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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

양장본 Hardcover
메디치미디어 · 2023년 0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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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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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이후 100년, 아름답고 논쟁적인 현대 한국미술사를 한 권의 책으로!
주례사 비평은 없다! 성실하고 신랄한 비평의 말로 그린 우리 미술의 궤적
이제 정신의 격투를 담은 전설적인 비평문들을 직접 읽는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의 조선 그리고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미술’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을까? 조선에도 미술 활동과 미술가가 있었지만 ‘미술’이라는 말은 없었다. 1881년, 일본 조사시찰단의 일원이었던 이헌영이 일본의 미술단체 ‘관고미술회’를 언급한 것이 ‘미술’이라는 말의 시초다. 이후 미술은 부국을 꿈꾸는 조선의 산업전략으로, 서구의 근대적 시선을 내면화하는 시각장치로, 식민지배를 강고하게 만드는 문화통치의 일환으로, 억압에서 해방된 사회를 꿈꾸는 이들의 투쟁수단 등으로 다양한 면모를 보였다. 혹은 이런 것들과 대결하며 예술로서의 자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와 ‘순수’, 서양화와 동양화, 추상과 구상 등이 각각 이 땅에서 어떤 미술이 가능한지를 두고 서로 겨루었다. 《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은 그 진지한 격돌을 당대 미술비평의 말들을 통해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 19세기 말 서구의 ‘모던 아트’가 들어온 이래 1990년대까지 약 100년간의 미술 비평문 중 138편을 선정했다. 특히 원문을 찾아보는 일이 쉽지 않았던 1950년대 이전의 비평문들 중 전설적인 비평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현대 한국미술 100년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영욱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0년대 말부터 미술평론가로 활동해왔으며, 미술비평연구회 회장, 전주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대안공간 풀 대표, 현대미술사학회 회장 등의 역할을 맡은 바 있다. 문화운동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민중미술, 아방가르드미술, 포스트콜로니얼리즘, 공공미술, 전통과 미술 등 다양한 주제들과 관련하여 번역과 비평, 논문 쓰기를 계속해왔다. 주요 평문으로는 「아방가르드/아방가르드/타방가르드」, 「앉는 법: 전통 그리고 미술」 등이 있다.

저자(글) 김경연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이응노미술관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이동훈 평전』(열화당, 2012), 공저로 『표구의 사회사』(연립서가, 2022)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1970년대 한국현대동양화 추상연구」, 「‘보편회화’ 지향의 역사-20세기 전반 동양화 개념의 형성과 변모에 대하여」, 「이응노의 1970년대 서예적 추상과 민화 문자도」 등이 있다.

저자(글) 목수현

한국근현대미술과 시각문화를 중심으로 동시대를 바라보는 눈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강의하고 있다.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부설 근현대미술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근현대의 국가 상징을 주제로 『태극기 오얏꽃 무궁화: 한국의 국가 상징 이미지』(현실문화연구, 2021)를 썼으며, 주요 논문으로 「경계에 선 정체성: 개혁개방 이전과 이후의 중국 조선족 미술」, 「‘한국화(韓國畵)’의 불우한 탄생-미술의 정체성을 둘러싼 표상의 정치학」 등이 있다.

저자(글) 오윤정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 미술사학과에서 일본 근대미술과 시각문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1920년대 일본 아방가르드 미술운동과 백화점」, 「1930년대 경성 모더니스트들과 다방 낙랑파라」, “Oriental Taste in Imperial Japan: The Exhibition and Sale of Asian Art and Artifacts by Japanese Department Stores from the 1920s through the early 1940s” 등이 있다.

저자(글) 권행가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근현대미술과 시각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 『이미지와 권력: 고종의 초상과 이미지의 정치학』(돌베개, 2015)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1930년대 고서화전람회와 경성의 미술시장」, 「컬렉션·시장·취향: 이왕가미술관 일본근대미술컬렉션 재고」, 「자유미술가협회와 전위사진: 유영국의 경주사진을 중심으로」, 「북한 수예와 여성미술」, 「근대 남성의 몸 만들기와 미술해부학적 지식: 이쾌대의 〈미술해부학 노트〉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저자(글) 최재혁

