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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나

일제 강점기 중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대우휴먼사이언스 11
김태웅 저자(글)
아카넷 · 2016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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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나』는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일제 강점기 중국인 노동자와 한국인의 관계를 사료를 통해 세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오늘날 이주노동자 문제를 풀어갈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문제작이다. 이제 우리 곁에는 중국인뿐 아니라 다양한 민족ㆍ국가의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와 있다. 이들이 국내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한국인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증가를 초래하고 열악한 노동 여건을 재생산하는 경제적ㆍ사회적ㆍ정치적 요인을 따져보고 역사적ㆍ구조적인 문제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저자가 결론에서 말한 것처럼 “역사는 죽어 있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되살아나 우리가 무엇인가를 깨닫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시리즈 (18)

작가정보

저자(글) 김태웅

저자 김태웅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문학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부기록보존소 학예연구관과 군산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뿌리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근대편』(2003), 『한국근대 지방재정 연구』(2012), 『역해 한국통사』(2012), 『국사교육의 편제와 한국근대사 탐구』(2014) 등이 있고, 공저로는 『우리 역사, 어떻게 읽고 생각할까』(2014), 『요하문명과 고조선』(2015) 등이 있다.

목차

  • 머리말 일제 강점기 중국인 노동자를 되돌아본다

    1장 중국인 노동자가 이 땅에 들어오다
    1. 화교 상인을 따라 들어온 중국인 노동자 1882~1910
    2. 중국인 노동자의 증가 1911~1919
    3. 중국인 노동자의 대거 입국 1920~1931년 화교배척사건 직전

    2장 중국인 노동자는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1. 중국인 노동자 가족의 구성 변화·
    2. 중국인 노동자의 연망
    고력방
    향방과 기타 연망
    3. 종사 직종과 노동조건

    3장 한중 노동자가 충돌하다
    1. 만주사변 이전 한중 노동자의 갈등 양상
    2. 1931년 화교배척사건과 일제 당국 및 한국인 식자층의 동향

    4장 일제의 대륙 침략 후 중국인 노동자의 선택
    1. 일제의 대륙 침략과 중국인 노동자의 집산
    2. 중국인 노동자의 정체성 혼란과 삶의 끝자락

    뒷이야기 떠나가는 화교, 남아 있는 화교

추천사

  • 저는 인종ㆍ민족적 소수자를 연구하면서 화교들을 만나왔습니다. 중국어 원전을 직접 읽지 못하는 제가 화교를 연구한다는 것이 내심 부끄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만나고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하, 사회학자인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현재의 화교 모습이 바로 이 같은 역사를 통해 형성되어 왔구나.’ 이 책에는 사료에 바탕을 둔 역사학자의 글을 통해서야 비로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 부제에 명시된 ‘일제 강점기 중국인 노동자’는 한국 사회에 들어온 최초의 이주노동자입니다. 이주노동과 다문화 담론이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화교들은 이미 100년 전에 우리에게 그 문제를 고민할 기회를 줬습니다. 백 년 손님인 화교의 역사를 통해서 국제 이주와 관련된 한국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책 속으로

청국 멸시관은 단순히 관념적인 배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화교의 경제 침투와 연계되어 있었다. 즉 한국인들은 국민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내 상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화교의 경제 활동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특히 《독립신문》의 주필 서재필은 1896년 5월 21일자 논설에서 청국인이 조선의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중략)
화교들의 경제 활동이 조선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거머리’와 같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그들의 경제 활동이 조선 국내의 경제 활동을 자극하지 못할뿐더러 조선인의 고용 효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반면에 오히려 조선 상인의 영업 활동을 방해하고 영업 이익과 소득을 본국으로 빼돌린 데서 찾고 있다. (「화교 상인을 따라 들어온 중국인 노동자 1882-1910」 32~33쪽)

