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세트(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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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반세기 만에 정식 출간
★1973년 초판본 디자인★제26회 노마문예상 수상작★오에 겐자부로 대담 수록★
이 소설에서 핵전쟁의 위기 속에 지적장애 아들과 은둔하는 한 남자는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일단의 청년들을 만난다. 그들과 얽히면서 정적과 단념뿐이던 남자의 삶에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휘몰아친다. 그 사건들을 좇으며 작가는 진정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오에 겐자부로가 생애 내내 천착했던 인간의 연대와 공존이라는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더욱이 사회·경제적 약자로서의 청년층, 핵전쟁, 핵오염 등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예견하는 듯한 스토리가 5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묵직하고 유효한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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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3)
작가정보

(大江健三郞, 1935~2023)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소설가이자 사회활동가. 작품 안팎으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나아가 인류 구원과 공생을 역설했으며, ‘행동하는 일본의 양심’ ‘전후 민주주의 세대의 거성’‘시대의 지성’으로 불려왔다. 1954년 도쿄대학교 불문과에 입학, 재학 중 발표한 단편 〈기묘한 아르바이트〉(1957)로 평론가들의 호평 속에 데뷔했고, 이듬해 단편 〈사육〉(1958)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신진 작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이후 《개인적인 체험》(1964)으로 신초샤문학상을, 《만엔 원년의 풋볼》(1967)로 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1973)로 노마문예상을,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1982)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4년 일본문학사상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이 밖에도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 《익사》 등의 소설과 《읽는 인간》 《말의 정의》 《회복하는 인간》 등의 에세이 및 르포르타주 등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썼다. 2023년 3월 3일 타계했다.
목차
- 1권
1장 핵셸터
2장 조개껍데기에서 불거지다
3장 파수꾼과 위협
4장 대결하다·대결당하다
5장 고래나무
6장 다시 고래나무에 대하여
7장 보이 저항하다
8장 오그라드는 남자
9장 오키 이사나의 고백
10장 상호 교육
11장 자기 훈련으로서의 범죄
12장 군사행동을 예행연습하다
2권
13장 오그라드는 남자의 심판
14장 고래나무 아래서
15장 도망자·추적자·잔류자
16장 성적인 미광을 향해서 (1)
17장 성적인 미광을 향해서 (2)
18장 성적인 미광을 향해서 (3)
19장 고래 배 속으로부터 (1)
20장 고래 배 속으로부터 (2)
21장 고래 배 속으로부터 (3)
22장 많은 물이 흘러 내 영혼에까지 이르고
추천사
-
60년대 말, 다가올 변혁기의 첫 신호로 대학 분쟁의 물결이 전국으로 퍼졌을 때 오에 겐자부로의 침묵은 상징적이었다. 이제 우리는 고래와 나무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오키 이사나와 현대판 노아의 홍수에 출항하려는 자유항해단 사이의 대립과 협력 속에서 그 침묵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
진실로 무서운 소설이다. 일본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폭력을 해방’시키는 세계를, 현실의 여러 사건을 예지하며 그리는 이 소설은 그간의 오에 겐자부로 소설 우주 전부를 종합한다. 종합할 뿐만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큰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상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가공할 현실의 모습 그 자체로 변해 다가오는 묵시록적인 세계. 오에의 신작은 1970년대 일본의 균열과 부식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정신들을 묵시록적인 조명 아래 드러내려는 야심작이다. 이 작품은 결국 현실이 될 대홍수와 파멸의 조짐을 일찌감치 예감한 무력하고 무정형으로 방황하는 영혼들이 발하는 ‘신호’를 시시각각 기록한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그려내는 오에 씨의 필치가 훌륭하고, 문체 면에서도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책 속으로
