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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

이 시대 전방위 창작자들의 ‘최애’ 만화 고백담
알에이치코리아 · 2025년 0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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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읽고 쓰며 살아가는 크리에이터 9인의 ‘최애’ 만화 고백담
추억의 《피너츠》와 《꺼벙이》부터 《진격의 거인》과 《룩 백》까지,
어느 한 시절 우리가 하염없이 몰두했던 이 세상엔 없는 세계
《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는 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인 ‘포스타입’에서 2024년 8월부터 12월까지 9명의 크리에이터가 연재한 27편의 에세이를 모아 엮은 책이다. 소설가, SF 작가, 만화가, 유튜버, 철학자, 음악평론가, 영화감독… 다양한 창작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이들이 진심을 가득 담아 전하는 자신만의 ‘인생 만화’ 이야기를 담아냈다. 성별도 나이대도 제각기 다르지만 각자의 업계 최전방에서 활동 중인 이들을 거의 유일한 공통점인 ‘만화’라는 키워드로 한자리에 모았다.

어린 시절의 몽글몽글한 추억 속에서 마주쳤던, 또는 최근 수년간 가장 ‘핫’하고 ‘힙’한 작품들 속에서 발견해낸 만화라는 매체의 본질적인 매력, 크나큰 울림을 준 스토리텔링과 각양각색의 개성을 떨쳤던 캐릭터들, 그리고 지금도 언제든 입안에서 되뇔 수 있는 온갖 명대사들. 흑백의 컷 안에서 총천연색으로 빛났던 가상의 세계가 현존하는 현실 세계에 던지는 질문들, 그리고 만화 책장 너머 고군분투했을 그때 그 시절 수많은 창작자들이 건네준 여전히 유효한 영감에 관하여.

작가정보

저자(글) 이연

이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자,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이자, 이야기를 나누는 강연가로 살고 있다. 96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LEEYEON〉을 운영하며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과 《매일을 헤엄치는 법》을 쓰고 그렸다.

저자(글) 이충녕

유튜브 채널 〈충코의 철학〉을 운영하는 철학자. 《가장 젊은 날의 철학》 등 여러 철학책을 썼다.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삶의 이유를 찾아 철학 공부에 발을 들였지만, ㅇ이제는 이유 없이도 살아가는 삶을 탐구하고 있다.

저자(글) 김겨울

김겨울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고 있고 MBC 표준 FM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를 4년 반 동안 진행했다. 시집 《우화들》을 비롯해 《겨울의 언어》, 《책의 말들》, 《아무튼, 피아노》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과정 중에 있다.

저자(글) 수신지

수신지

《며느라기》, 《곤GONE》,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등을 그렸다. 《며느라기》로 ‘2017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되었고, 한국만화가협회장상(2017), 올해의 성평등문화상 부문 청강문화상(2018), 2018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저자(글) 김영대

김영대

음악평론가. 미국 워싱턴대학 음악인류학 박사. 한국대중음악상 및 MAMA 어워드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 《BTS: The Review》, 《K컬처 트렌드 2025》 등이 있다. 유튜브 채널 〈김영대의 스쿨 오브 뮤직〉을 운영 중이다.

저자(글) 오세연

1999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데뷔작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2021)은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우디네극동영화제 등 국내외 극장 개봉으로 화제를 모았다. 저서로 《성덕일기》, 《지금 굶으러 갑니다》가 있고 앤솔로지 《여름을 달려 너에게 점프!》, 《다시 만날 세계에서》 등에 글을 실었다.

저자(글) 김중혁

김중혁

소설가.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소설 《스마일》, 《딜리터》, 에세이 《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 《뭐라도 되겠지》 등을 썼다.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심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이정모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자 과학 크리에이터. 책 《찬란한 멸종》,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등을 썼다. 2019년 교양과학서를 저술 또는 번역하고, 자연사박물관과 과학관의 새로운 모델을 구현해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받았다.

목차

  • 들어가는 말

    곽재식의 인생 만화
    영국에는 007, 홍콩에는 최가박당, 한국에는_《슈퍼 트리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에 대한 1990년대 한국 만화의 응답_《헤비메탈 6》
    만화로 피어오른 공중전의 낭만_《플라잉 타이거》

    이연의 인생 만화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하는 만화_《진격의 거인》
    아무것도 버릴 수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_《진격의 거인》
    신은 왜 인간을 위하지 않는가?_《진격의 거인》

    이충녕의 인생 만화
    속도의 엇갈림_《초속 5센티미터》
    환상을 벗기는 환상_《아리아 디 애니메이션》
    개그 만화인가 철학 만화인가?_《이말년씨리즈》

    김겨울의 인생 만화
    범인은 이 안에 있어!_《소년탐정 김전일》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_《소년탐정 김전일》
    20세기 희망_《20세기 소년》

