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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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빛의 혁명을 이끄는 여성들의 이야기
그날 밤 이후 우리가 믿어온 민주주의의 가치와 공동체의 신뢰는 이후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각났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다. 이어서 화가 났고 이윽고 두려웠다. 그것들을 떨치기 위해 나선 광장에는 색색의 응원봉이 만든 빛이 있었다. 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의 빛이 한데 모여 어깨동무하였다. 케이팝과 민중가요를 차례차례 송출하는 스피커 아래에서 사람들은 구호를 외쳤다. 탄핵하라. 퇴진하라. 광장의 목소리는 의도에서, 남태령에서, 한강진에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열었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는 ‘다시 만난 세계’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번갈아 부르는 목소리를 현장감 있게 담은 책이자, 여성의 서사가 완성한 역사적 기록이며, 뭉클한 연대의 증명이다. 책의 아홉 이야기는 더 나은 세계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는 문장이자 더 나은 세계를 희망하는 응원봉이 될 것이다.
작가정보
문학평론가, 영화평론가, 제22대 국회의원.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과 조선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오이디푸스의 숲》, 《타인을 앓다》, 《스무 살 영화관》, 《영화 글쓰기 강의》, 《시네마토피아》 등이 있다.
농업인. 집필 노동자. 충남 아산에서 유기농 배 과수원을 3대째 승계해 농사짓고 있는 본업 청년 여성 농업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농업 이외에도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내란 정국을 맞이해 현장에 뛰어들며 온라인 소셜 미디어 트위터(현 ‘X’)에서 농민들의 투쟁 소식을 알리는 일에 힘쓰다가 본의 아니게 ‘벼락 활동가’가 되어 달라진 생활에 적응 중이다.
영화감독. 199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데뷔작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2021)은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우디네극동영화제 등 국내외 상영 및 극장 개봉으로 화제를 모았다. 저서로는 필름에세이 《성덕 일기》가 있고 앤솔로지 《여름을 달려 너에게 점프!》 등에 글을 실었다.

시인. 1998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22년 《현대문학》 시 부문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가 있으며, 현재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글 쓰고 말하며 사는 기자, 칼럼니스트. 1988년 대구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자랐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신문》에서 9년간 사회부, 문화부, 젠더연구소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로 《오마이뉴스》에 〈이슬기의 뉴스 비틀기〉를 연재 중이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의 행간을 읽는 일에 관심이 많다. 공저로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 있다.
문화공동체 히응 대표, 집필 노동자. 2012년 마을활동가로 시작해 사회적기업을 거쳐 2014년부터 10년간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서 활동하며 지역 내 공교육에 민주시민교육을 전파했다. 2018년 문화공동체 히응을 설립하고 사람과 마을을 믿는 교육문화예술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밥을 벌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민주시민교육과 글쓰기 교육을 진행하며 다수의 공저와 《포기하지 않아, 지구》, 《시민이 만드는 공공병원-성남시의료원 설립운동사 2003-2021》, 《학교와 마을이 정말 만날 수 있을까》,《정의로운 시민이 되고 싶어》를 썼다.

에세이스트.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결같이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사람이라는 단어가 구겨지면 ‘삶’이라는 단어가 생겨난다고 여긴다. 에세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헤아림의 조각들》, 《연중무휴의 사랑》가 있으며 공저로 《우리 둘이었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가 있다.
문학평론가.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및 현재 동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2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제19회 대산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으로 등단했다. 주요 관심사는 영미 모더니즘 문학 및 퀴어 페미니즘이다. 평론집 《퀴어-(포)에티카》와 산문집 《허투루 읽지 않으려고》를 썼다.

소설가.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아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밤의 시간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너의 유토피아》 장편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거장과 마르가리타》, 《탐욕》, 《창백한 말》, 《어머니》, 《로봇 동화》 등이 있다.
