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북성로의 밤

조두진 장편소설
조두진 저자(글)
한겨레출판사 · 2012년 03월 19일
8.8
10점 중 8.8점
(2개의 리뷰)
(null%의 구매자)
  • 북성로의 밤 대표 이미지
    북성로의 밤 대표 이미지
  • A4
    사이즈 비교
    210x297
    북성로의 밤 사이즈 비교 150x210
    단위 : mm
01 / 02
MD의 선택 소득공제
10% 10,800 12,000
적립/혜택
600P

기본적립

5% 적립 600P

추가적립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600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절판되었습니다.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그 시절, 대구 북성로 거리를 걸었던 사람들!
식민 지배의 광기와 탐욕으로 얼룩진 근대의 풍경을 그린 조두진의 장편소설 『북성로의 밤』. 1940년대 대구 북성로의 ‘미나카이 백화점’을 배경으로 근대의 속살을 파고든 또 하나의 ‘전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배달부 노정주와 백화점 사장의 딸 나카에 아나코의 사랑, 노정주의 사촌형인 순사 노태영과 독립운동을 하는 노치영 형제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노정주와 아나코를 통해서는 잔잔한 사랑을 보여주고, 노태영과 노치영 형제를 통해서는 전쟁으로 인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는 인간의 밑바닥 모습을 담아냈다. 또한 당시 대구의 근대화 모습을 곳곳에서 묘사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을 겪어야만 했고, 살아남기 위해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전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조두진

저자 조두진은 1967년생. 10년 넘게 신문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 2001년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받은 단편소설 <게임>을 썼으며, 일본군의 눈으로 본 ‘임진왜란 마지막 1년’의 이야기를 담은 《도모유키》로 2005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능소화》, 《유이화》, 《아버지의 오토바이》, 《몽혼夢魂》. 소설집 《마라토너의 흡연》, 《끝까지 이럴래?》(공저) 등이 있다. 현직기자로서 보고 느낀 사회의 이면 또는 단면을 날카로운 시선과 섬세하고 감각적인 필치로 소설들을 써나가고 있으며, 꾸준히 역사소설을 출간하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1부
    2부
    3부
    4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책 속으로

고향을 버렸으므로 그는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이름을 지웠으므로 누구든 될 수 있었다. 진실로 그렇게 살고 싶었다. (58p)

"정주야, 늘 하는 소리다만 그저 금 그어진 대로 살아라. 치영이 놈은 세상의 금이 잘못 그어졌다고 말한다. 치영이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이란 게 어디로 그어져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세월에 따라 이렇게도 그어지고 저렇게도 그어진다. 누구 한 사람이 금을 긋는 게 아니다. 세상은 한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그저 금 그어진 대로 살면, 가시에 찔릴 일이 없고, 불구덩이에 빠질 일도 없을 것이다. 내 말 알겠니?"(69p)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세월 따라 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너는 어디에도 구애되지 마라. 부디 살아서 마땅히 네가 죽어야 할 때, 죽어야 할 곳에서 죽어라. 어쭙잖은 짓으로 객사하지는 마라."(70p)

기다리지 않았는데도 만나는 사람은 없다. 그리워하지 않았는데도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없다.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사람들은 오래 기다렸으며, 오래 그리워한 사람들이다. 노정주가 오늘 처음 자신의 이름을 불렀지만 낯설지 않은 까닭은 그 전에도 그가 그렇게 불렀기 때문일 것이라고 아나코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 목소리에 자신의 귀가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긴 세월을 기다려 만난 사람들은 서로를 금방 알아보고 사랑에 빠지는 법이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은 스쳐갈 뿐 만나지 못한다. 노정주를 처음 보았을 때 그토록 낯이 익던 까닭은 언젠가 두 사람이 만났으며, 다만 기억하지 못할 뿐임을 아나코는 알았다. 자전거에서 내린 두 사람은 천천히 걸었다. 밤공기는 포근하고 향기로웠다. (102p)

