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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김지용 저자(글)
삼우반 · 2008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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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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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백성들의 삶!

병자호란 직후의 격변기를 새롭게 조명한 김지용의 역사소설『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청나라 심양에 잡혀가 있던 소현세자의 국내 복귀를 둘러싼 지배층의 대립과, 그러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었다. 1644년 봄, 서울 한복판에 있는 기방 야유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기생집 야유원에서 경비를 맡고 있는 응보와 장부 정리를 하고 있는 봉두에게 야바위꾼 유복이 접근한다. 세도가 김자점 일행이 청나라 고위층에 보내는 거액의 뇌물 전표를 훔치자고 제안한 것. 세 명은 종로 한복판에 있는 객주에서 전표를 가로채는 봇짐털이를 하지만, 그로 인해 소현세자의 시해와 관련된 거대한 음모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 소설은 당시 변화의 상징이었던 소현세자를 중심으로, 그가 왕권을 물려받는 데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간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 속에서 발생하는 백성들의 희생을 함께 보여준다. 작가는 널리 알려진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대신 이름 없는 백성들을 전면에 내세워 격변기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또한 속담과 속어, 사투리 등 다양한 표현 기법으로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지용

저자 김지용은 1964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재학 중이던 1986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냈으며, 졸업 후 만화 창작, 출판 기획 일을 했다.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나라』(1993), 『허수』(2004), 장편동화 『배탈고개』(2005)를 출간했다. 현재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일련의 역사소설을 기획 집필 중이다.

목차

  • 서사(序詞)

    제1장 야유원(冶遊園)
    제2장 밀담(密談)
    제3장 장도(杖刀)
    제4장 전야(前夜)
    제5장 봇짐털이
    제6장 허방 짚다!
    제7장 살인(殺人)
    제8장 촉수(觸手)
    제9장 의혹(疑惑)
    제10장 인연(因緣)
    제11장 압박(壓迫)
    제12장 손 뒤집으면
    제13장 연심(戀心)
    제14장 덫
    제15장 탐색(探索)
    제16장 부조화(不調和)
    제17장 거사(擧事)
    제18장 구금(拘禁)
    제19장 갈등(葛藤)
    제20장 누명(陋名)
    제21장 구명(求命)
    제22장 올가미
    제23장 막다른 길 1
    제24장 막다른 길 2
    제25장 삶의 대가(代價)
    제26장 죽음의 손짓
    제27장 반전(反轉)
    제28장 팽(烹)
    못 다한 이야기

    작가 후기

책 속으로

“성리학적 명분론에 입각해 ‘바른 상태로 되돌린다’는 ‘반정(反正)’의 기치를 들었던 사대부들은 외교적으로나 국내 정치적으로 광해군의 정책으로부터 한 발 나아가지 못한 채 위기 상황의 타개에 부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소현세자는 귀국 후 두 달여 뒤인 1645년(인조 23) 2월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이 소설은 소현세자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도 않으며 역사 진보에 대한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는다. 신분 질서가 붕괴되는 조선 후기 사회의 한 단면인 기생집을 무대로 야바위꾼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과정을 그렸을 뿐이다.” (작가 후기 중에서)

출판사 서평

1. 이 소설은...

