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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현대사

드라마처럼 읽는 이웃들의 이야기
배진시 저자(글)
책과나무 · 2024년 09월 12일
10.0
10점 중 10점
(5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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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세대가 지닌 다양한 가치관을 이웃들의 이야기로 섬세하게 엮어 낸 소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세대 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공통된 정서를 공유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3대를 아우르며 시대의 풍파 속에서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며 성장한다. 물질만능주의의 상징인 갑식, X세대의 상징인 가희와 나희 자매, 물질보다 정신적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긴 지숙 등 다양한 등장인물의 이야기들을 마치 드라마 보듯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이 시기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동시에,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독자에게는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배진시

프랑스에서 철학박사를 공부했습니다. 몽테뉴인문학교실에서 독서토론을 하며 글을 씁니다. 지은 책으로는 『뚱단지 만화편지』, 『결혼의 법칙은 있을까 없을까』, 『똘레랑스 독서토론』,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등이 있습니다.
몽테뉴해외입양연대를 만들어 해외 입양인들에게 프랑스어 무료 통역을 하고 있습니다.
몽샘책방 유튜브를 하며 작가님들을 만납니다.

목차

  • 등장인물
    들어가는 글

    1. 1970년대, 꿈꾸는 시대
    장준하 추모공원
    1972년 8월 15일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방탄조끼
    다시 시작하는 공부
    물려받지 못한 집
    서울에서 포항까지
    서울대학교 대학원 생활
    두 번의 월급

    2. 1980년대, 이념의 시대
    1980년대 일상
    1940년 회상
    교회와 제사 그리고 곗돈
    저마다의 민주주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가난이 가져다준 습관
    개발, 각자의 길
    보양식의 그늘
    그 시대 교사

    3. 1990년대, 욕망의 시대
    충돌과 공존
    세대교체
    각자의 자리로
    그녀가 이혼한 이유
    1993년, 노량진
    삼풍백화점 붕괴, 그 후
    X세대의 탄생
    경미의 투쟁
    커피 마니아
    삐삐 안녕, 휴대폰의 등장
    보험 붐
    IMF 외환위기
    개천에서 난 용

    4. 2000년대, 관계의 시대
    복지 국가로의 한 걸음
    2002 월드컵의 명과 암
    결혼은 비즈니스다
    외모지상주의와 압구정 오렌지족
    유아 영어 교육 붐
    물질만능주의 시대의 얼굴들
    2016년, 광화문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코로나가 만든 풍경
    지숙의 죽음이 남긴 것
    엄씨 이야기
    어떤 유산

    나가는 글

책 속으로

기철은 대학 졸업 후 해병대에 지원했으나 떨어지고 1965년 7월 17일 육군에 입대하여 전방에 배치되었다. 5천 원을 비닐에 넣어 구두에 숨겨 들어가 상사에게 건네주어 조금만 남쪽으로 배치해 달라고 부탁하였더니 약 한 달 후 의정부로 발령이 났다. 기철은 밥을 딱 3분 만에 먹고 얼른 뒤로 가서 줄을 한 번 더 섰다. 점심을 두 번 먹는다는 것은 그가 기억하는 군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던 중 정부에서 베트남 파병이 결정되었다. … 기철은 ‘칠빵빵’에 속해 행정병으로 퀴논에 배치되었다. 위생병동의 행정병이었지만 전투가 끝나고 난 후 들어오는 사망자들의 옷을 가위로 오려서 벗긴 후 냉동실로 보내는 업무에 손을 보태야 했다. 사망자와 총상 환자를 매일 맞닥뜨렸다. 죽은 자들에게 새 옷을 입히기 힘들어 가위로 오려 시체 위에 덮는 방식으로 옷을 갈아입혔다.
생(生)과 사(死)가 하나로 엉켜 부여잡고 있었다. 살아 있는 곳이 지옥이었다. 죽여 달라 아우성치는 병사와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병사의 외침은 악취와 뒤섞였다. 전쟁터에서는 행복이니 불행이니 이런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죽거나 살거나, 하루에도 몇 번씩 삶과 죽음을 오갔다.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정신이 나가는 자들도 있었다. 끔찍한 시체에 구역질을 하거나 자살하는 자들도 있었다.
기철은 고국의 엄마를 생각하며 버티었다.
‘선풍기를 사서 돌아가리라.’ (31-32쪽)

