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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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간다」는 마치 종교처럼 존재하는 아들을 위해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양자로 떠난 아들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살아온 엄마. 몇십 년이 지나 아들을 떠나보낸 개나리 피는 계절에 엄마는 종교 같은 존재인 아들에게 그동안 못다 한 헌금을 하기 위해 찾아간다. 하지만 양자 간 아들이 수십 년 동안 곡마단과 밤무대를 전전하고 불 쇼를 하며 홀로 살아온 사실에 충격을 받아 차도를 건너다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아들 때문에 아프고 돈 때문에 아픈 엄마의 모습이 너무 절절하다.
「막내엄마」는 뒤늦게 정착한 가정에 뿌리를 내리려고 기적처럼 찾아온 태아까지 희생하는 엄마를 그린다.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으려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완벽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오해와 의심을 받고 결국 빌미가 되어 가정을 떠난다. 뒤늦게 엄마의 빈자리를 깨달은 남편과 삼 남매가 엄마를 찾아 나서고, 차마 가족과 멀리 떨어지지 못하고 그들 곁에서 우렁각시처럼 존재하며 인고의 삶을 살아내는 엄마 이야기이다.
「빨간 뾰족구두」는 절름발이로 살아온 자신에게 유일하게 자유를 경험하게 해주고 생명을 구해준 남자를 위해 손만 대도 상처를 입어 변색한다는 참꽃으로 술을 담그는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시점이 소설을 이끈다. 손수 담근 진달래술을 팔아 돈이 생기면 자주 집을 비우는 엄마를 보며 들었던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성인이 되어 콤플렉스로 작용하는 아들의 분리불안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화자의 그런 심리는 작은 키의 엄마와 15센티미터 킬힐을 신는 자신의 애인을 동일시하고 발을 주무르는 상징성으로 나타난다. 평생 사랑하던 유부남 남자가 죽었다는 가족의 거짓말에 자신의 삶을 마감한 엄마, 그 묘를 이장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감성의 늪이 깊다.
「너머엄마」는 노근리 학살 사건 무대를 배경으로 씨받이 생모 너머엄마와 가슴으로 낳아 기른 석녀 엄마, 두 엄마의 기구한 인생 여정을 먹먹하게 들려준다. 야트막한 언덕 너머 외딴집에 혼자 살면서 까만 옷을 고집하며 빛을 차단한 채 어둠에 갇혀 사는 너머엄마, 호적에도 오르지 못하고 세상에 사진 한 장도 남기지 않은 너머엄마, 그 형상이 들려주는 심도 짙은 이야기는 새삼 연기(緣起)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두셋다람」은 팔십을 넘긴 엄마, 그 엄마를 감당하는 딸의 표정과 일상이 손에 잡힐 듯이 섬세하게 직조되어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바로 노래 교실에 나가고 한국무용과 댄스스포츠를 배우면서 남편에게 벗어나고 자식들로부터 놓여 난 엄마. 그 엄마가 어느새 텔레비전만 안고 산다. 딸은 그런 엄마를 노치원에 보내고 여행도 같이하지만 늙은 엄마 입에서 나오는 ‘두셋다람’이라는 말의 뜻을 알지 못한다. 엄마에게 물어보지만 부끄러운 표정만 지을 뿐 도통 알려주지 않는다. 딸은 우연히 ‘42개의 사랑해’ 노래를 듣다가 그 말이 ‘사랑해’라는 의미를 알게 된다. 새삼 딸과 엄마의 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멍」은 많은 면에서 대조되는 두 여자의 갈등과 화해의 여정을 다룬다. 늙은 남자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 때문에 홀아비에게 묶인 어린 여성, 열열한 구애를 받고 혼인해 행복하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성, 그 둘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고부이다. 표면적으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고통을 가하는 관계로 보이지만 두 여성은 실상 모두 상처받은 존재이다. 두 여성은 할퀴고 혐오하면서 결국은 이해하고 포용하게 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고부로 살아가는 이 땅 엄마들의 서사이다.
「린스가 무섭다」는 나이 어리고 잘생긴 남편을 만나 103세 시어머니를 포함한 식구들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부박한 엄마 이야기이다. 암에 걸려 항암 투쟁을 하면서도 시댁을 건사해야 하는 삶에 길들여진 엄마는, 그 비슷한 세대의 많은 며느리처럼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줄 안다. 나 하나의 희생으로 모두가 편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했다. 무엇이든 살리는 손, 거두는 손, 희생하는 손이 잘못인가? 그렇게 산 게 잘못인가? 생각하며 여자는 소변은 당신 방의 요강에서 보지만 대변은 꼭 거실 화장실에서 보는 시어머니를 겨냥해 화장실 바닥에 린스를 뿌린다. 매끄러운 머릿결을 만드는 린스를 밟으면 미끄러져 욕조 어디든 부딪힐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그 린스에 미끄러져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은 본인이다. 이 엄마가 그려낸 현실은 무척이나 냉정하다.
