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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오 저자(글)
천년의시작 · 2023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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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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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오 시인의 시집 『살판』이 시작시인선 0472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10년 계간 『문장』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으로는 『달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 『층층나무편의점』이 있다.

추천사를 쓴 김완하 시인은 이정오 시인의 시 쓰기를 시시포스의 바위에 비유한다. 다시 계곡으로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온몸으로 껴안고 굴려 올리는 거대한 바윗돌” 같은 글쓰기가 “형벌”이 아닌 “기쁨”이 되는 신비에 주목하며, 시집 『살판』에 “새겨진 삶의 진지한 숨결을 눈여겨보게 될 독자들의 행복”을 가늠한다.
반복되는 하루와 반복되는 계절을 맞으면서도 늘 처음인 것처럼 대하는 시인의 태도는 긍정적이고 순수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시포스의 바위를 끌어올리며 ‘살판’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가 겪어야 할 필연적 삶의 주기는 창조적인 꽃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며 피어날 것이다.

이 책의 총서 (479)

작가정보

저자(글) 이정오

충남 출생.
아주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2010년 계간 『문장』 신인상 수상.
시집으로 『달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 『층층나무편의점』 등이 있음.

작가의 말

녹슨 못에 걸린 붉은 망에서
양파가 자란다
벌써 구불구불 세 뼘이다

하루 천만 개가 버려지고
천만 개가 생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리나라 마스크
물론 포장재를 제외한 숫자다
필요악인 쓰레기 무덤과 불타는 지구 별
양파의 눈동자와 죽은 별의 부스러기
이들을 기억하며 우주여행을 떠난다

이번 시집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쯤일까
종잡을 수 없는 들먹거림 속에 갇혀 버렸다
목덜미를 당기는 바람의 방향이 아쉽지만
새 우주 비행선이 탄생할 미래를 기약하며
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중심으로
이대로 여행 티켓을 예매하기로 한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늪 13
    올가미 14
    봄비 16
    자귀나무 18
    느티나무 그늘 20
    아지랑이 21
    흰 그리고 22
    새벽 24
    정원 이야기 26
    계곡에 빠진 가을 28
    코스모스 30
    눈꽃 32
    상고대 아침 34
    물관 36
    느티나무 분교 38
    우박 40

    제2부

    살판 43
    고요한 풍경화 44
    가뭄 46
    무박 탈출 48
    고요 49
    발 50
    하현달 52
    수선 54
    팔팔 버스는 종점이 없다 56
    사마귀 58
    가을 부엌 60
    허수아비 62
    표준전과 64
    고추잠자리 66
    아마씨 68
    기러기 날다 70
    구덕산을 바라본다 72
    그녀의 페이지 74

    제3부

    효자손 77
    전봇대가 있는 골목 78
    당신은 민들레 79
    휴일 80
    눈 오는 새벽 82
    386세대 84
    새로운 봄이 오고 86
    3월의 눈 88
    전화벨이 울었다 90
    철사 옷걸이 92
    별꽃 94
    깡통구이 96
    추석맞이 97
    바람도 함께 잠들었다 98
    바꿔치기 100
    훈련소 102
    꼬리가 아홉 104
    겨울 바다 106

    제4부

    석남사 구름 111
    수신修身 112
    해송 114
    4월 116
    행복한 자의 창 118
    눈, 새로 뜨다 119
    미륵 120
    겨울 산 122
    각주구검 123
    통사通史 124
    한가위 125
    계단처럼 126
    고사목 128
    흰 구름 129
    달이 잠드는 시간 130
    귀 132
    한때 134

    해설
    이승하 살판나는 화엄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적 노력 135

추천사

  • 시인 이정오는 시의 가파른 비탈 위로 꾸준히 시의 언어를 밀고 올라가는 시시포스다. 그동안 그가 쉬지 않고 굴려 올린 바위는 첫 시집 『달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에 이어 두 번째 시집 『층층나무편의점』, 그리고 거기에 이어지는 세 번째 시집 『살판』으로 펼쳐진다. 그가 온몸으로 껴안고 굴려 올리는 거대한 바윗돌은 가혹한 형벌과도 같다. 그러나 시 쓰기는 그것을 큰 기쁨으로 품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이정오는 숨 가쁜 순간도 잠시 멈추지 않고 암벽을 타고 오르는 등반가가 아닌가. 이제 그가 굴려 올린 세 번째 바윗돌은 다시 계곡으로 굴러 내릴 것이다. 이정오는 그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주저함 없이 이 길을 달려온 것이다. 조만간 그는 또다시 계곡 아래로 달려 내려가 네 번째 바윗돌을 굴려 올릴 것이다.
    이정오의 시집 『살판』에는 그가 껴안아 온 시간들로 가득하다. 그 시간은 평범한 길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가 거꾸로 물구나무서 뒷발로 밀고 온 거대한 바윗돌인 것이다. 그 무게는 이 지구의 중량과도 맞먹는다. 이제 그의 시집을 접하는 독자들은 이정오의 시를 읽는 기쁨 속에서 새로운 삶의 통로를 찾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이 시집 『살판』을 펼쳐 그 안에 새겨진 삶의 진지한 숨결을 눈여겨보게 될 독자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책 속으로

살판

비가 오지 않아 마디가 짧아진 오이
지난밤 내린 비로 지네발 덩굴손이 자라고
구부렸던 순이 고개를 든다
옆으로만 퍼지던 오이 마디가 밤새 자랐다
덩굴손이 허공을 타고 길게 올라야
오이도 길쭉하게 주렁주렁 달린다

배밭 포도밭은 또 어떻구
한시름 놓은 거지
나무도 사람도
사십 밀리 비에 이렇게 달라지다니
논에 물이 차고 개울물이 흐르고
이제 살판난 거야
저수지까지 물이 괴면 좋으련만
하늘에 또 맡기는 수밖에

하하 웃으며 담배 한 대 물고
호박밭으로 향하는 해찬 형님
노란 오이꽃 토마토꽃이 옆에서
해맑은 얼굴로 웃는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60217164
발행(출시)일자 2023년 05월 26일
쪽수 152쪽
크기
128 * 208 * 13 mm / 331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시작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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