일본 도쿄예술대학에서 일본·동양미술사를 전공하고 근대기 일본과 괴뢰국 만주국 사이를 경합·교차했던 시각표상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근현대미술 연구와 일본 예술서 및 인문서 번역 작업을 하며 출판사 ‘연립서가’에서 책을 만든다. 공저로 『아트, 도쿄: 책으로 떠나는 도쿄 미술관 기행』(북하우스, 2011), 『美術 日本近現代史: 制度 言説 造型』(東京美術, 2014), 『서경식 다시 읽기』(연립서가, 2022)가, 주요 번역서로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돌베개, 2005), 『무서운 그림 2』(세미콜론, 2009), 『나의 조선미술 순례』(반비, 2014),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한권의책, 2014), 『나의 일본미술 순례 1: 일본 근대미술의 이단자들』(연립서가, 2022) 등이 있다.

저자(글) 신정훈

미국 빙엄턴 소재 뉴욕주립대 미술사학과에서 1960년대 이후 서울의 변화와 미술의 전환이 교차하는 지점들을 조명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박사후연수연구원 및 한국예술종합대학교 한국예술연구소 학술연구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협동과정 미술경영의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묵, 김수근, 김구림, 현실과 발언, 최정화, 박찬경, 성남프로젝트, 플라잉시티에 대한 논문과 에세이가 있다. 공저로 『한국미술 1900-2020』(국립현대미술관, 2021), Interpreting Modernism in Korean Art(Routledge, 2021), Collision, Innovation, Interaction: Korean Art from 1953(Phaidon, 2020)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기계, 우주, 전자: 1960년대 말 한국미술과 과학기술」, 「모방과 필연: 1950-60년대 한국미술비평의 쟁점」 등이 있다.

저자(글) 권영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1970년대 한국 단색조 회화 운동」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저로 『아르코 미술 작가론: 동시대 한국미술의 지형』(학고재, 2009)이 있으며, 주요 번역서로 『현대예술로서의 사진』(시공사, 2007), 『지역예술운동: 미국의 공동체 중심 퍼포먼스』(열린책들, 2008)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한국적 모더니즘’의 창안: 1970년대 단색조 회화」, 「1970년대 한국 단색조 회화: 무한 반복적 신체 행위의 회화 방법론」,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추상 아카데미즘」 등이 있다.

저자(글) 유혜종

미국 UCLA에서 미술사로 학사학위를 받았고 코넬대학에서 1980년대 한국현대미술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로는 「신학철의 〈한국현대사-초혼곡〉 연작(1994-5)과 ‘5월 광주’의 동시대화」, 「“미술적 상상력과 세계의 확대”: 오윤의 현실주의와 몸의 탐구」, 「대안의 근대성을 기획하며: 김윤수의 1970년대 비평문과 『창작과 비평』」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양대학 융합교양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 서문: ‘현대 한국미술’을 읽는 한 방법_이영욱

    1장 1890-1910년대: ‘미술’이라는 개념과 틀의 형성_목수현, 김경연
    1890-1910년대 미술계와 비평문
    1. ‘미술’ 용어의 등장
    2. 미술교육 제도의 변화
    3. 전통 화단과 ‘서화’ 인식의 변화
    4. 유학생과 새로운 제도를 통한 미술 인식
    5. 사진과 시각적 사실성의 인식

    2장 1920년대: 아카데미즘, 모더니즘, 프로미술의 동시 출현과 ‘동양화’의 창안_오윤정, 김경연
    1920년대 미술계와 비평문
    1.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한 ‘미술’의 제도화
    2. 조형을 통한 내면 표현에의 관심
    3. 프롤레타리아미술 논쟁
    4. ‘동양화’의 창안과 ‘회화’의 모색

    3장 1930-1945년: 조선적 모더니즘_권행가, 김경연
    1930-1945년 미술계와 비평문
    1. 주관의 재발견, 서양에서 동양에로
    2. 모더니즘과 전통
    3. 동양화의 현대성 추구
    4. 현대ㆍ추상ㆍ전위
    5. 신체제 미술과 시각문화

    4장 1945-1953년: 탈식민 과제로서의 민족·민주주의 미술_최재혁, 김경연
    1945-1953년 미술계와 비평문
    1. ‘민족미술론’: 일제 식민 잔재 청산과 전통론
    2. ‘민족미술’로서 동양화의 재정립
    3. ‘민주주의적’ 미술: 미술 대중화론의 모색
    4. 해방기의 창작과 비평

