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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시화
윤유나 저자(글)
아침달 · 2024년 0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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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어둠의 출처로부터 시작된
시인 윤유나의 잠 속으로의 비행
“잠으로 시간을 통과하여 건너온 지금 나는 여기 있다.”
아침달 일상시화 시리즈 세 번째 순서로 윤유나 시인의 『잠과 시』가 출간되었다. 2020년 시집 『하얀 나비 철수』를 통해 선명하고 씩씩한 태도로 삶의 풍경을 이야기해 온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이 책은 잠에서 깨어나 빗소리를 듣다 다시 잠들곤 하는 시인의 잠버릇을 닮았다. 그 안에서 시인은 성장과 회복, 생명력에 주목한다. 이는 ‘새’라는 매개를 통해 다채롭게 드러남과 동시에 잠이 지닌 공간성, 고유성, 무한함 등의 여러 현상을 시인만의 경험적 언어로 새롭게 환기한다. 열세 편의 산문과 네 편의 시는 잠과 시 사이의 행간을 매혹적으로 선보인다.

이 책의 총서 (5)

작가정보

저자(글) 윤유나

2020년 『하얀 나비 철수』를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친구들에 의하면 하루 종일 자거나 언제나 깨어있다.

목차

  • 언제나

    산문
    집 산책
    밤마다
    비둘기와
    되어 가는 동시에 무너지는
    플라스틱 새
    밤을 건너는 너와
    안뜰에서
    폭염과 폭우에
    슬픈 모기
    물밑의 속삭임
    말과 빛을 따라 혼자
    종달새와
    침대에서 흘리는 내가 아닌 모든


    삭제하는 마음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치를 보러 가고 싶으세요?
    아름다운 피부과
    죽어가는 경치

    그리고

책 속으로

그렇게 잠과 글쓰기는 살아 있는 것들에게 성장과 회복의 공간이 되어 준다. 그리고 어쩌면 잠이라는 행위가 공간이 되게 하는 방식으로 살아 있는 것은 죽은 것을 위하는지도 모르겠다. 잠은 언제나 살아 있는 것들의 고유한 행위이고 동시에 수없이 이동하고 머무르는 공간이다.
-p.12


하지만 잠은 나에게 영상으로 관찰할 수 없는 시간인 것 같다. 잠은 내게 고유하고 사적인 장소인데, 이동하는 나의 시선과 움직이는 장면을 보여주고 제한하는 것으로 꿈은 잠이 ‘꿈의 장소’인 것을 증명한다.
-p.35


지나간 것들이 내게서 더 무너지고 있다. 무너지지 않는 건 불가능한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때의 그것들은 그 자리에 여전히 있는데 지금 내게서 무너지고 있는 건 무엇일까.
-p.48


도심의 묘지공원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빌딩촌에 들어선 비석들. 사라진 친구들. 사라졌지만 곁에 두고 사는 것.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게. 잊었다가 생각나면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게.
-p.52


자다가 문득 깨어 막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다시 잠드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꽤 오랜 시간 거의 모든 밤비보다 먼저 눈을 뜨고 침대에서 비 비린내 맡으며 빗방울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고요하고 습한 어둠 속에서 눈을 깜빡이면 내가 한 마리 동물처럼 느껴진다. 비를 피해 나무 아래나 동굴 안에 엎드려 있는.
-p.82


내 이야기는 시와 무관한 사람. 동시에 시가 된 사람. 기억에 사로잡혀 기억에서만 사는 사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다른 이의 부분으로 자신을 만든 사람. 다른 사람의 흔적을 모두 지운 사람. 거짓말을 즐겨 하는 사람. 그가 있는 풍경에 나는 없다. 나 자신인 사람. 고독에 싫증이 나 고독한 사람.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람. 보지 않는 사람. 모르겠어. 멍청한 사람. 무서운 사람. 각자의 사람. 쓰는 사람. 씀을 보는 사람.

그런 사람은 나의 연속이자 자의식 과잉, 뭐라고 불려도 좋을 나의 작업이다.
-p.138


입 안 가득 산딸기를 넣으세요
입 안 꽉 차게

친구는 겨울 숲을 걸어왔다 친구가 걸어온 길에는 학교가 있고 대홍수로 학생들이 우르르 떠다녔다 헤엄치면 충분히 영리해질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았다면

