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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 2021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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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눕게 하는,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

“일상에서 작고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며 살고 싶다.
그것들엔 돈이 들지 않으니까. 아니, 값을 매길 수 없으니까.”
‘생활 건강함’에 관한 여성 시인 열 명의 에세이를 담은 『나의 생활 건강』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선뜻 건강함을 묻기에는 조심스러운 환란의 시기. 그럼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생활은 굴러가야 한다. 이 생활을 잘 버텨내며 긍정하고 나와 타인의 건강을 바라는 수밖에. 한편, 골프선수 박세리, 개그우먼 김민경 등 건강함을 자랑으로 여기는 셀럽들에게 우리는 점점 매력을 느끼고 있고, 생활 체육이나 구기 운동을 하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 이 시기에 에세이집 『나의 생활 건강』은 시의적절하게 도착했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 시인들의 생활 건강함은 무엇일까. 새로운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시인 열 명(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은 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며 다양한 감정을 마주하고 있을까. 이 책에서는 시인들이 저마다의 다채로운 언어와 스타일로 생활과 건강에 대해 그려낸다. 글의 사이에는 시인이 보내준 매력적인 사진 한 장씩이 포함되어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유림

김유림

2016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양방향』 『세 개 이상의 모형』 등을 냈다.

저자(글) 손유미

2014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저자(글) 성다영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저자(글) 윤유나

2020년 시집 『하얀 나비 철수』를 냈다

목차

  • 김복희 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
    유계영 몸 맘 마음
    김유림 여행 가방
    이소호 고독한 소호 방
    손유미 사랑의 정체
    강혜빈 미안하지만 아직 안 죽어
    박세미 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
    성다영 나의 안 / 건강한 삶
    주민현 사랑의 색체, 단 하나의 색깔
    윤유나 새끼의 마음에서

책 속으로

그러니까 내게 건강이란, 기억해보면 이게 안 멈추고 굴러갔다고? 하고 놀라워 감동이라도 할 만큼 얼레벌레 굴러가는 것,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잊게 하는 것, 도대체 그 원리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한마디로 하면 기억으로만 추적 가능한 아주 개별적인 ‘알고리즘’이다. _「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 19쪽

나에게 엄마 자국이 많다. 웃을 때와 울 때의 입매. 사랑을 시작하면 좋은 먹이부터 챙겨주려는 습성. _「몸 맘 마음」, 41쪽

잠시 어디엔가, 그러니까 내가 여행 가방이라고 부르는 것의 범위를 넘어선 곳으로, 마실을 다녀오면 건물 앞에 쌓아둔 책 더미가 사라져 있다. 내가 참여하지 않은 과거, 내가 목격하지 못한 과거의 사건이 나의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그 이음매가 어찌나 심각하게 매끄러운지! 매번 놀랄 따름이다. _「여행 가방」, 56쪽

나는 비극을 긍정하기로 했다. 건강하지 않음을 밝힘으로써, 그것이 건강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여러분에게 알리기 위해, 쓴다. _「고독한 소호 방」, 66~67쪽

세상에, 친구야. 현대인의 건강 식재료 고구마를 들다가도 이렇게 되는데, 사람 일 정말 모르는데, 술 하루 더 마시는 게 대수겠니, 하는 마음을 담아 ‘소주병 들다가 허리만 다치지 말렴’ 하고 보내자, 친구가 정말로 좋아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종종 그렇게 보내줄 것을. _「사랑의 정체」, 88쪽

이토록 사랑 많은 인간은 또 다른 장면들을 사랑하기 시작하겠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을 굳이, 굳이 말하고 싶었다. _「미안하지만 아직 안 죽어」, 117쪽

내가 잘못된 곳에 와 있다고 느끼지 않고, 이제 막 여기가 나라는 사람의 거푸집임을 인정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별안간 나는 최근 방에서 자꾸 나오게 된다.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고, 내 방이 아닌 우리 집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_「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 139쪽

반복되는 삶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날이 많았다. 반복은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오디를 만나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오디를 만나고 나는 사랑에 관하여 거의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_「나의 안/건강한 삶」, 155쪽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에서 기쁨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깊은 잠과 휴식으로 기운을 차리듯이 나는 좋아하는 그림을 보며 사랑의 풍경을 모은다. _「사랑의 색채, 단 하나의 색깔」, 173쪽

매일 만나는 엄마를 엄마 밖에서는 잊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 길을 걸을 때에도 엄마는 불쑥 내 생각과 곁에 나타났다. _「새끼의 마음에서」, 179쪽

출판사 서평

우리의 생활과 건강을 묻는 따뜻하고 섬세한 안부

물, 친구, 설화, 술, 오디, 반타블랙, 엄마, 새벽, 먹이, 방, 산책, 복숭아, 여행 가방, 고양이, 기계, 미술관, 나무토막 고구마구이, 할머니, 고백, 스트레칭, 김밥, 동남아의 겨울, 사랑, 빛, 산책, 일기, 유칼립투스 폴리안…….

