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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생태학

친숙한 일상에서 낯선 세계로 가는 생태학적 시선
이도원 저자(글)
지오북 · 2020년 07월 15일
9.4
10점 중 9.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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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생태학 상세 이미지

수상내역/미디어추천

지나치기 쉬운 출근길 풍경에도 생태학이 담겨있다
친숙한 일상과 전통공간에서 찾은 자연생태와 환경보전을 위한 지혜
코로나로 요즘 출근길이 점차 막히거나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매일 만나는 익숙한 풍광도 눈여겨보면 새로운 가치가 드러나기도 한다. 생태학자 이도원 교수가 차를 버리고 걸어서 출근하면서부터 고민하고 사유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빠른 길을 버리고 느린 길을 에둘러 걸어가는 생태학자는 출근길에서 어떤 것을 얻었을지 궁금하다.
매일 만나는 나무와 인사를 하고 날씨의 변화와 빗물의 행방을 추적하며 주변의 환경과 사람의 관계, 사물과 자연의 관계에서 생태학적 원리를 찾아낸다. 때로 번잡한 거리를 걸을 때면 걷기를 멈추고 싶기도 하지만 호젓한 산길을 접어들면 발걸음도 경쾌해진다. 비밀의 문이 열리듯 숲속 자연의 변화가 사계절 펼쳐지는 생태학자의 출근길을 따라가 보자. 산자락에 듬성듬성 서있는 상수리나무가 오래된 상처를 간직한 사연을 되돌아보며 놀랍게도 기후변화에 맞설 도토리의 잠재력을 확인한다.
저자는 출근길뿐만 아니라 전북 남원, 중국의 소수민족 마을, 호주의 생태공동체 마을과 도시의 풍경을 살피고 그 속에 담긴 생태원리를 재해석하여 『출근길 생태학』에 풀어놓았다. 저자의 시선과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풍경을 읽는 법을 터득하고 일상에 숨어있던 생태지혜를 배우게 된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도원

교수
지은이는 생태 경관의 잠재력에 대해 오랫동안 깊이 탐구해왔다. 우리 조상들이 살던 생활공간의 생태학적인 지혜를 찾아낸 전통생태학을 기반으로 연구의 폭을 넓혔다. 생태학과 삶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으며, 서역으로 가는 비단길에서부터 중국의 시골마을까지 지구촌 곳곳을 여행했다. 또한 차를 버리고 출근길을 걸으며 바라본 일상의 풍경을 실마리로 사유하기를 즐기며, 어수선하고 불편한 주변 환경까지도 생태학적 원리를 풀어내며 쓸모 있는 삶터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 석사학위를, 미국 버지니아공대 환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아대학교 생태학연구소 연구원과 한국외국어대학교 환경학과 조교수를 거쳤다. 1992년부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생태학과 토양학, 환경체계론을 가르치며 연구했으며 환경대학원 원장, 환경계획연구소장,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소장을 지냈다.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관경하다』, 『경관생태학』, 『전통마을 경관요소들의 생태적 의미』, 『흐르는 강물 따라』, 『흙에서 흙으로』, 『떠도는 생태학』이 있다. 공저로 『전통생태와 풍수지리』, 『한국의 전통생태학 1, 2』가 있으며 공역으로 『생태학: 과학과 사회를 잇는 다리(공역)』 외 다수가 있다.

목차

  • 머리말 -04

    01 출근길 생태학 1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

    땅이 메마른 이유 -17
    느릅나무와 팽나무를 만나 되살아난 추억 -22
    소박한 손길을 느끼는 즐거움 -26
    도시의 싱싱한 기운, 우리집 꽃밭 -30
    잠시 마음이 돌처럼 무거워지는 거리 -33
    곱게 단장한 초등학교 옹벽이 얼마나 갈까? -36
    상수리나무 숲을 지날 때 -40
    다시 상수리나무 숲을 들어 -48
    메마른 땅에 물이 오래 머물도록 -53
    초록 도토리를 줍는 여인네들 -59
    행복한 숲길을 되돌아보며 -63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 읽기의 틀 -70

    02 출근길 생태학 2
    버스 타는 길
    디자인 거리를 지나며 -77
    녹지 지면을 도로보다 낮추면 -81
    도시로 이사 온 시골뜨기 소나무 -86
    도시의 소나무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90
    소나무가 죽은 이유를 찾아야 하는 우리의 숙제 -93
    거미줄과 주목 사이에 관련이 있을까? -96
    어린 시절 말매미를 잡던 실력 -100
    비만 오면 보도로 흘러내리는 흙 -103
    바뀌고 덮인 교정의 물길 -106
    비탈에 위태롭게 선 느티나무 -109
    전통마을 공간과 닮은 꼴 서울대 캠퍼스 -112
    일상에서 낯선 세계로 가는 생태학적 관찰 -120

