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4년 4월 3주 선정
이 책의 시리즈 (2)
작가정보
목차
- 뒤바뀐 아이 / 보이지 않는 힘
운명의 도시 / 비밀스런 움직임
이벽 / 한밤의 통곡소리
남겨진 단서 / 숨겨진 의미
책 속으로
“흐흐흐…. 이것들 좀 보게. 버력이 무섭지도 않나, 첩년 자식을 상전 자식과 바꿔치기해? 화영이 고년이 보통내기는 아닌 줄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진짜 무서운 년일세. 하늘이 무심하기만 한 건 아니었어. 도망가서 어찌 사나 한 걱정이었는데 공연한 걱정이었구먼…. 잘하면 한밑천 두둑이 챙길 수 있겠어. 흐흐흐….” 아기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는 화영의 처소를 바라보며 막쇠는 비열하게 웃었다. 나무문에 눌린 자국이 선명한 이마의 붉은 점이 막쇠의 음흉한 속내를 말해주듯 흉물스럽게 꿈틀댔다. (1권 47쪽)
진주 유씨 소재공파의 후손이자 남인 계열인 항검의 집안은 5대 조부인 유시모가 종9품 무관직 지낸 것을 끝으로 더 이상 벼슬에 오른 사내가 나오질 않고 있었다. 그렇다 하여 결코 한미한 가문은 아니었다. 조선의 이름난 국문학자인 고산 윤선도의 피가 항검의 본가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과 더불어 조선의 삼재三齋라 불리던 공재 윤두서는 윤선도의 증손이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외가 쪽으로는 세자시강원을 역임한 양촌의 권근과 권시를 선계로 둔 명문거족이었고, 선조들은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대선비들이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항검의 선조들 역시 여러 대에 걸쳐 벼슬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주부의 토호들과 유향소의 향족들은 대놓고 항검의 집안을 괄시했다. 관직에 오른 이 하나 없는, 별 볼일 없는 양반계급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대로 초남리를 세거지로 삼은 원향原鄕들의 핍박은 더욱 심했다. 그들은 항검의 선조들이 경기도와 충청도를 거쳐 초남리에 입성한 신향新鄕이라는 이유를 들며 부친인 유동근을 향안鄕案에 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1권 95쪽)
점례와 완숙은 달빛이 살얼음처럼 깔린 밤길을 천천히 걸었다. 벅찬 기쁨과 난생처음 맛보는 희열이 마음속에 차올라 소용돌이쳤다. 망가진 옹기그릇의 값을 무엇으로 셈해야 할지, 저자로 나가 국밥을 팔 수 없게 되었으니 당장 내일부터 어떤 일로 새로운 밥벌이를 시작할지 궁리를 해야 하건만 팍팍한 현실도 어쩐지 무겁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 엄마는 아는 분이야?” 점례의 손을 잡고 콧노래를 부르며 가볍게 발을 놀리던 완숙이 문득 점례에게 물었다. “알다니? 누굴?” “천주라는 분 말이야.” “천주? 아, 아까 예원 나리께서 말씀하셨던 그분?” “응.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말을 하셨다잖아. 그렇게 훌륭한 말씀을 하신 분이 계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야. 엄마는 알고 있었어?” “아니. 엄마도 처음 듣는 이름이란다.” 우주만물을 창조한 전지전능하신 분이며, 인간을 지으시어 이 땅에 살게 해주신 인류의 아버지시며, 인간을 선악으로만 구분하되 죄 지은 인간까지도 사랑으로 보듬으시고 구원해주시는 하늘의 임금님. 서역에서 비롯된 천주교의 하느님이 바로 천주라는 사실을 알 리 없는 두 사람이었다. (1권 118쪽)
출판사 서평
조선후기 천주교 박해 정국을 ‘종교’보다는 ‘정치’에 초점을 맞춰 다룬 작품으로,
시대 변혁의 여명기에 ‘주자의 하늘’로 대표되는 지배세력과 ‘새로운 하늘’을 열고자 하는 민심이 충돌하여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지금껏 민심을 거역하고 존속한 권력은 없었다.
그래서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주자의 하늘’은 자가발전의 기회를 걷어차고 결국 일제의 칼날 아래 허망하게 스러졌다.
“수구의 미망에 잠긴 조선, 피바람에 젖은 개벽의 여명!”
2009년 겨울, 작가(류은경)는 전북 완주 초남이(초남리) 마을에 있는 유항검(아우구스티노, 1754~1801) 생가를 찾았다. 그리고 평생을 한국천주교회사 연구에 바쳐온 김진소 신부를 비롯하여 서종태?김영수 박사, 로셀리나 수녀 등과 깊은 교감을 나누면서 초기 한국천주교 포교와 박해의 역사를 더듬었다. 이로써 《불멸》이 본격 구상되고 집필되기에 이르렀다. 전5권 중 2권이 탈고되기까지 각고의 4년이 흘렀다.
