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와 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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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서사의 무한한 확장, ‘달달북다’
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 수상 함윤이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
로맨스 서사의 무한한 확장, ‘달달북다’
‘달달북다’ 시리즈는 지금 한국문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2인의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를 키워드별(로맨스×칙릿, 로맨스×퀴어, 로맨스×하이틴, 로맨스×비일상)로 나누어 매달 1권씩, 총 12권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다.
‘사랑’의 모양은 늘 위태로울 만큼 다양하며, 그것과 관계 맺는 우리의 자리 역시 매 순간 다르게 아름답다. 여기에 동의하는 이에게 새로운 로맨스 서사의 등장은 여전한 기쁨일 것이다. ‘달달북다’는 로맨스의 무한한 변신과 확장을 위해 마련된 무대다.
이 책의 총서 (1)
작가의 말
다만 바로 이 지점, 즉 약속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위도와 경도의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열일곱인지 스물일곱인지도 확실치 않은 십대지만, 어쨌거나 계속 서로의 곁에 앉아 있다. 손을 만지거나 허벅지를 주무르기도 한다. 그들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서로의 곁에 있는 대신, 서로의 곁에 있기 위해 약속들을 만든다. 결혼식 또한 이 같은 주먹구구식 약속에 포함된다. 이 과정은 내가 생각한 ‘하이틴 러브’의 낭만적 사랑과는 분명 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목차
- 위도와 경도
작업 일기 : 하이틴 러브 VS 왜 쓰는가
책 속으로
두 아이가 동시에 손을 들었다. 소장이 말을 멈췄다. 왜 그러냐? 위도와 경도는 이번에도 동시에 손을 내렸다. 그들은 고개 돌려 서로의 눈을 보았다. 납덩이 같은 두 얼굴 위로 하나의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웃음……과 비슷하면서도 울상……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위도가 말했다. 열흘이 아니에요. 경도가 말했다. 우린 10년간 머물렀어요. 한 덩어리로 겹친 목소리가 말했다.
우리는 10년간 우주에 있었어요.
_12쪽
규를 비롯한 연구소 사람들은 두 아이만 우주에 외따로 버려지는 상황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았다. 그것은 본래 ‘있을 수 없는 일’ 혹은 ‘없다시피 한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에, 벌어질 리 없다던 가능성의 세계에 머물고 있었다. 위도와 경도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기계 수리와 검사, 그리고 무작정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것 정도였다. 그도 아니면…… 서로를 만지거나.
_30쪽
우미가 그 일을 맡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위도와 경도가 연구소 관계자 중 가장 덜 경계하는 인물이 우미라는 사실이었다. 분리 조처 이후 그들은 연구복 차림의 사람을 볼 때마다 눈에 띄게 긴장했으나, 우미 앞에서는 비교적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를 규의 친구로 기억해서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덕에 우미는 매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위도와 경도 사이에 앉아 있게 되었다.
_40~41쪽
그런데도 묘한 느낌은 한동안 우미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종종 아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혹시 이 애들의 말이 맞으면 어쩌지? 두 아이가 우주에서 정말로 10년을 보낸 것이라면? 많은 경우 위도와 경도는 십대 연인보다 노부부에 더 가까워 보였다. 면회 시간마다 그들은 잃어버린 부품을 되찾은 양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미 한평생을 서로의 옆에서 보냈기에 상대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못 하는 노인들처럼.
_47쪽
사건이 쌓이다 보면 시간도 흘러 있겠지. 너희도 변할 테고. 그걸 알았으면 해.
아이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우미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열일곱이든 스물일곱이든, 너희는 앞으로 많이 달라질 거야. 슬픈 일만은 아니야. 그냥 그렇게 되는 거야.
_63~64쪽
갈림길 앞에 멈춘 경도가 말했다.
우리 그냥 여기서 하자.
위도가 몸을 돌렸다. 그들은 악수하려는 사람처럼 마주 보고 섰다. 열일곱 혹은 스물일곱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이 서른이나 마흔, 혹은 예순이나 일흔이 된 순간을 그려보았다. 어떤 모습도 떠오르지 않았다. 눈앞을 채우는 것은 지금의 얼굴뿐이었다.
