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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시화
서윤후 저자(글)
아침달 · 2024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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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옆이 아닌 곁을 나누며
서로의 풍경으로 익어가는 고양이와 시
생활 속에서 탐구하는 테마와 시를 나란히 두고, 시와 생활이 서로를 건너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침달의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일상시화〉. 첫 번째 순서로 서윤후 시인의 『고양이와 시』가 출간되었다.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해온 시인은 어느덧 등단 15년 차가 되어 세 살 고양이와 살아가는 시간을 톺아 써온 날들, 함께한 날들을 무구히 돌아본다.
『고양이와 시』는 삶의 풍경을 구성하고 있는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시인은 반려묘 곁에서 오늘의 시를 찾고, 무언가를 쓰는 동안 뒤돌아 고양이의 인기척을 틈틈이 확인한다. 그 둘과 함께 걷는 길엔 돌아봄과 중얼거림이 잦지만, 그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우뚝 선다. 서로를 부축하며 사랑의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여정이 스물여섯 편의 산문과 네 편의 시로 담겼다.

이 책의 총서 (5)

작가정보

저자(글) 서윤후

서윤후

1990년에 태어나 전주에서 성장했다. 2009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휴가저택』, 『소소소 小小小』,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와 산문집 『햇빛세입자』,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쓰기 일기』 등을 펴냈다. 제19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2022년생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 ‘희동’이와 함께 살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산문
    버들고양이를 따라 우리는 풍경이 되고
    화자와 낚싯대
    안간힘
    커다란 혼잣말
    순수한 마음
    희동생
    범벅이 된다고 해도 좋아
    개수대 앞에서 눈물 헹구기
    사로잡힘
    같은 칫솔 쓰는 사이
    바닥의 귀재
    사이 횡단
    사랑하는 것을 부를 때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쟁의 시간은 아니겠지만
    함께 지난 우기
    그냥저냥 고양이 안부
    고양이에 관한 메모 모음
    난간 위의 고백
    무덤덤한 체리
    비어 있는 풍경
    괄호 나누기
    두려움
    모래갈이
    벽난로 속에서
    마지막까지 전속력으로
    영원히 모름


    오늘 날씨가 어땠는지
    집사야, 내가 쓴 시를 읽어보렴
    고양이가 되는 꿈
    야광고양이

    에필로그

책 속으로

나는 내 삶에 대해 명쾌하게 말할 수 없어서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는 모르는 기쁨이나 해방감 같은 것을 물어다 주었다. 시는 반복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 일으킬 수 있는 작은 이변이었다.
-p.18


어쩌면 일찍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오랫동안 중얼거렸다는 뜻일 거다. 시를 계속 쓰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자기 존중일 것이다.
-p.32


고양이와 집에 있으면서 나는 혼잣말을 자주 한다. 고양이는 대답이 없고, 대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모든 말이 혼잣말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부르면 느즈막하게 다가오고, 밥을 먹자고 하면 졸졸 따라오는 것을 봐서 고양이는 혼잣말로 두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음성 언어를 쓰지 않는 고양이가 대뜸 서운하다는 듯이 울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를 내어 나를 부를 때 나 역시도 고양이를 혼잣말로 두고 싶지 않아 하던 일을 제쳐두고 일어나 다가간다.
-p.32


고양이와 시가 닮은 점이라고 한다면 딱 그것뿐이다. 나를 바보로 만든다는 것. 늘 서툰 사람으로 둔갑시킨다는 것.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 그렇게 하염없이 내게 순수를 내비친다는 것. 나는 이 원고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p.42


고양이는 내게 바닥을 보여주면서 생활의 놀라운 허점을, 다시 일어서야 할 자리를 보여준다. 시는 내가 주저앉은 자리의 스케치라 여겼지만, 일어서려는 자의 비명이기도 했다. 어쩌면 쓰러지지 않으려는 안간힘이었다.
-p.77


나의 창작 의도와는 상관없이 시가 새롭게 읽히고, 읽히는 와중에 더 넓어지는 일을 목격할 때마다 시를 더 내버려 두고 싶다.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하고 나서는 마음을 잠재우고. 고양이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그 고양이를 최대한 내버려 두는 것이 첫 번째 순서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쓰다듬으려고 마음을 먹자마자 고양이는 그걸 알아차리고는 멀리 달아난다. 너와 나, 그 사이의 거리 안에서 조성되는 빈 괄호만큼이 우리의 미래다. 시가 더 나아갈 수 있는 보폭이자 우리가 담길 수 있는 여백의 말풍선이다.
-p.138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었더라도 좋아
나는 조그마한 너는 자그마치
호주머니가 많은 이 시를 읽어보렴
영원히 찾지 못하는 숨바꼭질이겠지만
우리는 술래에 익숙하니까