    5장 1953-1970년: 전후 현대미술의 토대 놓기_신정훈, 김경연
    1953-1970년 미술계와 비평문
    1. 현대·추상·전위의 재규정, 표현적인 것의 부상
    2. 앵포르멜의 확산과 현대미술의 토대 형성
    3. 미술의 국제화, 조국의 근대화, 실험의 에토스
    4. 한국미술의 반성, 모더니즘과 현실주의 구도의 시작

    6장 1970년대: 전통과 결합한 추상, 한국적 모더니즘을 넘어선 도전_권영진, 김경연
    1970년대 미술계와 비평문
    1. 서구 근대 비판, 전통의 재발견
    2. 백색 미학의 성립
    3. 동양화? 한국화?
    4. 행위와 개념, 극사실회화, 현실주의

    7장 1980년대: ‘현실주의’로의 전환_유혜종, 김경연
    1980년대 미술계와 비평문
    1.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제도비판
    2. ‘현실’이라는 미술의 화두와 실천들
    3. 전환기의 한국화: 탈동양화
    4. 사회적 발언이자 삶의 표현으로서의 미술
    5. 현실주의 미술의 확장과 ‘민중미술’
    6. 혁명의 시대에서 전지구적 동시대로

    8장 1990년대: ‘포스트-모던’이자 ‘포스트-민중’ 시대의 한국미술_신정훈
    1990년대 미술계와 비평문
    1. 냉전 구도를 넘어서: ‘포스트’의 미술들
    2. 대중소비사회 혹은 대중매체시대의 미술: ‘신세대’와 ‘테크놀로지’(혹은 ‘매체’)
    3. ‘개념’의 부상과 모더니즘에 대한 새로워진 관심
    4. 세계화 속 한국미술: 기회인가 덫인가
    5. 미술의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 문화정치, 여성주의,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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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저자 소개

책 속으로

근대적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미술과 관련된 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전통적으로 서화를 담당하던 도화서圖畵署가 폐지되었고, 조석진과 안중식 등은 청에 영선사 일행의 제도사製圖士로 파견되어 기계 도면을 그리는 방법 등 근대적인 지식을 습득하기도 했다. 주요 후원자였던 왕실이 정치 상황에 따라 몰락하면서 서화가들은 새로운 향유층과 만나야 했다. 신식 교육의 하나로 ‘도화圖畫’ 과목을 도입하여 모든 학생들이 원근법과 명암법을 근간으로 하는 서구적인 시각 방식을 익히게 되었다. 일본에서 미술 유학을 하고 돌아온 고희동, 김관호 등을 시작으로 서화가가 아닌 전문적인 ‘미술가’가 탄생하게 되었다.
_38-39쪽, 1장 1890-1910년대: ‘미술’이라는 개념과 틀의 형성 중에서

도입 초기에 ‘미술’ 개념이 ‘부국강병’을 위한 공업 발전이나 수출용 공예품의 생산이라는 실용적 기술의 측면에서 접근되었다면, 1910년대를 거치며 1920년대에 들어서 미술은 소위 서구의 ‘fine art’에 해당하는 심미적 예술의 영역으로 정착한다. 회화·조각·공예(공업과 구별되는 미술공예)로 장르를 구별하고,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에 위계를 두는 근대 서양의 미술 관념체계가 자리 잡았다. 여기에 서양 제국주의와 이에 대응하는 ‘동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덧붙여지면서 서양의 미술체계에서는 볼 수 없는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새로운 장르 개념이 탄생하여 ‘회화’라는 용어를 대신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1920년대 중반부터는 이미 예술로서의 미술, ‘순수(순정)미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사회변혁에 대한 미술의 참여가 요구될 정도로, 미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빠르게 압축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1920년대 일본 유학으로 다양한 미술사조와 미학이론을 학습하고 돌아오는 유학생의 수가 증가한 것과 관련 있으며, 또한 1925년 조선공산당 창당과 같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도 연동하는 변화였다. 프랑스 살롱을 모델로 한 일본 관전의 아카데미즘부터, 후기인상파에서 다다이즘에 이르는 여러 모더니즘 사조 그리고 프롤레타리아혁명을 목표로 한 ‘프로미술’까지 여러 미술의 동향이 1920년대 조선 미술계에 들어와 경합했다. 이후 오랫동안 한국미술계를 지배하는 아카데미즘 대 모더니즘, 자율적 예술론 대 도구적 예술론, 모더니즘 대 리얼리즘의 대결 구도가 이 시기 형성되었다.
_94-95쪽, 2장 1920년대: 아카데미즘, 모더니즘, 프로미술의 동시 출현과 ‘동양화’의 창안 중에서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 독일, 일본, 이탈리아는 파시즘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민족주의/국가주의를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사용했다. 그것이 일본에서 신일본주의, 아시아주의 미술로 나타났다면, 조선의 경우에는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아시아주의를 내면화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조선미술의 현실과 전통을 재발견하고 검토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양면성을 띄었다. 이 세대에서 시작된 모더니즘과 민족주의 간의 긴장관계는 해방 이후 민족미술 창출 문제로, 다시 1950년대에서 197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전개 과정에서 또 다른 변주로 나타나게 된다.
_192쪽, 3장 1930-1945년: 조선적 모더니즘 중에서