    03 지리산에 기댄 남원 마을숲
    뒷산과 마을숲의 생태학

    황산대첩의 전설을 품은 마을 -125
    거미 형국 마을의 수구막이 숲 -128
    버려진 우물, 말라버린 우물 -131
    풍경 속에 담긴 지형학 -138
    지형과 물길이 낳은 마을숲 -142
    남겨진 비보숲과 사라진 조산 -149
    왕손이 마을을 이룬 길지 -153
    칡이 많아서 갈길, 왈길마을숲 -159
    산줄기가 에워싼 자궁 같은 마을 -163
    은밀한 뜻을 담은 마을숲 -167
    맹금류가 쉬었다 가는 선돌 -172
    수구막이 숲 덕에 전쟁도 피한 마을 -175
    멀리서도 보이는 마을 뒷산의 숲띠 -179
    평범하지만 친근한 우리네 뒷산 -183
    시골 풍경에서 밀려나고 있는 상수리나무 -187
    답사가 끝나고 -189

    04 보전과 지속의 희망, 소수민족 마을
    중국 윈난성 남부의 시솽반나와 위안양

    여정의 시작, 시솽반나 다이족자치주 -194
    차숲을 가꾸는 아이니 사람들 -198
    전통방식을 고수한 차숲 풍경 -200
    전통방식으로 호응을 얻은 ‘생태차원’ -204
    차숲과 논의 생태적 흐름을 잇는 생물들 -209
    네팔의 땔감 사정을 풀어줄 열쇠를 찾다. -213
    위안양의 다랑논에서 바라본 일출과 일몰 -216
    위안양 따위탕 마을의 풍경 읽기 -222
    자연의 이치가 전달된 생태지식 -229
    비탈의 오목한 곳은 논, 볼록한 곳은 숲 -234
    수구를 가리던 숲띠의 흔적을 더듬는 시간 -242
    여정을 마무리하며 -247

    05 생태도시와 생태공동체 마을 탐방
    호주의 크리스털워터스와 시드니

    시드니 공항에서 본 녹지 바닥 -255
    생태도시에 대한 관심이 이끌어낸 여행 -258
    생태공동체 마을 크리스털워터스 -261
    호주에서 퍼머컬처를 배우는 아이러니 -268
    공동체는 집을 짓는 것과 닮았다 -274
    코란코브리조트의 생태관광 -278
    생태계 원리를 한껏 활용한 개인저택 -288
    예술과 생태 사이의 균형 -292
    블루마운틴 가는 길에 동물원에서 만난 코알라 -297
    블루마운틴의 우뚝 솟은 바위에 담긴 자연과 문화 -300
    호주에서 배운 도시 생태의 올바른 예 -303

    참고문헌 -308
    찾아보기 -310

책 속으로

● 실제로 도토리는 조선시대의 중요한 구황식물이었다. 그러기에 벼농사가 흉년이면 도토리는 그나마 풍년이 든다는 사실을 옛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봄에 비가 많이 오면 천수답에 의지하던 논농사는 대체로 풍작이었다. 그 대신에 그런 날씨에서는 참나무속 식물들의 수술 가루가 날리지 않으니 암술과 만나기 어렵고 도토리가 많이 열리지 않는다. 결실을 하자면 암수가 만나야 한다는 사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깨우쳤던 생존의 과학이 아닌가? -42페이지

● 조선의 수도인 한양은 화강암 덩어리로 이루어진 지반과 그 암석이 풍화되어 형성된 토양 위에 놓인 도읍이었다. … (중략) … 그런 곳에서 풍화된 토양 입자는 굵어 물이 쉽게 빠져나가는 사실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그런 까닭에 사대문 안의 한양에서는 비가 내려도 물이 청계천으로 아주 빠르게 빠져나가 땅에 남는 양이 적으며,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 땅은 금방 달구어진다. 그런 특성을 지닌 한양을 불기운이 강한 땅으로 본 것이다. -94페이지

●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산줄기로 잘 에워싸여 있는 터에 잡은 도읍과 마을을 제일로 쳤다. 그런 터는 사실 땅이 튼실하게 이어져 있는 산줄기를 분수계로 삼는 유역을 말한다. 대표적인 보기가 조선의 수도 한성으로 그곳이 바로 청계천 유역이다. … (중략) … 지금의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가 들어서기 전에 이곳에는 자하동이라는 조선시대의 마을이 있었다. 자하동 또한 산줄기로 잘 에워싸여진 유역 안에 있었던 셈이다. 가만히 보면 물이 빠져나가는 수구는 좁은 편이고, 그 안의 공간은 제법 넓다. 이 특성은 이중환이 살만한 땅이라는 뜻으로 썼던 가거지(家居地)의 가장 핵심 조건이다. 그래서 나는 옛 주민들이 수도였던 한성(漢城)의 지형을 좇아 자하동에 터를 잡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따지고 보면 서울대학교도 그 조건을 따라 이곳으로 이전했다. -112페이지

