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한시의 근원을 찾아서 3: 남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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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12)
목차
- 역자 서문 / 15
권10 송시(宋詩)1 / 23
권11 송시(宋詩)2 / 171
권12 제시(齊詩) / 319
양시(梁詩) / 415
권13 양시(梁詩) / 467
권14 진시(陳詩) / 619
북위시(北魏詩) 附(부) / 667
북제시(北齊詩) 附(부) / 693
북주시(北周詩) 附(부) / 715
수시(隋詩) / 771
후기 / 851
책 속으로
머리말
퍽 오래 전 일이지만 난 그 때의 감격, 아니 그것을 넘어서는 충격을 잊지 못한다. 난생 처음 친구를 따라 천 미터가 넘는 산을 올랐었다. 등에 제법 묵직한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처음엔 설렘과 자신감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런데 짐은 점점 무거워지고, 길은 점점 가파러 갔다. “꼭 가야하는 것은 아니잖아?” “누가 가라고 시켰어?”
망설임 끝에 결국 고개를 수그리고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바로 걷기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 것도 보지 않았다. 그저 발밑만 쳐다보고 걷고 걸었다. 어느 순간 내가 걷는 게 아니라 발걸음이 나를 데리고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앞이 밝아졌다. “와!” 숨이 막힐 정도였다. 정상에 내가 서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고시원≫ 번역본을 출간하게 되었다. 남북조와 수나라 시기의 작품 300여 수를 꼼꼼히 읽고 풀었다. 이로써 ≪고시원≫ 14권과 부록을 완역하게 되었다. 심덕잠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 멀리 신화와 선진(先秦)시대의 ‘수원’에서 시작하여, 한나라 위진 남북조라는 ‘강’을 거쳐 마침내 당시(唐詩)라는 ‘바다’의 입구에 이르는, 긴 항해를 마침내 마친 셈이다. 주지하듯이 당나라 때 완성된 한시는 전통시기 동아시아의 국제적 소통 언어이었다. 여러 민족과 국가의 수많은 배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바다’였다. 그 ‘바다’의 형성 과정을 추적한 책이 바로 ≪고시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를 “한시의 근원을 찾아서”라 하였다.
한시의 근원을 찾는 긴 여정을 마치는 이 순간, 30여 년 전 첫 등정 경험이 떠오른다. 고개 수그리고 걷고 또 걷다가 만난 그 감격, 아니 그 충격!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때 함께 걸어주었던 친구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것은 언감생심의 일이었다. 마찬가지다. 함께 해준 분들, 그리고 도와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고시원≫을 완역하는 이 여정 역시 애초에 불가능하였으리라. 가슴 속 깊이 고마움을 늘 간직할 것이다. 고개 숙이고 걷다 보면 보지 못한 게 많게 마련이다. 이 책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여러 분들의 질정을 겸허히 청하고 싶다. 끝으로 누군가가 더 높은 산을 오르는 데 ‘우리’의 경험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2016년 8월
행인 양회석
출판사 서평
≪고시원(古詩源)≫은 청(淸)나라의 심덕잠(沈德潛: 1673-1769)이 선진(先秦)시기에서 당(唐)대 이전 시기의 시가를 엮은 책이다. 이 책에는 ≪시경(詩經)≫과 ≪초사(楚辭)≫를 제외한 당(唐) 이전의 저명한 시 작품 뿐 아니라 적지 않은 민가(民歌) 작품들도 수록하여 고대 시가를 연구하는 훌륭한 자료가 되고 있다. 심덕잠은 ≪고시원(古詩源)≫을 통하여 시의 근원을 연구하고자 700여 편의 시를 선별, 총 14권으로 편집하였다.
본서는 남북조와 수나라 시기의 작품 300여 수를 꼼꼼히 읽고 풀었다. 이로써 ≪고시원≫ 14권과 부록을 완역하게 되었다. 심덕잠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 멀리 신화와 선진(先秦)시대의 ‘수원’에서 시작하여, 한나라 위진 남북조라는 ‘강’을 거쳐 마침내 당시(唐詩)라는 ‘바다’의 입구에 이르는, 긴 항해를 마침내 마친 셈이다. 주지하듯이 당나라 때 완성된 한시는 전통시기 동아시아의 국제적 소통 언어이었다. 여러 민족과 국가의 수많은 배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바다’였다. 그 ‘바다’의 형성 과정을 추적한 책이 바로 ≪고시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를 “한시의 근원을 찾아서”라 하였다.