중국인 노동자의 임금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임금보다 적다. 특히 일본인과 비교하면 성년 노동자의 경우, 중국인의 임금은 일본인 임금의 4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시간당 임금으로 산정하면 3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인 노동자의 임금은 한국인 노동자에 비교하여 조금 낮다. 당시 한국인 비숙련 노동자들의 생활 상태가 한국인 계층 중 가장 빈궁한 토막민의 생활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의 생활 상태도 짐작할 수 있겠다. 노동시간의 경우, 한국인 성년공이 일본인 성년공보다 1시간 많으며 중국인 성년공이 한국인 성년공보다 1시간이 더 많다. 이처럼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순으로 구성된 노동시장의 위계구조 속에서 한국인은 일본인에게 착취당하면서 중국인과 경쟁해야 했던 것이다. (「종사 직종과 노동조건」 73~74쪽)
일본인 자본가들은 중국인 노동자를 대체 인력으로 고용함으로써 저임금에 따른 이윤의 극대화를 도모하였다. 나아가 그들은 중국인 노동자를 방패 삼아 한국인들의 노동운동을 유효적절하게 통제하였으니 한국인 노동자들이 임금 문제로 파업에 들어가면 곧바로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곤 하였던 것이다. 당시 어느 자본가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에 대해 “그렇트래도(파업을 해도) 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하였다. 이러한 엄포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들 자본가는 외국인 노동자 사용 규정을 위반하고 중국인 노동자를 수용하기도 하였다. 함경북도 웅기 같은 국경 지대 토목 공사장에서는 노동자의 80퍼센트가 중국 국적일 정도였다. 수리 공사 또는 토목 공사 같은 업종에서 중국인 노동자를 대거 고용하였다. (「만주사변 이전 한중 노동자의 갈등 양상」 86~87쪽)

김동인은 1931년 7월 평양 시가지에서 벌어진 한국인들의 화교배척폭동을 목격하였다. (중략) 그에게 한국인들의 화교배척폭동은 일부 극렬분자의 선동에 흥분되어 일어난 돌발적인 사건으로 비쳤다. 또한 한국인 군중들의 화교 상점 약탈에만 초점을 두고 이 사건의 참극을 부각시켰다. 그는 이처럼 자신의 목격담을 통해 이 사건의 문제점을 나름대로 짚어냈다. 그런데 그에게서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인식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그에게 비친 이 사건은 일부 선동자의 말에 현혹되어 일어난 돌발적인 사건일 뿐이었다.
그의 이러한 소박한 인식은 1933년 4월에 《삼천리》에 발표한 소설 「붉은산」에서 주인공의 조국애를 그리기보다는 오히려 일제의 만주 침략을 두둔하는 꼴이 되었다. 이 소설이 발표된 때는 만보산사건이 터진 지 2년이 채 안 되는 시점이다. 더욱이 이 소설에서도 여타 소설가와 달리 만보산사건의 본질이라 할 재만 동포의 귀화 문제, 기한부 소유권이라 할 토지상조권 관계 등을 전혀 다루지 않는 대신에 오로지 중국인 지주와 한국인 농민이라는 기본 대립 구도에서 주인공이 한국인 농민을 위해 중국인 지주에게 항의하다가 맞아 죽는 이야기로 끝을 맺고 있다.
(「1931년 화교배척사건과 일제 당국 및 한국인 식자층의 동향」 137~138쪽)