그러니 조선과 대구는 내 고향이나 다름없다. 아나코를 낳고 기르고 공부시킨 곳이다. 내 청춘의 피와 땀을 쥐어짜서 건설한 내 백화점이다. 지금이라도 처분하고 살길을 찾자고? 조선을 떠나는 순간, 백화점 문을 닫는 순간, 나는 죽는다. 나는 살아도 조선에서 살고, 죽어도 조선에서 죽을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미나카이는 무너지지 않는다. 미나카이가 무너지지 않는 한 나는 죽지 않는다. 내 몸의 물리적 삶과 죽음은 문제가 아니다. 미나카이가 곧 내 청춘이요, 육신이요, 피요, 땀이요, 영혼이다. (242p)

이름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삶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선언 같은 것이었다. 아나코와 함께하는 삶은 이전과 확실히 다른 생이었고, 달라야 했다. 새로 태어나자면 마땅히 새 이름이 필요했다. 어떤 이름을 지을까 고민하던 정주는 기왕이면 사촌 형의 성씨를 따르라는 아나코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형의 성인 야마모토와 광주 노씨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지만, 형이 이미 야마모토라는 성을 쓰고 있는 마당에, 사촌 동생이 다른 성을 쓴다면 이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성은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야마모토?로 정해졌다. 거기에 정주의 정(靜) 자를 뜻으로 새겨 시즈라고 지었다. (260~261p)

"어머니의 마른 손목을 볼 때마다 나는 힘이 센 농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배불리 드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었다. 어머니의 손톱에 시커먼 흙 때가 아니라 붉은 봉숭아물을 들여드리고 싶었다.
치영아, 나는 부지깽이처럼 가느다란 우리 어머니의 손에 하얀 살이 오르기를 바랐다. 어머니는 나를 뱄을 때 우리 집 광이 쌀로 넘쳐나는 꿈을 꾸셨다고 하더라. 나는 어머니께 논밭을 사드리고 싶었다. 어머니가 우리 논밭에서 일하시고 쌀로 광을 가득 채우기를 바랐다. 나는 어머니와 더불어 아침 일찍 소를 끌고 밭으로 나가서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종일 일한 착한 우리 소를 위해 쇠죽을 끓이고 싶었다."(325~326p)

"나는 일본 사람한테 무시당했고, 해방 뒤에는 일본 사람 밑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한국 사람들한테 배척받았소. 사실 나는 어느 편도 아니었소. 일본 사람 편도, 조선 사람 편도 아니었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누구를 위해 살았는지, 무엇 때문에 살았는지도 모르겠소."
"사람은 꼭 무엇을 위해 살지는 않아요. 세상에 났으니 그냥 사는 거지요."
"그냥……."
"그래요, 그냥."
아나코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자신은 일본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일본 사람으로 살아야 했고, 당신은 한국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한국 사람으로 살아야 했던 것뿐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348p)

출판사 서평

그들 모두는 북성로의 나그네였고, 세상의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 혹은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습니다.
그들 모두는 제 삶의 주인이고자 했으며, 다만 살기 위해 살았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근대의 속살을 파고든 또 하나의 ‘전쟁’을 생생히 묘파하다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도모유키》로 이름을 알린 작가 조두진. 《능소화》, 《유이화》, 《아버지의 오토바이》, 《몽혼夢魂》 등의 장편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던 그가 2012년 신작 장편소설 《북성로의 밤》을 출간했다. 《북성로의 밤》에서 작가는 1940년대 대구 북성로에 있는 ‘미나카이 백화점’을 배경으로, 배달부 노정주와 백화점 사장의 딸 나카에 아나코의 사랑, 노정주의 사촌형인 순사일을 하는 노태영과 독립운동을 하는 노치영 형제의 갈등을 두 축으로 근대의 속살을 파고든 ‘전쟁’을 생생히 그려낸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대구 북성로 거리를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지난했던 삶과 그들을 통해 세월의 흐름과 사람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정주, 아나코, 노태영, 노치영, 나카에 도미주로 등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구 북성로의 나그네였고, 세상의 이방인이었다. 그들은 다른 누구를 위해, 어떤 목표나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다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살아왔고 살아남으려고 애썼다. 자기 뜻과 상관없이 전쟁을 겪어야만 했고, 전쟁 중에 살아남기 위해, 어느 쪽이든 선택해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식민 지배의 광기와 탐욕의 ‘랜드마크’, 대구 북성로 ‘미나카이 백화점’

《북성로의 밤》은, 우선 노정주와 아나코의 잔잔한 사랑을 보여준다. 백화점 배달부 노정주에게 ‘미나카이 백화점’ 사장(나카에 도미주로)의 딸 아나코는 쳐다볼 수 없는 존재였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한두 마디 얘기를 나누고, 배달하느라고 고생했다며 땀을 닦으라고 손수건을 건네주는 아나코. 노정주는 밤에 북성로에서 아나코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서 급속도로 친해진다.

