유전체학, 아케네 소녀 미르티스의 사인을 밝히다
살모넬라 엔테리카가 가져온 민주주의의 잠복기
3. ‘콜럼버스의 교환’은 왜 ‘면역 전쟁’이라 불릴까? : 천연두바이러스와 매독균
인류가 처음으로 지구상에서 질병을 내쫓은 기술
유럽에선 익숙한 미생물이 왜 아메리카에선 파괴적 무기가 되었나?
우리가 박멸한 바이러스가 생물무기로 되살아난다면?
4. 사람마다 시대마다, 결핵은 왜 잠복기가 다를까? : 산업혁명과 결핵균
결핵은 어떻게 ‘자본의 필수 조건’이 되었나?
서서히 죽어가는, 낭만적 질병에서 불쾌한 질병으로
잠복기의 균형을 깨뜨리고 인간이 불러낸 질병
5. 최초의 역학조사는 도시를 어떻게 바꿔놓았나? : 수도 펌프 손잡이와 콜레라
‘치료받지 않을 권리’를 선동한 무시무시한 미생물
콜레라가 ‘최고의 위생 개혁가’라고?
분자역학, 반복 유행하는 콜레라의 전파 경로를 뒤쫓다
6. 전쟁보다 사람을 많이 죽인 바이러스는? : 제1차 세계대전과 인플루엔자
전쟁 막바지를 습격한 팬데믹의 물결
스페인 독감은 왜 젊은 사람에게 유독 치명적일까?
항원변이, RNA를 유전물질로 이용하는 것의 위험성
7. 포스트 항생제 시대, 미생물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페니실린과 푸른곰팡이
한 나라 대통령과 평범한 병사들의 생과 사를 가른 발견
곰팡이 속 미생물이 치료제가 되기까지의 여정
세균에게 공격받고, 세균으로 치료하다
8. 세계 사망 원인 1위 모기를 세균으로 퇴치한다고? : 말라리아와 황열병, 그리고 볼바키아
인간과 모기와 미생물이 맞물린 열대열원충의 출현
세균보다 작은 황열바이러스가 바꾼 역사적 순간들
볼바키아, 곤충의 성생활까지 조종하다
9. 미생물 생태계를 보면 인간 특성이 보인다? : 아이스맨에서 마이크로바이옴까지
유전체학이 외치에 관해 밝힌 새로운 사실들
마이크로바이옴에서 건강의 답을 찾다
건강, 성격, 행동까지…… 인류는 미생물에 종속된 존재일까?
10. 미생물은 의료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까? : 면역항암요법과 세균 매개 암 치료법
세균으로 종양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요법의 원조
리스테리아균의 독소로 췌장암을 치료하는 역설
분변 미생물 이식술, 씨디피실 감염의 치료 가능성을 열다
나가는 글 결국 인간의 몫이다
감사의 글
참고자료
인용 출처 / 사진 출처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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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미생물 세상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그 세상에서 살아간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면 그에 따라 미생물도 변하고, 그러면 다시 우리가 변한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미생물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의 삶도 끝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와 과학을 넘나들며, 미생물이 우리 삶과 생태계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존재임을 일깨워주고, 나아가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준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면서 미생물과의 관계 정립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반감이 아닌 공감의 시각으로 미생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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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스토리텔링이 아닌, 과학에 ‘진짜 이야기’를 더한 반가운 과학책이 등장했다. 고대 아테네에서 벌어진 흥미진진한 전쟁사가 어느새 장티푸스의 질병사로 이어지고, 얼음 미라 외치에서 시작한 미스터리는 금세 유전학과 인류진화사로 흘러간다. 매독과 결핵 같은 낯익은 질병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일이 있었어?’란 말이 절로 나오며 낯선 신선함과 마주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이야기의 힘을 빌려 과학이라는 어려운 무대 앞에 사람들을 모으는 탁월한 재주를 발휘하며, 유명 드라마나 스릴러 못지않게 과학에도 우리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ㆍ이과를 아우르는 진짜 융합형 대중 과학서!
책 속으로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은 저들의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지금도 그렇다. 그것들을 불러내어 수많은 사람이 죽은 것도, 그것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유용한 것을 만들어낸 것도 우리가 한 일이다. 사람의 일, 결국 역사다. _9쪽(들어가는 글)
자연 상태에서 효모는 당분이 풍부한 과일의 표면에 산다. 포도의 표면을 하얗게 덮고 살아갈 정도로 포도 껍질을 좋아한다. 포도 껍질에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도당이 넘쳐나기에 여기에 사는 효모는 대사과정이 복잡하고 많은 효소가 필요한 호흡 대신 빨리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발효를 선택한다. 굳이 에너지 효율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효모는 살아가는 데 가장 적절한 방식을 택했고, 인간은(또는 그 맛을 아는 다른 생물은) 효보가 전혀 의도치 않게 내놓는 부산물을 즐기는 셈이다. _23쪽(인류의 진화에는 미생물이 있었다?)