-시 「삭제하는 마음」 중에서


세탁소에 맡긴 옷가지를 영영 찾아가지 않는
거야
그런 거야
사람 같은 것
사랑 같은 것
길바닥에 쓰러져 썩어가도 상관없어

나의 생활과 너의 잠자리가 나란한 나날

통속극을 보고
미루나무 그림 밑에 앉았다 가는 파리를 보고

눈을 맞춰오는 너에게

-시 「죽어가는 경치」 중에서

출판사 서평

‘잠’과 ‘꿈’ 사이를 뒤척이며
깨어있는 존재들에게 건네는 비몽사몽한 고백

2020년 『하얀 나비 철수』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윤유나 시인의 첫 산문집 『잠과 시』가 아침달 〈일상시화〉 시리즈를 통해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서 시인은, 잠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현재 상황에서 불특정한 과거와 미래의 일을 곱씹기도 한다. 또한 잠의 집합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명력에 대해 골몰하며 성장과 죽음, 자유와 억압, 상처와 훼손 등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잠과 시』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생명체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종달새와 비둘기, 까치와 나비, 잠자리와 아기 새 등. 그러나 시인의 눈에 포착된 이들은 대개 누워 있거나 죽어 있다. 사체를 두고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그는 10L 종량제 봉투나 플라스틱 케이스 등에 그것을 담는다.

“입구를 미리 말아놓은 쓰레기봉투에 비둘기를 집어넣었다. (중략) 비둘기는 10L 봉투에 적당히 잘 맞았다. 5L는 너무 작았을 것이다. 10L가 편안하게 잘 맞는 사이즈였다. 여기가 비둘기의 평화롭고 사적인 장소라고 믿고 싶었다.”(「비둘기와」 부분)

온전치 못한 모습으로 죽은 새를 대거 등장시키면서까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잠의 공간적 습성이다. 그에 따르면, 잠과 죽음이 다르게 표현되는 경계는 온전함에 있다. 흔히 우리는 죽은 이들이 영면에 들기를 고하며 장례를 치른다. 딱딱한 관과 묘지는 죽은 이들의 가장 고유하고 사적인 장소가 되고, 죽은 자들은 자신만의 편안한 장소에서 잠이 든다.
또한 그는 성장과 회복의 순환으로서 잠을 이야기하며, 그 안에서 재생되는 생명력에 집중한다. 시인에게 잠은 ‘살아 있음’ 그 자체이고 그 풍경 안에서 우리는 진정하게 온전해지고 고요해진다. 훼손된 감정들을 분출하며 헤집고 나오면서, 보다 솔직하고 선명한 세계로의 내딛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날도 새벽 2시에 일어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침대 옆 책상에 앉아서 흰 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책상에 엎드려 울었다. (중략) 바깥으로 어둠을 가르며 전철이 지나가고 있었을 테지만 그 소리를 묻으며 고요히 내 속의 출렁이는 물을 게워냈다.”(「되어 가는 동시에 무너지는」 부분)


상처를 헤집고 도달한
가장 사적이고 온전한 ‘잠’의 세계

『잠과 시』는 상처와 훼손을 이야기하며 회복을 통한 성장의 가능성을 이끌어 낸다. 앞서 시인에게 잠은 ‘살아 있는 것들의 고유한 습성’이자 ‘편안하고 사적인 장소’로 작용한다. 시인은 잠과 죽음의 경계를 저울질하면서도 그 둘을 일상 선상에 함께 두기를 바란다. 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꿈은 잠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그것은 잠과 죽음이 동일시될 수 없는 가장 큰 매개체다. 꿈에서 우리는 끝없이 이동하여 머무르고 여러 난기류를 통과하며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다.

“그리고 어쩌면 잠이라는 행위가 공간이 되게 하는 방식으로 살아 있는 것은 죽은 것을 위하는지도 모르겠다. 잠은 언제나 살아 있는 것들의 고유한 행위이고 동시에 수없이 이동하고 머무르는 공간이다.”(「언제나」 부분)

『잠과 시』에서 등장하는 꿈은 현실과 종종 구별 짓기 어렵다. 시인은 과거와 미래 혹은 공상의 일들을 꿈으로 연결 짓곤 하는데, 실제 꿈속에서의 대화나 과거의 사건들은 이미 종료된 일임에도 현재에서 종종 재평가되고, 그 생명성은 무한히 확장된다. 그에게 잠은 접속사 ‘그리고’의 세계이자 이쪽의 나와 저쪽의 나를 연결 짓는 선명한 동굴이다. 동굴 안은 경계 없이 평등하다. 그는 단지 그 어둠의 궤적을 따라 글을 쓰고 반려견을 돌보며 끊임없이 나를 순환시킬 뿐이다.
결국 시인에게 잠은 사사롭고 시끄러운 삶의 안쪽을 벗어나는 일과 같다. 잠과 시를 통해 혼자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고요히 자신의 새를 쓰다듬는 시인은 그 꿈결 같은 시간의 사이를 지나는 동안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번의 잠을 놓치고, 여러 편의 시를 붙잡았을지도 모른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9467562
발행(출시)일자 2024년 07월 11일
쪽수 152쪽
크기
110 * 180 mm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일상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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