목차
- 빛의 호위, 다정한 서술자들의 연대 ----강유정
연대하는 우리들은 강력하다 ----정보라
남태령: 꺼지지 않을 연대의 불꽃 ----김후주
깨진 유리 틈새로 번지는 노래를 받아 적는다 ----유선혜
우리가 이긴다 ----오세연
멀미하는 민주주의 ----임지은
이토록 뜨거운 겨울, 광장의 끝에서 붙잡는 마음 ----이하나
계엄의 밤으로부터 망치를 들기까지 ----이슬기
다른 미래를 원한다면 ----전승민
책 속으로
광장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희생과 항거, 투쟁과 피로 얼룩진 민주적 감성의 공간이었다. 광장이 이처럼 따뜻한 온도를 지닌 것은 2024년 12월이 처음이다. 빛의 호위 덕분이다. 빛이 퍼져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빛이 광장에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빛이 모여들 수 있었던 것은 광장이 빛만큼이나 넓기 때문이다. 선후관계를 알 수 없는 이 강인한 연대력과 흡입력으로 빛은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앞으로 우린 소중한 것을 지키려 할 때 자신에게 소중한 빛을 들고 광장에 나가게 될 것이다. -강유정, 〈빛의 호위, 다정한 서술자들의 연대〉, 25~26쪽.
남태령은 무수히 호명되고 재생산되며 시민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꺼지지 않는 연대의 불꽃이 되었다. 남태령에서 각성하여 말벌로의 이행이 일어난 사람들을 현장에서 무수히 만나며, 서로를 알아보고 껴안으며, 아직도 끝나지 않는 싸움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연결되고 분산되고 변화무쌍하게, 하지만 강력하게. -김후주, 〈남태령: 꺼지지 않을 연대의 불꽃〉, 52쪽.
여성이면서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 사회, 이주민이면서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 사회는 또 제각각 다르다. 탄핵 이후의 한국, 내란을 넘어서는 한국 사회는 이 모든 소수자성과 취약성과 교차성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고 이 모든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남의 인생을 다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니까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정보라, 〈연대하는 우리들은 강력하다〉, 69쪽.
빛처럼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추위에 떠는 사람들. 웅크린 사람들. 온몸에 한기가 들 때까지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 흔들리는 응원봉과 불빛들.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사람들. 함께 외치는, 나와 닮은 사람들. 나와 다른 사람들. 그러나 같은 것을 느꼈을 사람들. 느끼는 사람들. 말하는 사람들. 그날 밤, 함께 무서웠고, 함께 무력했던 우리들. 나는 그 사이에서 추위에 떨며 노래를 불렀다. 핫팩을 꼭 쥐고 노래했다. 터져 나오는 멜로디. 가삿말. 함성. 나의 노래 위에 누군가의 노래가 겹쳐진다. -유선혜, 〈깨진 유리 틈새로 번지는 노래를 받아 적는다〉, 89쪽.