책속으로 추가
권10 宋詩1(송시1)
1. 孝武帝1)*
<自君之出矣(자군지출의)> <그대 떠난 뒤로>
自君之出矣, 그대가 떠난 간 뒤에는,
자군지출의
金翠暗無精.2) 황금 비취 흐릿하게 정기 잃었네.
금취암무정
思君如日月, 그대 그리워함이 해와 달 같아,
사군여일월
回還晝夜生.3) 돌고 돌아 밤낮으로 떠오르네.
회환주야생
원주
* 송나라 때의 시는 날로 유약함으로 흘러 고시의 끝이자 율시의 시작이다. 포조와 사령운 두 분이 없었다면 아마도 시가 빛을 잃었을 것이다.(宋人詩, 日流於弱, 古之終而律之始也. 無鮑謝二公, 恐風雅無色.)
효무제의 시는 때때로 교묘한 생각이 있다.(孝武詩, 時有巧思.)
역주
1) 孝武帝(효무제, 430-464) : 중국 남조 송나라의 제4대 황제로 재위기간은 453년에서 464년까지이다. 이름은 유준(劉駿), 아명은 도민(道民), 자는 휴용(休龍)이다. 430년 제3대 황제 문제(文帝)의 아들로 태어났다. 453년 아버지를 암살한 형 유소(劉?)를 죽이고 제위에 올랐다. 묘호는 세조(世祖), 시호는 효무제(孝武帝)이다.
2) 金翠暗無精 : 금취(金翠)는 원래 황금과 물총새 깃털로 여기서는 머리에 꽂는 황금 비녀와 비취 머리꽂이 장식의 뜻. 정(精)은 엑기스, 정기.
3) 回還 : 돌고 돌다.
4) 압운은 精, 生.
감상
이 시는 화자인 한 여인이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의서간(擬徐幹> 또는 <의실사(擬室思)>라는 제목으로 된 것도 있다. 서간(徐幹)의 <실사(室思)>는 모두 여섯 수인데 그 중 제6수와 제3수(<雜詩>)가 ≪고시원≫ 권6(번역본 2권 177쪽)과 권6(번역본 2권 178쪽)에 실려 있다. 그 마지막 4구에 “그대 떠나가신 이래로, 밝던 거울이 흐려져도 닦지 않았네. 그대 생각 흐르는 물 같으니, 어떻게 그칠 때가 있겠는가?(自君之出矣, 明鏡暗不治. 思君如流水, 何有窮已時?)”라고 되어있는데, 후대에 이 마지막 4구를 모방하고 <자군지출의(自君之出矣)>라고 제목을 다는 경우가 많다.
2. 南平王?(남평왕삭)1)
2-1
<白紵曲(백저곡)> <흰 모시 노래>
僊僊徐動何盈盈.2) 사뿐사뿐 천천히 움직이더니 어찌 저리 복스러운가.
선선서동하영영
玉腕俱凝若雲行.3) 옥 같은 손이 모두 멈추더니 구름 가듯 움직이누나.
옥완구응약운행
佳人?袖輝?蛾.4) 가인이 소매를 드니 검푸른 눈썹이 빛나네.
가인거수휘청아
??擢手映鮮羅.5) 섬섬옥수 뽑으니 아름다운 비단을 비추네.
섬섬탁수영선라
狀似明月泛雲河.6) 얼굴 모습은 저 밝은 달이 은하수를 떠가는 듯.
상사명월범운하
體如輕風動流波.* 팔 다리는 마치 가벼운 바람이 물결을 일으키듯.
체여경풍동류파
원주
* 진나라의 노래는 졸박한 듯하나 기상과 맛이 대단히 두텁다. 이 작품은 단지 그것이 선명하고 빼어남을 느낄 뿐이다. (진나라와 송나라의) 기풍이 올라가고 내려감은, 작자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晉曲似拙, 然氣味極厚, 此但覺其鮮秀矣. 風氣升降, 作者不能自主.)
역주
1) 南平王? : 유삭(劉?, 431-453)을 말한다. 남평왕(南平王)에 봉해졌으며, 자는 휴현(休玄), 남조 송나라 문제 유의륭(劉義隆)의 넷째 아들이다. 셋째 형인 유준(劉駿)과 불화하였고, 당시 태자였던 유소(劉?)가 아버지 문제를 시해하고 즉위하자 유소를 섬겼다. 후에 유소가 동생 유준에게 살해되고 유준이 효무제(孝武帝)가 되자 독살되었다. 문집 5권이 있었다고 한다.