출판사 서평

외국인 노동자 100만 명 시대에
되새겨 보아야 할 우리의 역사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흔히 보게 되었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이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 땅에서 일하고 거리를 오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그들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지만, 괜한 반감과 두려움을 느끼거나 나아가 혐오의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 약 100년 전에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한반도에 들어온 최초의 이주노동자 집단인 중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사이에 크고 작은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 심지어 참혹한 살육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책 『이주노동자, 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나』는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일제 강점기 중국인 노동자와 한국인의 관계를 사료를 통해 세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오늘날 이주노동자 문제를 풀어갈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문제작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에 들어온 중국인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중국인 노동자들은 1882년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이 체결되면서 한반도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910년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점한 이후 중국인 노동자 수는 점점 늘어났으며, 1920년대 후반부터 조선총독부 관영사업이 증가하면서 저렴한 임금의 중국인 고력(비숙련 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왔다.
당시 노동자 임금은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순으로 중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가장 낮았지만 이들은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별 재료 없이 춘장에 수타면을 쓱쓱 비빈 짜장면이 가장 저렴한 식사였고 때로는 생파를 간장에 찍어 반찬으로 먹을 정도였다. 하루 일해 1원을 받으면서도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매달 12원 54전을 본국에 송금하기도 했다.
이런 중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다. 일본인 자본가들이 값싼 중국인 노동력을 선호해 그들의 근면성실함과 인내심을 칭찬하는 한편 언제든 한국인 노동자들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인 입장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은 값싼 임금을 미끼로 일자리를 빼앗는 얄미운 존재였다. 국내에서 번 돈을 거의 쓰지 않고 중국에 보낸다는 점도 한국인들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1931년 만보산사건과 화교배척폭동의 실체는 무엇일까?
‘완바오산’이라고 부르는 중국 길림성의 만보산 지역은 평소 관개수로를 두고 중국인과 한국인 사이에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국내에서도 중국인과 한국인 사이에 몸싸움이 종종 일어나던 때였다. 1931년 7월 2일, 만보산에서 중국인 800명이 조선 농민을 습격해 많은 동포가 죽었다는《조선일보》호외 기사를 접한 한국인들은 불같은 반응을 보였다. 신문이 배달된 지 한 시간 만에 인천의 중화요리점이 한국인들에게 공격당했다. 결국 전국적으로 번진 화교배척폭동으로 인해 화교 142명이 살해되고 546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그 기사는 일제의 조작으로 인한 오보였다는 것이 나중에 판명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평안도 평양에서 화교의 피해가 가장 컸으며 특히 노동자들이 화교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를 통해 당시 사건들이 우발적 감정이나 군중심리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일자리를 둘러싼 한중 노동자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추론해낸다.
나아가 저자는 중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선을 구명하였다. 즉 호떡집에 돌을 던진 노동자 이삼복, 민족주의 계열 좌파인 《조선일보》 사장 안재홍, 민족주의 계열 우파인 《동아일보》 사장 송진우, 자본가들의 노동윤리관을 내면화한 윤치호와 이선근, 소설가 김동인 등의 의식이 서로 어떻게 달랐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한중 노동자의 갈등은 양쪽 노동자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황색 언론의 보도 형태 및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대중가요 〈눈물 젖은 두만강〉으로 유명한 가수 김정구의 최고 히트작은 〈왕서방연서〉였다고 한다. 1938년에 발표된 이 만요(우스개 노래)는 명월이한테 반한 비단 장사 왕서방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김동인의 소설 「감자」나 이효석의 「분녀」에도 등장하는 왕서방이나 ‘아편쟁이’ 이미지, ‘짱꼴라’ ‘떼놈’ 같은 비속어는 화교 혹은 중국인을 향한 한국인의 부정적 감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한국인과 화교의 갈등은 한국 상인과 화교 상인의 상권 다툼 또는 한국 문화와 중국 문화의 충돌에 앞서 한국인 노동자와 중국인 노동자의 일자리 다툼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나”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제 우리 곁에는 중국인뿐 아니라 다양한 민족ㆍ국가의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와 있다. 이들이 국내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한국인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증가를 초래하고 열악한 노동 여건을 재생산하는 경제적ㆍ사회적ㆍ정치적 요인을 따져보고 역사적ㆍ구조적인 문제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저자가 결론에서 말한 것처럼 “역사는 죽어 있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되살아나 우리가 무엇인가를 깨닫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속으로 추가

섹슈얼리티가 민족문제와 결합되면서 한국인의 재조 화교에 대한 감정은 분노로 치달았다. 아울러 민간 신문사와 잡지사들은 대중 독자들의 흥미를 끌 만한 기사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야만의 상징이라 할 불결, 비위생성이 강조되었다. 《조선일보》의 경우, 팽창하는 경성가두 변천기를 기획 취재하는 가운데 서소문정 기사 내용의 제목을 “웃뚝소슨 재판소여페 너저분한 중국인거리―죄를 다사리고 죄를 범하는 호대조好對照로서 코를 찌르는 도야지기름냄새”라고 뽑았다. 아울러 재판소 건물과 중국인 거리의 사진을 상하로 배치하여 양자를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그것은 각각 문명과 야만을 상징하는 사진이었다. 또한 전염병의 창궐 원인도 입국하는 화교들의 탓이라 발표하는 조선총독부의 의견을 그대로 보도하였다. (「일제의 대륙 침략과 중국인 노동자의 집산」 156~157쪽)

현재 ‘이주노동자 100만 명 시대’에 진입했다는 말이 과장된 표현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가혹한 노동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추세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강조하면서 온갖 ‘다문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다수의 언론 매체들은 다문화 관련 보도와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혹시 여기에는 1920년대 일본인 자본가와 윤치호를 비롯한 사회 주도층의 언설에 숨어 있듯이 이주노동자의 삶을 옹호하는 척하면서 정작 자본의 이익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나아가 자본가들이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대립 및 갈등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비판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뒷이야기」 189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7335017
발행(출시)일자 2016년 08월 25일
쪽수 224쪽
크기
134 * 198 * 19 mm / 295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대우휴먼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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