정주는 밤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날 알았다.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는 낮이라면 아나코가 그처럼 용감하게 허리를 껴안을 수 있었을까. 낮이라면 이렇게 아나코를 태우고 보란 듯이 자전거를 타고 대구를 달릴 수 있었을까. 어둠은 청년의 상기된 얼굴과 대구 사람 누구나 아는 처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가려주었다. 어둠 덕분에 두 사람은 질투를 받지 않았다. 힘차게 페달을 밟던 정주가 불렀다. “아나코상.” (101p)

어린 시절부터 가난하게 살아서 공부를 잘해도 일등이 될 수 없었던, 항상 지주의 아들에게 일등을 내주고 이등을 해야만 했던, 그렇기에 일본 선생의 양자가 되고 이름을 바꿔 일본 순사가 된 노태영(야마모토 쇼시).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혈육인 형마저 죽여야 하는 동생 노치영. ‘전쟁’이라는 괴물이 사람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두게 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인물들의 밑바닥 모습까지 담아낸다.

"쓸모가 없어야 살아남는다. 살아남아야 쓸모가 있는 것이다. 하물며 밥숟가락 하나까지 모조리 전장으로 쓸어가는 세월이다. 사람은 오죽하겠느냐? 있는 듯 없는 듯 살아라. 지금은 살아남는 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다."(70p)

그것은 조선 민족의 배신자 야마모토 쇼시를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희망이자 삶을 짓밟아버리는 행위였다. 얼마든지 형을 욕하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일 수는 없다. 어머니가 형을 버리면서까지 조선 독립을 염원할 것인가. 조선이 독립하지 못하더라도 어머니는 형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그것은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85p)

대구의 북쪽 성벽을 허물고 일본인 나카에 도미주로가 세운 ‘미나카이 백화점’은 근대화의 물결을 잘 그려내고 있다. 전쟁에 승리하는 일본 군대를 따라 철도를 따라 움직이던 상인들은 상품을 소비하는 군인들 덕분에 성장하게 되는데, ‘미나카이 백화점‘은 1945년 일본이 패전하기 직전까지 조선 전국과 만주, 중국에 18개 지점, 4천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거대한 백화점 그룹이었다. 그 당시 대구의 근대화 모습을 소설 곳곳에서 묘사하고 있는 작가는, 1940년대의 대구 북성로와 서성로의 모습을 그려내며, 현재 대구의 북성로 거리는 어떻게 변했나 궁금증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미나카이 백화점은 가장 놀랍고 화려한 곳이었다. 백화점은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실내인데도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 들어왔다. 놀라운 것은 수많은 인파가 신발을 신고 들어와도 안이 늘 깨끗하다는 사실이었다.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들은 잔치에 가는 사람들보다 더 멋을 부리고 있었다. 남자든 여자든 그들의 몸에서는 향기가 났다. ……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규모의 미나카이 백화점은 경이였다. 백화점 북쪽 벽면에는 30개의 장방형 유리창이 붙어 있었다. 마치 얇은 유리가 그 거대한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보일러실과 정화조, 옥상의 물탱크와 피뢰침은 그 쓰임을 듣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건물뿐이 아니었다. 백화점 점원들은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종일 방긋방긋 웃었다. (35p)

북성로의 밤은 아름다웠다. 길 양옆에 조경 회사인 스기하라 합자회사, 구로가와 재목점, 목욕탕인 조일탕, 대구 곡물 회사, 마쓰노 석유 회사를 비롯해 철물점과 채소 가게와 생선 가게, 식료품 가게, 약국, 도기점 등 크고 작은 점포가 즐비했다. 북성로의 점포들을 한 바퀴 순례하는 것만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모두 구할 수 있었다. 밤 10시가 가까웠지만 아직 불을 밝히고 영업 중인 점포도 많았다. 점원들이 점포 입구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80~81p)