2) 僊僊徐動何盈盈 : 선선(僊僊)은 첩어, 의태어로 느리면서 반복되는 동작의 모양. 영영(盈盈)은 첩어, 의태어로 아름다운 모양, 얌전한 모양. 복스러운 아름다움을 묘사한 것.
3) 凝 : 동작이 멈춤을 나타내는데, 응지(凝脂)와 연계되어 고운 피부를 연상시킨다.
4) ?蛾 : 검푸른 색 눈썹. 미인을 의미함.
5) ??擢手 : 섬섬옥수(纖纖玉手)를 내민다.
6) 雲河 : 구름, 또는 은하수.
7) 매 구 압운하고, 盈, 行에서 蛾, 羅, 河, 波로 환운하고 있다.
감상
이 시는 권9의 9-3 <진백저무가시(晉白紵舞歌詩)>를 모방한 작품이다(번역본 2권 671쪽 참조). 춤추는 무희(舞姬)의 자태를 생생하고 세세하게 그리고 있다.
두 구씩 짝을 이루어 작은 세 단락을 구성하고 있다.
1구는 무희가 춤을 추기 전 옷소매로 앞을 가리고 있다가 서서히 움직이면서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2구는 두 가지의 동작을 포함한다. 손이 멈추는 동작과 다시 구름이 가듯 손을 움직이는 동작이다.
3구는 다시 얼굴을 묘사하고 있다. 소매를 드니 미인의 아름다운 검푸른 색 눈썹을 가진 얼굴이 드러난다. 4구에서 다시 손을 묘사한다. 가인의 섬섬옥수의 손이 드러나자 하얀 손의 빛남이 비단을 비출 정도이다.
5구는 다시 무희의 얼굴로 돌아와 밝은 달을 닮았다고 읊는다. 마지막으로 6구에서는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묘사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시이지만, 시를 읽고 난 후 곱고 예쁜 느낌만이 남는다. 그래서 심덕잠은 진나라 시의 고유한 풍미가 부족하다고 하였다.
2-2
<擬行行重行行(의행행중행행)>1) <행행중행행을 본뜨다>
??陵長道,2) 아득히 아득히 긴 길에 올라,
묘묘릉장도
遙遙行遠之.3) 멀리 멀리 먼 곳으로 떠났지.
요요행원지
?車背京里,4) 수레를 돌려서 경성을 등지고,
회차배경리
揮手從此辭. 손 흔들고 이곳에서 작별했지.
휘수종차사
堂上流塵生, 마루에는 흐르는 먼지 생겨나고,
당상류진생
庭中綠草滋. 마당에는 푸른 풀 무성해졌네.
정중록초자
寒?翔水曲, 가을 매미는 물가에서 날고 있고,
한 장상수곡
秋?依山基.5) 가을 토끼는 산기슭에 기대고 있네.
추토의산기
芳年有華月,6) 꽃다운 나이에 꽃과 달 있건만,
방년유화월
佳人無還期.7) 고운 임은 돌아올 기약 없구나.
가인무환기
日夕?風起,8) 해가 저물며 차가운 바람 일어나니,
일석량풍기
對酒長相思. 술 마주하고서 한없이 그리워하누나.
대주장상사
悲發江南調,9) 슬픔은 강남조로 피어나거니와,
비발강남조
憂委子衿詩.10) 근심을 자금시에 기탁해 본다네.
우위자금시
臥覺明燈晦,11) 누우면 밝은 등불도 어둡게 느껴지고,
와각명등회
坐見輕紈緇.12) 앉으면 하얀 비단도 검게 보인다네.
좌견경환치
淚容不可飾, 눈물에 젖은 얼굴은 꾸밀 수도 없고,
루용불가식
幽鏡難復持.13) 먼지 낀 거울 다시 잡기도 어려워라.
유경난복지
願垂薄暮景, 원하건대 석양빛이라도 드리워,
원수박모경
照妾桑?時.14) 이 쇤네의 만년을 비춰주시길.
조첩상유시
원주
* 자못 고시의 뜻에 도달했다.(頗臻古意.)
역주
1) 擬行行重行行 : 의(擬)는 모방하다. <행행중행행(行行重行行)>은 ≪고시원≫ 번역본 1권 486쪽 참조.