그날 깊은 밤, 바다가 부풀어 올라 지표까지 뒤덮어버려 궁지에 내몰린 사멸 직전의 고래들이 그를 찾아와, 셸터 콘크리트 벽을 손바닥보다 부드럽게 젖은 무게감이 있는 것, 즉 지느러미로 계속 두드렸다. 반쯤 잠이 든 상태로 그는 자신이 그런 존재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느낀다. 그렇게 자기를 부르러 오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 현실 세계의 모든 관계를 포기하고 핵셸터로 옮겨 온 것이라고 꿈속에서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고래들이 셸터 벽을 부수고 침입하는 일은 없다. 이튿날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그는 습지대의 연습장에서 합숙 훈련을 하는 자위대 군악대원들이 불량소년들에게 습격을 받았고 그 가운데는 중상을 입은 자도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벽을 두드린 건 손바닥을 다쳐 힘을 줄 수 없는 자위대원이었을까? 아니면 셸터에 숨어 지내는 자마저 뒤이어 습격하려고 불량소년들이 간을 본 걸까? _1장 ‘핵셸터’ 중에서
그는 아들과 나란히 버스 맨 뒤에 앉아 버스가 습지대 남쪽을 크게 우회하는 동안에 셸터 콘크리트 덩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셸터의 위치를 그와 같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될까? 그것은 세계의 마지막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폭발의 열과 충격파가 이 도시를 엄습하기 전에 냉정함과 끈기를 가지고 진과 함께 걸어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심한 열로 콘크리트의 외벽이 번쩍거린 다음에 이어질 충격파는 어린아이의 귀에도 울릴 것이다. 이사나는 그때 평온하게 속삭이는 듯한, ‘세계의 끝, 입니다’라는 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_2장 ’조개껍데기에서 불거지다‘ 중에서
그 시절 그는 새벽녘 끝없이 마음이 우울해지는 시간을 보내면서 배달되는 조간신문에 그 자신의 사망 기사, 혹은 사는 것을 거부하던 아이, 결국 죽다라는 사회면 기사가 인쇄되어 있지 않은 걸 오히려 하나의 우연처럼 느꼈다. 사는 것을 거부한 아이란 다름 아닌 그 당시의 진이다. 도대체 무엇이 계기가 되어 진이 그처럼 참혹한 궁지에 처했는지, 즉 주의 깊게 진을 지켜보는 자에게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실히 살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는지 결국 알아낼 수가 없었다. _3장 ’파수꾼과 위협‘ 중에서
“안 돼! 아무리 별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해도 언젠가는 그만둘 거야! 도중에 그만둘 거야! 원래 사회 속 인간이니까, 이런 놈은. 그러니까 언젠가는 도중에 그만둘 거라고. 그건 다카키가 우리한테 늘 말했던 거 아냐? 사회로부터 축출당한 게 아니라 스스로 사회 밖으로 나온 인간은 도중에 그만두고 스스로 사회 속으로 돌아간다고 했잖아!” 이제 보이는 하소연했다. _7장 ’보이 저항하다‘ 중에서
“맞아. 관동대지진 때 우리의 괴물 같은 아버지들, 할아버지들은 조선인을 희생 제물로 바쳤었지? 그건 다른 누구보다 조선인이 약했기 때문이야. 이번 대지진이 일어나면 혐오의 대상이 될 약한 인간이란 바로 우리들이야. 우리들이 오늘날의 괴물 같은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에 의해 희생 제물이 되는 거라고. 그 전에 대항해에 나갈 수 있다면야 다행이겠지만. 그렇게 안 되면 우린 스스로를 그 자리에서 구할 수단을 생각해야지.” (중략) 다마키치가 그렇게 말하자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 때문에 이사나로서는 다마키치의 자기 구조 선언이 실제로 그들의 피해 의식에서 출발한 것인지, 아니면 정교한 반어인지 정확히 알 길이 없었다. _10장 ‘상호교육’ 중에서
출판사 서평
“이번 작품이 지금까지 나의 총결산”
오에 겐자부로의 젊은 시절 삶과 이념이 집약된 작품
오에 겐자부로는 작품 안팎으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나아가 인간의 연대와 공존을 역설하며 ‘행동하는 일본의 양심’ ‘전후 민주주의 세대의 거성’으로 불려온 세계적 작가다.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한림원이 “시적인 힘으로 삶과 신화를 응축해 오늘날 인간이 처한 곤경의 불안한 자화상을 그려냈다”고 평했듯, 사회ㆍ정치적 문제를 전승과 신화 등과 혼합해,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에 깊이 뿌리를 둔 작품들을 썼다. 많은 작가가 존경하는 작가로 손꼽는 ‘작가들의 작가’로, 헨리 밀러는 “오에 겐자부로가 다룰 수 있는 희망과 절망의 범주는 도스토옙스키를 떠올리게 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는 1973년에 발표된 소설로, 오에 겐자부로 자신이 “지금까지 나의 총결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의 문학 인생을 전후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1기와 장애를 가진 아들이 소설의 중심 주제가 되었던 2기, 개인적 경험과 사회 비판이 포괄된 3기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3기의 시작점에 있었던 소설로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출간 당시 소설가 노마 히로시가 “오에 겐자부로 소설 우주 전부를 종합할 뿐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큰 발걸음을 내딛는 작품”이라 평하기도 했다.