「백단심 지다」는 방탕한 남편을 자식처럼 보듬고, 자손들 가려운 곳 긁어주는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할머니로 살면서 존재감이라고는 없던 여인이 남편이 죽자 단연 그 존재를 드러낸다. 꼭꼭 누르던 이성의 힘을 비집고 나온 그 존재감은 거침없는 욕설로 나타난다. 시집온 이래 행여 남의 손 탈까 싶어 남편은 새색시 머무는 집에 생울타리를 만든다. 무궁화로 울을 두른 집에서 평생을 산 여자에게 넓건 좁건 늙었건 젊었건 세상살이는 간단하지 않았다. 평생 입 다문 채 다친 마음을 뱉지 않던 여인은 남편의 사십구재를 맞아 원 없이 울부짖는다. 손녀는 그런 할머니에게 백단심이라는 이름을 주며 통곡한다.
「귀먹은 항아리」는 그르릉거리는 가래소리를 내는 할머니가 주인공 정님의 삶에 끼친 영향을 바탕으로, 할머니의 작은 아들로 상징되는 전쟁과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평생 가슴에 삭여온 심연 깊은 모정의 서사이다. 평생 당신 위주 삶의 태도로 일관한 할머니가 손녀인 정님에게 남긴 유산은 고작 항아리 세 개뿐일 만큼 냉랭하기만 하다. 하지만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병을 숨긴 채 끝내 자살하듯 숨을 거둔 할머니, 그 할머니에게 수의를 입히는 정님의 모습은 여성들이 평생 떠안아야 하는 ‘어머니, 할머니’들의 씻기지 않은 한의 기록이다.
「중국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작은댁으로 살아온 중국할머니와 정실부인인 친할머니의 인생과 긴장 관계를 그리고 있다. 중국할머니는 상해임시정부 요원이었던 할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해 정성껏 모시면서 함께 지난한 길을 걸어왔다. 친할머니와 중국할머니는 곱게 정성을 들인 보쌈김치라는 보자기를 만들고 풀면서 시앗질이라는 사사로운 질투와 시샘을 보쌈김치로 승화시킨다. 화자인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고 길러 며느리를 보고 손주를 얻는다. 남편 앞에서 언제나 당당한 나는 할아버지 앞에서 숙명처럼 수긍했던 중국할머니를 떠올린다. 중국할머니의 인생을 화자 인생으로 치환하는 손맛이 각별하고 맛난 소설이다.
『엄마상회』에서 이처럼 핍진하게 그려내는 엄마의 형상들은 평생 이런저런 회한과 기억에서 쉽게 놓여나지 못한다. 아프고 억울하고 외롭고 두렵고 울고 웃는 모습을 소설은 구체성을 동원하여 충실하게 다루면서, 이 세상 엄마들이 감당해야 할 일들을 그만큼의 무게로 서술한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엄마의 생은 기록되어야 하고 알려져야 하고 애도 되어야 하고 기억되어야 하는 숭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 『엄마상회』는 무엇보다도 값지게 읽힌다.
작가정보
1955년 경기도 양주시 송추 출생
1997년 「한국소설」신인상에 단편 「아스팔트 신기루」 당선으로 소설 등단
1999년 단편소설 「귀먹은 항아리」로 한국소설문학상 우수작 선정
2001년 첫 번째 소설집 「프로스트의 목걸이」 출간
2003년 제7회 서울이야기 공모에서 수필 「박석고개」로 대상 수상
2004년 두 번째 소설집 「노천국 씨가 순환선을 타는 까닭」 출간
2005년 첫 번째 장편소설 「시선」 출간
2006년 장편소설 「시선」으로 제17회 인천문학상 수상
2007년 세 번째 소설집 「옆방이 조용하다」 출간
2009년 두 번째 장편소설 「교외선」 출간
2015년 다섯 번째 소설집 「김치 읽는 시간」 출간
2016년 소설집 「김치 읽는 시간」으로 제6회 한국소설작가상 수상
2016년 세 번째 장편소설 「여자여름」출간
2016년 장편소설 「여자여름」으로 한국문협작가상 수상
2020년 여섯 번째 소설집 「사람의 지도」 출간
2022년 제40회 인천광역시 문화상(문학 부문) 수상
소설집 「엄마상회」 (2023, 도화) 「사람의 지도」 (2020, 미소) 「김치 읽는 시간」 (2015, 도화) 「당신의 무늬」 (2013, 아라) 「옆방이 조용하다」 (2007, 개미) 「노천국 씨가 순환선을 타는 까닭」(2004, 한국소설가협회) 「프로스트의 목걸이」 (2001, 개미) 장소설 「여자여름」 (2016, 미소) 「교외선」 (2009, 개미) 「시선」 (2005, 다인아트)
작가의 말
엄마가 좋다.