● 마을의 형국은 행주형(배 모양 지형)이다. 배에 구멍을 뚫으면 가라앉는다고 믿어 우물을 파지 못하게 했다. 또한 너무 많은 짐을 실으면 침수된다는 이유로 마을의 규모를 제한했다. … (중략) … 행정리 지형에서 마을이 자리 잡은 곳은 하중도다. 강 가운데 퇴적된 땅이라 지하수위는 높은 편일 터이다. 그런 여건이니 쌓인 자갈과 모래 는 성기고, 열악한 옛 뒷간에서는 오물도 쉽게 지하로 스며 나와 우물은 감염될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을까? 또한 두 물길에 갇힌 좁은 땅에서는 큰 마을을 이루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나는 미신의 속내를 대략 이렇게 추측해본다. -144~145페이지

● 새벽부터 어둠이 내리는 저녁까지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며 차숲에서 먹이를 찾는 어미 닭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내 눈에는 낙엽과 벌레, 닭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을 활용한 생태적 흐름이 금방 들어온다. 닭들은 지렁이를 포함한 여러 무척추동물을 찾아 땅을 헤집고 있다. 먹이가 되는 무척추동물들은 흙 속에서 낙엽을 먹고 자랄 것이다. 땅을 헤집는 닭의 행위는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토양 안에서 일어나는 유기물 분해와 영양소 순환 속도를 촉진할 것이다 -209페이지

● 우리 전통마을은 산줄기로 잘 에워싸져 있는데, 분수계가 잘 갖추어진 유역 안에 터를 잡으려던 노력의 소산으로 나는 해석한다. 그 유역은 한쪽이 터진 물그릇 모양이다. 그 구조의 터진 곳을 잘 다스린다면 물을 보관하고 바람으로부터 물이 증발하는 양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하니족 사람들은 굳이 유역 안에 자리를 잡지 않았고, 마치 새둥지처럼 포근하게 쌓인 형태로 마을을 가꾼 것이다. … (중략) … 그렇게 숲이 땅을 넉넉한 물의 저장고로 변모시킨다는 사실은 오늘날 토양학에서는 상식이다. 비가 올 때 숲 토양에 간직된 물이 해가 나는 날에도 지하를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는 자연의 이치를 하니족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알았다는 뜻이다. -229페이지

● 전통사회에서는 시골과 도시가 그런대로 물질적인 보완관계를 맺으며 지속가능했다. 시골과 도시가 생산하는 서로 다른 산물을 교환하며 부담 없는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 (중략) … 한편 스스로 필요한 자원을 자기 땅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도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는 매우 거리가 먼 꼴이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자원을 막아버리면 더는 삶이 유지될 수 없다. 우리는 시골과 도시가 함께 지속불가능한 체계를 닮아가는 이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보완관계를 가지기 전에 서로 어느 정도 독자적인 힘을 먼저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249~250페이지

● 녹지 바닥은 우드칩으로 덮어놓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모습이다. 나무 둘레는 주변보다 모두 낮게 한 것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이것들은 토양 수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 가지 방식이다. 우드칩은 수분이 증발되는 양을 줄이고, 낮은 곳으로 모이는 물은 나무와 풀의 갈증을 줄이는 데 활용된다. 물론 수목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과 미생물도 그 물을 나누어 쓸 것이다. 그런 과정에 땅속으로 스며드는 물의 양도 늘어 지하수 고갈을 줄이는 데 보탬도 된다. -255페이지

● “모기가 공격해야 할 동물에 접근할 때 감지하는 체온과 CO2 농도 수준을 확인하기 위한 간단한 장치를 비치했다. 장치를 이용한 연구로 섬에는 27종의 모기가 서식하고, 그 중 4종이 사람의 피를 빤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 모기는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으로 방제한다. 먼저 민물에도 짠물에도 서식하는 장구벌레를 줄이기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아울러 모기 성충을 포식하는 박쥐와 개구리를 이용하여 개체수를 줄이고 있다.” -281페이지

● 녹지는 콘크리트에 싸인 도시의 열기를 식힌다. 전문적인 말로 하자면 열섬 효과를 감소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식물은 햇빛이 간직하고 있는 에너지를 흡수하고, 그늘을 만들며, 증발산 과정을 통해서 주변의 열기를 빼앗아간다. 증발은 식물과 땅의 표면에서 일어나고, 증산은 식물체 안에 있던 물이 수증기가 되어 공기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두 과정이 합쳐져 증발산이 된다. 증발산은 적당한 온도 범위 안에서 식물의 광합성 반응이 진행되도록 하는 동시에 도시의 열섬 효과를 누그러뜨리는 생태계의 과정이다. -305페이지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4242736
발행(출시)일자 2020년 07월 15일
쪽수 312쪽
크기
154 * 224 * 21 mm / 549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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