본문에서 뽑은 키워드이다. 이렇게 다채롭게 나열된 단어들만큼이나 시인들에게 생활 건강함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고 저마다 다른 이유를 지닌다. “좋아하는 일에 자주 노출시켜 무기력에 대비”(12쪽)한다는 김복희는 술 마시기, 읽기, 쓰기가 주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유림은 유쾌하고 엉뚱한, 미로 같은 글에서 여행 못 갈 때 사용하는 여행 가방의 내부(‘고양이’ ‘새’ ‘밤’ ‘폐지’ ‘North Side Waterfall’)를 묘사하며 테두리가 있다는 감각의 건강함에 대해 말한다. 강혜빈은 부캐 시대를 살아가는 프로 N잡러(시인, 사진작가, 브랜드 마케터, 강사, 불문학도)로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드러낸다.
생활 건강은 아무래도 자주 만나는 가까운 사람들 덕분에 가능할까. 세 명의 필자는 가족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엄마와 할머니. “웃을 때와 울 때의 입매” “사랑을 시작하면 좋은 먹이부터 챙겨주려는 습성” 등 “엄마 자국”(41쪽)이 많은 유계영은 건강함을 주는 엄마라는 토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윤유나는 ‘새끼의 마음’에서 느끼는 엄마에 대한 양가감정을 풀어낸다. 손유미는 자신을 “살찌우다가도 드물게 체하게 하는”(85쪽) 할머니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리드미컬하게 전개해나간다.
월간 『SPACE』에서 일하는 건축 전문 기자이기도 한 박세미는 방을 소재로 잡았다. 빛과 그림자, 점, 선, 면, 무게, 밀도, 온도, 질감…… 방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을 차분하게 짚어낸다. 주민현이 좋아하는 공간은 미술관이다. 일상을 리프레시할 수 있는 미술관에서 그는 “좋아하는 그림을 보며 사랑의 풍경을 모은다”(173쪽).
물론 건강함에 대해 다소 심상하지만, 저마다의 이채로운 활기를 말하는 시인도 있다. “건강하지 않음을 밝힘으로써, 그것이 건강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66쪽) 알리기 위해 쓴다는 이소호는 언택트 시대에 혼자 노는 하루를 콘셉트 삼는다. 그는 기록하고 고백하는 게 불행을 예방한다고 밝힌다. “건강을 위하여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143쪽)는 성다영이지만, 그가 건강한 이유는 동거견 오디 덕분이다. 하루에 두 번 산책을 하기에.
이렇듯 『나의 생활 건강』에서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시인들이 흥미로운 일상을 풀어놓는다. 이 생활과 건강은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섬세한 안부가 될 것이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물리적인 이동 없이 갈 수 있다. 활자를 읽고 쓰는 순간, 그걸 읽고 쓰는 나는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마시는 것은 뭐 마셔보면 알 것이다. 중력이 사라지는 것도 경험할 수 있다. _김복희

거울 앞에 서면 알게 된다.
나를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준 멀쩡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이다! _유계영

끝이 있다는 느낌, 막다른 벽에 부딪힐 거라는 느낌은 좋다. 그 또한 나의 생활이고 나의 건강이다. 끝이 있다는 감각은 건강하다. 테두리에 대한 감각도 건강하다. 테두리 혹은 사방의 벽을 감각하며 가방을 걸어서 여행을 가지 않기. _김유림

‘참으면 병이 된다’는 말씀을 지키지 않고, 나는 병이 되기 전에 꼭 어딘가에 쓰고 남겼다. 영원히 박제된다는 생각은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아픔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_이소호

이 사랑이 나의 살과 기립근을 이뤄 날 일으키고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을 때에도 아주 혼자는 아니게 한다는 것. 그러므로 아주 먼 길을 걷는 데에도 끄떡없게 한다는 것을, 안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랑이, 나의 생활과 건강을. _손유미

우리는 다름으로부터 타협을 배울 수 있다. 퍼즐을 맞추어가듯이. 각자 좋은 거 하면서 살면 된다. 만약 좋아하는 게 같다면? 호들갑 떨면서 같이 좋아하면 된다. _강혜빈

