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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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24년 12월 1주 선정
다섯 작가가 선보이는 ‘신드롬’ 테마 앤솔러지
뉴스에서 다음과 같은 소식이 연일 보도된다고 가정하자. ‘○○ 신드롬 열풍’. 가족과 친구들, 학교나 회사 앞의 풍경을 뒤바꾼 현상이 닥쳐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먹거리처럼 사소한 것부터 우리 삶을 뒤바꿀 만큼 중대한 일까지 신드롬이 사회에 깊게 스며든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아직은 상상 같기도, 한편으로는 이미 현실에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한 신드롬이 이제 다섯 편의 이야기로 탄생해 독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작가정보

장편소설 『인간보다 인간적인』 『죽지않고 어른이 되는 법』 『굿 드라이버』 『살인자의 쇼핑몰』(1, 2권) 『페로몬 부티크』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하품은 맛있다』 『프랑켄슈타인 가족』 『엘자의 하인』 『심여사는 킬러』, 소설집 『살인자의 쇼핑목록』 『개들이 식사할 시간』 『굿바이 파라다이스』 등이 있다.
"소설가, 드라마 작가. 중학생 때 시험 기간이 끝난 교실에서 친구들과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후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그 세계를 오래오래 산책하는 중.
장편소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와 TV 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의 각본 등을 썼다."
앤솔러지 『대스타』에 「스타 이즈 본」을 수록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 『살인을 시작하겠습니다』, 소설 『물 밑에 계시리라』, 소설집 『좀비즈 어웨이』, 에세이 『소름이 돋는다』 등을 펴냈다. 느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쓰는 삶을 목표로 한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시나리오를 써왔다. 2021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2023년 청소년 소설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를 출간했다.
목차
- 차례
배예람, 「사랑보다 까눌레」
민지형,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최세은, 「오차범위는 작게」
강지영, 「1나노그램만큼 사랑해」
양은애, 「시크릿 캔디」
책 속으로
책 속으로
장기 연애 휴식자는 국민 연애 관리공단에 ‘일 년 이상 연애하지 않았음’으로 등록된 사람을 의미한다. 한번 장기 연애 휴식자로 분류되는 순간, 국가의 엄중한 관리가 시작된다. 틈만 나면 날아오는 우편물, 끝없는 전화와 문자, 국민 연애 관리공단 앱에서 보내는 알림. 그 모든 것들이 주영의 연인을 찾아주고 싶어 시도 때도 없이 안달했다. (배예람, 「사랑보다 까눌레」) (12~13쪽)
주영은 심드렁하게 물었다.
“난 어디가 잘못된 걸까요?”
“잘못되었냐고요?”
“인간으로서 마땅히 있어야 할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고작 연애 좀 안 했다고요?”
“그게…… 좀 다르다니까요. 설명을 못 하겠네.” (배예람, 「사랑보다 까눌레」) (31쪽)
‘쇼츠’라 불리는 이름의 짧은 영상이 세상에 처음 나온 지도 어느덧 오십여 년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그 템포와 리듬, 길이에 완벽히 익숙해졌다. 모든 것이 짧고 간명한 시대였다. 그보다 길고 복잡한 것, 구구절절한 것은 견디지 못했다.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16부작 드라마, 세 시간짜리 영화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다 지난 시대의 유물이 된 지 오래였다. (민지형,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58쪽)
“같이 시간을 보낸다고요?”
“네.”
이수에게는 정원의 그 말이 무척 알쏭달쏭하게 들렸다. 시간이란 건 항상 때우는 것이거나, 아끼는 것이 아니었나. 시간을 ‘보낸다’는 건 뭘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이수는 정원을 앞에 두고 여태 해본 적 없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민지형,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83쪽)
선택지 신드롬.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불렀다고 한다.
게임 같은 UI. 내 일상과 연관되는 질문과 선택지. 선택지에 따른 누적 가산점. 더 나은 인생으로 방향을 정한다는 메인 키워드.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탄생한 일상 알고리즘은 부르기 쉽게 ‘선택지 신드롬’이 되었다. (최세은, 「오차범위는 작게」) (109쪽)
민우 형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건 그 순간에 나온 선택지였다.
앞으로의 공격에 대해
1. 피하면서 다리를 접질린다. (전치 2주)
2. 피하지 않고 공격한다. (상해 2주)
“뭐야?”