갑식의 딸 정미는 삼풍백화점에 쇼핑을 갔다가 건물이 붕괴되는 사건으로 사망한다. 정미의 남편은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갑식은 딸에게 상당 재산을 물려주었는데, 미성년자의 손녀를 대신하여 사위가 모든 재산의 수여자가 되어 미국으로 떠나 버린 것이 이해도 되지만 한편으론 괘씸하였다.
평생 손녀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분개하였지만, 법적으로 처리된 재산 문제를 이제 와서 소송을 걸 수도 없었다. … 갑식은 절에 가서 추도제를 지냈지만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지는 않았다. 그 응어리는 혹처럼 자라 내 자식이 아닌 사위나 며느리는 물론 모든 친척을 의심하는 마음으로 자리 잡는다. … 사위 정훈의 도망치듯 사라진 그 행태는 갑식의 마음에 굳은 흉터가 되었다. 딸의 죽음은 바다처럼 슬프지만 사위의 태도는 또 다른 상처였다.
국가란 무엇인가. 내가 성장하고 자란 추억과 환경, 동질감을 느끼게 해 주는 울타리, 뭐 이런 것 아니었던가. 갑식의 조국은 비리와 무능함, 가난과 배신이었다. 해방 후 전쟁을 맞이하고 다시 국가를 재건하는 데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이 이따위였구나.
저 화려한 건물 기둥은 전쟁보다 더한 살인 무기였다. 삼풍백화점은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그림자였고 또한 갑식 자신의 삶이기도 했다. 자식도, 돈도 다 가졌지만 정작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209-210쪽)

지숙의 숨이 갑자기 가빠 와 남편 기철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검사 후 숨이 가쁜 원인에 대한 검사를 받기까지 꽤 긴 대기 시간이었다. 지숙은 두 딸에게 전화를 걸었고, 딸들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검사 결과 나오는 대로 알려 달라고 통화를 했다.
지숙은 간단한 검사 후 의사의 정밀 검사를 권유받았고 간병인과 함께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시기가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라 간병인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간병인 역시 코로나 검사 이후 환자와 함께 병실로 들어가면 외출이 되지 않았다. 가족들의 면회도 안 되었다.
지숙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 가족의 죽음 뒤에 남겨진 가족들은 모두 슬픔 속에 잠기지만은 않는다. 수많은 가족들이 남겨진 재산으로 다투기도 한다. 장례를 마치고 기철과 가희와 나희는 지숙의 통장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전 재산은 백만 원 남짓 되었다. 어째서 지숙은 비상금초자 없었던 것인가. 나희는 작은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두 딸들에게 스키를, 골프를, 미술을, 음악을, 외국어를, 여행을, 사랑을 모든 것을 남겼다. 지숙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죽음은 삶의 의미를 남긴다. 인생에 생과 사가 있는 이유이다. 젊음과 늙음이 있는 이유이다. 기쁨과 슬픔이 있는 이유이다.
장례식에서 남은 돈과 얼마 안 되는 지숙이 남긴 돈은 장례식에 발걸음해 주신 어르신 중 형편이 여의치 않은 분께 넣어 드렸다. 그것이 지숙의 뜻이었을 것이다. 사랑만 남기고 가는 것이 그녀의 인생이었다. (325-326쪽)