나는 침대에 누웠을 때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아주 간단하게 생긴 모빌을 달아놓고, 내가 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는 거의 죽어 있지만 나의 방은 건강히 살아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_박세미

혼자 산책을 하면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는데, 오디와 산책하면 오디의 기분에 집중하게 되면서 생각이 사라지곤 한다. 가끔씩 오디를 보면 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_성다영

일상에서 작고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며 살고 싶다. 그것들엔 돈이 들지 않으니까. 아니, 값을 매길 수 없으니까. _주민현

볼수록 짙어지는 밤을 보면서, 블랙을 몇 번 발음했다. 이상하지, 블랙이 눈에 보이는 게. 밤이 보이고 교통신호가 보인다. 눈을 깜빡였다. 내 몸이 몹시 하얗게 느껴졌다. 내 몸이 몹시 하얗다. _윤유나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4446891
발행(출시)일자 2021년 04월 06일
쪽수 192쪽
크기
122 * 188 * 16 mm / 253 g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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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7.5점
요즘처럼 건강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했던 때가 있을까? 안 그래도 몸이 중요한 시대에 코로나가 기름을 부었다. 스스로를 돌아봐도 그렇다. 건강에 대해 이렇게까지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적이 있을까 싶다. 나이 듦을 새삼 실감한다. SNS에서 보이는 온갖 건강보조제품을 구매하고,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모든 에너지는 운동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걸 주객전도라고 하지.

암튼 내 개인의 삶이 이런 만큼 타인의 생활 건강도 매우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나의 생활 건강>>(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 저, 자음과 모음, 2021)이 10명의 시인들이 쓴 생활 건강 에세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시를 잘 읽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10명의 시인의 글을 (시가 아닌 산문으로) 한꺼번에 만날 기회를 갖기도 쉽지 않다. 또한 내 편견적 추측에 기반해 생각해보면 예술가들은 건강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삶을 살 것 같다. 물론 편견은 사실과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작가는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마라톤도 열심히...) 어쨌든 사실과 상관없이 내게 시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숲의 정령 같은 존재다.

숲의 정령들이 항상 압축된 언어로 얘기하다 산문으로 '생활 건강'이란 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졌다. 별 기대 없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궁금증이 조금씩 커졌다.

시인들만의 뭔가 특별한 방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책을 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반전. 

일단 시인들의 자기소개부터 재미나다.





김복희 시인은 건강에 좋다고 2리터 물을 마시면서 동시에 술도 마신다.

"누차 강조하지만 술 마시는 틈틈이 물도 꼭 마시고 있다. 매사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물과 술을 함께 마시듯이 살아가고 있다. (p.11)"

유계영 시인은 자신의 건강한 몸은 엄마 덕분이라 한다.

"거울 앞에 서면 알게 된다. 나를 사람 구실 하게 만들어준 이 멀쩡한 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 엄마의 토대가 아니었다면 나는 진작 비실비실 앓다 죽었을 거야. (중)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이소호 시인은 참으면 병이 된다는 사실에 글을 쓴다.

"나는 어딘가에 털어낸다는 것으로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참으면 병이 된다'는 말씀을 지키지 않고, 나는 병이 되기 전에 꼭 어딘가에 쓰고 남겼다. " (p.68)

손유미 시인은 할머니의 사랑이 생활과 건강을 지켜준다고 한다.

"다만 내가 아는 건, 이 알 수 없는 사랑이 나를 생활하게 한다는 것. 이 사랑이 나의 살과 기립근을 이뤄 날 일으키고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을 때에도 아주 혼자는 아니게 한다는 것." (p.101)

성다영 시인은 고통이 귀찮아서 운동을 한다.

"나에게 고통이란 단지 귀찮은 것이다. 고통은 애가 해야 할 일을 방해한다. 그리하여 나는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하는데 (중략).... 나는 책을 읽고 시를 쓰기 위해 운동을 한다." (p.145)

같은 재료가 주어져도 요리사에 따라 다양한 종류와 맛의 요리가 나오는 것처럼 같은 주제가 주어져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글이 나온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 이 책은 다양함으로 아름답고 재미있다.

나도 나만의 생활 건강 이야기가 많다. 혈압을 낮추기 위해 살을 뺀 이야기, 식단을 다 바꾼 이야기, 푹 빠져있는 발레이야기 등.... 하나씩 시인들처럼 풀어가봐야겠다. 

문득 나를 구독하시는 작가님,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생활 건강도 궁금해진다. 