장내에 침입한 살모넬라균은 장내의 황화합물을 산화시켜 테트라티오네이트(tetrathionate)라는 호흡 전자수용체(electron acceptor)를 합성한다. 이 방법으로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발효가 아니라 효율이 좋은 세포 호흡으로 생장한다. 그런데 살모넬라가 이용하는 황화합물인 테트라티오네이트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를 물리치기 위한 인체 면역반응의 부산물이다. 그러니까 살모넬라균은 우리 면역체계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다른 미생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장내에서 폭발적으로 숫자를 늘려간다. _55쪽(최초의 민주주의를 세균이 무너뜨렸다고?)
아메리카 대륙의 선주민들이 전혀 면역되어 있지 않은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거의 몰살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고 했는데, 이러한 역사는 현재 천연두바이러스가 생물무기로서 인류에게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제기한다. (…) 더욱 큰 문제는 모든 염기서열이 알려진 천연두바이러스의 유전체를 인위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천연두바이러스를 부활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질병을 박멸로 이끈 바로 그 지식과 기술로 말이다. _83쪽(‘콜럼버스의 교환’은 왜 ‘면역 전쟁’이라 불릴까?)
결핵균은 현생 인류의 출현과 함께했으며, 함께 이동해왔다. 물론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다. 하지만 산업화 이전에는 어느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다. 결핵균은 산업혁명의 세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격한 도시로의 인구 집중, 열악한 노동 환경, 빈약한 위생 시설로 말미암아 인간 스스로 불러온 파괴적인 병원균이다. 결핵균이 인간의 역사를 바꾸었다기보다는 인간이 역사에서 가장 급격하고도 본질적인 변화의 시기 결핵균을 불러냈다. _104쪽(사람마다 시대마다, 결핵은 왜 잠복기가 다를까?)
극도로 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폭우가 내리면 콜레라균의 생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특정 지역에 일조시간이 늘어나면 지표수의 온도가 높아져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 역시 증가하는데, 특히 갑각류에 속하는 요각류(Copepod)가 증가한다. 콜레라균은 바로 이 요각류와 공생 관계에 있다. 따뜻해진 바닷물이 플랑크톤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은 콜레라균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는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 교란이 콜레라의 전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_126쪽(최초의 역학조사는 도시를 어떻게 바꾸었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앞서 얘기했듯 분절유전체로, 바이러스끼리 서로 분리된 유전체를 교환할 수 있다. 이를 항원대변이(antigenic shift)라고 하는데, 항원대변이는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 함께 감염되어 있는 중간매개 숙주에서 일어난다. 항원대변이 현상이 벌어지면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바이러스 조합에 준비되어 있지 않은 인체의 면역체계는 전혀 대응하지 못한다. 어쩌면 1918년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이렇게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_150쪽(전쟁보다 사람을 많이 죽인 바이러스는)
이제 다시 미래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항생제 내성으로 기존의 항생제가 쓸모없어지는(이미 쓸모없어진 경우도 없지 않다)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메커니즘을 갖는 항생제 개발의 어려움, 비용과 수익성의 문제, 임상시험의 복잡성, 내성 문제 등으로 많은 제약회사가 항생제 개발에서 발을 빼는 실정이다. 어쩌면 우리는 흔한 세균 감염에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포스트 항생제 시대(Post-antibiotic era)’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_175쪽(포스트 항생제 시대, 미생물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볼바키아는 모기의 면역계를 증강시키고,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데 필요한 지방산이나 글리세롤 등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바이러스와 경쟁한다. 그래서 볼바키아에 감염된 초파리와 모기는 바이러스에 내성이 강한 경우가 많고, 숙주의 철분 대사를 매개하거나 비타민 B를 합성하는 등 볼바키아가 대사 활동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곤충 숙주 입장에서도 암컷이 이 세균을 지니는 것이 유리하도록 조종하는 셈이다. 이런 전략으로 볼바키아는 숙주 집단 전체에 아주 빠른 속도로 퍼지고, 거의 100퍼센트 감염시킨다. _197쪽(세계 사망 원인 1위 모기를 세균으로 퇴치한다고?)
미생물은 지구에 최초로 나타난 생명체이면서, 외치가 그랬듯 인류가 존재하는 순간부터 함께해왔다.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지식이 쌓여가면서 단순히 함께해온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건강은 물론 정신세계에까지 몸속 미생물의 영향이 뻗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생물은 부단히 인간을 바꿔왔다. 어쩌면 인간은 미생물에 종속된 존재가 아닐까? _223~224쪽(미생물 생태계를 보면 인간 특성이 보인다?)