출판사 서평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근현대를 살아간 우리들의 이야기
다양한 삶의 형태들이 마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이 책은 우리의 이야기이며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자 대한민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950년대 이야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며 3대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고 있다. 작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 X세대가 겪어 온 세상과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런가 하면, 1950년대와 1960년대, 1970년대까지, 작가가 태어나기 이전도 실제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단절된 모든 고리를 엮어 낸다.
물질만능주의의 상징인 갑식, X세대의 상징인 가희와 나희 자매, 물질보다 정신적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긴 지숙 등 시대의 변화 속에서 각 세대가 경험한 고유한 상황과 그로 인한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복잡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세대 간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3대를 아우르는 이웃집 사람들의 연애, 결혼, 이혼, 일상, 회사 생활,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형태들이 마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시기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동시에,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독자에게는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세대 간 상충은 갈등이 아니라, 다른 기억들의 공존”이라는 작가의 말을 새기며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같은 공간에서 춤추는 다른 시간들의 파편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67525246
발행(출시)일자 2024년 09월 12일
쪽수 342쪽
크기
140 * 210 * 23 mm / 525 g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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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최고예요
현대사를 가장 쉽게 조망하는 이웃집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 되셨으면 합니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이요,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희생 등 각자의 사정마다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책과 그 당시의 자료를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 그 중에서도 현대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역사를 통해서 현재 우리가 사는 삶을 재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근의 역사를 저는 누군가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전혀 모르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그 정도로 나이가 들었음이 느껴지며 "나이가 너무 늙었나?" 이런 생각까지도 들 지경입니다. 따라서 최근의 역사는 책에게 모든 것을 의지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고, 최근 제가 서평과 다양한 회사 업무를 보다 보니 여러가지로 책을 들여다 볼 시간도 빠듯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역사공부는 늘 필요하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택 한 권이 저의 모든 역사에 대한 인식, 특히 그동안 안보고 넘어갔던 현대사의 인식을 새롭게 할 정도였으니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힘은, 최소한 저에게는 대단한 것이었다고 느끼고 싶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나라가 엄청 혼란할 때에는 비판 능력을 키워주는 책이 생각이상으로 마음에 듭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다룰 도서는 "이웃집 현대사" 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드라마처럼 읽을 수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로 꾸며진 책으로 소장가치가 높은 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다 보면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세대간 상충은 갈등이 아니다. 다른 기억들의 공존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세대간 상충을 "갈등" 의 요소로 간주하는 기존 사고방식에 일침을 놓은 것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마치면서

'이웃집 현대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의 이웃들의 이야기로 묵직한 내용도 곳곳에 숨겨져 있어서사람 냄새가 나는 도서라 할 만 합니다. 기존의 역사도서에서 보기가 힘들었던 아이템들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진 현대사 도서라고 하겠습니다. 현대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 조금 위험하고 아슬아슬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 내용만큼은 일반적인 소시민들의 생각을 가감없이 다루려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역사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리뷰는 장미시인서평단을 통해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리뷰 썸네일3
10점 중 10점
/공감돼요
이책을 덥고나면 드는 생각은 서사가 가득한 영화한편을 본것같다는 것이다. 25명의 등장인물이 다 이책의 주인공이다. 힘든시기를 거쳐 성공하거나 어둠의 길로 들어서거나 세상을 등지거나 변화를 꿈꾸기도 한다.
아픔없고 어려움없는 변화가 없다는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수많은 사건,사고와 사상의 변화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도 변함없는 것은 70년대나 지금이나 돈많고 잘살아야 어깨 펴고 당당할 수 있다는 사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어디가서 명함이라도 내밀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의 모습을 통해 시대적 변화와 그시대를 대표하는 사건사고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책한권으로 세대교체와 문화와 사상의 변화, 사회발전이 이루어진 배경과 내막을 알수있는 책이며 읽기편해 한번쯤은 읽어볼만한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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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최고예요
🍵 흑백티비 아침드라마나 전에 나오던 티비무놕관 같은 프로를 보는 기분이 든다.
정말 제목처럼 이웃집의 현대사고 우리집의 현대사다.
우리집 어딘가 빗바랜 앨범 사이에 있던 일들이 책속에 글로 고스란히 녹여져 있고 의사에게 시집가려면 열쇠3개를 논하던 90년대 시기의 이야기며 우리부모님이 나를 키운이야기, 내가 자식을 키우는 의대 과몰입 현상이야기까지.
어느시대의 행복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지만 아즉히 구리운 이야기도 많고 우리의 슬픈 모습도 많아서 아리지만 숨긴다고 숨길수 없는 현실적인 누구나 아는 그런 이야기라 공감이 갔다.
소설같고
에세이같고
일기같은 이야기를 만났다.
10점 중 10점
/최고예요
“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삶도 있고 죽어도 영혼이 숨 쉬는 죽음도 있나 봐.”
<이웃집 현대사> 중에서


'좀비로 살 것인가? 영혼으로 살 것인가?'
이 책은 한편으론 이런 질문을 안겨주기도 했다

서언에서부터 느껴지는 저자의 삶의 태도가 가슴에 울림을 준다.

"나는 파도를 막는
방파제이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모래이고 싶다.
땅인지 바다인지 모를 모래이고 싶다.