건강을 위해 어떤 걸 하고 계신가요?
생활 속 건강을 유지하는 팁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10점 중 7.5점

p148 성다영


공원에는 4년째 오디와 함께 노는 강아지 친구들이 있고, 흙과 바람이 있고, 동물들의 흔적이 있다.





여성 시인 10인의 생활 건강.





기분이 박해지고 술을 마시고 반려 동물과 함께 지내며 고구마를 구워 먹다가 엄마와 목욕탕을 더이상 다니지 않게 된 사연과 경매장의 그림들이 건강과 무슨 상관인가 의문이 들다가도, 이 모든 이야기가 저자들이 건강할 수 있고 건강할 수 없는 이유들로서 전개된다는 데서... 아! 이것은 실로 시인들의 에세이가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p65 이소호


잠결이었고, 담당 편집자 A 씨가 "건강......"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건강을 이렇게 슬픈 의미로 전치하는 시인들의 에세이를 모은 출판사 담당 편집자 A 씨가 느꼈을 아득한 기분을 생각하는 것은 어쩐지... 힘없는 웃음이 피시식 피시식 나면서 머리를 벽에 기대게 만든다.





p.s. 신기할 정도로 아무도 코로나를 얘기하지 않는다. 텔레파시로 엮여서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10점 중 7.5점





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눕게 하는,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









문학의 장르를 크게 시, 소설, 극, 산문 으로 나눌 수 있다면 이 중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유일한 분야는 '시' 라고 할 수 있다. 에세이는 좋아하진 않지만 읽어서 이해안 될 것이 없는 글이고, 영화나 드라마 또는 연극으로 보는 극을 대본 책으로 보는 재미도 조금은 느껴본 적 있고,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지칠때면 소설을 찾아 읽는 나로서는 나름 문학을 즐기면 즐긴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는 정말이지 한번도 제대로 이해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시란 이해가 아닌 영역일텐데 이해하려고 들어서 더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시인 열명의 에세이 열 편을 담은 이 작은 책은 시처럼 읽히는 이 얇은 책은 읽는 내내 머릿속을 부옇게 만들곤 했다. 일상을 담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알지 못하는 시의 세계로 나를 끌어들이는 듯 했다.










지금의 나는-기억은 좀 군데군데 없지만-좋아하는 일을 자주 하고자 노력하는 잔잔하게 망가진 인간이다. (p. 19)









책 제목에 '건강'을 달고 있는 이 책의 첫번째 글 [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 김복희] 에서 시인은 이미 건강하지 않은 '망가진 인간'이고










나는 삶이 기쁘지 않아. 엄마에게 고맙지 않아. 마음 뿌리를 다 뽑을 작정으로 털어놓고 나면 슬픈 만큼 흡족했다. 그는 묻지 않고 눈앞의 나를 다 본다. 나는 그에게 받아들여진다. 언제나 그냥 받아들여진다. (p. 40)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몸도 마음도 망가지려할때 [몸 맘 마음 - 유계영] 속 엄마처럼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고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가족이 있어 시인은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끝이 있다는 느낌, 막다른 벽에 부딪힐 거라는 느낌은 좋다. 그 또한 나의 생활이고 나의 건강이다. 끝이 있다는 감각은 건강하다. 테두리에 대한 감각도 건강하다. 테두리 혹은 사방의 벽을 감각하며 가방을 걸어서 여행을 가지 않기. (p. 59)










일상을 여행처럼 표현한 [여행 가방 - 김유림] 에선 막막한 여행보다 일상의 감각에서 건강함을 찾다가도










그래. 그날 내가 A씨의 전화만 받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다. A씨는 내게 그랬다. "그래도 고유한 건강함에 대해 쓰면 독자들도 흥미로워할 거예요" 당시 나는 수긍했다. 그러나 쓰려고 보니, 그 전화를 받고 수긍한 내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한 지점을 찾으려고 12월 내내 분투했지만 도무지 나는 건강하지 않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중략) 니체이자 내가 말했듯이 나는 비극을 긍정하기로 했다. 건강하지 않음을 밝힘으로써, 그것이 건강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여러분에게 알리기 위해 쓴다. (p. 66)










이 책의 시작을 알게 해준 전화 한통을 통해 [고독한 소호 방 - 이소호] 의 '쓰는' 행위는 시인의 건강하지 않음을 오히려 상기시킨다.