■ 주요 내용

1940년 대구 미나카이 백화점에서 배달부로 일하던 노정주는 우연히 백화점 사장 나카에 도미주로의 딸 아나코를 길에서 만난다.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고 했더니 아나코는 직접 자전거를 가르쳐주겠다며 밤에 북성로에서 만나자고 한다. 자전거가 없는 노정주는 밤에 북성로에서 아나코와 만나, 아나코에게 자전거를 배우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열게 된다. 노정주를 백화점에 취직시켜준 노정주의 사촌형인 야마모토 쇼시(노태영) 순사는 어릴 적부터 수재였다. 소작농이던 아버지가 갑자기 사라진 후 어머니는 힘겹게 소작을 하면서 노태영과 동생 노치영을 키웠고, 노태영은 학교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학생이었다. 담임이던 일본인 선생을 따라 공부를 하러 떠났다가 그의 양자가 되고, 순사학교를 졸업해서 순사가 된다. 노태영은 어머니의 땅을 되찾아주고, 동생 노치영을 대구의 양화점에 취직시키지만, 노치영은 곧 일을 그만두고, 독립운동을 한다. 일본인들을 돕는 조선 상인들을 협박하며 독립운동을 하던 노치영은, 순사 일을 하는 형 노태영을 죽이라는 지시를 받고는 고민하다가 사촌동생 노정주를 통해서 선물로 위장한 폭탄을 형에게 전달한다. 직감적으로 폭탄임을 알게 된 노태영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밤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노정주와 아나코를 본 구로카와 소좌는, 나카에 사장에게 얘기해서 아나코를 만나고, 아나코에게 노정주와 헤어지라고 협박한다. 갑작스레 천황의 무조건 항복 선언으로 백화점을 빼앗기게 될 지경에 이른, 나카에 도미주로 사장은 노정주와 아나코를 급히 결혼시키는데…….

■ 추천의 글

내륙의 분지 대구의 읍성은 외침으로 두 번 허물어졌다. 처음의 토성은 무력에 의해 무너졌으나 이후 석성을 허문 것은 금력, 즉 돈이었다. 돈을 둘러싼 싸움은 권력 다툼 못지않았다. 어쩌면 더 집요하고 맹렬했다. 돈, 돈의 힘, 돈의 싸움만큼 인간의 욕망, 인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치는 없다. 그리하여 대구 읍성의 북쪽 성벽이 무너진 자리에 일본인 나카에가 세운 미나카이 백화점은 식민 지배의 광기와 탐욕과 복마전의 ‘랜드마크’가 된다. 소설은 노태영, 노치영 형제의 갈등과 사촌 노정주의 사랑을 숨 가쁘게 좇으며 근대의 속살을 파고든 또 하나의 ‘전쟁’을 생생히 묘파한다. ‘이식된 근대’의 풍경은 화려한 비극이자 고통스러운 소극이다. 그럼에도 쉬이 외면할 수 없는 것은 각자 다른 ‘살길’을 찾아 발버둥질하는 그들의 모습이 오늘날의 우리와 고스란히 겹쳐지기 때문이다. -김별아(소설가)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84315600
발행(출시)일자 2012년 03월 19일
쪽수 356쪽
크기
150 * 210 mm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2)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10점 중 10점
 

 
 
 일제 강점기 국내에 들어온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펼쳐 가는 사랑과 갈등,명예와 질투,개인의 정체와 존재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뇌리를 관통해 나갔다.나라 잃은 서러움도 크지만 국가의 혼과 이념,사상마저도 빼앗긴 채 철저하게 일본인의 생각과 지시,조직에 의해 휩쓸려 가는 세태를 꼬집고 사랑은 이념이나 국경을 초월하여 순수하고도 애틋한 정념이 싹트어 간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마저도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배제되는 가슴 아픈 시절의 이야기가 대구의 북성로(北城路)의 미나카이(三中井) 백화점을 중심으로 당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상황과 맞물려 자본과 물자를 내세워 국내에 들어온 일본 오우미상회(近江商會)의 미나카이 백화점이 포목점으로 시작하여 일본의 대동아공영과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치닫을 무렵의 대구 북성로의 낮과 밤과 조선인과 일본인의 정체과 존재에 대해 현장감 있게 거침없게 스토리텔링이 질주하고 있다.
 