_68쪽
출판사 서평
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 수상 함윤이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
‘달달북다’의 아홉 번째 작품은 함윤이의 『위도와 경도』이다.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함윤이는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섬세한 위로”(이소 문학평론가)를 전하며 데뷔 2년 만에 제14회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누구보다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작가는 이번 작품 『위도와 경도』를 통해 우주라는 극한의 세계를 무대로 성장이 멈춘 소년 소녀가 이뤄낸 순정하고 견고한 마음의 결정체를 하이틴 로맨스 SF로 새롭게 선보인다.
좌표와 시간을 거스른 무중력의 사랑
지구에 발 닿지 않은 가능성의 세계
“우리가 결혼식을 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위도와 경도』에서는 ‘미숙하지만 미완은 아닌 마음’, 로맨스×하이틴을 키워드로 좌표와 시간을 거스른 무중력의 사랑과 지구에 발 닿지 않은 가능성의 세계를 그려낸다. 열일곱 소녀 ‘위도’와 소년 ‘경도’는 지구의 한 연구소 프로젝트에 선발되어 함께 우주로 가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그들은 데면데면한 사이였지만 강도 높은 훈련이 지속되면서 가까워진다. 첫 계기는 수중 훈련이 끝나고 난 뒤의 사소한 문답이었다. “물귀신 봤어?”(18쪽)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서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경도가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푹 꺼진 눈두덩과 뺨이 드러났다. 우주에 나가기 전에 비하면 몹시 야위었지만, 여전히 앳된 얼굴이었다. 열일곱의 얼굴로 경도는 말했다.
우리는 사랑에 빠졌어요. 아주 깊고 짙은 사랑이에요. (13쪽)
위도와 경도가 우주정거장으로 떠나고 얼마 있지 않아 사고가 발생해 두 사람은 10년간 우주를 떠돈다. 마침내 지구에 불시착한 그들에게 연구소 직원들은 고작 열흘이 흘렀을 뿐이라고 말한다. 열흘과 10년의 시차, 열일곱과 스물일곱의 간극, 위도와 경도는 그 시차와 간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10년 동안 성장이 멈춰 있던 그들은 지구로 돌아온 직후부터 다시 성장하게 되고, 서로의 모습이 변화하는 것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사랑이 변질될까 봐 두려워한다. 두려움에 지지 않고 다만 지금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위도와 경도는 연구소 직원 ‘우미’에게 결혼식을 열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과연 두 사람은 이 결혼식을 무사히 열 수 있을까?
서로를 향한 손길만이 유일했던 우주에서의 시간
성장이 멈춘 소년 소녀가 이뤄낸 마음의 결정체
그 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 위도와 경도는 하나로 포개진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접촉된 표피에서 무언가 변하고 있었다. 우주를 떠도는 동안 투명해지던 몸이 다시금 뚜렷해졌다. 새로운 시간 또는 사건이 둘의 몸속에 쌓였다. 우주……와도 무생물……과도 다른 무엇으로 그들은 새롭게 변하고 있었다. 맞댄 손바닥에서 그들이 볼 수 없는 무수한 입자가 교환되었고, 새롭게 탄생하거나 사라지며 뒤섞였다. 그것은 분명한 사건이었다. (34~35쪽)
『위도와 경도』에서 위도와 경도가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은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우주에서의 순수했던 사랑은 지구라는 가변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변할 것인가. 즉, 사랑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듯 위도와 경도는 자신들의 사랑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해 말하고 행동한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순결한 마음의 결정체를 동력으로 소설은 사랑의 더 먼 곳까지 나아간다. 작가가 「작업 일기 : 하이틴 러브 VS 왜 쓰는가」에서 밝힌 것처럼, 위도와 경도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88쪽) 서로의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기 위해 ‘결혼’을 약속한다. 온전하고 순수한 사랑을 그려내기 위해 고민한 작가의 솔직한 음성은 작업 일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달달북다’는 12명의 젊은 작가가 로맨스×칙릿(김화진, 장진영, 한정현), 로맨스×퀴어(이희주, 이선진, 김지연), 로맨스×하이틴(예소연, 백온유, 함윤이), 로맨스×비일상(이유리, 권혜영, 이미상)의 테마를 경유해 각별한 로맨스 서사를 선사한다. 독자들은 오늘날 각기 다른 형태로 발생하는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70612278 |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2월 20일 | ||
쪽수 | 92쪽 | ||
크기 |
111 * 172
* 11
mm
/ 220 g
|
||
시리즈명 |
달달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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