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들이 왜 노래하는지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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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저자를 바꾼 건 허리케인 카트리나다.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로 이사 온 지 한 달도 안 된 그의 집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며, 그전까지의 삶을 산산조각 낸다. 깊은 충격과 절망에 빠진 그는 우연히 새를 발견하고, 새들은 그를 전혀 예상치 않은 인생 경로로 이끈다.
재난으로 인한 상실과 그 회복, 깊은 상처를 준 부모와의 화해, 새로운 이웃과의 관계맺기, 일상의 차별에 대한 각성과 변화, 그리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연대. 하나로 묶이지 않을 것 같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새’라는 코드로 엮고 있는 이 책은 새가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세상에 소중한 선물이 되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들려준다. 새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회를 연결하며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경이로운 책.
작가정보
Trish O’Kane
환경정의와 기후 변화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이자 교육자. 새와 사랑에 빠지기 전에는 인간 사회의 문제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저널리스트이자 활동가였다. 니카라과에서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과 연계된 싱크탱크에서 일했고, 과테말라에서는 유엔과 함께 군대가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조사했다. 그 뒤 미국 남부빈곤법센터에서 증오범죄 연구자로 일했다. 새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이었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를 겪은 뒤 새들에게 위로를 받고서 탐조와 환경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에서 환경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버몬트대학교의 선임 강사로 있으면서 “세상을 바꾸는 탐조”라는 수업을 가르친다. 대학생과 초등학생이 함께 탐조 활동을 하며 환경과 사회정의 문제를 연결하는 이 수업은 큰 인기를 끌며, 다른 대학에도 퍼져 나가고 있다.
대학에서 영문학과 지리학을 공부했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업이 되었다. 몇 년 전 탐조를 접하고 난 뒤 이제 외출을 할 때면 늘 쌍안경을 챙기는 사람이 되었다. 옮긴 책으로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나의 때가 오면』, 『빈 일기』,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 『공기전쟁』, 『쫓겨난 사람들』, 『백래시』 등이 있다.
목차
- 프롤로그
CHAPTER 1 이상한 선생님들
CHAPTER 2 인생이 다 그렇지, 제방도 다 그렇지
CHAPTER 3 집참새의 노래
CHAPTER 4 우리의 애플소스 여사님
CHAPTER 5 부서진 채 침묵에 빠진 자들
CHAPTER 6 5등급 허리케인 같은 계획
CHAPTER 7 천둥발사기여 영원하라
CHAPTER 8 그 선생님을 언덕 아래로 굴리자
CHAPTER 9 기러기 전쟁
CHAPTER 10 새를 관찰하는 눈으로 차별을 보다
CHAPTER 11 두메텔라의 왕국에서
CHAPTER 12 불꽃놀이 대신 하늘의 춤을
에필로그
감사의 말
주
이 책에 등장하는 새들
추천사
-
매일 걸으며 새를 만나다 보면 새가 나의 이웃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렇게 관계를 맺게 된 새는 더 이상 남이 아니다. 그들에게 닥친 어려움을 내 일처럼 생각하며,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가게 된다. 걷고 관찰하는 일은 사랑을 동반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삶과 탐조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새 산책을 하며 사랑하게 된 공원을 개발로부터 지켜내고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과 함께 노력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독자가 되어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사랑하고 지켜내고 싶은 것이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
우리가 어떻게 자연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자연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새들에 대한 아름다운 러브레터.
-
매혹적이고 통찰력 있으며 영감을 준다. 내려놓을 수 없는 책.
