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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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24년 11월 3주 선정
K-힐링소설의 돌풍을 일으킨 작가 연소민의 신작 장편소설
사랑은 어떻게 오고 어떻게 가는가. 두 주인공 현주와 진성은 십 대에 처음 만나 마치 세상에 둘밖에 존재하지 않는 듯 끈끈하고 은밀한 사랑에 빠지지만 미성년의 울타리를 벗어나자마 헤어지고 만다. 그 후 다시 만나 사랑의 불씨를 피우지만 또다시 이별을 경험한다. 두 번의 사랑과 두 번의 이별. 자신에 대해 충분히 알기에는 아직 어린 십 대의 사랑과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려는 이십 대의 사랑. 작가 연소민은 두 청춘의 행보를 통해 사랑의 탄생과 소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사랑이 떠나는 것이 꼭 영원한 작별은 아님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린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사랑은 저에게 마음에 작은 자리를 내준 보답으로 당혹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일상의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고, 삶이 제대로 작동하는 감각을 알려줍니다. 그러니 마음의 용량이 적은 저이지만 사랑과 거래를 더 해보려 합니다. 당신도 이 책을 덮으며 당신의 마음에도 누군가와 발맞춰 길고 긴 산책을 해봐야겠다는 사랑의 용기가 심어졌길 바랍니다.
목차
- 1부 - 고양이 남자
2부 - 합사
3부 - 산책의 기술
해설 - 시끄럽지 않은 이별 박혜진 |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추천사
-
지금 헤어지지만 다시 또 만날 수 있고, 만나지 않는 것이 사랑의 종말은 아니다. 사랑 안에 이별이 있듯 이별 안에도 사랑이 있으니까. 이제 두 사람은 학생이기를 졸업하고 사랑의 어른이 되었을까. 이 소설을 읽고 난 지금, 나는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에 대해 어떤 것도 묻고 싶지 않다. 그들의 침묵 속에서 이미 충분한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고, 그 침묵의 풍선은 소설가 연소민이 세상에 불어넣은 강렬한 공백이자 여백의 상상력이다.
책 속으로
P. 8
현주는 고양이를 개처럼 산책시키는 남자가 곧 고양이를 잃어버릴 거라고 확신했다. 갑자기 자동차 경적이 울리거나 큰 개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고양이가 유연하게 몸을 비틀어 하네스를 벗겨내고 탈출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현주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머지않아 고양이를 잃어버린 건 다름 아닌 그녀였으니까.
P. 245
품안에서 색색 숨소리가 들렸다. 어떤 절박한 과거를 가졌기에 이 작은 생명이 자살을 결심한 걸까. 현주는 어쩌면 고양이는 인간보다 더 복잡한 마음을 가졌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아무리 이유를 물어도 모리는 울음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P. 15~16
이렇듯 어떤 교감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그녀 주위엔 늘 만질 수 없는 고양이들이 머물렀고 떠났다. 눈빛과 침묵, 대화는 때로 감촉보다 정교한 교감을 가능케 했고, 보다 농밀한 친밀감을 구축했다.
P. 17~18
‘비집고 들어온다.’ 현주가 진성을 다시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인상이었다. 그는 예전부터 집요하게 그녀의 삶에 비집고 들어왔다. 그 틈을 만든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불행’이었다. 그를 허용한 것도 자의가 아닌 ‘불행’의 의도였다. 그는 늘 불행과 함께 등장했다. 현주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고 있을 때 그는 늘 손을 내밀었다. 그녀도 그 손을 마다하지 않았다. 붙잡을 것이라곤 하얗고 마디마디가 불룩 튀어나온 그의 손뿐이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은 그의 손으로부터 시작됐다.
P. 25
현주는 그를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호기심과 호감을 느꼈지만, 가까이 다가가게 됐을 때는 동경을 품게 됐다. 처음엔 진성의 시가 좋았고, 그다음엔 미용실에서의 주눅 든 표정과 어울리지 않게 머리를 감기며 강하게 지압하는 손가락의 대담함에 매혹됐다.
P. 31~32
둘은, 오직 둘뿐이었다. 둘만의 경험과 시간으로만 꼬아진 굵은 밧줄이었다. 주변의 다른 실타래와 어떠한 서사나 연결성도 갖지 못하고 동떨어져 있었다. 이것은 둘을 더욱 결속시켰지만, 동시에 한 번 끊어지면 의지할 곳 없이 곧바로 완전한 단절로 이어지게 했다.
P. 55~56
그의 작은 행동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그녀는 사랑의 신이 개입했다고 믿었다. 문과 노크가 있기 전에 사랑의 신이 그녀의 가슴에 그가 들어올 자리를 미리 만들어둔 게 분명했다.