2) ??陵長道 : 묘묘(??)는 첩어, 의태어로 먼 모양. 릉(陵)은 오르다.
3) 遙遙 : 첩어, 의태어로 먼 모양.
4) ?車背京里 : 회차(?車)는 수레를 돌려 떠나다. 경리(京里)는 경성.
5) 寒?翔水曲 2구 : ≪회남자(淮南子)≫에 “토끼는 굴로 돌아가고 한장(寒?)은 물위를 나는데 각기 자신이 태어난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유(高誘)는 “한장은 물새이다.(寒?, 水鳥.)”라고 주를 달고 있지만, 다음 구의 추토(秋?), 즉 ‘가을 토끼’와 대구를 이루어 ‘가을 매미’로 해석함.
6) 華月 : 꽃과 달.
7) 佳人 : 보통 아름다운 사람, 미인을 말하나 여기서는 남편.
8) 日夕?風起 : 일석(日夕)은 해가 저물다. 량풍(?風)은 차가운 바람.
9) 江南調 : ≪악부시집ㆍ상화가사(相和歌辭)≫에 <강남사(江南思)>ㆍ<강남곡(江南曲)>과 같은 곡이 많은데 대부분이 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여기서는 그 시들을 가리킴.
10) 子衿詩 : 자금(子衿)은 ≪시경(詩經)≫의 편명. <정풍ㆍ자금(鄭風ㆍ子衿)>에 “푸르고 푸른 그대의 옷깃, 길이 생각하는 내 마음. 비록 나는 가지 못하나, 그대는 왜 소식을 계속 전하지 않는가. …… 하루 동안 보지 못함이 석 달과도 같도다.(靑靑子衿, 悠悠我心. 縱我不往, 子寧不嗣音.…… 一日不見, 如三月兮.)”라고 하였다.
11) 明燈晦 : 밝은 등불이 흐릿해져 보이다.
12) 輕紈緇 : 흰 비단이 검게 변해 보이는 것. 육기(陸機)의 시 <위고언선증부시(爲顧?先贈婦詩)>에 “도성 낙양은 바람 먼지가 많아, 하얀 옷이 검정으로 변하겠지.(京洛多風塵,素衣化爲緇)”라는 구를 원용한 것이다. ≪고시원≫ 번역본 2권 341쪽 참조.
13) 淚容不可飾 2구 : ≪시경≫ <위풍ㆍ백혜(衛風ㆍ伯兮)>에 “어찌 머리 기름이 없으랴만, 누구를 위하여 꾸미겠는가.(豈無膏沐, 誰適爲容.)”고 한 것과, 조식(曹植)의 <칠애시(七哀詩)>에 “머리 기름 누구를 위해 꾸미겠는가, 밝은 거울 흐려져도 닦지 않는다네.(膏沐誰爲容, 明鏡闇不治.)”라고 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유경(幽鏡)은 쓰지 않아서 먼지가 낀 거울.
14) 願垂薄暮景 2구 : 육기(陸機)의 <당상행(塘上行)>에 “원컨대 임이여 여광을 넓히셔서, 모년 접어든 쇤네를 비춰주시길.(願君廣末光, 照妾薄暮年.)”라고 한 구절에서 왔다(≪고시원≫ 번역본 2권 329쪽 참조). 상유(桑楡)는 만년(晩年).
15) 압운은 之, 辭, 滋, 基, 期, 思, 詩, 緇, 持, 時.
감상
이 시는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의 첫 수인 <행행중행행(行行重行行)>을 모방한 작품이다. 모두 20구로 되어있으며 내용에 따라 4구씩 모두 다섯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단락(1-4구)은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임이 멀리 떠난 것을 반복해서 묘사한 것이 1-2구의 내용이다. 수레를 돌려 내가 있는 경성을 등지고 손을 흔들며 바로 이곳에서 작별했었음을 회고 하고 있다(3-4구).
2단락(5-8구)은 지금 내가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마루에는 정처 없이 흘러온 먼지가 생겨나고 마당에는 푸른 풀만 무성한 것은 사랑하는 임이 떠난 지 오래 되었음을 알려준다(5-6구). 계절은 또 흘러 가을이 되어 가을 매미도 가을 토끼도 자기의 처소에 머무는데 내 임은 어디에 계신가를 생각한다(7-8구).