내 또래의 여성들은 본인의 몸집보다도 큰 깃발을 휘날리고, 응원봉을 흔든다. 핫팩과 먹을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앞에서 구호를 선창하면 뒤에서 함께 외치고, 노래를 틀어주면 따라 부르며, 때로는 마이크를 잡고 발언한다.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이번 집회에서 부각되는 여성들의 역할을 이야기하지만, 이런 반응들이 조금은 새삼스럽기도 하다. 이미 오랜 시간 광장을 지킨 젊은 여성들의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세연, 〈우리가 이긴다〉, 108쪽
영원 같았던 멀미와 숨 막히는 침묵을 지나 차창 밖 익숙한 동네가 보이자 비로소 나는 안도했다. 여하튼 기사는 정말 별말 없이 나를 제대로 데려다줌으로써 자신의 말을 지켰다. 이쪽과 저쪽이 한데 모여 시끄럽던 게 무색하게 다시 고요해진 나의 동네로. 택시비가 결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공손히 들리길 바라며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고는 택시 문을 닫았다. 집에 도착한 나는 급하게 가스활명수를 꺼내 마셨고, 그러고도 묵직한 체기가 내려가지 않아 거실 창을 열고 찬바람을 맞았다. 내려다본 거리에서 택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다른 손님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할까? -임지은, 〈멀미하는 민주주의〉, 138~139쪽
환대할 용기, 사랑할 마음, 기다려줄 시간, 광장의 끝에서 간절히 앙망하는 마음, 이 마음을 끝자리에 내려놓는다. 우리가 지켜온 민주주의는 절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간절하게, 내 삶을 지키려는 나의 마음을 포갠다. 이제야 자신의 소수자성을 발견했다던 청년의 마음 위에, 총알받이가 되고 싶지 않은 스무 살의 마음 위에, 고문을 당하면서 하나도 잊지 않고 기록하겠다고 맹렬하게 몸부림치던 그 마음에, 무박 3일 집회 현장을 지키던 그 마음에, 얼굴이 터져나갈 거 같은 추위에도 남태령을 지킨 그 마음 위에, 단단하게 묶어본다. -이하나, 〈이토록 뜨거운 겨울, 광장의 끝에서 붙잡는 마음〉, 161~162쪽
‘엘리트’라는 말에 담긴 허울과 그들이 되뇌던 ‘법치’라는 레토릭에 담긴 허상이 폭로된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아이의 “아무것도 안 입었잖아요”에 비견될 만한 망치를 하나씩 쥔 셈이 아닐까. 그 망치로, 이 억압과 혐오를 영속하게 하는 방과 집을 깨부술 때다. ‘해일 오는 데 조개’ 타령을 하거나, 존중의 외피를 쓰고 ‘나중에’를 외쳤던 기존 정치권을 넘어서는 구조 재구축, 구성적 정치를 우리는 감행해야 한다. -이슬기, 〈계엄으로 밤으로부터 망치를 들기까지〉, 183쪽
어쩌다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는가? 무엇이 그러한 힘을 추동했나? 현재의 비판은 늘 과거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동반한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 서 있다. 그가 당선되기 전에 이미 여당과 야당의 건널 수 없는 유구한 정치적 평행선의 계보가 있었고 지역 차별이 있었다. 여성 차별과 혐오, 폭력적 남성성에 대한 미화와 안일한 처벌이 있었다. 결국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내부의 자기 비판을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수행해야 한다. -전승민, 〈다른 미래를 원한다면〉, 208~209쪽
출판사 서평
■ 연대하는 우리는 강력하다는 믿음
책에 참여한 여성 필자 모두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의 바뀐 삶에 솔직하다. 참을 수 없어 뛰쳐나간 광장에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그들은 보았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의 필자들은 우선 나의 삶을 비상계엄이 어떻게 흔들었는지 소회하고, 광장에 모인 빛에서 발견한 새로운 감수성을 고백한다. 그로부터 가능해진 연대의 힘을 믿는다. 국회의원이자 문학ㆍ영화평론가 강유정은 청년 세대의 고독과 자유를 논하며 광장의 감수성이 가져올 사회와 정치의 변화에 주목한다. 비상계엄 이후 트위터 계정 ‘향연’으로 농민운동을 중심으로 탄핵 찬성 집회의 여러 소식을 활발히 알린 여성 청년 농업인 김후주는 남태령 대첩의 전후를 당사자성을 갖고 치열하게 살펴, 끝내 사라지지 않을 연대의 불꽃이 점화되는 순간을 기록한다. 소설가 정보라는 내란 사태 이전부터 꾸준히 광장의 주역이었던 여성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지역 집회의 경험을 통해 서로를 연결해줄 소수자성을 독자 앞에 내어놓는다.