책 속으로
전쟁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경제적 불평등을 어떻게 종식할 것인가,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이런 세계적인 차원의 문제가 내 삶과 일의 중심이었다. 나는 환경문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연결고리를 전혀 볼 줄 몰랐다. 하지만 그러다가 삶이 불현듯 난폭하게 방향을 틀었다. 모든 게 단 하루 만에, 몇 시간 만에 무너져 내렸다. 내 삶은 그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 날 이후 나는 새를 발견했다. -22쪽
아직 들를 곳이, 전달할 꽃다발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는 겨우 몇 블록 떨어진 폰차트레인호로 차를 몰았다. 나는 호숫가에 잠시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호수에게 용서를 구했다. 물속에 꽃을 하나하나 던지면서 호수에게,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에게, 지구상의 모든 물에게 다시는 물을 오염시키는 방식으로 살지 않겠노라 맹세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이 지구에서 생명을 짓밟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겠노라 약속했다. -66쪽
지금 나는 이 순간을 훌륭한 스승처럼 생각한다. 나는 이때 강의와 설교가 아니라 존재와 실천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는지 배웠다. 학생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이 세상이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 같을 때 그들은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내가 현실을 어떻게 직시하는지, 어떻게 일상의 기쁨을 찾아내는지 지켜본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동안 자식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교훈을 남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아는 동안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쩌면 탐조에 뭔가 비법이 있는지 몰랐다. -100~101쪽
그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이라크에서 본 것 중에서 뭐가 제일 흥미로웠어요?”
친구는 잠시 뜸을 들이며 교실 밖을 응시했다.
“검은 새들이 엄청 떼 지어 날아가는 걸 본 적이 있어요. 내가 시간을 재봤는데 그 새들이 내 위로 날아가는 데 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었어요. 이 시궁창 한가운데서 너무 아름다운 걸 봐서 너무 좋았어요.”
폐허가 된 도시에서 그 교실에 앉아 있던 우리 모두에게, 추악함의 한가운데서 아름다움에 온통 정신을 빼앗긴 이 젊은 군인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었다. -128쪽
돌아보면 지금의 내가 일상에서 누리는 즐거움의 대부분은 카트리나를 겪으며 얻은 선물에서 비롯된다. 나는 카트리나 덕분에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탄다. 크고 작은 고민이 있을 때면 뜨개질을 하며 풀어낸다. 그 시절 덕분에 교사로서 추악한 진실과 일상의 즐거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뉴올리언스는 내가 처음으로 새로운 “작은 친구들”과 인연을 맺게 된 곳이다. 나는 내 일기장에서 내 마중물 새인 집참새들을 그렇게 불렀다.
내가 뉴올리언스에서 마지막으로 적은 일기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새들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 새들은 아직 나를 믿어도 될지 확신이 없다. 룸메이트가 나처럼 이 새들을 사랑하게 되면 좋겠다.”
나는 뉴올리언스에서 모든 걸 잃었고, 새로운, 더 나은 삶을 꾸리는 데 필요한 모든 걸 발견했다. 그걸 미처 몰랐을 뿐. -138쪽
그 수컷 홍관조는 자정 무렵 술집을 나서며 고개를 높이 들고 가슴에 힘을 주고 무반주로 오래된 작별노래를 부르던 아일랜드 사람을 연상시켰다. 나는 그 찬란한 빨간 새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는 것, 또는 온 마음과 영혼을 담아 무언가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나는 이 홍관조가 태양을 맞이할 때의 이 충만한 주의력과 기쁨으로 모든 것을 하고-노래하고, 말하고, 가르치고, 정원을 돌보고, 글을 쓰고, 사람들을 조직하고, 사랑을 하고-싶다는 걸 깨달았다. -170쪽
연구자들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이 사라지면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은 도시계획가들이 도시 환경, 특히 학교를 설계할 때 녹지공간이 공중보건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사
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워너공원을 떠나고 몇 년이 지나서 이 연구를 읽으면서 나는 카트리나 이후 내가 어떻게 최대한 밖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가를, 뉴올리언스에서는 오듀본공원에, 그다음 매디슨에서는 워너공원에 어떻게 끌리게 되었던가를 떠올렸다. -193쪽
하지만 그들의 집이 철거될 예정이었다. 나는 인터넷으로 그 계획안을 노려보며 봄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돌아올 그 새들을, 수천 킬로미터의 비행을 마치고 기진해 있을 그 새들을 떠올렸다. 그 새들이 알아 볼 수 없게 된 자기네 동네를 내려다보며 대체 자신의 관목은, 나무는, 부들습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아해하며 워너공원의 상공을 맴도는 모습이 마음속에 그려졌다. 아직도 뉴올리언스에서 우리 집이 물에 잠긴 그 끔찍한 항공사진을 온라인에서 처음 봤을 때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게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 알았다. -216쪽