해방기의 미술가단체는 새로운 독립국가가 마땅히 지녀야 할 미술을 창조하려는 목표 아래 ‘민족미술’의 수립과 ‘민주주의적 미술’ 구현을 위한 논의와 실천을 펼쳤다. 이는 좌파 계열 정치·사회조직의 연합체였던 ‘민주주의민족전선’의 노선을 연상케 하지만, 이념적 지향을 넘어서 해방 이후 미술이 직면했던 근본적인 문제였던 식민성과 전근대성(봉건성)의 극복과 얽혀 있는 현안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민족주의와 민주주의가 하나의 목표로 결부됨에 따라 ‘세계’와의 관계 설정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여기에는 프롤레타리아미술운동을 통해 경험했던 국제주의를 고수하려는 주장을 비롯하여, 민족미술 수립의 전제 조건으로서 단순한 국수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국제민주주의 문화로의 진입을 상정하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세계적 추세와 동조하려는 열망은 새로운 주체상에 대한 감각을 촉발하기도 했으나, 혼란한 사회 현실과 분단, 전쟁으로 인해 미완으로 끝났다. 유예되었던 이러한 의식은 한국전쟁 이후 ‘동시대성’(현대성)과 ‘서구미술’을 향한 추격이라는 과제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_291쪽, 4장 1945-1953년: 탈식민 과제로서의 민족·민주주의 미술 중에서

서구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등장한 미술을 이 땅에 도입하는 일이 형식의 모방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이 질문은 새로운 미술사조의 등장마다 반복해서 제기되었다. 그리고 해당 사조의 ‘현대’의 의미와 ‘전위’의 진정성을 흔들어놓았다.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창조’를 강조한 것은 아
니었다. 오히려 현실적인 수준에서 관건은 도입된 외래사조의 적합성과 소화의 정도였다. ‘생활’, ‘체험’, ‘자기’ 등 그 무엇으로 표현되던지 간에 그것에 근거를 두고 구사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이데’, ‘이념’,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지가 한국미술 비평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말,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모두 풍토적 체질, 역사적 미감, 사회경제적 현실 등에 관한 나름의 판단에 근거를 두고 외래 모델의 적합성을 논의하였다. 이 과정에서 1950년대 말 앵포르멜 미술은 동양적 미감이나 시대적 불안을 담은 것으로 승인된 반면, 1960년대 말 여러 실험들에 대해서는 그 원본을 낳은 서구 선진문명에 아직 이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모방(“뿌리 없는 꽃”)이라는 의심이 거두어지지 않았다. 1960년대 말 당대 미술에 대한 의구심은 “불연속의 연속”, “충격의 역사”로서 한국미술의 왜곡된 전개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이어진다.
_358-359쪽, 5장 1953-1970년: 전후 현대미술의 토대 놓기 중에서