남의 선택지를 본 것은 나도 처음이었다. 민우 형의 떨리는 음색이 바로 귓가에 들리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왜 이래? 고장 난 거야?” (최세은, 「오차범위는 작게」) (134쪽)
댓글을 보고 깨달았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회피형 인간이라면 내가 그렇게 특별한 찌질이는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정신병도 아니고 태어나 보니 이런 기질이라는데 어쩌란 말인가. 눈먼 자들의 도시에 살면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눈 뜬 자였다. 나는 회피형 인간 수십만 명의 얼굴이 나와 닮았을 거라 생각했다. (강지영, 「1나노그램만큼 사랑해」) (146~147쪽)
나는 부엌과 거실을 잇는 벽에 매달린 앤티크 벽시계를 바라봤다. 홈 캠이 새카만 더듬이처럼 부엌을 향해 움직였다. 갑자기 각도가 바뀐 걸 보면 엄마가 실시간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회피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강지영, 「1나노그램만큼 사랑해」) (167~168쪽)
국정감사 당일,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단연 파피랜드였다. 현재 청소년 사이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파피캔디 때문이었다. 고작 알사탕을 만든 식품 회사가 이렇게 국정감사까지 나와야 할 정도인가 싶지만, 파피 캔디를 빼고는 현재 청소년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선풍적인 유행이기에 국정감사에 파피랜드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의견이었다. (양은애, 「시크릿 캔디」) (183쪽)
“중고 거래 앱에서는 얼마 정도 해?”
“개당 만 원 정도요.”
유주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에 수현의 눈이 커졌다. 이천 원짜리 사탕 한 봉지에 든 사탕 한 개가 만 원에 판매되는 건 엄청난 폭리였다. (양은애, 「시크릿 캔디」) (202쪽)
출판사 서평
동시대를 지나는 유행으로부터
다가올 열풍을 예측하는 발랄한 세태소설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혹은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많은 유행을 접하고 재생산한다. 사람들의 개성과 취향이 날로 다양해지는 요즘, 유행을 마냥 따르고 즐길 수도 있겠지만 자신만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특정 유행이 대세로 인정받아 온 세상을 도배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마치 세상이 불가해한 일들로 가득한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이해하는 일, 두렵고 피곤하지만 한편으로 설레고 궁금한 그 일을 소설로 이야기하기 위해 다섯 작가가 모였다.
‘신드롬’은 앞서 이야기한 모든 양상을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다. 본래 ‘원인 불명의 병적 증상들’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사회적으로 해석하는 경우 ‘대세, 열풍’이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어디서 어떻게 발생한 건지 불분명하지만 사회적으로 대세가 된 현상을 상상하며, ‘○○ 신드롬’이라는 콘셉트로 펼쳐지는 다섯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먼저 배예람 작가는 ‘연애 신드롬’이라는 콘셉트로 지독하게 연애를 선망하는 세상을 그린다. 그 세상에서는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으면 장기 연애 휴식자로 분류되어 각종 구애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고, 심지어 고위험군의 경우 국가에 연애 휴식세를 내야 한다. ‘숏폼 신드롬’을 콘셉트로 하여 30초보다 긴 것은 소비하지 않는 세상을 그려낸 민지형 작가는 숏폼의 비약적인 성질을 극대화하여 흥미로운 질문을 독자에게 건넨다.