그날 오후 우리는 몰랐지만 이 애플파이 회동은 워너공원을 지키는 주민모임인 와일드워너Wild Warner의 모태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발족하기까지는 1년이 더 걸렸지만, 이 모임은 대부분의 조직과 운동이 시작되는 방식대로 시작되었다. 한 줌의 사람들이 애정과 분노, 그리고 파이를 연료 삼아 누군가의 주방이나 거실에 둘러앉아 뜻을 모으기.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찾아가 귀 기울이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파이를 먹고, 그리고 한 번 또 한 번의 모임, 한 번 또 한 번의 투쟁을 거치며 당신은 좌충우돌하며 막강한 꽥꽥대는 새 떼 무리의 일원이 된다. -241쪽
「워너의 야생 들판에서 들려온 비단과 향수 이야기」라는 글을 발표한 뒤 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여성은 내게 그 누에나방 글을 쓴 사람인지 물었다.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내 번호를 찾아냈다며. 신디라
는 이름의 이 여성은 이 동네에서 고령자들을 방문하는 메디케어 간호사였고 그 나방 이야기를 막 읽었다고 했다. 신디는 그 글이 너무 좋다며, 자신의 환자들 역시 그 글을 너무 좋아한다는 걸 내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그 공원과 동물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누군가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기뻐했다.
“사람들은 더 많은 개발을 원하지 않아요. 선생님이 하시는 일을 계속 이어가주세요.” -286쪽
그날 오후 시간이 더 지나고 아이들은 갓 깎은 공원 풀밭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기러기를 따라다니며 200마리 넘게 세다가 결국 짜증난 새들이 분노의 날갯짓과 성난 울음소리와 기쁨에 겨운 비명소리로 야성적인 뭉게구름을 이루며 공중으로 날아가게 만들었다. 나는 인간의 무리가 날개 달린 무리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지켜보고 폭이 1.5미터 안팎인 날개의 힘으로 공기가 진동하는 것을 느끼면서 이 새들이 그곳에 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그들을 위해 싸웠기 때문임을 곱씹었다. -310쪽
“이 공원에서는 인종차별을 한 번도 안 겪으셨어요?” 내가 물었다.
“이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있지, 경험해봤지. 몇 분 전에도 겪었는걸.”
나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미스터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주 멋진 날이었다. 미스터엠과 나는 미스터엠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멧참새의 세레나데를 감상하려고 여러 번 멈춰서기도 하고 자전거길에서 작은 두꺼비를 구출해서 함께 풀숲에 놔주기도 하면서 한 시간 넘게 우리 주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언제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내가 물었다.
“금방 우릴 지나친 남자 있지? 그 남자 우리랑 가까워지니까 불편해하더니 인도에서 길을 틀어서 풀밭을 가로지르지 않았소? 아, 내 눈에는 딱 보이던데. 그 남자는 흑인 남자랑 백인 여자라니, 하고 생각했던 거야. 난 신체언어를 보면 그런 걸 탐지할 수 있다오.” -379쪽
미스터엠이 감지하는 인종적 적대감 같은 경험과 오늘날 말하는 미묘한 차별도 미스터엠 같은 사람이 워너공원에서 산책하지 못하게 막지는 못할지 모른다. 남부에서 지독한 일상적 인종차별을 겪어본 사람에게라면 더욱더. 하지만 나는 이런 사건들이 다른 유색인종 이웃들에게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았다. 백인이 불쾌하게 반응하거나 심지어 나를 괴롭히고 해칠까봐 걱정이 든다면 “긴장을 풀기” 위해 아름다운 장소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자 인종과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학자인 벨 훅스는 그것을 “적대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백인의 시선”이라고 불렀다. 사회학자 패트릭 웨스트는 디트로이트의 공원에 관한 1989년의 연구에서 적대적인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디트로이트의 공원을 더 적게 이용한다고 썼다. -384쪽
우리는 물고기와 새와 어민과 모노나 호수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탄원하는 시민들과 합류하여 야하라강 유역 전체를 위해 사나운 고양이새 같은 경보음을 울렸다. 와일드워너를 가리켜 “한 무더기의 님비들”이라고 비난하던 사람들은 틀렸다. 우리는 님비가 아니었다. 우리는 니아비NIABY였다. 누구의 뒷마당에도 안 된다Not In Anyone’s Backyard. 아니 누구의 물에도 안 된다. 60에이커의 습지에도, 3359에이커의 호수에도 멕시코만에도 수 톤의 쓰레기를 퍼부어서는 안 된다. 모든 물은 신성하다. 짐과 내가 뉴올리언스에서 고통스럽게 깨우친 사실이었다. -500쪽
사랑은 강력한 힘이다. 17년 전 뉴올리언스에 살았을 때는 홍관조 한 마리에 대한 관심이 이제 13주년을 맞는 풀뿌리 환경보호 모임, 자연교육의 모범이 되어 위스콘신, 버몬트, 로드아일랜드에 자리한 세 곳의 대학과 초중등학교의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1000명 이상의 어린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500여 명의 탐조멘토들을 훈련시킨 와일드워너로 뻗어나가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2019년 브라운대학교도 프로비던스에서 이 탐조 프로그램을 똑같이 진행하기 시작했다).