3단락(9-12구)은 가을에서 또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온 것으로 한해가 또 지나갔음을 알린다. 꽃다운 나이에 꽃과 달은 있지만 내 임은 돌아오지 않는다(9-10구). 여기서 시의 주인공은 여인이고 사랑하는 임은 결국 남편임을 알 수 있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 때문에 해가 저물어 부는 찬바람에, 술을 대하고는 더 한없이 그리워진다(11-12구).
4단락(13-16구)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슬픈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인은 그 슬픔을 사모곡(思慕曲)인 강남조(江南調)에, 자금시(子衿詩)에 담아본다(13-14구). 슬픔에 밝은 등불도 어두워져 보이고, 흰 비단도 검게 보인다(15-16구).
마지막 5단락(17-20구)에서 여인의 슬픔이 극에 달하여 얼굴을 꾸밀 수도 없고, 보아줄 이가 없으니 먼지 낀 거울을 닦지도 들지도 않는다(17-18구). 마지막 두 구에서 석양빛이라도 쇤네의 만년을 비춰달라는 것은 말년이라도 자신에게 돌아오길 바라는 여인의 마음을 말하는 것으로 아름답기보다는 애절함과 처절함이 느끼지는 대목이다.
3. 何承天1)
<雉子遊原澤篇(치자유원택편)> <꿩이 들녘에 놀듯이>
雉子遊原澤, 꿩이 들과 연못에서 노닐고 있나니,
치자유원택
幼懷耿介心. 어려서부터 곧고 굳은 마음 품었네.
유회경개심
?啄雖勤苦, 마시고 쪼는 것이 비록 힘이 들어도,
음탁수근고
不願棲園林.2) 동산 숲에 깃들기는 원하지 않았네.
불원서원림
古有避世士, 옛날 세상을 피해 사는 선비가 있어,
고유피세사
抗志??岑. 청운의 봉우리처럼 뜻 드높이는구나.
항지청소잠
浩然寄卜肆, 호연하게 점집에 몸을 맡기려고,
호연기복사
揮棹通川陰.3) 노 저어서 사천 남쪽으로 가는구나.
휘도통천음
逍遙風塵外,4) 풍진의 바깥에서 유유자적하거니와,
소요풍진외
散髮撫鳴琴. 머리를 풀고 거문고를 어루만지노라.
산발무명금
卿相非所盼,5) 재상도 바라는 바 아니니,
경상비소반
何況於千金.6) 하물며 천금 따위임에랴.
하황어천금
功名豈不美, 공과 명예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만,
공명기불미
寵辱亦相尋.7) 총애와 욕됨이 역시 서로 이어진다네.
총욕역상심
?炭結六府, 뜨거움과 차가움 오장육부에 맺히니,
빙탄결륙부
憂虞纏胸襟.8) 근심과 즐거움이 흉금에 얽힌다네.
우우전흉금
當世須大度, 세상 담당하려면 큰 도량 필요하건만,
당세수대도
量己不克任. 내 스스로 헤아리니 맡은 능력 없구나.
량기불극임
三復泉流誡,9) 시냇물의 가르침을 거듭 반복하거니와,
삼복천류계
自警良已深. 스스로 경계함이 진실로 이미 깊도다.
자경량이심
역주
1) 何承天(하승천, 370-447) : 남조 송나라 산동(山東) 동해담(東海?) 사람이다. 천문학자, 수학자이며 문학가, 사학가였다. 특히 산학(算學)과 역학(易學)에 뛰어나 원가력(元嘉曆)을 만들었다. 벼슬은 상서사부랑(尙書祠部郞), 형양내사(衡陽內史), 어사중승(御史中丞), 저작좌랑(著作佐郞), 어사대부(御史大夫)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 ≪달성론(達性論)≫이 있다. 불교의 보응설(報應說)을 비판하고, 신수형멸(神隨形滅)을 주장하여 큰 영향을 끼쳤다.
2) 雉子遊原澤 4구 : ≪장자ㆍ양생주(莊子ㆍ養生主)≫에 “연못에 사는 꿩은 열 발자국을 가야만 한번 먹이를 쪼아 먹고, 백 걸음을 옮겨야 겨우 물 한 모금을 마실 수 있지만, 새장 속에서 길러지길 원하지 않는다. 기력은 왕성하겠지만 속이 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원택(原澤)은 들과 연못. 경개심(耿介心)은 곧고 굳은 마음.