 일본 오우미(近江)는 시가(滋加)현 지역을 중심으로 상혼이 발달되어 온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듣기로는 '파리가 어깨에 달라 붙어도 돈'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장사 수완과 상혼이 깊게 배여져 있는 곳이다.이 지역의 미나카 형제중 셋째인 나카에 사장이 조선에 일찍이 발을 들여 놓고 포목점으로 사업을 시작한다.조선에 들어와 36년이 흐를 무렵 일본은 진주만 공습에 유럽에선 독일에 연합군에 패하고 종전으로 치닫고 있을 무렵 일본 경찰과 헌병대에 의한 노무 보국회라는 이름하에 조선의 젊은이들이 다시 못 올 전장터로 나가고 미나카이 백화점은 군대와 관청의 지원이 컸으며 지나,중국,조선에 20여개의 커다란 사업장을 거느리고도 남았고 나카에 사장 역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빗자루로 백화점 앞을 청소하는 것을 하루의 일과로 시작하여 근면.성실로 악착같이 살아온 것이 그가 사업장을 진두지휘하고 휘하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 점에서 오우미상회의 사업근성과 상혼을 본받을 만하다.
 
 나카에 사장에게는 외동딸 아나코가 있다.그녀는 청춘의 싱그러움과 순수함, 아카시아 향이 솔솔 풍기는 상큼함이 판매부에서 일하는 조선인 노정주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나코는 순수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노정주에게 먼저 아는 체를 하고 밤이 되면 노정주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기도 하는데 노정주는 일을 마치고 마음이 꿀꿀해지면 여학교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그녀와의 미래를 혼자서 그려 보는데,아나코에게 침을 흘리고 있는 헌병대 구로가와(黑川)는 나카에 사장에게 그의 딸과의 맞선을 요구하지만 아나코는 어쩔 수 없이 선 아닌 선을 보게 되고 마음 속의 뜨거운 연정과 사랑은 노정주에게 이미 간 상태이고 구로가와는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자존심과 명예를 내세워 아나코에게 스토커마냥 치근덕대고 강간마저 서슴치 않는 등 그의 본색을 드러내고 만다.
 
 나라를 잃고 조선의 젊은이들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은 가운데 노정주의 사촌형은 소학교 시절 그의 멘토가 되어 주었던 야마모토의 후광을 입고 일본 경찰에 투신하게 되고 치안과 사상범들을 가려 내고 일본인으로 거듭 살아가기를 원한다.나라를 빼앗기고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의 경찰관으로의 행색은 어찌보면 친일파이고 혼(魂)마저 일본화한 저주받을 인물이지만 가난에서 벗어나 윤택한 삶과 명예를 거머쥐고 싶었던 생각과 신념이 뇌리에 있었을거 같다.반대로 바로 아래 동생 치영은 '의열단' 소속으로 조선의 해방을 위해 조직원으로 일하면서 그의 형을 처단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고,일본이 저지른 2차 세계대전은 패색의 기미가 짙어가고 결국 일본 히로히토 천황의 육성에 의해 전쟁 종지부를 찍고 전쟁에 대한 책임에 대해 규명을 하면서 조선에 와있던 일본인과 사업장들이 문을 닫고 '걸음아,나 살려라'는 식으로 서둘러 몸만 빠져 나가게 된다.
 
 거의 36년간을 미나카이 백화점에 전심전력했던 나카에 사장은 미나카이 백화점만은 내놓을 수 없다는 일념이었지만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미군정에 양도를 해야 되고,백화점 주인을 조선인으로 내세우려 그의 딸 아나코와 조선인 사위 노정주를 콩 볶아 먹듯 혼인식을 올리지만 이미 미나카이 백화점은 그의 손에서 멀어져 가게 된다.나카에는 귀국길에 오르지만 몸과 마음이 미나카이 백화점에 머물고 그의 부인과 아나코만 귀국하게 된다.훗날 대구를 찾아 온 아나코는 우연찮게 노정주를 대구역 앞에서 만나게 되지만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노정주의 삶도 별볼일 없는 처지로 나락하게 되지만 아나코는 북성로에서 알콩달콩 나누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개인은 나라의 이념과 체제에 의해 존재하게 된다는 극히 현실적인 만남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된다.
 