요즘 나는 워너공원의 새들에게서 배운 많은 운동 전략을 이용해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러면 내 환경수업을 듣는 학부생들은 새로 습득한 시민정신을 이용해서 미국 전역에서 변화를 도모한다. -514쪽
출판사 서평
우연히 새를 만나고 모든 것이 달라지다
저자는 국제 정치와 인권 분야에서 활약하는 탐사 저널리스트였다. 중남미의 혁명 세력과 협력하고 독재자의 민간인 학살을 조사하는 일을 했으며, 미국 남부의 증오범죄를 연구하기도 하는 등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자연환경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서, 중남미의 정글을 탐사하러 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아직도 시신의 수를 세고 있는 나라에서 쌍안경을 메고 지프를 타고 돌아다니며 새와 원숭이 수나 세고 있는 배부른 외국인들이라고.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환경학 박사가 되어 대학교에서 탐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탐조”라는 이 수업은 대학생들과 지역의 중학생을 짝지어 탐조 활동을 진행하면서 주변 자연환경과 지역 사회를 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이 수업을 통해서 탐조가 자기 자신을 돕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변화시킨 것일까?
허리케인과 아버지가 알려준 새들의 노랫소리
이 책은 저자가 우연히 새를 만나 상실로부터 회복하고, 새로운 변화와 연대로 나아간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순탄했던 저자의 삶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송두리째 뽑힌다. 그가 2005년 뉴올리언스의 로욜라대학교에서 저널리즘 강사 자리를 제안받고 그 지역에 집을 마련해 이사를 간 지 한 달 만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다. 저자의 집을 포함해 그곳의 모든 것이 쓸려나가 호수와 강에 버려졌다.
카트리나라는 거대한 재난으로 큰 상실과 깊은 좌절에 빠진 그를 구한 것은 한 마리의 새였다. 어느 날 폐허 사이에서 울려 퍼진 새의 날카로운 금속성 울음소리. 그것은 “허리케인이 초토화시킨 마당에도 뭔가 아름다운 것, 야생성을 가진 것, 살아 있는 것”이 있다는 의미였다. 저자는 밖으로 달려나가 그 새를 품에 안고 싶을 정도의 애정을 느낀다.