격변기 병자호란 직후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가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1644년(인조 22) 봄을 시대적 배경으로 서울 한복판 수진방(현 청진동)에 있는 기방 야유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청나라 심양에 잡혀가 있던 소현세자(昭顯世子, 1612-45)가 국내로 복귀할 시점이 가까워 오면서, 세자를 옹호하는 세력과 그를 제거하려는 세력 간의 첨예한 대립과 그러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가는 백성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고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기생집 야유원에서 경비를 맡고 있는 응보, 그리고 장부 정리를 하고 있는 봉두에게 야바위꾼 유복이 접근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유복은 그 둘에게 당시 세도가 김자점(金自點, 1588-1651)이 청나라 고위층에 보내는 거액의 뇌물 전표를 훔치자고 꼬드긴다. 이에 이 셋은 소현세자의 시해와 관련한 거대한 음모에 자신들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신분제가 붕괴되기 시작하는 대변화의 시기를 배경으로 친명과 친청, 신권과 왕권으로 대별되는 지배층의 분열과 대립을 그리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지배층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발생하는 일반 백성들의 희생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이 소설은 독특한 상상력, 탄탄한 이야기 구조, 개성적인 문체로 역사소설 읽기에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이 소설은 소현세자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도 않으며 역사 진보에 대한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는다. 신분 질서가 붕괴되는 조선 후기 사회의 한 단면인 기생집을 무대로, 야바위꾼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과정을 그렸을 뿐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유명한 역사 인물이나 사건을 주요 소재로 하지 않고 이름 없는 백성들을 전면에 등장시킨다. 그러면서도 격변기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속도감 있는 전개와 극적인 반전, 생동감 있는 인물 표현, 그리고 속담과 속어, 사투리 등 다채로운 표현 기법을 통해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줄거리>
무대는 한양 수진방골의 기방 야유원. 이곳에서 경비를 맡고 있는 응보와 장부 정리를 하는 봉두에게 야바위꾼 유복이 접근한다. 세도가 김자점 일행이 청나라 고위급에 바치는 뇌물 전표를 훔치자는 것이다. 이러한 유복의 제안에 따라 종로 한복판에 있는 객주에서 전표를 가로채는 봇짐털이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봇짐 속에는 전표의 일부와 인명록만 있을 뿐이었다. 급기야 봇짐을 털린 충배란 자가 자기편인 김자점의 심복 홍극에게 살해당한다. 이 살인 사건을 맡게 되는 우포도청 포교 김정방은 충배가 살해 전날 머물렀던 야유원의 사내들을 의심하게 되고, 탐문하던 중 응보가 과거 자신과 악연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김정방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응보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려고 하고, 한편에선 야유원의 단골 손님인 심우경을 중심으로 응보의 구명 운동에 나서게 된다.
마침내 응보의 최종 고문이 이루어지던 날, 유복이 우포도청에 나타나면서 극적인 반전이 펼쳐진다. 사실 유복은 의금부의 신임 도사 권휴이었던 것. 사건의 내막에는 심양에서 소현세자에게 역모의 누명을 씌워 그가 귀국하기 전에 시해하려는 김자점 일파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으며 이를 저지시키려는 의금부 판사 이덕형과 도사 권휴의 활약이 있었음이 밝혀진다. 대략 열흘 정도에 걸친 이야기를 28개 장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
- 응보: 호란 중 전투에 참가했으며 전쟁 통에 부인과 헤어진 후 야유원에서 경비 일을 보고 있다.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걸 찾기 위해’ 봇짐털이에 나선다. 과묵하면서도 실천력이 있는 인물.
- 봉두: 이리저리 떠돌다 야유원에서 경리 일을 하게 된다. 겁이 많은 자로,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동료를 배신한다.
- 유복: 쪽제비라 불리는 야바위꾼.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봇짐털이 사건을 만들고 설계하는 인물이다. 나중에 금부도사 권휴임이 밝혀진다.
- 심우경: 야유원을 드나드는 명문가 출신의 인물. 양반층을 대변하는 인물로, 당대의 지배 사상인 성리학에 회의를 품고 새로운 사상을 모색한다. 응보의 구명에 ‘대의’와 ‘우정’ 속에서 갈등한다.
- 홍극: 김자점의 심복 무사.
- 종규: 김자점의 책사. 충배의 살해를 지시한다.
- 충배: 김자점의 부하로 사신 일행으로 청나라로 떠나기 전 살해당한다.
- 김정방: 충배의 살해 사건을 수사하는 우포도청의 포교. 일반 백성을 직접 상대하는 말단 양반층의 전형적 인물. 응보와 악연이 있다.