어머니보다 좋고 어머님보다는 더더욱 좋다. 가끔 어린애가 자기 엄마한테 어머니라 부르면서 깍듯한 경어를 쓰면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징그러워 나도 모르게 외면하게 된다. 깍듯하게 모셔야 할 대상은 아버지로 족하다. 엄마는 친구처럼 편해야 한다. 내 엄마가 그러길 원한다. 나도 내 아이들이 그러길 원한다. 해서 내게 엄마는 영원히 엄마다. 생시는 물론 꿈에도 엄마를 어머니라 부른 적은 없다. 나한테 어머니는 남의 엄마다.
이젠 엄마 없는 친구들도 많은데 난 엄마가 있어서 좋다. 만날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울 수 있어서 좋다. 엄마가 아프다. 어떻게 하면 엄마가 기쁠까 생각하다 ‘엄마소설선집’을 내기로 했다.
목차
- 작가의 말
엄마가 간다
막내엄마
빨간 뾰족구두
너머엄마
두셋다람
멍
린스가 무섭다
백단심 지다
귀먹은 항아리
중국할머니
「엄마상회」 이렇게 읽었다
추천사
-
엄마상회에는 다양한 엄마가 구비되어 있다. 등이 굽고 불거진 뼈마디로 세상의 길을 열어준 우리의 엄마들이 들어 있다.
결혼 초부터 엄마엄마 하며 가슴팍을 파고드는 남편을 보듬어주던 관세음보살 같은 엄마가 있고, 백세 넘게 사는 시어머니가 미워 뿌려놓은 린스에 제가 미끄러져 머리통이 깨지는 어리숙한 엄마가 있다. 한국전쟁 때 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해 미쳐버린 채 씨받이가 된 너머엄마도 있고, 그 너머엄마가 낳은 아들을 키운 석녀엄마도 있다. 전쟁의 비극을 빗겨가지 못한 여인들은 귀무덤에도, 귀먹은 항아리에도 등장한다. 한쪽 발이 짧은 장애를 비관, 바다에 빠져 죽으러 갔다가 사내가 던져준 구명보트에 의지해 새 삶을 사는 여인도 내 엄마와 닮았다.
책 속으로
모순이었다. 엄마의 종교가 돈인데 종교를 헌금하다니. 엄마는 교회도 성당도 절도 하다못해 만신 집도 출입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집귀신 돈귀신이었다. 수상한 엄마를 따라 주방으로 갔다. 엄마는 뜬금없이 북어를 꺼내 두들겼다. 도대체 어디 헌금한다는 거냐고 캐물어도 연신 북어만 두들겼다. 또 넋이 실종됐는지 북어 살이 바스러져 가루가 되도록 하염없이 두들기기만 했다. 나는 식탁에 앉아 물끄러미 엄마를 바라보았다. 방망이를 내리칠 때마다 풀풀 날리는 북어 입자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의 냄새가 났다. 북어는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도마와 방망이만 공허하게 비명을 지를 즈음 손을 멈춘 엄마가 한없이 낮은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쉬더니 흘낏 나를 발견했다. (「엄마가 간다」 중에서)
문득 죽은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죽은 엄마도 당신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게 했거든요. 매듭은 바느질하는 사람이 짓는 것이란다. 대신 매듭을 지어주면 바느질한 사람이 죽어서 매듭 풀어달라고 쫓아다녀. 그렇습니다. 매듭은 지은 사람이 푸는 게 옳죠. 특히 생사가 달라질 때는 더욱 그럴 테고요. 죽은 엄마가 말한 매듭에 대한 금기가 수의에도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수의를 지을 땐 절대 매듭을 짓지 않는다더군요. 요즘이야 수의도 공장에서 전기재봉틀로 생산해 내니 그런 속설이 까마득히 잊혀졌지만 말입니다. (「막내엄마」 중에서)