모노크롬의 화가들과 이에 공감한 평론가들은 전통과 결합한 담론으로 1970년대의 추상이 형식 모방을 넘어 한국적 정신을 구현한 한국 현대미술의 성취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1970년대 한
국미술은 백색 모노크롬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백색 모노크롬이 전통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회화 형식에 대한 점검을 정교화했다면, 이는 곧 이에 반하는 여러 갈래의 탈 모던적 흐름이 작용과 반작용을 이루는 한국 현대미술의 제도적 무대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의미했다.
전통을 경유한 모더니즘의 순수 미학으로 1970년대 백색 모노크롬 회화가 전후 한국미술의 새로운 주류를 형성하면서 전후 세대에 의한 화단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모노크롬은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전통이 되었다. 이는 지필묵의 매체와 고유의 정신성으로 동양화 혹은 한국화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던 전통화단에서 사의寫意를 선취하여 유화매체에 결합함으로써 전통화단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으며, 설치와 오브제의 실험을 전개하던 전위 미술가들이 전통 미학에 기반한 회화로 복귀하는 경우로 이어지기도 했다. 1970년대 모노크롬은 회화 형식에 대한 수렴을 일정한 단계까지 밀어붙임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전환점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백색 모노크롬이 구체화되던 1970년대 중반에 그러한 흐름과 함께 추상에 반하는 사실寫實, 순수에 대응한 현실, 수양을 거부하는 참여, 초월이 아닌 일상, 형식을 벗어나는 개념이 다각적으로 모색되고 있었던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_460-461쪽, 6장 1970년대: 전통과 결합한 추상, 한국적 모더니즘을 넘어선 도전 중에서

1980년대 미술가들은 이전의 미술가들이 보았던 것과는 다른 현실, 즉 ‘민중의 현실’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그들이 공유하였던 1960-70년대 반독재 민주화 세력의 현실 인식에 기반하였다. 비판적 지식인들은 자본주의적 근대화와 정부 주도의 경제 발전 즉 서구를 모델로 하는 ‘현대화’가 우리가 추구할 만한 ‘현실’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들은 노동착취나 인간 소외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파생시키는 기존의 현대화에 대해 비판하면서 현대화의 대안 모델을 모색했다. 이것은 현실에 대한 재인식과 더불어 새롭게 형성해야 할 과제를 부과하였다.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적 지식인들이 보았던 것은 더 이상 합리적 학문과 기술 그리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변화가 아니라 그러한 변화 속에서 가려지고 억눌려져 있고 파괴되어가던 것들, 즉 민중의 삶, 민족적 전통, 공동체 문화 등이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정신은 1980년 광주항쟁의 경험을 통해서 강력한 ‘저항정신’을 형성하면서 미술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영역에서 상이한 형태의 ‘현실주의’로 표출되었다. (…) 1980년대의 한국미술은 정체불명의 추상화된 현실이 아니라 구체적인 한국의 현실에 주목하면서 미술적 실천의 방향을 바꾸고자 했으며, 그러한 시도 속에서 한국사회의 현대성과 전통을 새롭게 사유하여 한국미술을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이와 더불어 1980년대 후반의 한국미술은 탈냉전화와 전지구화의 동시대적 현실 속에서 국제 미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면서 이전과 다른 문제의식과 활동 방향 및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요컨대 1980년대 후반의 미술가들은 한국성이나 민족주의적 담론을 넘어서 당대의 지적, 담론적 지형을 구성하였던 포스트모던, 다원주의, 문화번역과 탈식민주의의 담론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미술을 전지구적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거점으로서의 동시대 미술로 새로이 사유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_540-542쪽, 7장 1980년대: ‘현실주의’로의 전환 542 1980년대 중에서

1990년대의 개막을 알린 신세대와 테크놀로지 미술의 ‘감각’적 유희는 90년대 중반 메타-미술의 성격을 갖는 ‘개념’적 성찰을 불러들였고, 1990년대 전체에 걸쳐 민중미술의 갱신 시도는 ‘감각’과 ‘개념’을 ‘비판’의 방향으로 견인하고자 했다. 이렇게 1990년대 한국미술은 이들 주요 문화권의 인력引力에 반응하면서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런 상황은 1990년대 한국미술의 중요한 형성력으로 작용하게 되는 전지구화의 흐름과 결부되어 있었다. 해외유학 경험, 서구미술이론에 대한 충분한 이해, 비엔날레의 참가와 같이 전지구적 수준의 인적, 정보적, 물질적 교환의 점증하는 계기들은 ‘감각’, ‘개념’, ‘비판’의 자생적 전개에 힘을 불어넣었다. 동시에 이들은 서구미술의 어법을 구사하면서도 그것이 왜 한국의 미술일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하는 전지구화의 게임의 규칙을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해냈다. 90년대 한국미술은 국내외에 걸쳐 복잡하게 작용하는 인력과 형성력들 사이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했다. 이 새로운 상황을 한국미술의 ‘동시대성’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_647쪽, 8장 1990년대: ‘포스트-모던’이자 ‘포스트-민중’ 시대의 한국미술 중에서