핵전쟁 위기 속에 은둔하는 남자와 아들,
그들 앞에 나타난 대지진만을 기다리는 청년들...
파멸만이 유일한 희망인 사람들의 유토피아
이 소설에서 핵전쟁의 위기 속에 한 남자가 지적장애 아들과 핵셸터에 은둔한다. 인류의 멸망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는 그는 ‘나무와 고래’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인간의 마지막 속죄의 목소리를 그 존재들에게 전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살아간다. 그의 삶은 아들이 강박적으로 듣는 새 소리 테이프와 쌍안경으로 바라보는 늪지대 풍경으로만 채워져 있다. 그러다 핵셸터 근처에서 경찰과 자위대를 대상으로 한 총기 탈취 사건이 벌어지고, 그의 쌍안경 안으로 일단의 청년들이 들어온다.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이 청년들은 머지않아 대지진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 믿고 그날을 대비해 모종의 계획을 꾸민다. 청년들과 얽히면서 정적과 단념뿐이던 남자의 삶에는 이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휘몰아친다. 파멸만이 유일한 희망인 이들에게 진정으로 범람해오는 위기란 무엇일까? 이들은 그 위기 앞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회·경제적 약자로서의 청년층, 핵전쟁, 핵오염...
진정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는 것은 무엇인가
반세기를 뛰어넘어 공명하는 오에 겐자부로의 메시지
이 소설은 출간 당시 일본 급진 좌파가 몰락하게 되는 ‘아사마 산장 사건’을 모티프로 했거나 혹은 그 사건을 예견한 것으로 회자되었다. 소설가 오오카 마코토의 평대로 “공상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가공할 현실의 모습 그 자체로 변해 다가오는 소설”이다. 일례로 소설 속 청년들은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들이 희생양이 된 것은 그들이 약자였기 때문이며, 다시 대지진이 일어난다면 그 타깃이 자신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청년들을 둘러싼 깊은 분열은 소설 속 청년들이 품은 망상의 재현이며, 팬데믹보다 더 넓게 창궐한 제노포비아는 그 망상이 언제고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전쟁, 핵오염 등이 홍수처럼 밀어닥칠 수 있다는 오에 겐자부로의 우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을 생각할 때 출간 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무섭도록 공명한다.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자선집 4권으로 이 책을 발간하며 “나는 세상의 종말이라는 강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긴장감 속에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는 비극으로서, 《핀치 러너 조서》는 희극으로서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비극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비단 다음 세대의 상징이자 더 나은 세계의 가능성을 촉구하는 ‘아들’을 통해서만은 아니다. 정상적 세계에서 밀려난 등장인물들의 폭주를 바라보며 우리는 스스로를 범람해올 위기에 두려워하는 인간이 아닌 그 위기를 초래하는 인간으로서 자각하게 된다. 반성하지 않는, 연대하지 않는 인간에게 미래는 없다는 메시지가 이 소설이 전하는 궁극의 희망이다. 오에 겐자부로가 생애 내 천착했던 메시지가 적시에 우리 곁에 도착한 셈이다.
“환경오염이라는 대홍수가 다시 나타났는데도 일본은 히로시마 때처럼,
이번에도 못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출간 의도가 담긴 저자 특별 대담 · 문고본 출간 기념 해설 수록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의 한국어판을 출간하며 초판본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함은 물론, 초판 출간 당시 진행한 특별 대담 역시 오롯이 담았다. 문학평론가 와나타베 히로시와 나눈 대담에서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인들에게는 세계가 멸망하는 대홍수라는 이미지가 약하다. 그렇기에 현재도 공해(公害)라는 대홍수가 다시 나타났는데도 일본은 히로시마 때 그것을 명확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못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홍수라는 모티프를 차용한 이유를 밝혔다. 이 밖에도 오에 겐자부로가 개인의 체험을 소설로 승화하는 방식, 문장을 대하는 자세 등을 비롯해 작품 속 수수께끼 같은 인물에 대한 설명까지 폭넓게 다루었다. 아울러 문고본 출간 당시 해설을 담아 주변적 존재를 그려온 오에 겐자부로 문학의 흐름도 다시 한번 짚었다. 타계한 작가의 역작을 뒤늦게 접하게 된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작가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려주는 한편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67373151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7월 18일 |
쪽수 | 준비중 |
크기 |
138 * 205
* 54
mm
/ 1186 g
|
총권수 | 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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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이 어리석은 건 역시나 한계로 작용한 탓인지 일상에 재난이
수시로 일어나는 부분을 간과하고 해안 근처에 원전을 그것도 아주 부실하게
지어놓고 66년 뒤에 폭발 사고를 맞이한다. 아울러 친일 매국 대통령
윤석열과 대책 없는 기시다는 의기 투합해 12년이 지난 현재에 어떤 재앙이
일어날 지에 대한 무책임한 궤변만 떠든 채 자신들의 과오로 발생한 독극물을
바다에 풀어놔 자신들이 당한 재앙과 더불어 전쟁 시에 저지른 카미가제의
범죄를 되풀이하는 극악한 짓을 하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는 일본 항복을 이끌어 낸
원자폭탄으로부터 보호받는 대피시설인 ‘핵 쉘터’를 전면에 부각하며
진행된다. 작품이 쓰인 시기는 항복 선언으로부터 28년이 지난 1973년이며
아울러 이 작품의 출판을 기념해 50주년 기념해 재출간 된 2023년은 역시나
일본의 악랄한 기득권층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시인과 반성과
철저한 뒷수습을 하지 않은 채 독극물을 바다에 풀어나 인간을 포함한 전
생명에 대한 테러를 벌이는 시점이라 의미 심장한 점이 있다.