‘호남 최초의 천주교도’로 알려진 유항검과 그 일가는 《불멸》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는 진산사건으로 최초의 순교자가 된 윤지충과 더불어 초대 조선천주교회의 핵심인물이었다. 1784년, 유항검은 권철신?권일신 형제를 통해 천주교 교리를 접하고서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이어 그는 1786년, 가성직 제도를 설립한 이승훈으로부터 신부로 임명되지만 가성직 제도의 시정을 요청하고 그 오류를 정죄(淨罪)하도록 촉구했다. 한편 유항검은 주문모 신부를 초남이로 초대하여 포교에 힘쓰는 등 천주교 발전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러던 1801년(순조 1), 신유박해의 거센 회오리가 초남이를 덮쳤다. ‘사학(邪學)의 괴수’로 낙인찍힌 유항검을 비롯하여 성직자와 신도들 수백 명이 역도(逆徒)로 몰려 모진 고문 끝에 처형되었다. 《불멸》의 무대는 이전 무렵 전라도 전주로부터 시작되어 중앙정계(한양)로 옮겨간다.
유학을 건국이념으로 삼아 세운 이씨조선은, 중종 재위(1506~1544)를 계기로 조광조를 비롯한 신진사대부들이 정치변혁(도학정치)을 내걸고 대거 중앙정계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부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 변혁이란 왕권정치를 신권정치로 바꾸는 것에 불과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을 뿐 아니라 ‘유학의 사변주의’라 할 수 있는 주자학의 도그마에 빠져 사변으로 흐르면서 정치는 오히려 초기의 사상적 유연성을 잃고 사회변혁 대신 당쟁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사민계급(四民階級)에 따른 신분제가 더욱 공고화되면서 사회는 생기를 잃고 국가는 문약에 빠졌으며 관료들의 수탈은 날로 극심해져 백성은 도탄에 빠졌다. ‘주자의 하늘’ 아래에서 양반사대부 즉 지배계층은 살졌으나 피지배계층은 날로 말라갔다.
이런 사정은 《불멸》의 시대적 배경이 된 당시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멸》은, 조선 정조 이후 본격화된 노론세력의 천주교 박해를 정치적 관점에 중심을 두고 풀어나간다. 이야기는, 정치적 변방이었으되 천주교 포교의 중심이었던 전라도 전주를 중심으로 시작되는데, 특정 인물 중심의 영웅사관을 지양하고 ‘불멸’하고자 하는 두 세력을 대척점으로 다양한 인물군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자의 하늘’ 아래서 불멸하고자 하는 지배계층과 그에 맞서 새로운 하늘을 열고자 하는 피지배계층이 충돌하는데, 여기서 피지배계층은 ‘불멸’ 즉 ‘영생’을 교리로 하는 천주교의 ‘복음’을 통해 평등사상을 깨치고 실존적 각성을 하기에 이른다. 이를 두려워한 지배계층은 이들을 극렬하게 박해하고, 그 박해를 기화로 정적을 대거 숙청한다. 이 시대, 노론으로 대변되는 지배세력과 남인으로 대변되는 저항세력 그리고 신성불가침의 주자학 세계와 불온한 천주학 세계의 갈등과 충돌을 새로운 하늘 즉 ‘백성의 하늘’을 열어가는 시대의 함의로 풀어간다.
외부 서평
무릇 ‘권불십년’이라 했다. 그런데도 노론(벽파)으로 대변되는 수구기득권 세력은 조선 순조 이후, 크고 작은 전란을 겪고 나라가 망하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변신과 변절 그리고 배반과 배역을 통해 200년이 훌쩍 넘도록 권세와 영화를 누려오고 있다. 그리하여《불멸》의 배경을 이루는 ‘야만과 미망의 시대’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불멸》에서 ‘새로운 하늘’을 짓밟았던 ‘주자의 하늘’은 일제강점기에 민족을 반역하고 살아남아 오늘날 민족을 양단한 ‘이념의 칼’을 남용하여 시대와 역사 그리고 민심을 농단하면서 ‘새로운 하늘’의 기운을 짓누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18,9세기 조선을 얘기한《불멸》은 오늘날 우리의 얘기이기도 하다. _문정현(가톨릭 신부)
같은 사건을 관점을 달리하여 조명하는 것으로도 전혀 새로운 발견의 단초가 열린다. 《불멸》은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네 정치?사회 지평에 ‘오래된 미래’의 번득이는 영감을 터트려 준다. 신앙이나 사상 일변도로 서술되기 십상이던 종래의 한국 천주교 역사를 다른 각도에서 관전하니, 우리 역사 저변을 흘러내려온 하늘 백성의 유토피아가 손에 잡힐 듯 베일을 벗는다. 바닥 인생들과 벼슬아치 무리의 현장 언어로 경계를 넘나들며 박진감 넘치게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사극 드라마를 무색케 한다. 나는 이 소설의 재미에 빠지는 동안 덤으로 역사를 읽는 혜안이 열리고 신앙도 슬그머니 꿈틀거림을 마다할 수 없었다. 돋보이는 작가적 상상력은 제쳐두고라도 곤고했을 발품이 선연하게 짐작되기에, 읽는 이의 마음이 감동으로 송연해진다.
_ 차동엽(가톨릭 신부)
역사소설은 역사라는 사실과 소설이라는 허구가 결합되는 이야기인데, 류은경의 《불멸》은 역사에 대한 진지함과 허구의 무게감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류은경의 이야기는 허구에서 벗어나 현대에 대한 비유로 우리 세대와 호흡하는 동시대성을 확보한다. 독자는 류은경의 《불멸》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여행하는 즐거운 경험을 할 것이다. _ 이용석(SBS PD)
기본정보
ISBN | 9788998891015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3월 03일 |
쪽수 | 347쪽 |
크기 |
152 * 224
* 30
mm
/ 47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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