P. 63
“너는 관상용 물고기 같았어. 고양이가 심심해하지 않도록 금붕어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잖아. 나는 고양이고, 너는 물고기야. 그러니까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꽤 즐거워.”
P. 78
진성과 사귀며 그녀는 매일 조금씩 1센티미터씩 위로 손을 뻗는 듯한 기분을 느꼈지만,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는 그런 성장을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P. 118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말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루의 일과를 낱낱이 보고해야 직성이 풀렸다. 여태껏 그와 떨어져 있었으면서 이제 와 조금의 단절도 참을 수 없게 됐다. 끝난 관계를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아직 끝맺지 못한 관계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느낌이었다.
P. 121
어렸을 때부터 그는 생각을 읽을 수 없는 고양이 같은 남자였다. 예민하게 주변의 변화를 알아채고, 사람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을 지킬 줄 알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았다. 그녀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길고양이를 기다리는 마음이 돼 애가 탔다. 지금의 진성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P. 143~144
현주는 그에게 여유를 찾아줬다. 진성은 그녀가 떠먹여주는 새로운 방식의 삶을 받아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폐기처분될 뻔했던 B급 상품인 그를 다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주었다. 그렇게 그는 그다음 공정으로 착실하게 나아가며 진열될 수 있을 만큼의 품질을 갖추게 됐다.
P. 146
진성의 경제적 상황은 실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음에도, 운동을 하고 시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평생 쥐고 살았던 주먹을 쫙 펴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쥘 수 없었던 손에 무엇이든 쥘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그의 비루한 모습이 그녀 앞에선 그럴싸한 이유가 붙어서 모나지 않은 게 됐다. 실제로 그녀가 그의 집에 들어와 살고 있지만, 그는 때로 자신이 그녀라는 집에 살고 있다고 느꼈다.
P. 153
그 장면을 보자 마음이 가라앉으며 곧 자신이 아니면 누가 그녀를 받아줄 수 있을지 자문했다. 그는 이 자만심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적이라는 것은 어쩜 이렇게 즐겁고도 무서운 일일까.
P. 222
“그런데 너는 내 불행을 있는 그대로 봐줬어. 불행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니 잴 수 없다고. 어떤 불행을 겪고 있든 불행에는 위안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그리고 위안을 바라는 마음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P. 231
둘은 거의 동시에 커피를 들이켰다. 현주가 좋아하는 히데유키 하시모토의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그녀는 알은체하지 않고 조용히 귀만 기울였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아름다운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게 들린다는 것이 짜증났다.
P. 252
현주는 전화를 끊고 멍하니 천장의 등을 바라봤다. 그녀는 사랑의 한구석이 닳았다고 느꼈다. 그것도 손쓸 수 없는 모양새로. 침대에 고양이의 검은 털과 하얀 털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그녀가 청소하지 않은 지 꽤 됐으므로 오래전에 빠진 털일 것이다. 청결하지 못한 집이 꼭 그녀 자체 같았다.
P. 253
진정으로 슬플 때에야 누군가를 위로할 자격을 얻는지도 몰랐다. 너무 기쁜 나날에는 각기 다른 일상의 슬픔을 짊어진 채 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는 걸 그녀는 깨달았다. 슬픔이 있어야 위로가 존재할 수 있다. 위로는 슬픔이 가득한 곳에만 내리는 얄궂은 달빛 같은 게 아닐까.
P. 291
산책의 기술을 배우며 그녀는 모리라는 세상을 감싸고 있는 얇지만 질긴 막을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질겨 보였던 막은 사실 푸딩같이 뭉글뭉글해서 조금만 힘을 주면 뚫고 들어갈 수 있었다. 모리가 밤마다 현관문을 보며 울었을 때 왜 의심조차 하지 못했을까? 안전한 집을 제공하고 위험이 도사린 바깥과 차단하는 것은 모리가 원하는 사랑의 방식이 아니었다.
P. 321
차창 밖에서 짙은 청록의 노송과 두껍게 쌓인 눈이 버티고 짓누르며 힘을 겨루고 있었다. 긴 분투 끝에 노송을 이기지 못한 눈이 패배를 선언하며 힘없이 떨어졌다. 가늘지만 탄력적인 상록수의 잎사귀는 몇 번의 반동 끝에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녀는 다시없을 눈부신 겨울을 막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출판사 서평
사랑하다 헤어진 이유, 다시 만나고 헤어진 이유…
사랑 안에 이별이 있듯 이별 안에도 사랑이 있으니까
이 소설은 사랑과 이별의 경험을 그리지만 흔하고 뻔한 연애 소설은 아니다. 때때로 행복하고 자주 서운해하며, 이따금 절망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어느덧 ‘사랑의 어른’이 되어가는 보기 드문 연애 성장 소설이다. 십 대의 사랑과 이별은 서툴고 직접적이지만, 어른의 사랑과 이별은 깍듯하고 정중하다. 두 주인공은 고등학교 시절 처음 알게 돼 이십 대 후반이 될 때까지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는데, 사랑의 이유도 이별의 이유도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마치 사랑 안에 이별이 있듯 이별 안에도 사랑이 있다고 말하듯이.