    수신지의 인생 만화
    내가 사랑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_《주말엔 숲으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우리는 언제까지 친구일까?_《미우라 씨의 친구》
    만화로 삶을 배운다_《누구나의 일생》

    김영대의 인생 만화
    소연이의 재발견_《슬램덩크》
    초밥은 마음_《미스터 초밥왕》
    두부가게 86의 전설_《이니셜 D》

    오세연의 인생 만화
    영원한 나의 길티 플레저_《Why? 사춘기와 성》
    딸기 타르트와 두부조림_《꿈빛 파티시엘》
    뒤를 돌아보면_《룩 백》
    김중혁의 인생 만화
    스누피는 거절당했다_《피너츠》
    스파이크의 비밀_《피너츠》
    50년 동안 1만 7,897편_《피너츠》

    이정모의 인생 만화
    명랑 소년 꺼벙이_《꺼벙이》
    저도 최선을 다하기는 어렵습니다만_《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나는 왜 우주비행사 만화를 보는가?_《오디세이》

책 속으로

《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는 포스타입에서 2024년 8월부터 12월까지 9명의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인생 만화에 대해 연재한 27편의 글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호기심이었어요. 평소 내적 친밀감만 갖고 있던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신나서 소개하는 글은 어떨지 꼭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포스타입은 특히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플랫폼이니 이용자들도 좋아해줄 거라 생각했지요. 관건은 섭외였는데요. 네, 이미 책 표지에서 보셨겠지만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_P.5

《슈퍼 트리오》에 나오는 커다란 추격전과 헐렁한 농담의 분위기가 적당히 섞인 이야기들은 나에게 웃음 이상으로 따뜻한 위로 같은 효과를 주기도 했다. 세상 살다 보면 마음 졸이게 되는 일도 많고, 서글픈 기분에 휩싸이게 되는 일도 많다. 그런데 《슈퍼 트리오》를 읽으며 세계 최고의 범죄자를 쫓는 일도 이렇게 가벼운 웃음거리임을 보다 보면 사실 내 고민도, 내 걱정도 그냥 그렇게 웃고 넘어갈 만한 소동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어 묘한 여유를 갖게 되기도 했다.
_P.26~27

《진격의 거인》에는 우리의 현실과 닮은 요소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편견과 차별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대륙에서 에르디아인은 팔뚝에 표식을 차고, 수용 구역에 살며 마레인의 멸시와 억압을 받는다. 이 모습을 보며 게토에 살아야 했던 유대인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영화 〈사울의 아들〉을 보면,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들여보낸 뒤 사체를 처리하는 ‘존더코만도’가 나온다. 슬프게도 이 역할을 같은 유대인이 맡았다고 한다. 이 모습이 《진격의 거인》속 명예 마레인이 되기 위해 파라디 섬의 에르디아인을 없애고자 하는 전사의 모습과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억압하고, 그 안에서도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그들을 세뇌하는 모습은 역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_P.92

수백 개의 벚꽃잎이 흩날릴 때, 설령 모두가 똑같이 초속 5센티미터로 떨어진다고 해도, 각 꽃잎은 제각기 다른 경로를 다른 방식으로 지나며 땅까지 도달한다. 단 한 개의 꽃잎도 다른 꽃잎과 완벽히 똑같이 낙하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 움직임의 고유성으로부터 외로움이 필연적으로 따라 나온다. 각 꽃잎은 서로 다르게 춤추며 떨어지기에, 다른 꽃잎과 영원한 동반의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잠시 비슷한 경로를 지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둘은 결국 다르게 나아간다. 그렇기에 꽃잎은 본질적으로 외롭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한 인간은 우연, 혹은 기적이라고 불릴 만한 드문 계기를 통해 다른 인간과 잠시 함께하게 될 뿐이다. 깊은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에서조차도, 서로가 정확히 ‘같은 지점’에 서 있는 시간은 아주 짧다.
그렇지만 인간은 이 짧은 기적을 꿈꾼다. 이 꿈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모든 인간은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를 찾아서 암흑 속을 헤쳐 나간다. 어른이 된 타카키는 언젠가 일어날 하나의 작은 기적을 소망한다.
_P.108~109

‘무시무시한 세균 병기로 샌프란시스코와 런던’을 공격하고, ‘원자력 거대 로봇’이 도쿄에 세균을 뿌리면서 도시를 파괴하고, 거기에 맞서 아홉 명의 전사가 싸운다는 이야기를 쓴 켄지는 쓸 때에는 그저 신나게 공상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게 실현이 된 게 문제였지.
그러니까 켄지가 애초에 제대로 사과만 했어도, 혹은 문제의 친구가 조금만 포용적이었어도, 혹은 또 다른 친구가 조금만 덜 악의적이었어도 세계가 멸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20세기 소년》의 골 때리는 지점이다. 세계 정복의 꿈을 누가 진짜로 꾸냐! 심지어 그걸로 어린 시절의 복수를 하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의 상처는 유난히 깊게 남는 법이고, 그게 어떤 트리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사과를 꼬박꼬박 해야 하는 것이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_P.171~172

