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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톨스토이 저자(글) · 아구스틴 코모토 그림/만화 · 이항재 번역
문학동네 · 2025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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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톨스토이 작품세계의 핵심 주제
죽음에 대한 사유가 집대성된 가장 완벽한 작품!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이자 세계문학사의 거장 레프 톨스토이는 평생 죽음이라는 주제에 골몰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형제들을 잇달아 떠나보내며 그는 죽음의 고통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이러한 톨스토이의 작품 중 “가장 예술적이고 가장 완벽하며 또한 가장 정교하다”라고 평한 나보코프의 말처럼,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톨스토이의 죽음에 대한 사유가 가장 완벽하게 드러나는 소설이다.
죽음이란 개연성 없는 사건이자 대비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다.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삶을 통해 불시에 죽음을 맞아야 하는 인간의 실존적 공포를 보여준다. 또한, 아무리 죽음을 피하려 발버둥쳐도 인간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으며, 운명을 수용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주제의식을 선명하고 깊게 다룰 뿐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높은 경지에 이른 소설이다. 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 세밀한 심리 분석,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결론을 이끌어내는 영혼의 변증법 등 톨스토이 고유의 기법이 확연히 드러나는 걸작이다.

이 책의 총서 (1)

작가정보

저자(글) 레프 톨스토이

레프 톨스토이

Лев Толстой

러시아 툴라 지방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모 밑에서 성장했다. 1844년 카잔대학교에 입학했으나 대학 교육에 실망하여 삼 년 만에 자퇴하고 귀향했다. 고향에서 새로운 농업경영과 농민생활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1851년 큰형이 있는 캅카스로 가 군대에 들어갔다. 1852년 「어린 시절」을 발표하고, 네크라소프의 추천으로 잡지 〈동시대인〉에 익명으로 연재를 시작하면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는 한편, 농업경영과 교육활동에도 매진해 학교를 세우고 교육잡지를 간행했다.
1862년 결혼한 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의 대작을 집필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명성을 얻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뒷부분을 집필하던 1870년대 후반에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회의에 시달리며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는다. 1899년 발표한 『부활』에서 러시아정교회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1901년 파문당했다. 1910년 사유재산과 저작권 포기 문제로 부인과 불화가 심해지자 집을 나와 방랑길에 나섰으나 폐렴에 걸려 82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그림/만화 아구스틴 코모토

Agustín Comotto

아르헨티나 출생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1980년대 말 아르헨티나 잡지 〈피에로〉에 작품을 게재하며 출판 활동을 시작했다.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며 폭넓은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멕시코,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작품을 출판했으며, 2001년 자신이 쓰고 그린 『700만 마리의 딱정벌레』라는 책으로 멕시코에서 그해 가장 아름다운 어린이·청소년 그림책에 주는 ‘바람의 가장자리 상A la Orilla del Viento’을 수상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와 단편 「카르히데에서 성년이 되기」, 응구기 와 시옹오의 『직립 혁명』 등 다양한 작품을 강렬하고 모던한 화풍으로 그려내고 있다.

번역 이항재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투르게네프의 후기 중단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리키세계문학연구소 연구교수와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단국대학교 러시아어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소설의 정치학: 투르게네프 소설 연구』 『러시아 문학의 이해』(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문학사』 『아르세니예프의 인생』 『아버지와 아들』 『루진』 『귀족의 보금자리』 『첫사랑』 『숄로호프 단편선』 『톨스토이와 함께한 하루』 등이 있다.

목차

  • 이반 일리치의 죽음 7
    옮긴이의 말 135
    레프 톨스토이 연보 141

책 속으로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들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자리 이동과 보직 변경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가까운 지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듯이, 그들도 죽은 게 자신이 아니라 그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10p)

그녀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정작 그에게 하고 싶었던 주요한 용건을 꺼냈다. 그것은 남편이 사망한 경우 국고에서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녀는 표트르 이바노비치에게 연금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척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그 자신도 모르는 세세한 부분까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남편이 사망한 경우 국고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든지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어했다. (21p)

이반 일리치가 신부가 될 여자를 사랑했고, 그녀에게서 자신의 인생관에 대한 공감을 발견했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말한다면 그건 옳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교계 사람들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인정해서 결혼했다고 말하는 것도 옳지 않을 것이다. 이반 일리치가 결혼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그런 아내를 얻는 것이 유쾌했고, 동시에 최고위층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한 일을 했던 것이다 (34p)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도대체 내가 어디에 있을 수 있을까? 정말 죽음이 있을까? 아니, 나는 죽고 싶지 않아.’ (74p)