파도에 맞서고 싶지 않다.
파도에 휩쓸리고 싶다.

누군가 밟은 자국도
금세 사라지는 모래이고 싶다.

파도에 산산이 부서져도
무너지지 않는 모래이고 싶다."

***

'따듯함이 결여된 지적 능력은
결코 지성이 아니다.'

어디서 들은 말이 아니고
작가님의 책들을 읽다보면
마음 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말이다.
이 세상엔 지성이 결여된 차가운 지적 능력이 난무하기에
작가님의 책이 더욱 빛이 난다.

작가님의 책들은
이웃 혹은 사회에 대한 시각이 첨예하고 분명하다.
자기 혼자 잘 살아남고 성공하는 법을 설파하는
책들과 주의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마음의 온정을 갖고서
보살핌과 연대 등,
우리사회에 필수불가결하지만 결여된 무엇을 통찰하는 시각은
귀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보살핌이나 연대는
마음이 유독 따듯한 몇몇만의 삶의 지향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아가기 위한 필수 공기나 물 같은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적 주소지는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다'
라고 할 수 있다.

일상 속 하루와 하루 사이엔
그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지만
몇 십 년의 세월을 두고 돌아봤을 때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말이 안 될 정도로 역동적으로 흘러온 사회였다.

그리고 각 세대는
이 변화의 도가니 속에서도
자기가 가장 영향받았던 특정 시대의
가치관을 내장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자기의 경험으로부터 추출된 진실이
그대로 지팡이 같은 진리가 되어버린 채.

그래서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도
각 세대가 간직한 모습들이 어울려
여러 시대가 공존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식민지와 전쟁의 여파를 끼고 출발했기에
사회의 진보에 많은 진통이 따른 한국 사회
그 속에서 주춤대며 갈등하며 때론 곪기도 했던
민주화, 돈, 교육, 성평등의 문제들
이런 것들이 이 한 권의
대하드라마 같은 책으로 육화되어
한꺼번에 일별하게 되니 감회가 몹시 새로웠다.
이미 익숙하다 여겼던 현상과 문제들이 다시 보였다.
드라마처럼 읽히니
책 속 수많은 인물들의 내면에 각각 공감되면서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가
대단히 입체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어떤 드러난 병폐나 현상만 보고서
헬조선이니 진상이니 하면서 비판적 시각을 가해 왔지만
각각의 입장에 귀기울기고 또 전체의 입체로 다시 느끼게 되면
모든 무조리한 현상들의 앞뒤와 인과가 보다 선명해진다.

물론 그 속엔 미담과 선인도 있고
심술궂은 행태나 진상도 있다.
우리나라가 수많은 잡초를 끼고
억세게 성장한 나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을 그려가는 작가님의 시점이 흥미롭고 공감되었다.
필요한 거리감을 잘 유지한 채
이 전체 드라마 속의 누구를 딱히 비난하거나 편 들지도 않으면서
현실의 현상에 대하여 그렇게 된 인과와 배경을 확실히 설명하면서
전체적으로 담담하고도 탄력있게 끌어가고 있었다.

무어든 드러난 것만 가지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그 내역을 이해해보려는 것은
깊이와 인내와 온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걸 또 그물처럼 엮어 그 속 물고기들의 비늘의 파닥임들을
하나하나 생동감 넘치게 묘사해 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쩜 이렇게, 바로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인물상들을
이리도 그럴듯하게 그려냈을까?
vraisemblence(사실임직함, 있음직함)가 장난 아니다 싶었다.
인물상들 그리고 그들이 얽혀 만들어지는 얼개를 다루어가는 작가님의 능력이
수많은 실로 연결된 다수의 마리오네트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움직여 맛깔나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란한 마리오네티스트를 보는 것만 같았다.

작가님의 다른 두 권의 책들과 더불어 이 책까지
배진시 작가님은 우리사회의 여러 주제에 대해
가장 쟁점이 되는 것, 가장 소외된 것, 각종 현상의 사각지대를 말함에 있어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싶은 걸 해내는
그 '누구'가 되신 것 같다.

그냥 좋다는 말 가지고 부족하다.
#이웃집현대사
#배진시작가님 의 다른 두 책처럼
이 책도 필독서가 되어야 할 책이다.