오랜 시간 반목해온 아버지의 암 투병도 저자를 새와 만나게 한다. 보수적인 아일랜드계 천주교도인 아버지는 진보적이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저자와 연을 끊고 지냈지만, 암으로 살날이 얼마 안 남자 딸을 만나고 다시 대화를 시작한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돌보는 새와 식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병세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새 먹이대에 모이를 채우고 새들을 관찰하는 아버지를 보며 저자는 생각한다. 어쩌면 탐조에 삶을 살아가게 만들 비법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도 참새에게 먹이를 주며 탐조를 시작한다. 저자는 그 이후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상실과 회복을 거쳐 변화와 연대로
새를 통한 개인적인 회복과 치유 과정 다음에는, 새를 위한 저자의 사회적 행동이 이어진다. 그 시작은 자신의 탐조 장소인 집 근처 워너공원이 개발될 거라는 소식이었다. 저자는 예전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취재하고 국제기구와 협력하는 등 큰 활동만 하며 지역의 정치에는 관심 없었지만, 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난생처음 ‘동네 정치’에 나서게 된다. 동네 모임에 참석하고, 공원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공원에서 만난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직접 구운 애플파이를 먹으며 같이 공원을 지켜낼 계획을 논의하기. 그러면서 자신이 “그냥 세계 시민이 아니라 한 장소의 시민”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이제까지는 《뉴욕타임스》가 세상에서 가장 힘 있는 미디어라고 믿어왔지만, “내가 사랑하는 장소, 바로 내가 살아가는 장소를 지키는 데는 지역신문이나 동네 무가신문”이 더 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저자와 동료들은 공원을 지키자는 여론을 모으고 다 같이 공개 회의에 참석해 공원에 주차장을 만들고 상업시설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와일드워너Wild Warner라는 이름의 모임을 정식으로 결성해 공원을 지속적으로 지키는 활동에 나선다. 와일드워너는 오래된 가시참나무가 잘려나가는 걸 막고, 도로를 넓히려 단풍나무를 베어내려는 걸 막고, 또 콘크리트 운하를 자연 개울로 복원하도록 시를 설득했다. 그 지역 최대의 불꽃놀이 축제가 중금속 쓰레기를 호수에 버리고 있다는 것을 밝혀서 끝내 폐지시킨 것은 이 모임의 큰 성취 중 하나다. 생태교육에도 힘을 기울여 세 곳의 대학과 초중등학교의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1000명 이상의 어린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500여 명의 탐조멘토들을 훈련시키기도 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세상을 바꾸는 탐조Birding to Change the World’라는 원제에 걸맞게 탐조가 어떻게 사회 변화와 연대 활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새를 관찰하는 눈으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다
탐조는 환경문제를 넘어 더 큰 사회정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저자에게 이 점을 깨우쳐준 것은 워너공원에서 만난 미스터엠이라는 흑인 노인이다. 남부의 아칸소주에서 인종차별을 피해 위스콘신으로 온 미스터엠은 여기서도 공원을 산책할 때 인종차별적 시선을 자주 받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저자와 함께 있을 때도 지나가던 백인 남성이 ‘흑인 남자랑 백인 여자라니’라는 듯한 찡그린 표정으로 자신들을 피해 갔다고.
이 만남을 계기로 저자는 유색인종이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탐조 등의 야외활동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워너공원에서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것도 주로 백인이었다는 것도. “백인이 불쾌하게 반응하거나 심지어 나를 괴롭히고 해칠까 봐 걱정이 든다면 ‘긴장을 풀기’ 위해 아름다운 장소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진행하는 탐조 수업에서 사회정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 유색인종 아이들의 멘토가 된 중산층 대학생들이 아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대학생 멘토들은 “어떤 아이들은 공원에 있는 언덕에서 굴러서 옷이 더러워지면 집에 가서 혼난다는 사실”을 배우고 “어째서 자신들은 야외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어째서 자신의 부모들은 자식들과 함께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하고, 스키를 타고, 래프팅 등등을 할 자원”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새를 관찰하는 눈으로 차별과 사회정의의 문제를 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은 재난, 트라우마, 회복, 화해, 환경, 교육, 풀뿌리 민주주의, 사회정의 등등 놀랍도록 다양한 주제들을 ‘새’라는 테마를 통해 연결하고 있다. 저자는 빼어난 스토리텔링으로 새에서 출발해 그 이상으로 나아가며 어떻게 새를 관찰하는 것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회 변화를 위한 도구가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홀로 있던 새들이 점차 무리를 이루어 막강한 집단이 되듯이, 새를 중심으로 한 저자의 세계가 점점 넓어져 사회를 바꾸는 힘을 얻어 가는 과정이 인상적이고 주목할 만하다. 자연 속에서 배운 교훈을 활용해 지역 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향해 가는 저자의 여정은 새와 자연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 운동, 커뮤니티 활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반짝이는 영감을 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2953489 |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28일 | ||
쪽수 | 552쪽 | ||
크기 |
150 * 211
* 34
mm
/ 839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Birding to Change the World/O'Kane, Tri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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