다만 내가 아는 건, 이 알 수 없는 사랑이 나를 생활하게 한다는 것. 이 사랑이 나의 살과 기립근을 이뤄 날 일으키고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을 때에도 아주 혼자는 아니게 한다는 것. 그러므로 아주 먼 길을 걷는 데에도 끄떡없게 한다는 것을, 안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랑이, 나의 생활과 건강을. (p. 101)










할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가족의 사랑을 되씹는 글이 [사랑의 정체 - 손유미] 시인의 사랑이 가족의 결속력을 확인시켜준다기 보다는 시인의 나른함에 늘어지다가도










완벽함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허상에 불과하다. 그저 스스로 세운, 자신만의 기준일 뿐이다. 열정은 원동력이 되어 움직이게 하지만, 인간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그것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그래서 노동과 학업 또한 우선순위를 매긴다. 지혜롭게, 슬기롭게, 짜릿하게, 자신있게.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건강' 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p. 119)










5잡러라는 바쁜 시인의 생활을 통해 [미안하지만 아직 안 죽어 - 강혜빈] 같은 번아웃된 시인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겨우 내 방과 화해하고, 그 안에서 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잘못된 곳에 와 있다고 느끼지 않고, 이제 막 여기가 나라는 사람의 거푸집임을 인정하는 중이었다. (p. 139)










누구보다 외로울 것 같은 시인의 삶이 [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 - 박세미] 처럼 평화로워 보이다가도










나는 반복적이고 건강한 삶만이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삶에는 어쩔 수 없이 구멍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것이 없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철저하게 감추었거나 메우려 하기에 보이지 않는 것일 테다. 그것을 없애려 하는 것이야말로 병적인 태도는 아닐까. 오히려 삶의 상처와 결여가 있는 삶이 더 건강한 것은 아닐까. 삶이 주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사람, 그로 인해 병이 있는 사람, 느린 사람, 그보다 더 느린 사람, 그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자들이다. (p. 157)










[나의 안/건강한 삶 - 성다영] 에선 건강한 삶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보기도 하지만










그 사랑의 색깔이 나를 물들인다. 그림을 통해 세상을,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p. 174)










[사랑의 색채, 단 하나의 색깔 - 주민현] 시인에게 건강은 결국 '사랑' 으로 회귀된다.










그러나 나는 늘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원망하고 증오하는 사람들과 거의 매일 함께 있었다. 아니야, 나는 좋아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과 늘 함께 살고 있다. 사람들에게 받은 마음으로 건강했고 아무 마음을 곁에 두지 않고도 혼자 생활할 수 있었다. 엄마와의 관계조차 거부하고 싶었던 내게 시는 더 완벽한 고립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주었다. (p. 188)










시인은 고독을 자초하지만 결코 사랑없이 살 수 없구나 싶었다. [새끼의 마음에서 - 윤유나] 새끼의 마음을 유지하고 싶고, 반려동물의 마음을 알아주고 싶고,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떨어지고 싶어도 시인의 건강 생활 비법은 결국 '사랑'이었다.

'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눕게 하는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는
다친 마음을 시처럼 쓴 글을 지친 몸 옆에 누운 기분으로 읽게 되는, 여성 시인 열 명의 건강하지 않은 생활을 보여주는 건강 에세이 였다.
그러나 또 어찌 알겠는가? 시처럼 모호하고 뿌연 글들이 누군가에겐 자신의 생활건강을 돌아보게 해줄 진한 공감이 될 수 있을지...
 

 




10점 중 10점
"나의 생활 건강"






























"나는  비극을 긍정하기로 했다.건강하지 않음을 밝힘으로써,
그것이 건강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여러분에게 알기기 
위해 쓴다."






고독한 소호 방 중에서 .....



P.66






지금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질병으로 인해 상상하지도 못한 생활을 1년여가 넘는 오랜 시간동안 이어가고 있다.누구하나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진대 지금 이 상황이 끝날줄을 모르고 있다는게 어쩌면 더 큰 힘듬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처음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생겨났을때,누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이어질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우리 생활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아침마다 걸으며 운동겸 출근을 하는데 새벽공기를 마시지 못하는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막막함을 느끼며 생각을 매순간 해야한다는 것이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그래서일까.사람들에 관심은 건강에 집중되어져 있다.미세먼지,황사,코로나19....하지만 이런 질병이 우리에 일상에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고 한들 우리가 언제까지 우리의 생활을 침범하는 삶을 살아가지 말아야하지 않을까.각자에 나름에 맞는 순간순간에 몸과 생활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할것이다.여기 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눕게 하는 여성 시인 열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책속으로 들어가보자.


