현주는 무심한 부모를 대신해 엄마이자 친구로서 자신을 보살펴준 이모를 사고로 잃으면서 ‘불행’ 속에 갇혀 마음의 문을 닫는다. 부유한 가정에서 살고 있으나 마음은 더없이 가난하다. 어느 날 학교 게시판에 붙은 진성의 시를 읽고 내면에서 큰 울림이 이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 동네 미용실에서 그와 마주친다. 어머니를 도와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진성에게 머리를 맡기면서 현주는 처음으로 강렬한 성적 자극을 받는다. 젖은 머리카락과 남자아이의 굵은 손가락이 엉키고, 목뼈를 쓰다듬는 대담한 손길에 주체할 수 없이 매혹된다. 진성은 홀어머니 슬하에서 불우한 환경과 어려운 형편으로 힘겹게 살지만 그 때문에 일찍이 삶의 방식을 배운 어른스러운 아이다. 둘은 극명한 환경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같은 부류’로 느끼며 둘만의 사랑에 빠져든다.
하지만 동갑내기인 둘이 22살이 됐을 때 그들은 씁쓸하게 이별한다. 가혹한 말은 없었으나 쓰라린 이별이었다. 단지 오해였을까. 같은 부류인 줄 알았던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리고 6년 후 현주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둘이 재회하는데…. ‘불행’을 비집고 들어온 세상에서 그들은 다시 완전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24살의 작가가 그려낸 Z세대의 감각적인 사랑과 이별
연소민의 첫 소설 『공방의 계절』을 영어로 번역한 클레어 리처즈(Clare Richards)는 영국의 시사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2024년 10월 3일)에서 “이 책에는 고양이부터 김치, 아이스크림, 커피에 이르기까지 ‘포근한 힐링 요소’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 역시 젊은 세대가 공감할 만한 감각적인 힐링 요소들이 소설 곳곳에 배치돼 있다. 복숭아 파이, 에그타르트,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리고 ‘모리’라는 이름의 성질머리 고약한 고양이까지. 특히 소설의 제목이 될 만큼 고양이 모리는 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사랑의 메타포다. 고양이라는 영역동물에 대한 현주의 인식이 교정되거나 수정되면서, 그녀가 다른 존재와 함께하는 방식을 새롭게 깨닫는 계기로 작용한다.
또한 주인공 현주의 직업이 지하철 기관사라는 점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성 기관사라는 화제성 때문이 아니라 이 역시 사랑이라는 궤도를 끊임없이 순환하는 사랑의 메타포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해설을 쓴 박혜진의 말처럼 “그들이 자신의 이별에 그리 놀라지 않았던 것은, 그 시간을 함께하는 동안 두 사람에게 사랑은 성공이나 실패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순환 상태에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며, 이는 이 소설이 전형적인 연애 소설의 공식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 두 사람은 학생이기를 졸업하고 사랑의 어른이 되었을까. 이 소설을 읽고 난 우리는, 과연 사랑의 종말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교정하게 될까. 몹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다시없을 찬란한 사랑, 그리고 끝이 아닌 조용한 이별
사랑을 하거나, 사랑을 앓거나, 사랑을 잃은 이들에게
사랑의 시작은 공감과 교감이었다. 그렇다면 이별은? 둘 사이의 차이와 거리감을 확인하면서 구축한 침묵의 벽이다. 세상에는 숱한 사랑이 있고, 사랑과 이별에는 그렇고 그런 빤한 공식이 있다. 그러나 작가 연소민은 사랑하고 헤어짐에 Z세대의 새로운 공식을 부여한다. 사랑의 열차가 이별의 터널을 통과할 때 두 주인공은 요란스럽지 않고 눈물도 없다. 아쉬움과 쓰라림이 없지 않지만, ‘조용한’ 이별로써 소중했던 시간들을 추억 속에 담을 뿐이다. Z세대인 작가가 그리는 사랑과 이별의 방식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면서도, 떠난 사랑이 서로를 한 뼘 더 ‘성장’시키고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하는 아름다운 과정임을 선언한다.
지금 사랑을 하거나, 사랑을 앓거나, 사랑을 잃은 이들이라면, 작가의 당부처럼 이 책을 통해 “누군가와 발맞춰 길고 긴 산책을 해봐야겠다는 사랑의 용기가 심어졌기를”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88997066995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1월 12일 |
쪽수 | 336쪽 |
크기 |
131 * 188
* 27
mm
/ 49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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