이 소설에서 말하고 있는 것 - 역사의 진보에 대한 의문과 희망

- 기왓장 하나 내려서 무사할 주춧돌이면 그것을 어찌 주춧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 소설은 거듭된 임란과 호란으로 신분 질서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지배 이념이었던 성리학이 위협을 받는 변화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왜 이 시기일까?
“이 소설의 배경인 1644년(인조 22)은 조선 사회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대변화가 잠재된 시기였다. 청이 대륙에서 명을 밀어내고 북경에 입성함으로써 볼모의 의미가 사라진 소현세자가 귀국할 것이라는 예측은 당위였고, 이는 곧 청을 등에 업은 세자와 성리학적 명분론에 입각해 명을 지지했던 사대부 계층이 대척점에 놓인다는 의미였다. 소현세자의 부상은 권력 지배층 내의 단순한 권력 이동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다’던 성리학이 왜란과 호란 후에 ‘돈 있고 능력 있으면 왕후장상의 씨도 산다’는 사회 현실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이처럼 사회질서가 붕괴될 위험에서 성리학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한계를 노정함에 따라 조선 사회는 사상적 중심이 와해될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이는 곧 지배층의 붕괴를 의미했다.”(작가 후기 중에서)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당시 변화의 상징이었던 소현세자를 중심으로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데 반대하는 세력과 찬성하는 세력 간의 대결이 이 소설에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 소설에서 소현세자에 대한 반대파(인조를 추종)에는 세도가였던 김자점과 소용 조씨 일파가 있고, 소현세자 옹호파에는 의금부판사 이덕형(李德泂, 1566-1645) 등이 속한다. 특히 이덕형은 “나는 말일세, 청이 능력을 인정해주는 저하께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네”라고 말하며 심우경에게 출사하여 국내 기반이 취약한 세자를 도와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소현세자를 둘러싼 지배층의 갈등은 대외적으로 친명과 친청, 대내적으로 신권과 왕권으로 갈려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폐주께서는 왜란을 몸소 겪으시면서 백성들의 고초를 피부로 느끼셨지. 조선의 왕이라는 명(名)에 합당한 역할로서의 분(分)은 조선 백성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확신하셨네. 그러나 많은 신하들이 대국으로서의 명나라와 그 신하국으로서의 조선을 명(名)으로 보고 신하국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의(義)라 생각했던 것이네.”
당시의 지배층의 갈등은 이미 광해군 시대에 잉태되어 있었으며, 명나라와의 의리를 내세울 것이가와 청나라를 중시할 것인가로 극심하게 나뉘어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조선의 사대부들은 명나라와의 의리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파당을 형성, 왕권보다는 신권을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작가는 명분과 현실, 신권과 왕권으로 대별되는 당시 지배층의 대립에서 그 가치 판단의 기준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문제는 말일세, 지나고 보면 이게 옳구나 아는데 당시엔 도무지 알 수가 없을 때가 많다는 거야. 굴원의 주장대로 다른 나라와 손잡고 진나라를 견제했다고 해서 초나라가 온전할 수 있었겠느냐를 어찌 알겠나. 후세에 사람들은 한쪽의 결과만 놓고 다른 쪽의 의견이 무조건 옳다 그르다 할 것이네. 과연 그럴까?”
이 소설은 이러한 지배층의 대립과 갈등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응보와 봉두 등 일반 백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지배층의 대립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속절없이 희생되는 일반 백성들의 삶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즉 응보의 희생이 그것이다. 이덕형은 세자의 안위를 위해 살인 누명을 뒤집어쓴 응보를 희생시키자고 말한다.
“응보라는 놈에게는 안됐지만,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어. 김자점 대감네 뒤져봐야 정국이 혼란해지는 것 말고 뭘 기대하겠나. 설령 김자점 대감이 직접 어떤 지시를 내려 살인이 일어나고 했다 치세. 그렇다고 금부에 포청이 달려들어 해결이 되겠나? 잘못하면 양위 문제까지 나와 주상과 세자저하의 정면대결로 치달을 수 있는 거네.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만큼 응보라는 놈이 대단한 놈인가?”
이에 대해 심우경은 선덕사 주지 스님과의 대화에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주춧돌 무너질까 하여 기왓장 하나 내린답니다.’ 스님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주춧돌이 무사하답니까?’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부처님께 여쭤볼랍니다.’ ‘기와 내려서 무사할 주춧돌이면 그것이 어찌 주춧돌이겠습니까?’”