출판사 서평

개항 이후 100년, 아름답고 논쟁적인 현대 한국미술사를 한 권의 책으로!
주례사 비평은 없다! 성실하고 신랄한 비평의 말로 그린 우리 미술의 궤적
이제 정신의 격투를 담은 전설적인 비평문들을 직접 읽는다

01. 《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은 어떤 책인가?
《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은 제목 그대로 미술 작가나 작품, 사조나 양식, 미술의 시대적 과제 등을 논한 비평문을 모아 그것으로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들여다보려는 비평문 모음집이다. 19세기 말 서구의 ‘모던 아트’가 조선에 소개된 이래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 동안의 미술 비평문 중 138편을 선별해 편집했다. 신문기사나 선언문, 광고 등 일부 성격이 다른 텍스트들이 섞여 있지만, 선별된 글의 대부분은 비평문이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대해서는 이미 1970년부터 관련 저술들이 출간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적지 않은 수의 책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현대 한국미술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교재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기존의 한국 근현대 미술사 관련 저술들은 방법론적으로 양식사의 틀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흐름을 구성하는 틀이 단순하고 평면적이어서 자료집 성격이 두드러지거나, 논문 모음집에 가까워 전반적인 개괄이 어렵거나, 혹은 다루는 시기가 한정되는 등 아쉬운 요소가 많았다.
《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은 최근까지 쌓인 연구 성과에 근거하면서, 핵심 논점에 집중하여 비평문을 선별하고, 그러는 가운데 현대 한국미술의 흐름을 좀 더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개항기부터 1990년대까지 100년에 가까운 시기를 한꺼번에 조망하면서 그 연속성과 변화를 잘 드러내려 했다.

02. 비평문을 모았다니 미술사 책으로서는 독특한 접근인 것 같다. 왜 그런 방식을 택했는가?
비평문은 해당 시기 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근거다. 비평문은 각각의 시대에 비평가(미술계)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질문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려 했는지 등 미술활동/작가/작품을 둘러싼 사유와 지향점, 그에 대한 입장의 차이 등을 담고 있다. 따라서 당시의 미술계 정황을 깊이 있게 알려줄 뿐 아니라, 같은 시기의 서로 다른 입장들이나 이전 이후 시기의 견해들과 비교하여 미술을 둘러싼 담론의 맥락과 계열, 연속과 변화를 선명하게 살펴볼 수 있다. 또 통상적인 미술사 서술과 달리 비평가들의 생생한 육성은 마치 당시의 미술 현장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생동감과 즐거움을 준다. 또한 해당 비평글이 전하고자 하는 논리만이 아니라 거기 담긴 개인의 구체성(문체 등)은 당사자들이 의식한 사안 못지않게 의식하지 못한 시대상황의 기미들을 감지할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통해 독자의 해석적 상상력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원문을 찾아보는 일이 쉽지 않았던 1950년대 이전의 비평문들을 선별해 실음으로써 독자들이 그동안 제목이나 일부 정보만 전해오던 전설적인 비평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각 비평문들을 읽어보면 비평가나 기자, 미술작가 등 글쓴이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성실하게 자기가 직면한 당대의 미술상황을 고민하고 그것을 글로 옮겼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칭찬과 빈말 일색인 요즘의 주례사 비평과 달리 신랄한 언어와 표현으로 자신의 미술에 대한 사유를 전개하고 있어, 또 다른 읽는 재미를 준다.

03. 책은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였나?
편저자들은 우선 개항 이후 ‘미술’이 이 땅에 들어온 이래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의 시간대를 중심으로 현대 한국미술의 흐름을 총 8개 장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 장마다 해당 시기를 특징짓는 4-6개의 소주제를 채택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평문을 선별해 실었다. 각 장의 서두에는 해당 시기를 개괄하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시대 개괄을 통해 비평문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해당 시기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미술사적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소주제 채택의 근거를 밝혔다. 또 선택된 글(비평문 원문)마다 글의 요지와 집필 맥락을 알려주는 간단한 해제를 달아, 해당 비평문이 쓰인 맥락과 의미를 좀 더 분명히 전달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이해가 힘든 용어나 알기 어려운 사건들의 경우 각주 등을 만들어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으며, 각 비평문이나 해당 시기의 미술 상황을 이해하기 쉽도록 72편의 도판을 골라 실었다.

