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과 역사드라마에 대한 대중적 인기는 높은 편이지만 그동안 우리는 역사소설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바 없다. 루카치 등의 이론을 빌려와 작품을 분석하거나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의 역사소설을 우리 스스로 범주화하고 분석하자고 제안하는 책.
역사적인 객관적 사실과 소설적인 극적 구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사소설의 딜레마를 비롯해 복거일의《비명을 찾아서》를 분석, 황석영과 이이화의 논쟁 등을 다룬다. 우리 역사소설에 나타난 남성 중심의 사상과 민족주의 등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역사소설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역사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과 이론 모색
우리 역사소설의 역사는 근대적 역사의식 형성 시점과 궤를 같이한다. 이후 역사소설은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고 우리 문학사의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만큼 역사소설을 둘러싼 이론적 접근이나 논쟁은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이론이 빈곤한 탓에 우리 역사소설을 재단하는 기준은 루카치의 이론에만 기댔을 뿐 역사소설의 근본적인 의미나 역사성과 문학성의 관계 등은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책은 역사소설을 어떻게 제대로 검토하고 탐구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본격적으로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새롭고 발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역사소설이 발 딛고 서 있는 두 지점, 즉 사실과 허구의 관계를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형되어 표현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이광수와 김동인의 작품을 예로 들어 민족주의 담론 형성 과정과 역사소설의 관계를 탐색한다. 또한 서구의 다양한 역사소설 이론을 소개하면서 그것이 우리 역사소설 읽기에 어떻게 적용될지를 고찰한다.
결국 역사는 그 시대 담론의 결과물이며, 그것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역시 쓰는 주체에 따라 해석과 적용이 달라지므로 사실성은 있되 진실성은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역사소설에 대한 논의 방향은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함의하는가에 모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작가정보
목차
- 책을 쓰게 된 동기
제1장 역사는 담론의 구성물이다
1) 역사와 허구는 다르지 않다
2) 역사의 텍스트성ㆍ텍스트의 정치성
3) 사실성이란 사실-효과를 통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제2장 민족적 주체는 곧 남성적 주체였다
1) 민족주의 담론에 내재된 남성 중심주의의 실체
2) 식민지 여성에 대한 혐오와 영웅적 남성상을 향한 욕망
제3장 역사소설을 효과적으로 읽으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1) 역사적 인물과 허구적 인물의 형상화 방식은 다르다
2) 조망의 차이가 곧 구성의 차이를 가져온다
제4장 역사소설의 유형론은 왜 필요한가
1) 장르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2) 고전적 모델/고전적 모델의 모방/고전적 모델의 패러디
3) 목가/극적 에너지의 원천/주체로서의 역사
4) 기록적/가장적/창안적 역사소설
5) 역사적/알레고리적/환상적 양식
6) 기록적/가장적/창안적/환상적 역사소설
제5장 역사소설에 역사는 없다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책 속으로
독자는 역사소설이 과거의 역사를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재현해야 하며, 소설로서의 완결성도 최대한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역사소설을 대하는 독자의 이중성이다. 극적인 긴장감과 더불어 사실을 재현한다는 이중 잣대는 역사소설을 늘 역사와 소설 두 분야의 사생아로 만들어왔고, 이것은 지난 100년간 우리 역사소설의 현주소였다._p.13
권력자들에 의해 쓰인 과거의 공적 역사는 실제로는 허구일 수 있다. 그들이 정치 권력을 이용해 공적 역사의 통로를 지배하고, 그것을 후손들에게 남긴 것이라면 우리가 현재 읽고 있는 과거의 증거물은 진실(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사실성과 허구성은 다만 상대적일 뿐 결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_p.23
역사라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 사실-효과에 의해 만들어진 담론의 결과물이라면, 우리는 다양한 방향에서 역사의 진실성과 사실성을 질문하고 탐색하며 검토해야 한다._p.35
민족을 역사의 단일 주체로 상정하는 것과 민중을 전일적 전체로 놓는 것은 상상의 공동체에 기반한 전체성의 논리일 뿐이다. 그래서 이 배타적 범주에 들지 않는 타자, 곧 우리로 환원되는 우리의 의식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타자는 적이라는 인식에 도달하고, 이에 따라 세계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역사는 적과 나의 투쟁으로 양극화되는 대결의 논리를 산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장렬한 비극성과 힘의 논리는 결국 민중이든 민초든 민족이든 힘과 무력에 의한 투쟁의 역사를 강조하게 되고,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성숙한 남성성의 형식으로 미화되고 전형화되어왔다._pp.58-59
그러나 장르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장르가 고정되어 있다면 우리는 늘 동일한 패턴의 소설들만을 읽고 소비할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의 문학사는 너무 빈약해졌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혼란이 발생한다. 장르의 규칙들은 분명히 존재하긴 존재하는 것인데, 고정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한단 말인가? 규칙들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라면 장르라는 것이 성립하기는 하는 것일까?_p.113
황석영이 이이화의 독법을 비판하면서 끌어댄 자료에 따르자면 황석영의 자료는 그 나름의 타당성을 갖는다. 그의 증거자료는 사실적이기에 진실하다. 반면 송태욱은《장길산》의 사료가 역사적으로 사실이긴 하지만, 진실하지는 않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는 동일한 자료라 하더라도 사실과 진실의 범주가 다른 것이다. 이는 결국 동일한 자료라 하더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그 자료의 사실과 진실의 범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으로 방증한다. 그리고 각자의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 지점도 실은 여기에 놓여 있다.
_pp.163-164
기본정보
ISBN | 9791159316975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0월 01일 |
쪽수 | 184쪽 |
크기 |
128 * 205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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