■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다짐
같은 주제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가 자연스레 뻗어 나온다. 그 이야기들은 반민주적 폭거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한 지점에 모인다. 잠시 한곳에 머문 빛은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멀리 너르게 뻗어나간다. 폭력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직시하게 한다. 차가운 분노와 따스한 연대는 확고한 정체성의 자각을 통해서 가능하다. 영화감독 오세연은 독립영화를 만드는 이로써 자신이 가진 스피커를 이제 더는 과소평가하지 않기로 한다. 그의 용기는 연대하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다. 에세이스트 임지은은 택시 기사와의 작은 언쟁을 통해 공동체의 존립을 가능하기 위해 서로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의 시인 유선혜는 내란 사태를 맞닥뜨리며 이 세계에서 자신의 시적 태도는 물론 시집의 제목까지도 가능한 것인지 자문한다. 답은 다음 문장으로 가능할 것이다. “빛처럼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 오늘보다 나은 세계를 바라는 용기
함부로 처단을 말하고 국회에 군인을 투입한 대통령이 있고, 그러한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렇게나 혐오를 말하고 가짜뉴스로 세상을 어지럽힌다. 우리 안에서도 위계가 발생하고 혐오는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기미를 보인다. 이런 우리가 더 나은 세계를 꿈꿀 수 있을까? 우리의 공동체는 정말 괜찮은 것일까? 활동가이자 집필 노동자 이하나는 그럼에도 끝내 붙잡는 마음을 통해 상대방을 기다리려 한다. 아닌 것은 아닌 채로, 이해할 것은 이해하는 채로. 기자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이슬기는 광장 너머의 정치를 논하면서 ‘구성적 정치’를 대안으로 정치, 사회 체제의 변혁 필요성을 역설한다. 문학평론가 전승민은 연대의 현장에서 발현된 소수자성에 주목하면서 혐오와 차별을 끝내기 위한 정치적 실천을 요청한다. 그것은 특별한 기적을 기다릴 필요 없이, 우리 스스로가 획득할 기적이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2638577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06일 |
쪽수 | 212쪽 |
크기 |
129 * 188
* 22
mm
/ 384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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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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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선포로 많은 한국인들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는 12·3 계엄을 주제로 한 에세이 9편을 모은 앤솔러지로 탄핵 심판을 앞둔 현 시국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 내용
1. 빛의 호위, 다정한 서술자들의 연대: 바보를 뜻하는 idiot의 어원에는 사적인 삶만 사는 자가 포함되어 있다. 사적인 삶만 있는 자가 바로 바보이다. 나만의 삶에만 충실한 사람, 나만 중요한 사람, 무관계성 속에서 타인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 그래서 타인을 끌어내고, 감금하고, 폭사하고, 고문하는 상상을 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들 곁에서 동조하고 흥분하는 사람들, 사회와 동떨어져 연대하지 않는 자, 그들은 고독한 척하지만 사실상 악한 자일 수 있다.
2. 꺼지지 않을 연대의 불꽃: 12·3 불법 계엄 이후 비상 상황이 계속되면서 일상이 파괴되었다. 그리고 경각심과 분노를 통해 감수성의 각성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비자발적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기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오히려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3. 연대하는 우리들은 강력하다: 광장에 나온 청년 여성에게 정치 참여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생활이다.
4. 깨진 유리 틈새로 번지는 노래를 받아 적는다: 끝도 없는 ‘이해할 수 없음’ 이후에 나를 찾아온 감정은 공포와 불안이었다. 20세기 말에 태어난 내가 계엄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은 한국사 교과서뿐이었다.
5. 우리가 이긴다: 계엄의 결말도, 탄핵의 결말도 무엇이 될지 모른 채로 이 글을 닫는다. 그러나 믿고 있다. 우리가 이긴다.
6. 멀미하는 민주주의: 지난 두 달간, 부정선거나 내란수괴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내 엄마, 아빠는 저러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했다.