지금은 흔하게 사용하는 ‘비혼’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 기혼, 미혼, 노처녀라는 구분이 있었다. 요즘 다시 방영하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이 고작 서른의 나이로 노처녀라고 구박받았다는 사실은 시간이 흘러 당황스러운 이야기가 되었다. 그때는 서른 살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노처녀라는 놀림을 받았다. 놀림보다 무서운 건 내재된 두려움이다. 노처녀가 되면, 결혼하지 않으면, 나를 제외한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적당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노처녀로 늙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런 때 등장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제목만으로 많은 여성들의 머릿속에 종소리를 울렸다. 결혼을 둘러싼 많은 고민이 ‘결혼하지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봐’에서 비롯했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_P.185~186

정대만에게 농구는 방황 속에 다시 찾은 열정의 마지막 불꽃이었고, 송태섭이나 황태산에게는 열등감과 애정 결핍을 극복하고 인정 욕구를 충족하려는 과정이었으며, 풍전고의 친구들에게는 함께한다는 즐거움의 표상, 정우성과 서태웅에게는 농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생각하기에 앞서 ‘최고’를 향한 갈망 그 자체였다. 결정적으로 주인공인 바스켓맨 강백호의 각성은 이 만화에 그 어떤 스포츠 만화와는 다른 매력을 불어넣는다. 이 이야기는 결국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는 강백호의 농구 선수로서의 완성이 아니라 농구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백호의 모습으로 귀결된다. 최고나 우승이라는 목표 지향적 결과가 아니라 ‘사랑’을 발견하는 여정이라니… 이보다 더 덕후의 심장을 뛰게 할 로망이 또 있겠는가.
_P.215~216

“넌 왜 만화를 그려?” 이 어려운 질문 앞에서 후지노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쿄모토의 얼굴이다. 내가 그린 만화를 반겨주던 얼굴, 어떤 장면이든 킥킥대며 웃어주던 얼굴, 한 컷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얼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쿄모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일을 왜 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 떠올리는 건 사람의 얼굴이다. 인상적인 순간마다 깊이 각인된 그 얼굴들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끝내 나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사람이라 해도.
시간의 물살을 타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향으로 흩어진다. 영원한 건 없단 걸 알면서도 가끔은 그게 싫어서 원망도 해 보고, 이유를 찾으려고 애도 써봤다. (…) 그럼에도 딱 한 가지만 바라본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는, 나의 시작이자 이유, 동기가 되어주었던 사람(들)이 모두들, 어떤 세계에서든 잘 살았으면 좋겠다.
_P.284~285

이렇게 나열해보니 마음이 가는, 닮고 싶은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불완전하고, 불안정하고, 불만투성이 캐릭터뿐이다. 사람들은 《피너츠》를 읽지 않고 그저 귀엽게 생겼다는 이유로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을 좋아하는 걸까? 모든 캐릭터 아래에 그들의 단점을 적어둔다면 상황이 달라질까? 찰리 브라운 그림 아래에다 ‘소심한 아이’라 적고, 스누피에다 ‘망상증 환자’라 적고, 루시에다 ‘오만방자한 아이’라 적으면 사람들의 사랑이 식을까? 아니, 오히려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피너츠》를 사랑하는 것 같다. 이렇게 약점 투성이에다 불완전한 캐릭터인데, 그들은 친구로 지내면서 자신들의 세계를 꾸준히 지켜 나간다. 싸우고 욕하고 거절당하지만 다음 날이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친구가 된다. 50년 동안 그들은 그렇게 살아왔다.
_P.318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은 어설프고 부족한 주인공 시즈오를 통해 내게 묻는다. “당신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하지만 결코 나를 압박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삶을 돌아보게 하고, 아직 늦지 않았다며 위로를 한다. 시즈오는 실패 속에서도 웃을 수 있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전한다.
시즈오의 엉뚱하지만 진지한 삶은 내게 말한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너도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어.” 그렇다. 작가에게는 작가다운 공간이 필요하다. 일단 조용하고 따뜻하며 향이 좋은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를 찾아보자.
_P.354~355

출판사 서평

“이보다 더 덕후의 심장을 뛰게 할 로망이 있겠는가.”
작가, 유튜버, 평론가, 영화감독… 이 시대 전방위 창작자들의 ‘인생 만화’ 에세이
만화 속에서 발견한 과거의 추억, 현재의 감동, 그리고 미래에 찾아올 새로운 영감

이 책에서 각자의 추억 속 ‘최애’를 고백한 저자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SF 작가 곽재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글을 쓰는 이연 · 이충녕 · 김겨울 작가, 만화가 수신지, 음악평론가 김영대, 영화감독 오세연, 소설가 김중혁, 과학 크리에이터 이정모. 다양한 업계, 다양한 나이대의 저자들을 한 데 모은 만큼 이들의 인생 만화 또한 각양각색이다. 수십 년 전 만화 잡지에서 본 듯 만 듯한 클래식한 고전 작품과, 최근 영화관에서 성황리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이 공존한다.