수세미처럼 산발한 머리 거죽으로 낟알처럼 통통한 이가 기어다니다 고개를 흔들면 방바닥에 툭 떨어지던 너머엄마. 머리를 긁다 손톱에 낀 이를 끄집어내 톡톡 터뜨리던 너머엄마. 새카만 손톱 위에 잘못 바른 매니큐어처럼 굳어버린 피딱지도 아랑곳없이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던 너머엄마. 겨울이면 콧물을 문댄 볼이 순간접착제를 바른 듯 반질대다 터져 기어이 피가 비치던 너머엄마.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에 충분한 너머엄마였다. 게다가 너머엄마는 검정 물을 들인 광목옷만 고집했다. 어머니에 의하면 너머엄마는 처음부터 까만 옷을 입었고 까만 옷이 아니면 절대 입지 않는다고 했다. 흰옷을 해다 주면 일부러 검댕을 묻혀 더럽힌 다음에야 입었다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때로 나는 아이들에 섞여 함께 돌을 던지기도 했다. 비록 밥은 배달해주지만 나와 하등 상관없다는 표시였다. (「너머엄마」 중에서)
팔십이 넘으면서 엄마의 나사가 마모되기 시작했다. 짱짱하던 나사가 하나씩 헛돌면서 엄마의 중심이 기울었다. 나보다 빠르던 엄마의 걸음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몇 걸음 걷다가 주저앉아 한숨을 쉬는 엄마. 엄마는 벤치보다 쪼그리고 앉아 쉬는 게 더 편하다며 길을 가다가도 쪼그려 앉기를 반복했다. 패션 지팡이를 사드리자 엄마는, 아직 지팡이 짚을 정도는 아니라면서 펄쩍 뛰었다. 엄마의 일상에서 최고의 난관은 바로 집 앞에 있는 팔 차선 도로였다. 안전하게 건너가라고 있는 횡단보도가 엄마한텐 저승처럼 멀기만 했다. (「두셋다람」 중에서)
할머니 입에서는 늘 꽃이 피었다.
말수가 적은 할머니는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는 분이었다. 공부 못하는 내게, 건강하게 까부는 아이가 더 좋다며 위로하고, 씻기 싫어하는 나를 씻겨놓고 찔레꽃보다 더 좋은 향기가 난다며 볼을 비비고, 밥을 안 먹으면 군말 없이 진달래를 따다가 화전을 부쳐주던 할머니였다. 뭔가 성에 안 차 악을 쓰고 울면 가만히 손을 잡고 뒤꼍 굴뚝으로 가 가슴을 내주고 실컷 울라며 등을 토닥이던 사람도 할머니였다. 어려서는 무조건 내 편인 할머니가 좋았지만, 머리가 굵어지고는 언제나 변함없는 할머니의 그런 태도가 오히려 기계처럼 어색하게 느껴졌다. 도무지 당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할머니가 때로는 두렵기조차 했다. (「백단심 지다」 중에서)
어디선가 낯익은 소리가 또 들린다. 귀먹은 항아리에서 아침쌀을 덜어내기 위해 다용도실에 나올 때마다 환청처럼 들리던 그 소리, 할머니의 가래 끓는 소리가. 하지만 이젠 그 소리가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반갑다. 할머니를 찾아 나서듯 소리를 추적하며 가만가만 걸음을 옮긴다. 다용도실 문을 열자 소리가 멈춘다. 귀먹은 항아리 곁에 잠시 쭈그리고 앉자 다시 또 시작되는 소리. 분명코 환청은 아니었다. 순간 푸드득,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해서 다용도실 끝에 있는 보일러실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런데, 아! 거기에는……,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비둘기가 깃들어 새끼를 쳤던 것이다. 새끼 비둘기 세 마리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 모습이 못내 두려운 듯 한쪽 구석으로 오종종하니 모여들었고 바닥에는 분비물이 지천이었다. 방금 전 날갯짓 소리는 먹이를 구하러 나가는 어미의 소리였던가 보다. 듬성듬성 잿빛 깃털이 돋기 시작하는 비둘기, 아직은 볼품없는 새끼 비둘기가 어쩐지 눈물겹도록 어여뻐서 나는 몸을 낮추고 오래도록 그들과 눈길을 섞었다. (「귀먹은 항아리」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2828213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7월 31일 |
쪽수 | 372쪽 |
크기 |
136 * 195
* 22
mm
/ 52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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