과거 우리는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을 질병을 일으키는 못된 녀석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해로운 세균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유익한 미생물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뿐만 아니라, 해롭다거나 이롭다는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미생물을 나눌 수 없으며, 대신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미국 뉴욕 대학의 마틴 블레이저(Martin Blaser)가 인간 진화의 운명이 우리의 마이크로바이옴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듯이, 미생물은 과거뿐 아니라 곧 현재가 될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_243~244쪽(미생물은 의료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까?)
대부분의 병원체가 기회주의적이라는 말은 많은 미생물이 인체 내에서 대체로 중립적이라는 뜻이다. 인간 면역력은 완전하지 않기에 감염되는 사람이 생길 뿐이다. 또한 도움이 되는 미생물도 적지 않다. 물론 중립적인 미생물의 다양한 특성을 인간이 이용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깨닫는 것이지만, 결국은 사람의 손에 달렸다. _248쪽(나가는 글)
출판사 서평
인간 이전부터 살아왔고, 아마 이후에도 살아남을 미생물
“어쩌면 인간은 미생물에 종속된 존재가 아닐까?”
미생물은 지구에 최초로 나타난 생명체였다.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수십억 년 동안 지구를 뒤덮은 채 수많은 생물과 더불어 영향을 주고받아 왔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인간을 부단히 바꾸며 인류 역사 속 격변의 순간에 자리해 왔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어쩌면 인간은 미생물에 종속된 존재가 아닐까?” 하고 질문을 던지는 배경이다.
사실 눈에 보이지 않던 존재 미생물의 위력을 인간이 알아차린 역사는 길지 않다. 현미경으로 최초 그 존재를 관찰한 건 갓 400년, 감염병의 원인을 파헤쳐 예방을 모색한 건 갓 300년, 치료법을 찾아 항생제를 발견한 역사도 이제 막 100년이 되었을 뿐이다. 그동안 몰랐을 뿐, 미생물의 영향력이 얼마나 광범위한지에 대한 연구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책의 시작을 여는 ‘효모’ 이야기(1장)도 그 가운데 하나다. 술이 효모의 발효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지만, 인류 진화에도 관여했다는 흥미로운 연구 또한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술 취한 원숭이 가설’(로버트 더들리 등, 19쪽)은 인간이 왜 술에 탐닉하는지를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자연 알코올 발효 음식에 잘 적응하면 과일 확보에도 유리하고 적당히 취해 기분 좋아지면 열심히 먹이도 수집하여, 다른 개체와의 경쟁에서 유리했으리라는 것이다. 술은 축제나 종교의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일부 인류학자는 인류가 맥주를 만든 사건이야말로 정착해서 농사를 짓게 된 원동력이라고 보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발효를 일으키는 대표적 효모인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에’ 균주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역사적으로 풍성한 술과 빵 맛의 비결은 폭넓은 지역에 걸쳐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균주를 교차 번식해 온 결과임을 밝혀냈다.(펑옌바이 등, 32쪽) 이는 인류가 과거부터 생각보다 서로 매우 가깝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의미로 연결되니, 이처럼 미생물에 대한 지식이 깊어질수록 인류 문명과 생활사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는 중이다.
어설픈 스토리텔링이 아닌, 과학에 ‘진짜 이야기’를 더한 반가운 과학책이 등장했다. 고대 아테네에서 벌어진 흥미진진한 전쟁사가 어느새 장티푸스의 질병사로 이어지고, 얼음 미라 외치에서 시작한 미스터리는 금세 유전학과 인류진화사로 흘러간다.
_과학드림 과학 크리에이터, 《과학드림의 무섭게 빠져드는 과학책》 저자
가볍게 지나가거나 팬데믹으로 확산하거나,
왜 같은 병원체인데 때와 상황에 따라 공격력이 다를까?
인류 역사의 향방을 바꾼 수많은 사건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짓이었다는 사실도 우리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투키디데스가 치밀하고도 생생하게 남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사실 ‘아테네 역병’의 참혹한 기록이었으며(2장), 일명 ‘콜럼버스의 교환’으로 일컬어지는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둘러싼 일들은 사실 ‘면역 전쟁’이라 할 만한 불균등 미생물 교환이었다(3장). 동행하고 대적하고 협력하며,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늘 미생물이 있었던 셈이다.
이제 우리는 아테네 소녀 ‘미르티스’의 유해 발굴과 고유전체학 기술을 통해 아네테 역병의 원인이 장티푸스 원인균인 ‘살모넬라 엔테리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최초로 꽃피운 그리스 민주주의 문명이 오랜 잠복기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성찰은 우리가 미생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할지에 대한 방향키가 되어준다.