 나라를 빼앗기고 주객이 전도되었던 일제 강점기의 조선의 산하는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였으리라.아무리 머리가 좋고 재주가 뛰어나다고 해도 대다수의 조선인은 초근목피로 어렵게 연명했으리라.노태영과 같이 기회주의적이고 약삭빠르게 처신하며 개인의 삶과 명예를 이끌어 가려 했던 부류도 있었을테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의열단을 조직하여 해방 조국을 염원했던 피끓는 청년들도 있었으리라.나아가 나라는 다르지만 순수하고 정념적이고 미래를 약속할 남녀사이만큼은 제대로 지켜주어야 했겠지만 노정주를 이등국민으로 치부했던 일본인의 오만과 편견이 아나코와 일찌감치 하나가 되지 못한 점이 가슴이 아려오고 애틋하기만 하다.대구의 북성로는 이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신천,향촌동,수성 지역은 군대생활을 대구근처에서 했기에 귀에 익은 지명이기도 해서 읽어 가는 재미와 연상 작용이 쏠쏠했다.
 
10점 중 7.5점

역사적 비극 속에 자신이 믿는 최선이라고 생각한 삶을 살다간 삼형제가 있었다. 같은 형제지만 서로의 생각이 달라 서로에게 총을 겨루는 엇갈린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의 슬픈 역사가 녹아 있는 작품 '북성로의 밤' 저자 조두진씨의 작품은 처음이다. 저자는 2005년도에 한겨례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고하는데 현직 기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역사소설을 꾸준히 집필하고 있는 그의 작품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아직까지 대구에 가 본 적이 없다. '북성로의 밤'은 일제강점기때 대구의 번화한 거리 북성로에 있는 부의 상징인 미나카이 백화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백화점을 이용하는 일본인과 조선인을 상대로 배달을 다니는 막내 노정주와 어릴적부터 영특한 소년이였지만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기로 결심한 일본인 순사 맏형 노태영, 그 사이에 조선인이면 조선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한다는 생각을 실행하고 있는 둘째 노치영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사는 것과 올바르게 사는 것에 대한 가치 차이를 둔 형제의 이야기에 백화점 사장의 딸 아나코와 노정주와의 로맨스까지 가미되어 있는 생생한 역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다 읽고난 소감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한편 본 느낌이다. 사랑하는 감정은 억지로 만들려고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노정주와 아나코의 사랑 역시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이 발전하여 사랑으로 싹트게 된다. 허나 이들이 아나코의 부유한 아버지의 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사랑이 인정 받지만 일본의 패망으로 행복도 느낄 사이도 없이 이별을 해야하는 연인... 짧은 이별은 결국 긴 이별로 이어지는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데.... 이 와중에 노태영, 노치영 형제에게도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일제강점기때 일본인들의 만행이야 말할 필요가 없다. '북성로의 밤'은 화려한 북성로를 중심으로 치열한 삶을 살다간 3형제를 중심으로 우리의 아픔 근현대사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쓸모가 없어야 살아남는다. 살아남아야 쓸모가 있는 것이다."고 노태영이 막내 동생에게 이를 정도로 조선인의 목숨이 얼마나 하찮게 취급되었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과하지 않게 표현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으며 지금의 대구 북성로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해서 가보고 싶다.

문장수집 (0)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드립니다.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이 책의 첫 기록을 남겨주세요.

교환/반품/품절 안내

  • 반품/교환방법

    마이룸 > 주문관리 > 주문/배송내역 > 주문조회 > 반품/교환 신청, [1:1 상담 > 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7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 반품/교환 불가 사유

    1)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1)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분 좋은 발견

이 분야의 베스트

이 분야의 신간

침묵의 퍼레이드
이벤트
  • 4월 단말기 북꽃축제 패키지
  • 25년 4월 북드림
01 / 0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