3) 抗志??岑 4구 : 엄군평(嚴君平)을 묘사한 것이다. 엄군평은 전한 촉군(蜀郡) 성도(成都) 사람으로 이름은 준(遵)이고, 자가 군평이다. 성제(成帝) 때 성도(成都)에서 점을 쳐 생활을 꾸려 나갔는데, 1백 냥을 벌면 족하다 하며 곧 가게를 닫고 노자(老子)를 읽었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문을 열어 점을 쳤다고 한다. 노자를 깊이 공부한 높은 선비로 아흔이 넘도록 점을 치며 살며 충효와 신의로 사람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대학자인 양웅(揚雄)이 바로 그의 제자이다. 저서에 ≪도덕진경지귀(道德眞經指歸)≫가 있었는데 그 중 7권만 전해진다. 항지(抗志)는 뜻을 높게 드높이다. 청소(??)은 청운(靑雲). 잠(岑)은 높은 산봉우리. 복사(卜肆)는 점치는 집. 산음(川陰)은 사천 지역의 남쪽.
4) 逍遙 : 첩운(疊韻), 의태어로 서성대는 모습, 유유자적한 모양.
5) 卿相 : 높은 벼슬.
6) 何況 : 하물며 ~임에랴.
7) 相尋 : 서로 잇다.
8) ?炭結六府 2구 : 빙탄(?炭)은 얼음과 숯으로 뜨거움과 차가움을 말함. 우우(憂虞)는 근심과 즐거움.
9) 三復泉流誡 : 삼복(三復)은 거듭 반복하다. 천류계(泉流誡)는 ≪논어ㆍ자한(論語ㆍ子罕)≫에 “공자께서 시냇가에 계시면서 말씀하시길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그치지 않는구나!(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한 것을 말한다.
10) 압운은 心, 林, 岑, 陰, 琴, 金, 尋, 襟, 任, 深으로 일운도저.
감상
이 시는 모두 20구로 되어있는데, 내용에 따라 5개의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단락(1-4구)은 ≪장자ㆍ양생주≫의 꿩의 이야기를 인용하여 이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큰 의미를 전개한 것이다. 꿩이 비록 열 발자국을 가야만 한번 먹이를 쪼아 먹고, 백 걸음을 옮겨야 겨우 물 한 모금을 마실 수 있다 하더라도 새장에 갇히길 원하지 않듯 자신이 곧고 굳은 마음의 소유자임을 말하고 있다.
2단락(5-8구)은 높은 벼슬을 버리고 점을 치며 재야의 삶을 산 엄군평(嚴君平)의 이야기를 빌어 자신의 뜻이 높음을 말한 것이다.
3단락(9-12구)은 2단락에서 말한 엄군평의 이미지를 설명한 것이다. 9-10구에서는 풍진 밖에서 유유자적하며, 머리를 풀고 거문고를 만지던 엄군평이 모습을 묘사한다. 11구에서 경상(卿相)은 높은 벼슬, 귀(貴)를 상징한다. 12구의 천금(千金)은 부(富)를 상징한다. 11-12구는 부(富)보다 중요한 귀(貴)도 관심이 없으니 천금 따위는 말할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처럼 1-3단락은 뜻과 기상이 높은 선비의 상을 일관되고 말하고 있으나 4단락에서는 시상의 반전을 보인다. 4단락(13-16구)의 13구에서 공명(功名)도 어찌 아름답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14구의 총애와 욕됨(寵辱)은 다시 15구의 뜨거움(炭)과 차가움(?)으로 연결되고, 다시 16구의 즐거움(虞)과 근심(憂)으로 연결된다. 시인은 이 모든 것이 얽히고 이어진다고 말한다.
마지막 5단락(17-20구)의 17-18구에서는 세상을 다스리려면 앞 4단락에서 언급한 총애와 욕됨을 넘어서는 도량이 필요한데 자신은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 겸손한 듯 말하였으나 마지막 19-20구에서는 그럼에도 자신은 준비되어 있다고 주장을 편다. 자신을 거듭 공자의 천류계(泉流誡)를 반복하여서, 스스로 경계함이 진실로 이미 깊을 정도로 준비되어 있노라고 말한 것이다. 마지막 단락으로 볼 때 이 시는 결국 남에게 자신을 잘 보이고자 하는 자천시(自薦詩)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68493379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9월 01일 | ||
쪽수 | 850쪽 | ||
크기 |
154 * 226
* 36
mm
/ 121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전남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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