결핵균은 산업혁명의 세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격한 도시로의 인구 집중, 열악한 노동 환경, 빈약한 위생 시설로 말미암아 인간 스스로 불러온 파괴적인 병원균이다. 결핵균이 인간의 역사를 바꾸었다기보다는 인간이 역사에서 가장 급격하고도 본질적인 변화의 시기에 결핵균을 불러냈다. _104쪽
산업혁명 시기 들어 ‘자본의 필수 조건’으로 불리며 대규모로 생명을 위협하기 시작한 결핵도 사실은 현생 인류의 출현과 함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랫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한 미생물이었고(4장), 1817년 첫 번째 팬데믹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세계 곳곳을 들쑤신 콜레라는 최근 반복적 유행의 원인이 규명되었음에도 여전히 일곱 번째 팬데믹 단계를 지나고 있다(5장). 20세기 들어 두 차례에 걸친 눈앞의 치열한 전투보다 더 많은 병사를 죽음으로 몰아간 숨은 원인이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 탓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서는 과학자들의 집념이 필요했다(6장). 그리고 21세기 인류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초유의 팬데믹 물결을 이제 막 한 단계 넘어서는 중이다.
저자는 미생물이 언제 어떻게 인류를 괴롭혀 왔는지 되돌아보며,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그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때문인 데 반해, 증식이라는 미생물 본연의 목적을 파괴적 역할로 전환한 것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미생물이 단순히 생물학적 병리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넘어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확장되는 이면을 톺아보자는 것이다. 저자가 책머리에서 “따분한 교훈을 이야기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야 하고, 미생물도 열심히 연구해야 한다”고 마무리 글에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마이크로바이옴, 세상에 나쁜 미생물은 없다
공진화의 역사를 공존의 미래로 이어 나갈 과학의 현주소
이렇듯 미생물과 분투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항생제를 발명해 내며, 수많은 평범한 목숨을 살리고 질병의 정복을 꿈꾸기도 했다(7장). 하지만 오늘날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임상시험의 복잡성이나 비용과 수익성 문제 등이 불거져 많은 제약회사가 항생제 개발에서 발을 빼는 실정이다. 반면 한편에선 미생물학의 발전으로 우리가 상상해 보지 못한 차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또 다른 희망이 펼쳐지고 있으니, 바로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관점의 전환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특정 환경, 특히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이나 그 미생물들의 전체 유전체를 가리킨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역사에 기록된 미생물은 대체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람에게 반드시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보통 ‘1차 병원체’와 ‘기회주의적 병원체’, 즉 사람의 상태와 상관없이 무조건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와 사람 상태에 따라(인체 방어 능력이 약해졌을 때만)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로 나뉘는데, 미생물의 속성은 대체로 중립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감염성 질환이 단일 미생물(병원체)의 활동 결과가 아니라 여러 미생물이 한꺼번에 상호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나아가 이러한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은 물론 행동과 성격까지도 좌우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비만, 자폐스펙트럼,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들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균형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다. 자폐 증상을 보이는 무균쥐에게 세균대사산물인 5-아미노발레르산과 타우린을 주입하자, 이들의 자폐 증상이 완화되는 현상을 발견한 획기적 연구 결과(길 샤론 등, 218쪽)도 나왔다(9장). 이렇듯 세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현재 치료할 수 없거나 치료하기 힘든 질병도 제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세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모기를 세균 ‘볼바키아’에 노출해 치료하는 방법이 기존 과도한 살충제(DDT)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대안으로 연구되고(8장),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파괴된 사람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는 ‘분변 미생물 이식술’이 개발된 것도 희망적인 미래의 한 모습이다(10장). 인류를 공격하던 병원체를 제거하려다 예측하지 못한 다른 병원성 반응에 부딪혀 왔던 과거에서 벗어나,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을 활용해 공존을 모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여전히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지금은 박멸했다고 믿지만 모든 염기서열이 알려진 천연두바이러스 유전체를 인위적으로 합성해 전쟁 무기로 부활시킬지 모른다는 공포, 내성 문제로 항생제가 더는 효험이 없을 미래에 대한 불안, 기후 변화로 콜레라균이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할 우려 등… 책에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가감 없이 언급하는 것도, 이러한 고민 없이 미생물과 공진화하는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사가 그렇듯 여기서 다룬 대부분의 미생물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과거는 우리에게 반성과 학습을 요구한다. 과거를 반영하는 현재를 통해 우리는 미래의 모습을 만들어나간다. 우리는 이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더 많이 알아내야 하고, 또 그것을 현명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_248~249쪽
현대 과학의 발전에 따라 미생물은 인간에 관해 더 많은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역사 속 미생물의 활약을 넘어 고유전체학 등 최신 과학기술이 인류 진화에 관해 새로이 밝혀낸 사실, 포스트 항생제 시대에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최신 미생물학이 생명·면역·건강에 관해 던지는 새로운 통찰 등,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지나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들을 짚어주는 이 책이 더 많은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91193301043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9월 13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48 * 211
* 22
mm
/ 48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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