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보
박경범(朴京範)
사람들 중엔 자기의 본분과 역할에 충실한 사람도 있지만 유달리 전체적이고 근본적인 일에 나서는 사람이 있다. 그들 중에 성공한 자는 정치를 하고 실패한 자는 글을 쓴다.
할 말은 있으나 듣는 이가 얼른 무릎을 칠 만한 탁월한 사상을 발표할 능력이 없는 자는 문학을 한다. 수필을 쓰려면 글쓴이가 이미 유명하든가 깨달음을 주는 교훈이 가득해야 한다. 그 정도의 지명도나 글의 내용을 갖지 못한 자는 결국 소설을 쓴다.
1995년 <천년女皇>
1997년 <은하천사와7일간의사랑>
2000년 <잃어버린세대>,
2000년 시집 <채팅실 로미오와 줄리엣>
http://muma.com.ne.kr/
http://blog.empas.com/mumakr
목차
- 1. 여성대법관 황애실 / 9
2. 출세 뒤의 허무 / 30
3. 부마감을 찾아라 / 66
4. 여성정치가 성정아 / 82
5. 명문가의 문화권력 / 108
6. 두 여인 / 132
7. 검찰의 간택 / 155
8. 공주의 진노 / 173
9. 방송작가 오영자 / 186
10. 공주의 꿈 / 197
11. 잃어버린 이십년 / 235
12. 진정한 공주 / 319
책 속으로
1. 여성대법관 황애실
점심후의 나른함 속에서 유진은 전화번호를 눌렀다.
“오늘 취재 일로 여의도에 가거든. 자기는 어디에 있는데? 국회 앞이야? ”
남자친구 기준은 경찰간부로서 지금 여의도의 시위진압 전경대 지휘를 맡고 있었다. 그녀는 저녁시간을 물었다.
“미안해 오늘은 저녁에 교대 못할 것 같아. 지금 몽골과의 합병 반대시위가 한창이거든. 그리고 또… ”
유진은 곧 대답할 말이 나오지 않아 머뭇거리다 끊었다. 다행이 기준이 전화를 받는 곳이 시끄러워서 사무실전화기를 놓는 소리는 그에게 들리지 않았다.
유진은 한동안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치 그녀의 연애사업이 좌절된 것처럼 의기소침했다. 그것은 평소에도 그녀는, 둘의 사이가 자기가 먼저 프러포즈한 것이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기에 더했다. 석 달 전 유진은 뉴스방송화면에 나온 기준의 모습을 보고 취재 인터뷰를 명분으로 연락하여 교제를 시작한 것이었다.
경찰간부인 기준은 저녁이라도 자유로운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건 조금만 생각하면 이해될 수 있는 것이지만 우선은 감정이 앞서는 것이 그녀의 마음이었다.
‘다시는 먼저 전화하지 말자. 어떻게 되든… ’
유진은 사뭇 비장한 각오를 하고는 오후 취재를 나갔다. 국회와 정부청사를 돌아보며 매일같이 나오는 여야의 법률안 승강이 등 평범한 기사를 모았다. 다섯 시가 되어 취재에서 돌아온 유진은 책상에서 마감기사를 정리하고 있었다.
“새 대법관 지명자에 황애실(黃愛實) 대검찰청 가족과장.”
모니터 화면에 뜬 속보였다.
‘바로 그녀가 결국… ’
유진은 무릎을 쳤다. 이미 유진은 여검사 황애실에 관해서 숱한 인터뷰와 대담을 통해 잘 알고 있는 터였다. 황애실과의 사이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도였다. 바로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 최고 가치판단기관인 대법원의 대법관이 되다니…….
유진은 마치 자기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후 내내 의기소침한 기분도 위안이 되었다. 대한민국 최고지도층과도 잘 아는 사이인 내가 무엇이 불만이고 무엇이 부족하단 말인가. 그녀는 어서 오늘 일을 마무리하려고 책상 위의 자료와 모니터에 집중했다.
“한기자, 잠깐 봅시다.”
편집데스크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예?”
바쁜데 또 무슨 딴소리를 하려하느냐, 혹은 난 잘하고 있는데 무슨 시비를 걸려 하느냐 하는 듯이, 유진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며 편집부장의 자리로 갔다.
“한기자 국회 취재는 끝났지?”
“예, 마무리하는데요.”
“그건 뻔한 거니까. 신임 나기자에게 맡기고 지금 빨리 나갈 준비를 하지.”
“어디로요?”
“지금 막 황 대법관 지명자가 퇴근했거든. 입장 발표는 내일 한다고 했는데 한기자가 오늘저녁 인터뷰를 해보는 게 어떻겠어? 될 수 있는 대로 사생활과 개인적 신념을 묻고 특히 젊은 시절 사랑이야기 같은걸 캐내면 더욱 좋지.”
다소 억지스런 지시였지만 유진은 끄떡일 수밖에 없었다. 입사 삼년 째의 그녀는 이미 자기 나름의 친화력으로 유명인사 특히 여성유명인사에 대한 특종 인터뷰를 수차례 해온 전문가임을 부장도 알고 있는 터였다.
유진은 황검사의 집으로 전화했다.
“아직 안 들어오셨습니다.”
집에는 가정부와 열 살 된 딸이 살고 있었다. 십년 전 미국에서 결혼한 남편은 한국에 있는 시간보다 미국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유진은 황검사의 휴대폰으로 걸려고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려다 말고,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황검사는 퇴근 후 곧바로 집에 들어오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퇴근 후 사적인 술자리 등에서 중요한 결정이 오가는 남자들의 세계는, 이미 십여년 전부터 그 모순이 드러나서 사회적 병폐로서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 술을 멀리하는 건실한 여성 지도자들의 역할은 이미 증대되고 있었고 황검사가 대법관으로 지명된 것이 주목받는 것도 단지 그녀가 여성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검찰출신으로서 어쩌면 2년 임기의 검찰총장에 오르는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6년 임기의 대법관의 자리에 지명된 것이었다. 거국적인 사건의 수사에 업적을 남긴 쟁쟁한 선배와 동료 검사들을 제치고 청소년문제와 가족문제에 검사생활의 대부분을 바친 그녀가 지명되었다는 것은 분명 훌륭한 기사감이었다.
유진은 일인용 미니카를 타고 광화문의 신문사를 나와서 한남동 황검사의 집으로 향했다. 갈수록 더해 가는 교통체증으로 재작년 획기적인 교통개혁이 단행되었다. 출퇴근용 자가용을 모는 자는 우측에 조수석이 있는 일반 5인승 승용차는 운행하지 못하고 폭이 좁은 일인용 차량만을 운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의 보통승용차는 3인 이상의 집단이동을 하는 영업차량에 한해 운행이 허가되었고 가족의 주말
기본정보
ISBN | 9788991572089 |
---|---|
발행(출시)일자 | 2006년 11월 24일 |
쪽수 | 329쪽 |
크기 |
148 * 21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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