최세은 작가는 ‘선택지’라는 가상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인공지능에게 의탁하는 ‘선택지 신드롬’을 그려내 근미래적인 상상력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건넨다. 강지영 작가는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사람에게 회자되었던 회피형 인간을 소재로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로서 ‘회피형 신드롬’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가장 쉽고 빠르게 퍼지지만 그만큼 절제하기 어려운 ‘먹거리 신드롬’을 콘셉트로 한 양은애 작가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는 유행이 된 사탕과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듯 다섯 작가가 모두 최근의 트렌드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있었고,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 다양한 갈래로 이야기가 뻗어나갈 수 있었다. 거기에 작가마다 개성 있는 문체와 현실과 미래를 오가는 상상력이 더해졌으니, 독자도 흥미롭게 세태를 톺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뉴 신드롬’에 대해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올, 어쩌면 이미 도달한
새로운 세상을 다룬 다섯 편의 이야기
배예람 X 연애 신드롬
「사랑보다 까눌레」
스물네 살 ‘주영’은 장기 연애 휴식자다. 장기 연애 휴식자는 국민 연애 관리공단에 ‘일 년 이상 연애하지 않았음’으로 등록된 사람을 의미한다. 관리공단에서는 주영에게 국가 지원사업인 합숙 소개팅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문자와 전화 독촉에 질릴 대로 질려버린 주영은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장기 연애 휴식자들을 만나 데이트하면서 주영은 자신이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다. ‘사랑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자 전부인 세상에서, 과연 주영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민지형 X 숏폼 신드롬
「너무 길지 않게 사랑해줘」
30초 길이의 짧은 영상만 소비하는 세상. 태어나자마자 계정을 갖고, 어릴 때부터 영상 찍는 법을 배워 높은 조회수와 팔로워 수를 가진 ‘이수’는 자타공인 모범생이다. 그런 이수에게 선생님이 은밀한 제안을 건넨다. 전교 꼴등인 ‘정원’에게 계정을 운영하는 법을 알려주면 이수가 입사하기를 희망하는 회사의 대표에게 잘 이야기해주겠다는 것. 얼결에 제안을 수락한 이수는 정원과 이야기해보기 위해 만나는데, 짧은 영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정원을 보고 당황한다. 게다가 정원의 취미는 이 시대 사람들이 즐기지 않는 것들뿐이라 이수는 더욱 난처해한다. 어쩌면 정원과 가까워지는 시간은 30초로는 모자를지도 모른다.
최세은 X 선택지 신드롬
「오차범위는 작게」
‘희준’은 부서진 안경을 들고 난처해한다. 삼 주 동안 안경 없이 살아야 하는데, 그 말은 안경 렌즈에 띄워지는 ‘선택지’를 삼 주 동안 볼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선택지’라고 불리는 빅데이터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일상과 관련된 질문과 선택지를 각막에 이식된 생체 렌즈를 통해 보여주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 기민하게 선택지를 세분화한다. 모두가 선택지를 보고 살기에, 렌즈를 이식할 수 없는 희준도 안경에 의존한 것이다. 그러나 선택지를 보고 내린 결정이 과연 모두 옳을까? 누군가 던진 질문에 고민이 깊어져가는 그때, 희준에게 아르바이트 대타를 부탁했던 ‘민우’가 사망하면서 희준은 무언가 결심하게 된다.
강지영 X 회피형 신드롬
「1나노그램만큼 사랑해」
혼자 있는 게 편하다, 책임과 속박이 싫다, 타인을 믿지 않으며 친밀감과 신뢰가 어렵다……. 회피형 테스트 검사를 마친 ‘효림’은 오늘도 고득점을 기록한 자신의 결과지를 확인한다. 자신과 같은 수많은 회피형 인간을 떠올리며 자신이 가장 회피하고 싶은 존재인 엄마를 맞닥뜨리는 효림. 엄마는 효림과 효림의 동생 ‘은규’를 자신의 실수쯤으로 여기는 사람이었지만, 언제나 자식들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효림과 은규는 늘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면서도 각자 엄마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기 바쁘다. 그때 효림의 핸드폰에 알림이 뜬다. ‘로저 비비에 진품일까요?’ 엄마가 가진 명품 물건들을 중고 거래에 내놓는 것이 효림의 방법이다. 물론 회피형 인간답게 가품을 구해 내놓는 방식으로.
양은애 X 캔디 신드롬
「시크릿 캔디」
화려한 색깔과 달콤한 맛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파피캔디’. 중학교 교사 ‘수현’은 우연히 학생들이 주고받는 것을 보고 파피캔디를 처음 보게 된다. 유행 하나로 웃고 친해질 수 있다는 게 마냥 귀엽다고만 생각하며 웃던 수현은 며칠 뒤 뜻밖의 소식을 전해듣는다. 교육청에서 파피캔디를 교내에 가져오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는 것. 고작 사탕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교육청 공문이라니. 심지어 파피캔디를 다루는 기사도 앞다퉈 보도되고, 파피캔디 회사의 대표는 국정감사에까지 출석한다. 그리고 교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수현은 이제 파피캔디를 보고 전처럼 웃을 수 없게 된다.
기본정보
ISBN | 9791193914595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2월 02일 |
쪽수 | 216쪽 |
크기 |
132 * 199
* 14
mm
/ 37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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