꼭 무언가를 거창하게 생각하고 실천해야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닐것이다.내 기준에 건강은 스트레스 관리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건강이 좌우된다고 생각하듯이 열 명의 여성시인들이 생각하는 생활 건강이란 각기 다 다르다.사람들마다 자신의 환경에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당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는것이 이러한 건강에 요점이 아닐까.일상속에서 작고 아름다우며 반짝거리는 것들을 찾고 싶은 그들에 이야기은 무엇을 글로 표현했을지..책을 읽는 순간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사람들이 만나면 안부를 묻는 첫마디는 건강하시죠..이 물음이 가장 흔한 질문이 아니었을까.하지만 선뜻 이러한 질문을 쉽사리 할 수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하지마 이런 시간들 속에서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은 꾸준히 잘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다만 소소하게 느껴지느 행동에 제약들이 생겨날뿐....열명의 시인들이 각자 우리에게 전하고 하는 물음에 답들은 무엇일까.우리의 생활과 건강을 묻는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안부들이 한구절 한문장 한단락으로 이어진다.그들이 말하는 각자의 생활 건강이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각자의 개성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글들이 참 좋았던 부분이었다.독특한 개성을 지닌 시인이란 공통분모를 가진 흥미로운 일상들..그들의 이런 일상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섬세한 안부가 되어 돌아온다.





















"일상에서 작고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며
살고 싶다.그것들엔 돈이 들지 않으니까.
아니 값을 매길 수 없으니까..."






끝없이 이어질 꺼 같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듯이...지금 우리가 처해진 상황들이 한없이 이어지지 않을것이란 생각으로 마스크 너머의 시선을 꿈꾼다.무엇이 건강하게 사는 삶이고 무엇이 건강하지 않은 삶이라는 정답은 주어지지 않았으니.각자의 각기 다른 자신만의 건강한 삶을 이어나가보자.크게 꾸지 않는 꿈이라고 꿈이 아니지 않듯이 작은 일상에서 찾아내는 자신만의 건강한 삶이란 분명 당신곁 가까이에 존재할 것이다.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에너지로 가득찰 그 어느 순간을 꿈꾸며.마지막 책장을 덮어본다.




















10점 중 7.5점



 
 
 

#도서협찬 #나의생활건강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주 사로잡힌다. 도망치고 싶고 피하고 싶다.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돼. 벽에 부딪히는 날에는 감옥에 갇히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벽을 뛰어넘지 않고 부수지 않고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벽에 갇혀서 사는 모습. 공원 벤치에 앉아서 비둘기를 볼 때마다 내가 일부러 날지 않는 새 같다고 느꼈다. (···) 그러나 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다. 잘해주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당연히 거의 매일 실패했고 벽이 보이면 감옥에 갇히고 싶었다. _186~187p. #윤유나
 
 
 
코로나라는 대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최근 들어 자주 묻는 인사는 '일상의 건강함'이 아닐까? 일상에 제약이 생기고, 마스크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 시인 10인의 생활 건강 이야기를 모은 「나의 생활 건강」에 담긴 이야기. 작고 소소한 일상은 화자의 이야기마다 담긴 개성이 뚜렷해 때론 짧은 글임에도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고 한참을 머물러 있게 되기도 한다.
 
 
'시인의 에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에세이 한 편 한 편이 조금 긴 문장의 시를 읽는 듯, 문장과 일상에도 운율을 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달까? 그 안에 담긴 단어와 문장을 읽으며,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했던 일상의 반짝임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은 쉬어가도 된다고 토닥이는 '마음 건강 에세이' 지친 마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다른 많은 좋아하는 일 중에서도 읽기, 쓰기, 마시기를 가장 좋아하는 까닭은, 저 일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면서도, '우리'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이어서다. (···) 나를 먹이고 재운 사랑을 깡그리 잊어버릴 내게 미리 화가 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해두는 것으로 나를 준비시켜두려고 한다. 무기력을 또 겪더라도 다시 유기력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내 미래를 바란다. 그걸 믿고 싶어서, 나는 나라는 기계에 유기력코드 - 쓰고, 읽고, 마시기 --를 내 의지와 노력으로 입력해두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해보고 싶다. 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두고 싶다. _14p. #김복희
 
 
모르겠다. 나는 당신의 사랑과 사랑과 사랑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모르고, 그 때문에 때때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없이 내어줄 듯한 사랑과 당신이 모르는 삶에 대한 사랑을, 그러다가도 별안간 전형적인 상처를 주는 이 사랑이 무엇인지.
다만 내가 아는 건, 이 알 수 없는 사랑이 나를 생활하게 한다는 것. 이 사랑이 나의 살과 기립근을 이뤄 날 일으키고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을 때에도 아주 혼자는 아니게 한다는 것. 그러므로 아주 먼 길을 걷는 데에도 끄떡없게 한다는 것을, 안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랑이, 나의 생활과 건강을. _101p. #손유미
 
 
건강한 삶이란 운명의 여신이 실을 끊어버리지 않을 때 오는 축복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인간은 이미 끊어진 줄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절망을 자신의 존재와 상반된 것으로 여기지만 절망은 인간의 존재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절망과 함께 태어나 삶을 살고 죽음 이후에야 절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_152p. #성다영
 
 
 

#자음과모음 #자모단 #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0점 중 10점
/최고예요
환란의 시대에서 각자의 건강한 생활을 말하다.