누군가는 만화를 읽던 그 시절의 자신을 추억하고, 누군가는 과거의 만화가 현재의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털어놓고, 누군가는 정말 순수하게 만화 그 자체의 ‘재미’를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만화 속 캐릭터의 내면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누군가는 복잡다단한 서사 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탐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작품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또는 진지하게, 때로는 수다스럽게 전한다.

자주 공감하고, 종종 웃음을 터뜨리며 읽다가도 저자들 각자 몸담은 창작 업계의 시선(SF, 과학, 철학, 영화, 그림 등등)으로 좀 더 깊고 넓게 만화라는 또 다른 창의적인 세계를 읽어나갈 수 있는, 결코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에세이다. 또한 저자들 중 누군가의 팬이라면, 만화라는 특정 창작물이 자신이 선망하는 크리에이터의 창작 활동에 어떤 영감을 끼쳤는지 내밀한 이야기까지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현실은 이곳에, 환상은 저곳에 있다. 갈 수는 없어도, 그리워할 순 있다.”
창작하고 상상하며 매일을 지내는 이들이 자그마한 컷 속에서 발견한 드넓은 세상

이 책에 수록된 총 27편의 글 속에는 총 23편의 만화 작품이 등장한다. 단 한 편의 만화도 겹치지 않았다(놀랍게도 일반적인 의미의 ‘순정’ 만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곽재식 작가는 ‘순정 만화계의 거장’으로 불렸던 황미나 작가의 SF 작품에 빠져들게 되었고, 헐렁한 시트콤 같은 추격담을 보여주는 《슈퍼 트리오》에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약간의 여유와 위로를 전달받았다고 전한다. 각자에게 할당된 3편의 글을 오로지 《진격의 거인》 이야기를 쓰는 데 바친 이연 작가는 속절없이 빠져들게 된 이 인생 만화에서 얻은 인생의 질문들을 들려준다. 마무리는 “이제 이 글은 그만 읽고, 우리 다시 《진격의 거인》을 보러 가자.”이다. 이충녕 작가는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와 《아리아 디 애니메이션》을 통해 독자들에게 철학적인 문장(“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외롭게 나아간다”, “가져본 적 없는 것을 그리워할 수 있을까?”)을 던지며 이 애틋한 작품들을 아련하게 풀어낸다.

언제나 ‘이 안에’ 있는 범인을 잡기 위해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던 《소년탐정 김전일》과의 오래전 첫 만남, 화려한 트릭으로 독자들의 뒤통수를 친 추천 에피소드들은 김겨울 작가가 집필했다. 자신의 ‘길티 플레저’가 박수 칠 때 떠나지 않고 오래도록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수신지 작가는 마스다 미리의 작가론과 작품 세계를 되짚어 보며 가장 추천하고픈 책 4권을 골랐다. 특히 ‘만화 속 만화’를 담아낸 《누구나의 일생》은 꼭 한 번쯤은 마지막 장까지 읽어보기를 권한다. “농구… 좋아하세요?”(《슬램덩크》), “초밥은 마음이었던 게야.”(《미스터 초밥왕》)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대사를 보유한 작품들을 소개한 김영대 작가는 만화라는 매체가 그려낸 순수한 열정과 낭만을 언급하며 읽는 이의 마음을 십 대 시절로 돌아가게끔 만든다.

그리고 역시 십 대 시절 누군가는 몰래 읽는 책이었던 《Why? 사춘기와 성》으로 시작한 오세연 작가의 글은 한 소녀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인 《꿈빛 파티시엘》을 거쳐, 그간 숨 가쁘게 달려온 길을 뒤돌아보는 《룩 백》으로 이어진다. 김중혁 작가는 한때 수년간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던 글을 쓰던 자신의 시간을 ‘스파이크’라는 《피너츠》 속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해 다소 마음 아릿하지만 유머러스하게 회상한다. 마무리는 그 시절을 버티게 해준 ‘피너츠 친구들’에게 보내는 안부 인사다. 《꺼벙이》를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을 복기한 이정모 작가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속 나이 마흔에 만화가가 되겠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치열한 현대 사회 속 많은 이들에게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너도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어.”라는 위로를 전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25573786
발행(출시)일자 2025년 03월 31일
쪽수 368쪽
크기
128 * 188 * 28 mm / 589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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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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