이반 일리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거짓이었다. 왠지 모두가 인정한 거짓, 그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병이 들었을 뿐이고, 안정을 취하고 치료만 잘 받으면 아주 좋아질 것이라는 그 거짓말을 견디기가 고통스러웠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점점 더 심해지는 고통과 죽음 외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었다. 이 거짓말이 그를 괴롭혔다. (92p)

때론 희망이 한 방울 반짝이다가 때론 절망의 파도가 몰아쳤고, 끊임없는 통증과 연이은 울적함, 모든 게 똑같았다. 혼자 있으면 끔찍하게 울적해져서 누군가를 부르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상태가 더 악화된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시 모르핀이라도 맞아서 고통을 잊어버릴 수 있다면 차라리 좋을 텐데. 의사에게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해야겠어. 이대로는 견딜 수 없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100p)

그는 즐거웠던 지난 삶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마음속에 떠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의 지난 삶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들이 이제는 그 당시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아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빼고는 모든 것들이 다 그랬다. 거기, 어린 시절에는,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 시절의 기쁜 추억만 가지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정말로 즐거운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 그 기쁨을 느꼈던 그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마치 어떤 다른 사람을 추억하는 것과 같았다. (113p)

늘 똑같은 삶이었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 활기 없는 삶이었다. 나는 산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히 일정한 걸음으로 산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산을 오르고 있었지만, 사실은 꼭 그만큼씩 내 발밑에서 삶이 멀어져갔던 거야…… 이제 모든 것이 끝났고, 죽는 일만 남았다! (115p)

출판사 서평

“도저히 설명할 수 없어! 고통, 죽음…… 도대체 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예리하고 깊은 통찰

레프 톨스토이는 “예술가이자 심리학자”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잘 그리는 리얼리즘 작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도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죽음과 죽음의 고통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공포와 고뇌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이반 일리치는 성실하며 적당히 속물적인 현대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법률학교를 졸업하고 지방에 부임한 이반 일리치는 상류층 사회로 편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경력을 쌓고 인맥을 넓히며 예심판사로 승진한 뒤, 그는 좋은 가문의 여성과 결혼해 부와 명성을 쌓는다. 우여곡절 끝에 평생 꿈에 그리던 집을 장만하게 된 이반 일리치는 이사를 준비하다가 사다리에서 넘어지는 작은 사고를 겪는다. 이 일이 원인이 되어 그는 병을 얻게 되고, 가볍게 봤던 상처가 깊어지며 시름시름 앓는다.

때론 희망이 한 방울 반짝이다가 때론 절망의 파도가 몰아쳤고, 끊임없는 통증과 연이은 울적함, 모든 게 똑같았다. 혼자 있으면 끔찍하게 울적해져서 누군가를 부르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상태가 더 악화된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시 모르핀이라도 맞아서 고통을 잊어버릴 수 있다면 차라리 좋을 텐데. 의사에게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해야겠어. 이대로는 견딜 수 없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100p)

아무리 애써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운명을 부정하고 분노하며 우울감에 빠진다. 유명하다는 의사를 찾아다니고, 동료들과 카드놀이를 하며 아프지 않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 가족을 원망한다. 이내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죽을 운명을 수용해야 함을 깨닫고, 그 순간 고통만 가득했던 ‘검은 자루’에서 빠져나와 마침내 빛을 본다. 죽음의 공포와 고통, 울분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한 것이다.
한 생명에게 탄생이 무작위로 발생하는 사건인 것처럼, 대부분 사람에게 죽음은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사건이다. 언제, 어떻게 도래할지 모르는 삶의 종말과 존재의 소멸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실존적 공포인 것이다. 톨스토이는 우리가 느끼는 이 두려움과 허망함, 고통을 해부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다룬 20세기 러시아문학의 정수를
아구스틴 코모토의 강렬하고 모던한 화풍으로 만나다

아르헨티나 출생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아구스틴 코모토가 그린 삽화 24점을 더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한층 강렬하고 극적인 외형을 입게 되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멕시코,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작품을 출판한 경력이 있는 아구스틴 코모토는 2001년 자신이 쓰고 그린 『700만 마리의 딱정벌레』라는 책으로 멕시코에서 그해 가장 아름다운 어린이·청소년 그림책에 주는 ‘바람의 가장자리 상A la Orilla del Viento’을 수상한 베테랑 작가다. 그는 이반 일리치의 고뇌와 고통을 선명한 색상 대비를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삽화에 화살표, 좌표 등 기호를 활용해 현대적인 느낌을 주었다.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독자들은 한층 풍성하고 다채로운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톨스토이의 작품 중 가장 예술적이고 가장 완벽하며 또한 가장 정교하다. _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톨스토이의 업적은 문학에 내재한 모든 희망과 염원이 타당함을 입증한 것이다. _안톤 체호프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41609184
발행(출시)일자 2025년 03월 20일
쪽수 148쪽
크기
189 * 223 * 8 mm / 469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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