열 명의 여성 시인이 말하는 나의 생활 건강

나를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준 멀쩡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42쪽)

건강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삶에서 찾아보는
열 명의 여성 시인의 에세이다.

건강이라는 주제를 통해 열 명의 시인이 말하니
먹는 것, 사는 것, 함께 하는 것, 살아내는 것
모든 것이 건강의 지표가 된다는 것을 느낀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
나의 끼니를 어떻게든 챙겨주신 부모님 생각.

반려견과 함께 살다보니
너와 내가 산책하며 어쨌든 열심히 살아가는 일상.

오랜만에 간 고향집에서
고구마부터 김밥, 모든 게 토실해지게 하던 나날.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건강한 일상의 의미와 소중함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어젯밤 저 케이크 한 통에 보리건빵 절반을 먹은 것은, 누구인지 모르겠다. 어둠 속의 나는, 약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다. 내가 나를 지우는 괴상한 방식으로. (74쪽)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지, 삶에 관한 질문은 때로는 삶을 진지하게 살도록 돕는다. 그러나 너무 많은 생각은 삶을 압도한다. (155쪽)
10점 중 10점



 

열명의 시인들이 지은 생활 건강 에세이인 <나의 생활 건강>은 에세이인만큼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각자의 관심이 있는 분야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 중 공감이 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각 챕터 그러니까 각기 다른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눈길이 가고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챕터는 맨 첫 장을 여는 김복희 시인의 <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성인 하루 섭취 권장 물마시기를 처음에 언급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어플을 이용해 최대한 2리터에 가깝게 먹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음주와의 관계도 개인적인 습관과 비슷해 집중해서 읽히게 되었습니다.


 




 

시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일상과 취향이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과 동시에 역시 시인은 관찰하는 사람들이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들었습니다. 특히 박세미 시인의 '시를 짓고, 건축을 쓴다고 생각하며 쓴다'라는 표현이 가장 시인다운(?) 표현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떤 것을 관찰하더라도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보고 생각한다면 생활이 좀 더 풍요로워 질 것 같았습니다.


 



10점 중 10점

ϻ


[리뷰] 나의 생활 건강 - 김복희 ,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외 ㅣ 자음과모음





'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눕게 하는,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





"일상에서 작고 아름다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며 살고 싶다.


그것들엔 돈이 들지 않으니까. 아니, 값을 매길 수 없으니까."





'좋아하는 일은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그냥 할 수 있었고,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좋아하지 않는 일도 울거나 화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일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일의 강도와 밀도가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어쩜 그렇게


매번 새롭게 괴로운지... 울거나 화를 내도, 해결할 수 없다는 기분에 빠져드는 때가


점점 늘어나는 게 문제였다. 의식하지 않고도 늘 습관처럼 유기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게는 의식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무기력한 상태에 제 발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다.'





'나의 생활 건강' 이라는 주제로 쓰여진 열 명의 시인들의 이야기


열 명의 시인들의 이야기에서는 친구, 가족 등 각자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나의 삶에 있어서 '나의 생활 건강' 은 무엇일까?





지금껏 내가 살아온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 나는 건강한 무언가를 위해 한다기보다는,


그냥 그 때 그 때 내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과 함께 그렇게 지내왔었는데,


나의 삶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ϻ
10점 중 10점
'나를 살찌우다가도 드물게 체하게 하는, 이 사랑을. 한없이 순수한 이 내리사랑을.'

손유미 시인의 '사랑의 정체'라는 글을 읽으면서 몇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명절때나 가끔 가족 모임때 얼굴을 잠깐씩 뵙고 별로 뵌 적이 없던 할머니. 항상 내가 집에 찾아뵐때마다 내 손에 반듯하게 펴진 만원짜리 몇장을 손에 쥐어주시곤 하며 많이 못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집에 있는 사진첩을 뒤적거리면 과거 몇십년전의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내 마지막 기억속의 모습과는 다르게 살이 오르고 허리가 꼿꼿하게 펴져있는 모습이다. 지금은 아직 상상하기 어렵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늙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떨까.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할머니가 되고 아낌없이 사랑을 줄 수 있을까.