-시 「집사야, 내가 쓴 시를 읽어보렴」 중에서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모든 사랑의 아른거림이
사실 나는 좋아요
헷갈림으로 서로의 뒷모습을 완성할 수도 있으니까

-시 「고양이가 되는 꿈」 중에서

출판사 서평

서로의 행간에 기꺼이 빠지는
사랑의 구체적인 이름에 대하여

사랑에 빠진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설렘이 전부인 날들을 거쳐 점점 편안함에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감정의 다리를 건넌다. 사랑은 우리에게 마침표같은 확신을 주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말줄임표로 우왕좌왕하게 만든다. 서윤후 시인은 사랑의 모호함과 불확실성에 고양이와 시를 슬며시 끼워 넣는다. 그 둘이 만든 문법 속에서 그는 확신의 착각 속에 살기도 하고 막연함에 빠지기도 하며 명쾌하게 기뻐하기도 하고 무표정을 짓기도 한다.

“알 것 같으면 쏜살같이 달아나고, 보이지 않을 땐 불쑥 나타나 나를 헤집어놓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언제나 우왕좌왕이었다.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형세였지만, 그마저도 좋은 것이 사랑의 일과라면, 어쩌면 나는 오래도록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다.”(14쪽)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타인의 권유에 등 떠밀려서도, 번뜩이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중학교 교내 백일장에서 집에 일찍 가기 위해 유독 호흡이 짧았던 시를 선택한 것이 계기라면 계기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쭉, 시를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처럼 사랑은 말도 없이 다양한 문장부호를 만들고, 우리는 그가 만든 문법에 사로잡히게 된다. 시작점을 모르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배움으로서 계속할 수 있는 확신이 생긴다. 그것이 시 쓰기든, 일이든, 사랑이든.
시는 곧 시인의 일상 반경 어디서든 자리하게 된다. 습관화되고 일상화되면서 시와 더 가까워지고, 그는 전보다 더 자주 독백체로 중얼거리며 사물과 상황에 진득한 의미부여를 하기도 한다. 일상의 이러한 작은 이변은 모호했던 그의 삶을 명쾌, 해방, 기쁨 등으로 구체화하여 명명한다.

“나는 내 삶에 대해 명쾌하게 말할 수 없어서 시를 쓰기 시작했고, 시는 모르는 기쁨이나 해방감 같은 것을 물어다 주었다.”(18쪽)



고양이가 읽는 나, 내가 쓰는 고양이
서로를 향한 소리 없는 낭독

시인은 자신의 일상 반경에 시와 고양이를 둔다. 모르기 때문에 멋대로 착각하기도 하면서 꾸준히 그 둘레를 걷는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자기 자신에게만 들리도록 내뱉는 잦은 혼잣말에도 고양이는 시인의 곁을 맴돈다. 시인 역시 고양이의 작은 인기척에도 뒤돌아 그의 행보를 살핀다. 혼자의 시간을 존중해 주면서도 혼잣말로는 두지 않으려는, 이 미묘한 거리 두기 속에서 어떤 안전한 확신이 생겨난다. 나지막이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기지개를 켜고 앞발로 스크래처를 긁는 일 사이에서 이뤄지는, 서로를 향한 무해한 틈입은 더 많은 사랑의 고백을 만들어 낸다.

때때로 시인에게, 사랑은 행간에 ‘기꺼이’ 빠지는 일처럼 보인다. 행간은 시가 적히지 않는 공간을 말한다. 시인의 고양이 ‘희동’은 집 안의 행간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그의 진심은 그가 쓴 시의 행간에 맺혀 있다. 구석구석 사람 눈길 닿지 않는 곳에 숨어버린 고양이를 찾다 지쳐 집안 한가운데 멈춰 서보는 일처럼, 시의 행간에 기꺼이 잠시 고요히 멈춰서 봄으로써, 그다음과 그 전의 문장을 한 깊이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설령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그들 앞에 우뚝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내 마음의 노선을 면밀히 할 수 있게 된다.

“나의 행간에는 보이지 않는 물방울들로 가득하다. 아무것도 없다고 불쑥 발을 내밀었다가 물거품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 물거품으로 깨끗하게 씻어낸 얼굴로 다시 종이 위에 적힌 것을 읽어볼 수 있다. 행간에 빠져본 사람만이 읽을 수 있는 것이 시에 맺혀 있다. 구석구석 숨어버린 고양이를 찾으며 나도 모르게 알게 되는 공간이 주소를 지니는 것처럼.”(85쪽)

『고양이와 시』는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사랑을 이해하고, 그 사랑을 지키며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또 다른 계절과 시절의 풍경을 만들어 간다. 계속해서 마주할 풍성한 현재를 위해, 시인은 계속 우왕좌왕하며 돌아보고 기다리면서 그 동행에 기꺼이 발을 빠뜨릴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9467531
발행(출시)일자 2024년 06월 25일
쪽수 176쪽
크기
112 * 180 * 15 mm / 291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일상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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