04. 구체적으로 책을 만드는 작업은 어떠했나?
책 작업은 서구식 ‘미술’이 처음 도입되는 189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100여 년을 8개의 연대기적 장으로 나누어 각각의 필자가 한 장씩 책임을 맡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서문은 이영욱이 썼고, 1장부터 순서대로 목수현, 오윤정, 권행가, 최재혁, 신정훈, 권영진, 유혜종, 신정훈이 각각 해당 장을 맡아 시대 개관을 집필하고 시대별 주요 문헌을 선별했다. 예외적으로 신정훈은 5장과 8장 두 장을 맡았고, 김경연은 모든 장에 걸쳐 ‘동양화’ 혹은 ‘한국화’라는 명칭으로 전개된 전통화단의 변천을 일관된 흐름으로 연결해주었다.
수록하는 비평문은 원문의 문체나 어감을 최대한 살려 소개하려 하였으며, 전문을 다 싣기 어려운 긴 글은 주요 부분을 발췌하여 수록하였다. 한자 및 해방 이전 옛 한글은 원문의 흐름을 흩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현대 한국어로 옮기고, 필요한 경우 각주를 두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또한 지면상의 한계로 소개하지 못한 글들은 책 뒷부분에 ‘더 읽을거리’를 목록으로 제공하여 좀 더 심도 있는 독서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현대 한국어와 다른 외래어 표기의 경우 원문 표기를 그대로 두되 각주를 통해 부가 설명을 제공하고, 몇몇 유명 작가명의 경우 현대 한국어로 표기했다.

05. 제목이 ‘한국 근/현대미술’이 아닌 ‘현대 한국미술’이다. 어떤 맥락인가?
조선/한국에 서구식 미술제도가 도입된 이래 이곳 한국의 미술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리고 이같은 변화를 특정하거나 조망하기 위해 근대미술, 현대미술, 동시대 미술과 같은 용어와 개념이 사용되었으며, 시기 구분 등과 관련해서도 많은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러한 용어와 개념의 적합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시각문화 환경이 변화하고, 미술의 구성과 위상이 달라진 것이 원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이 아닌 ‘현대 한국미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했다.
이는 기존의 접근과 다음 두 가지에서 차이가 있다. 하나는 근/현대를 구분하지 않고 ‘현대’로 통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간을 지시하는 용어인 ‘한국’과 시간을 지시하는 용어인 ‘현대’의 위치를 뒤바꾼 것이다. 이 두 가지 변화는 서로 연결되어 작동하며, 이를 통해 서구미술의 도입 이래 이곳에서 전개된 한국미술을 현대라는 시대의 변천과 뒤얽히면서 연속성을 갖고 진행된 것으로 조망할 수 있다.
‘현대 한국미술’이라는 틀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바라보는 것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그동안 관성적으로 해방을 전후해 근/현대미술을 나누던 관행에서 생긴 난관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질적으로 단절이 크지 않은 시기들을 강력한 구분선으로 나눔으로써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기준을 제시하기 힘들었던 어려움이나, 시간이 흘러 계속해서 새로운 사회·문화적 전환이 생겨나 이러한 근/현대 구분이 포괄해야 할 시간대가 늘어나는 문제 등이 그렇다.
또한 ‘현대 한국미술’이라는 틀은 그동안 ‘한국’이라는 공간 규정을 앞세워 이곳 미술의 변화를 지나치게 ‘내적 발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문제점에서 벗어나게 한다. 확실히 ‘현대 한국미술’이라는 용법은 지난 시기 한국미술의 흐름을 지역 간의 상호 영향 관계 속에서 형성된 ‘동아시아 현대’라는 지평 안에서 살펴보기에 유리하다. 그런가 하면 100여 년간의 시대 상황을 현대라는 단일 규정으로 묶어냄으로써(물론 이 책이 8개의 시기로 나누고 있는 것처럼 하위 범주를 활용한 시기 구분은 가능할 것이다), 현재와 과거의 미술을 연속성 속에서 심도 있게 살펴보는 일에도 적합하다. 이를 통해 그간 미술 작가들이 이루어낸 성취를 좀 더 입체적으로 심도 있게 살펴보거나, 혹은 굴절된 인식으로 부당하게 잊혀진 작가를 새로이 주목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57062799
발행(출시)일자 2023년 01월 30일
쪽수 736쪽
크기
157 * 233 * 54 mm / 1378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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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사 시대별로 비평을 통해 읽을 수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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