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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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밤늦은 시간 통행금지 사이렌을 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추격자들에게 쫓기던 한 남자가 미친 듯 어두운 골목 속으로 내달린다. 그는 대통령 암살 음모 주모자이자 간첩으로 현상수배가 붙은 조각가 서문도이다. 비 오는 밤 허둥대며 골목 안을 배회하는 그에게 한 늙은 몸 파는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쉬고 가라는 그녀를 차마 뿌리치지 못한 그는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기구한 사연을 듣게 된다.
군을 동원해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대통령 M은 그 과정에서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그에 대한 원성이 두려운 나머지 전국에 계엄령을 발동, 공포정치를 이어나간다. 문도는 더 이상의 도피 생활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민주화 투사인 J와 자신의 후원자 역할을 해오던 외삼촌이 있는 일본으로 밀항을 결심한다. 사랑하던 여자와 평범한 삶을 꿈꾸던 그는 왜 암살 계획을 꾸미게 되었을까? 그에게 다가온 절름발이 몸 파는 여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작가정보

저자 김성종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6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경찰관」이 당선돼 등단했으며, 1974년 [한국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장편소설공모에 『최후의 증인』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평균 시청률 44.3%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던 [여명의 눈동자]의 원작자이며, 명실공히 한국 추리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주요 작품으로 『최후의 증인』 『여명의 눈동자』 『일곱 개의 장미송이』 『제5열』 『미로의 저쪽』 『제5의 사나이』 『아름다운 밀회』 『국제열차 살인사건』 『백색인간』 『비밀의 연인』 『세 얼굴을 가진 사나이』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 『안개의 사나이』 『후쿠오카 살인』 『늑대소년 다루』 『달맞이언덕의 안개』 『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 등 50여 편이 있으며, 소설집으로는 『회색의 벼랑』 『어느 창녀의 죽음』 『고독과 굴욕』 등이 있다. 후학 양성과 추리문학 발전을 위해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세계 최초의 ‘추리문학관’을 세웠으며, 이는 우리나라 문학관 1호로 해운대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국추리문학대상, 봉생문화상, 부산시문화상, 부산MBC문화대상 등을 수상했고,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추리문학관 관장으로, 4층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작품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목차
- 절름발이 창녀
도망자
쓰시마
끊는 물
이별
안가에서
밤의 여신-검은 장미
납치
모의
배신
도주
흑백사진
암살 음모
편지
천사의 분노
연인
밀항
또 하나의 사진
어두운 밤의 미로에서
책 속으로
“인간은 잔인한 동물이에요. 말도 못하게 잔인한 짐승이에요.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어요. 제가 당한 것들을 들으시면 제 말이 맞다는 걸 아실 거예요.”
“인간이 잔인한 짐승이라는 데는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에요.”
“난 벌써부터 포기했어요. 포기하고 절망해버리니까 차라리 마음 편해요. 이 나라에는 인권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
“한국은 지금 미쳐 돌아가고 있어. 정상이 아니란 말이야. 그런 세상인데 네가 말려들어 넘버원 암살을 노린 간첩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다니 그게 말이 돼? 잘 들어. 미쳐 돌아가고 있는 사회에서는 절대 앞에 나서지 말고 쥐새끼처럼 안 보이는 하수구 같은 곳에 숨어 지내야 안전해. 이건 쥐새끼 이론이란 거야. 쥐새끼가 왜 잘 번식하고 잘 사는지 알아? 절대 잘난 체하고 앞에 나서지 않고 숨어 지내기 때문이야. 알아들어?”
“말 안 듣는 놈들은 탱크로 확 밀어버려요. 백만 명 정도 없애버려도 이 나라는 끄떡없어요. 인구가 너무 많아서 걱정인데 우물쭈물할 필요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추 실장의 눈에는 살기가 번득이고 있었다.
“탱크에 깔려 죽은 그 백만 명 가운데 만일 추 실장 가족이 끼어 있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계엄령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은 M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사면초가에 빠진 그는 손에 들어온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계엄령을 발동, 미친개처럼 이빨을 드러낸 채 권력에 도전하는 것은 무엇이나 물어버릴 듯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간첩이라는 거…… 믿으면 안 돼. 날조한 거니까.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한 건 맞아. 그놈은 나라를 망치고 있는 독재자니까. 난 비록 쫓기고 있지만 조금도 부끄럽지 않아. 미친개들이 쫓아오면 도망가는 건 당연해. 미친개한테 붙잡혀 찢겨 죽느니 차라리 도망 다니는 게 나아. 붙잡혀 죽는 건 개죽음이나 마찬가지야. 아무 의미가 없어.”
출판사 서평
『여명의 눈동자』 출간 40년…
김성종이 한국 현대사의 뇌관을 다시 건드렸다!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계엄령 발언 이후 일부 보수단체는 계엄령 선포만이 답이라며 오늘도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여전히 계엄의 악몽을 기억한다. 집회나 시위는 꿈도 못 꾸고, 말 한 마디 마음 놓고 못하며, 대학 정문 앞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었다. 또한 영장도 없이 언제든 연행되고 구속될 수 있었던 그때 그 시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가슴속 깊은 곳까지 전달하며 재미와 감동을 놓치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 김성종. 역사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수백만 독자와 함께 해온 그가 이번엔 계엄령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여명의 눈동자』 출간 40년 만이다. 『여명의 눈동자』는 유신 정권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1977년에 10권으로 출간되어 1990년대 초 36부작으로 드라마로 제작돼 최고 시청률 58.4%를 기록하는 등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김성종은 소설을 통해 일제강점기로부터 한국전쟁까지 현대사를 다뤘으며, 제주 4·3 사건, 위안부 등 당시로선 금기시되던 이야기들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상상도 못 했던 일들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오늘,
한국 추리문학의 대부가 써내려간 ‘계엄령’의 밤!
『계엄령의 밤』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1980년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30년에 걸친 이야기다. 전쟁 이후 죄 없는 양민들이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했던 보도연맹사건과 1980년대 계엄 치하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을 맞물려 그리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인간 군상을 담아냈다.
김성종 작가는 “생각하기도 싫은, 너무 오래되어 곰팡이까지 낀 그것을 햇볕에 꺼내는 일이 지금까지 너무도 부족했음을 절감했고, 그래서 이번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며 “계엄하의 그 살벌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절망적인 몸부림과 저항을 그린 작품이 별로 없는 한국 문학에 이 작품이 조그만 불씨가 되어 이제라도 계속 말썽을 피우는 작품들이 쏟아지길 바란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그때 그 시절, 수많은 사람들은 계엄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수십년에 걸친 민주화 과정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에 다시는 계엄령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2024년 12월 3일 한밤중의 계엄령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를 다룬 이 소설의 감성이 비록 2천년대를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선 부분도 있겠지만, 50여 년 전 공포와 억압의 계엄령 아래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70800668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15일 |
쪽수 | 456쪽 |
크기 |
129 * 187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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