'한없이 내어줄 듯한 사랑과 당신이 모르는 삶에 대한 사랑을, 그러다가도 별안간 전형적인 상처를 주는 이 사랑은 무엇인지.'

나의 생활 건강이라는 타이틀을 소재로 쓰여진 각각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나의 생활건강은 뭘까하는 생각이 든다.
책 뒷편에 쓰여진 친구, 물, 산책, 여행 가방, 엄마, 산책 등등의 키워드들은 작가님들의 생활건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나의 생활 건강'을 이루고 있는 것을 무엇일까 생각해보며 메모해두어야지.
10점 중 7.5점






'진정한 공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내가 실제로 띄워서 비운 '의 지 의 이 따 위 공 백 이 아



니 라' 마침표로 생략되거나, 괄호로 비워둔 거기 그 세계'. 이소호 시인의 글에 나오는 글귀인데 한참을



보며 마음에 울컥함을 받았다. 먹먹해진다. 억지로 의도해서 마지 못해 비워 놓은 그 공간이 아닌 마침표와



괄호를 부여하여 처음부터 준비한 그 공간. 아마도 우리에겐 이러한 삶의 여백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마침표도 쉼표도 없이 앞만 보고 내달려 온 우리에게 시인은 잠시 멈춰섬을 제안한다. 그 공간은 우리에게



'숨'을 준다. 들숨과 날숨으로 거칠게 내어 뱉는 우리에게 조금은 편안하고 조금은 여유로운 휴식응



제공한다. 이 휴식이 우리를 숨쉬기 하고, 다시 걷게 하고, 다시 뛰게 한다. 작가에게 쓴다는 것은 아픔이다.



그래서 '당신의 글은 아파요.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아파요'라고 말하는 독자에게 '저도 아파요.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아파요. 하지만 쓰지 않는 것은 더 아파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열 명의 작가 중 나와 비슷한 인간(나는 나를 인간이라 부르기에 나와 비슷한



작가에게도 동일한 호칭을 부여한다)을 만났다. 나는 건강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성다영 시인도 그런것



같다. 건강에 좋으니 먹으라고 하면 병적으로 멀리하고 몸이 좋은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살았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동질감은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과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주 많이 다르다. 건강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기에 나의 삶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시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건 마치 두 눈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에 홀로 외로이 살던 외눈박이가 평생 처음 또다른 외눈박이를 만난 기분이랄까.



고통을 느끼지 않음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있지만 원하지 않는 고통은 괴로운 것이다. 그럼에도 원하지



않는 고통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진정한 고통이란, 원치 않는 고통이라 말한다. 물론 나는



이 정도는 아니다. 나에게 고통이란 단지 귀찮은 것이다. 몸의 아픔은 고통이지만 정신적 괴로움은 쾌락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장켈레비치와 파스칼 뒤퐁과의 대화는 고통과 존재에 관한 우리의 생각의 폭을 넓혀



준다. '희망은 존재하는 사실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요. 존재 안에는 자연히 존재의 연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존재의 중단은 밖에서 오는 것입니다. 존재는 그 자체의 부정을 함축하지 않지요. 부정은 다른



곳에서 오는 것이므로 당신이 병에 걸린다면 불운을 만나는 것이지요.' 아마도 어쩌면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고 살지 않았나 싶다. 고통의 최고의 긍정은 죽음이다. 건강한 사람들이 견디는 혹은 견딜 만한



절망은 진정한 절망이 아니다. 절망은 진실 할 수 없다. 그래도 지금 우리는 그 절망 가운데서 희망을 보고



있다.







'지금의 나는 좋아하는 일을 자주 하고자 노력하는 잔잔하게 망가진 인간이다'라는 김복희 시인의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를 대변한다. 자잘하게 망가진 몸과 정신이란, 인간으로서나 생명으로서나 평범한 상태이다.



누구에게서 나든 어떻게 나든, 난 것은 제 나름대로의 속도로 망가지게 되어있다. 그러니 받아들이고



순응하면 된다. 억지로 버팅기려 할 필요도 없고, 억지로 거스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해두는 것으로 자신을 준비시키면 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다 해보고 시인의



말처럼 '굴러 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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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성인 기준, 최대 2리터 정도 물을 마시면 몸에 좋다고한다
목이 마르다고 생각이 찾아오기 전에 물을 마셔줘야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물을 마신다
나의 생활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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