- 책속으로

돈으로 가난을 벗어나 본 사람은 ‘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공부로 환경을 극복해 본 세대에게 공부는 권력이다. 117

노예를 인간인 줄 몰랐던 것처럼 동물도 동물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학습이 되어야 했다. 우리나라에 ‘동물보호법’은 1991년에 법이 처음 만들어졌다. 144

이처럼 인간은 늘 다소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일을 그만두자’고 외치면 수십 년이 흐르면서 서서히 문화가 바뀐다. 145

우리 뇌는 생존을 향해 발달한다. 살면서 ‘슬픔’은 생존에 왜 필요한지 궁금했다. 슬픈 감정은 사는 데 방해가 될 뿐 도대체 왜 있는 것인가. 슬픔은 공감을 블러일으키고 인간은 공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신(神)은 인간에게 슬픔을 주었다. 슬픔을 통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서로 돕고 살라고. 331

“죽음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사라짐’이 아닌 것 같아.”

“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삶도 있고 죽어도 영혼이 숨 쉬는 죽음도 있나 봐.”

“엄마라는 나무가 베어지고 그 생명이 끊어졌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뿌리로 더 이상 물도 마시지 못하고 잎으로 햇빛도 받지 못하고 땅에 서 있지도 못하는 그 나무가, 전기톱에 잘리고 죽은 것이 아니라 여기 다른 모습으로 테이블이 되어 와 있어. 참 이상하지? 나무라는 생명은 죽었는데 다른 모습으로 살아 있네.” 335
10점 중 10점
/재밌어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세대의 갈등과 공존을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묘사한 <이웃집 현대사>. 세대의 기억을 엮은 독특한 소설입니다.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입니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경험한 변화와 가치관의 충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숙과 기철 부부네를 중심으로 위로는 1905년생부터 아래로는 2012년생까지 3세대에 걸친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며 꿈, 욕망,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좌절하고 다시 일어섭니다. 현대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이야기 덕분에 시대의 흐름과 그 시절을 살아낸 이들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1970년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당시 주요 사건들이 인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70년대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인 인물인 장준하의 의문사는 당시 억압적인 정치 상황을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 사건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집 문제는 큰 골칫거리입니다. 세대가 다르더라도 집을 향한 갈망은 변함이 없습니다. 70년대에는 집을 소유하는 것이 단순한 자산 이상의 상징성을 지녔던 시기입니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뒤바꾸고, 또 세대 간 경제적 격차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보여줍니다.

1980년대는 이념 대립과 사회적 갈등이 고조된 시기였습니다. 다양한 민주화 운동과 이념 충돌이 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배진시 작가는 이 시대에 한국 사회가 어떻게 급격히 정치화되었는지, 각기 다른 이념이 어떻게 세대 간의 갈등을 촉발했는지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더불어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은 성적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믿음을 가지도록 만들었습니다. 당시 교육과 사회적 기대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제한하고, 좌절감을 안겨줬는지 고민을 담은 에피소드가 인상 깊습니다.

1990년대는 물질적 풍요와 소비문화가 급속히 확산된 시기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통해 경제적 번영의 이면에 존재하던 어두운 현실이 드러납니다.

90년대에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며 기성세대와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X세대의 가치관은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달랐으며, 그들의 삶의 방식은 그 시대의 물질주의와 맞물려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이 시기 소비와 욕망이 어떻게 사람들의 정체성을 바꿨는지, 그로 인해 생긴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중심을 이룹니다. 결혼이 더 이상 낭만적 사랑의 결과물이 아니라, 계약과 같은 사회적 제도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줍니다.

2000년대 말, 한국 사회는 또다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합니다. 2016년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에 저항하며 새로운 시대를 요구했습니다. 각 세대가 나름의 방식으로 공존하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모습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다양한 세대가 살아온 삶의 흔적을 엿보는 시간 <이웃집 현대사>. 세대 간의 차이가 단순한 갈등이 아닌, 서로 다른 기억과 경험의 공존임을 일깨웁니다.

삐삐와 휴대폰의 등장, 노량진 고시촌 모습 등 사회 변화는 물론이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IMF 외환위기, 광화문 촛불 집회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생생하게 재현되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실적인 배경 속에서도 드라마처럼 극적인 인간관계와 사건들이 얽혀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세대 간의 갈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역사를 몸소 체험한 이들에게는 잊힌 기억을 되살리고,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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