아울러 작가의 성향상 일본의 맹목적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일본이 벌인
세계의 극악 무도한 짓에 대해 질타하는 성향을 보면 작가는 작품 전면에
핵쉘터라는 문자 그대로 핵 폭발로부터의 보금자리이자 혹은 일본의 지옥과
같은 세속에서 격리되고 싶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이사나는 국회의원 부인으로부터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폐증세를 보이는
진과 함께 세상을 등지고 자연의 동화와 자연에 존재하는 초자연적인 정령과
기운을 삶의 지향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지만 자유 해방단이라는 무모한
조직의 등장은 두 부자의 삶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명칭만 보면 여타 국가에서 반정부 단체인 일종의 게릴라 투쟁 조직으로도
보이는 자유해방단은 역시나 무모하게도 일본에서 벌어질 미래의
재난으로부터 해방당하고자 일본에 존재하는 모든 자원을 요트에 실어
세계를 떠돌고 싶어한다는 이상만 가득 찬 조직으로 작품 주인공 이사나와
진에게는 핵 쉘터로 도피한 결과과 오히려 더 끔찍해진 결과로 이어진다.
일본에서 현대사의 경우 60년대 68혁명의 영향을 받은 전공투라는
학생운동이 있기는 했지만 한국과 비교해 볼경우 역동적이고 격렬한 시위를
전개한 한국과 달리 60년대 일본 시위는 겉모습에 치중한 일종의 사대주의가
반영된 서구권 시위를 흉내 낸 것과 비슷하고 작품에 등장한 자유해방단도
거창한 목표를 제시했으나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나 결속력을 봐도 그저
무모한 짓에 다름 아니다.
작품은 초기부터 추상적이고 특히 핵쉘터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특히 자유해방단의 등장으로 그 경계를 더
공고히 하는데 기이한 모습이 일본 아니메에서 드러난 분위기와도 상당히
유사할 정도의 기묘함이 도드라진다.
두 권으로 된 작품은 1권이 이사나와 진의 핵쉘터와 자유해방단의 존재를
드러내고 그들의 세계관과 투쟁관을 드러내고 2권은 실재하는 정부와
투쟁하는 모습을 다룬다. 그런데 볼 것도 없이 자유해방단의 투쟁은
숭고함보다 무모함이 짙은데다가 서투른 치기 어린 이상도 정부 공권력
앞에서 추풍낙엽으로 소멸될 뿐이다. 심지어 이사나가 국회 의원 부인에게
요틀을 빌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오히려 부인은 남편이 벌인 자유해방단과의
활동을 악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데 이용하려고 한다. 배신과
악랄함의 전형이다.
자유해방단의 무모함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강조한다면 차분히 세상과의
거리를 둔 이사나가 지향하는 자연으로의 회귀, 특히 표지에 있는 나무와
고래의 결합으로 신비하고 영험한 기운을 내뿜는다는 점은 자유해방단에
비해서 이사나의 이상이 오히려 더 가치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도달해야 할 경지로 보인다.
자유해방단이 추구하는 해방보다는 이사나의 초자연적이고 조화를 추구하는
삶의 관점이 작품에서는 궁극적인 ‘해방’으로 여겨진다. 이미 성벽을 쌓은
악랄한 기득권과 국가 시스템에 무모하게 덤비기 보다 그들과의 단절과
경계를 설정해 고요하고 소박하게 사는 이사나의 이상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