이 소설의 특징 - 독특한 상상력, 탄탄한 구성, 개성적인 문체

이 소설은 탄탄한 짜임새에 속도감 있는 전개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사건(봇짐털이에 나서는 과정) - 전개(봇짐털이 이후의 살인 사건 발생) - 파국(응보의 살인 누명) - 결말(극적인 반전)이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짜여져 있다. 아울러 빠른 장면 전환과 건너 띄기 서술은 독자들로 하여금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몰입시키고 있다. 특히 제5장 ‘봇짐털이’에서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씨름 장면과 봇짐털이 장면을 결합시키면서 마치 만화의 한 장면 한 장면처럼 눈앞에 그려지듯이 표현되고 있다.
이 소설은 또한 생동감 있는 등장인물들로 극적 재미를 고조시키고 있다. 우직하고 과묵한 응보, 소심한 봉두, 활발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심우경 등 각기 캐릭터가 분명하고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아울러 섬뜩한 느낌의 칼잡이 홍극이나 비열한 악인 김정방이라는 인물도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작가는 인물에 대한 성격 묘사를 상세히 묘사하고 있지 않지만, 독자 스스로 읽으면서 정형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는 기존의 역사소설에서 볼 수 없는 작가의 개성적인 표현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른바 기층민중어, 속담, 속어, 사투리, 그 밖에 자주 쓰이지 않는 우리말 등 다채로운 표현으로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부처님 버력은 포도청 치도곤보다 무섭다 했어.” “이거야 참, 내가 여기 묵새기는 이율 얘기하자 했더니 핀잔만 듣네 그려.” “말은 능갈진데 표정은 시뜻했다.” 등의 표현에서 그러한 재미를 듬뿍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90745361
발행(출시)일자 2008년 08월 25일
쪽수 367쪽
크기
153 * 224 mm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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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책을 훑어보는데 지은이의 약력이 이채롭다.
김지용,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1986년 서울대총학생회장. 80년대 중반에 학생회장을 했으니 징역살이는 당연했을 것인데 그 경력을 가지고 정치권을 기웃거리거나 전공을 살려 사업에 뛰어든 것 같지는 않다. 고달프고 배고픈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내 동년배에게 박수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이틀 만에 읽었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이야기. 때는 병자호란 이후의 조선. 주인공은 주막집에서 일하는 두 사내. 결말은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다.

시종 박진감 넘치는 사건의 전개도 재미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절대선과 절대악의 구분이 없다. 두 주인공 모두 돈에 눈이 멀어 고관대작의 조공물품을 털려는 무모한 계획에 가담하고(우리들 모두 그러하지 아니한가?), 양심적 지식인인 심우경 역시 올곧음과 나약함을 반복한다. 극적 반전의 주인공인 권휴 역시 시대적 상황을 빌미로 미봉책에 만족한다. 냉철한 자객 홍극의 내면 역시 회의와 분노이다. 이 역시 우리들 모두가 늘 반복하는 우리들의 참모습이다. 아! 정녕 아름다운 색은 회색일 것이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작품은 소현세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인조와 노론세력에 의한 독살임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무능한 군주는 권력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식도 서슴없이 죽이고, 부패한 지배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위해서 동원하는 것은 오직 폭력이었다.  그 노론들은 수 백 년 동안 친일파와 친미파로 변신을 거듭하며 나라를 거덜대고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 우리가 지금 욕으로 쓰고 있는 화냥년은 병자호란 때 끌려간 부녀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불렀던 환향녀가 변하여 그리 된 것이다. 지켜주지도 못했으면서 미안함이나 수치심보다는 오히려 욕을 해대는 그 뻔뻔한 짓거리가 어쩌면 이명박 정권과 그리도 닮았단 말인가? 이 경우를 보면 역사의 진보는 실제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 그랬으면 하는 관념의 표상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장길산이나 임꺽정과는 성격이 다른 색다른 역사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뭔가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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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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