7. 이토록 뜨거운 겨울, 광장의 끝에서 붙잡는 마음: 12월 3일 10시 22분, 연합뉴스 앱에 속보가 떴다. “윤대통령, 용산 대통령실서 심야 긴급 담화” 우리가 지켜온 민주주의는 절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간절하게, 내 삶을 지키려는 나의 마음을 포갠다.
8. 계엄의 밤으로부터 망치를 들기까지: 윤석열 퇴진이 다가 아니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지난 1월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1030 청년들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광장의 요구 1순위로 ‘사회대개혁을 위한 사회 문제 해결’이 꼽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9. 다른 미래를 원한다면: 계엄은 우리로 하여금 그간의 답보 상태를 물리칠 마지막 최후 한계선을 넘게 했다.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이전과는 다른 미래를 원한다면, 그리고 역사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확하고 정직한 직시다.
◈ 인상깊은 구절
* 자유란 우리가 선택하는 참여를 통해 실현되는 삶의 각주이다. 삶은 선택된 참여의 지평들을 통해 한 줄 한 줄이 쓰여 이야기를 갖게 된다. 이러한 참여를 가리켜 문화라고 부른다.
💁추천: 12·3 계엄에 대한 여성 9人의 생각이 궁금한 人
* 출판사 측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 - 밤의 광장에서, 다시 만날 세계를 꿈꾸며
💡빛을 든 사람들, 그날의 광장
그날 밤,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누군가는 서둘러 광장으로 향했고, 누군가는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손에는 작은 빛들이 들려 있었다.
응원봉, 촛불, 휴대폰 불빛. 마치 그 작은 빛들이 우리가 아직 살아 있음을, 우리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거리는 빛의 물결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서 있었다.
분노에 찬 얼굴, 두려움에 떨던 얼굴, 결연하게 다문 입술.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뚫고 나온, 서로를 향한 작은 미소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따뜻한 차를 건네고, 핫팩을 나누어 주었다.
누구는 말없이 피켓을 들었고, 누구는 노래를 불렀다.
그 빛나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그 사실만으로도 광장은 충분히 따뜻했다.
💡연대란,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
광장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
어떤 이는 성소수자로서의 경험을, 또 다른 이는 이주민으로서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혹은 알면서도 외면했던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연대는 단순히 손을 맞잡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목소리들을 듣는 것.
그들의 경험이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는 것.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았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이가 말을 멈추면 광장은 잠시 조용해졌고,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소수자의 이야기가 한낱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임을 그날 밤 우리는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의 말 위에 우리의 응원을 더했다.
💡두려움을 넘어, 함께하는 용기
광장으로 가는 길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현실에 대한 분노와 불안이 우리를 이끌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두려움이었다.
연행될까 봐, 신원이 노출될까 봐, 가족과 친구들이 걱정할까 봐.
그러나 광장에 선 순간, 그 두려움은 사라졌다.
사람들의 손에 들린 빛이 모여 커다란 파도를 이루었고, 그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를 지켜줄 이들이 있었고, 우리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맨 앞에서 구호를 외쳤고, 누군가는 조용히 손을 맞잡았다.
용기는 결코 혼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함께 서 있는 순간, 우리는 모두 용감해졌다.
💡더 나은 세계에서 다시 만나기를
밤이 깊어가고 광장은 점점 조용해졌지만, 사람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았다.
누군가는 여전히 손에 불빛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우리는 알았다.
오늘의 이 순간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광장이 사라진다고 해서 우리가 품은 연대와 희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한다면, 그곳이 꼭 또 다른 광장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일상에서, 회사에서, 거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작은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언제든 다시 만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에서, 더 당당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평 요약
어둠 속에서 빛을 들고 선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낯선 이들과 함께 서 있던 그 순간, 두려움보다 더 큰 용기를 배웠다.
광장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지키는 공간이었다.
연대는 손을 맞잡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는 것.
그날 밤 함께 외쳤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다시 모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더 나은 세계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여전히 빛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