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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으로부터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오스카 와일드 저자(글) · 박명숙 번역
문학동네 · 2015년 05월 02일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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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의 마지막 편지
『심연으로부터』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레딩 감옥에서 동성의 연인 앨프리드 더글러스에게 쓴 편지다. 와일드의 전기를 쓴 비평가 리처드 엘먼은 이 글을 가리켜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하고 긴 러브레터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부터 ‘옥중기’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번역되어 오랫동안 읽혀왔다. 와일드가 감옥에서 쓴 글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붙인 제목일 테지만, 이 책은 사실 절절한 연애편지이며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참회록이라기보다는 명상록에 가깝다. 와일드는 이 책에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연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지나온 삶을 깊이 성찰하고 예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드러낸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예술가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길 바랐던 오스카 와일드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

저자 오스카 와일드는 1854년 10월 16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저명한 고전학자 존 마하피 교수의 지도 아래 고대 그리스 문학과 문화를 공부했고, 옥스퍼드 모들린 칼리지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하며 유미주의의 선구자인 월터 페이터와 존 러스킨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유미주의의 사도’를 자처하면서 그 이론을 설파하는 강연으로 명성을 얻었으나 1882년 1년간의 미국과 캐나다 순회강연으로 두 대륙 간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1884년 콘스턴스 로이드와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았다.
1880년 첫 희곡 『베라, 혹은 허무주의자』를 발표한 이래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며, 특히 1891년에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예술비평집 『의도들』을 출간하고 희곡 『살로메』를 집필하는 등 작가이자 평론가로서 절정에 이르렀다. 1892년에는 희곡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가 성공하고 『보잘것없는 여인』 『진지함의 중요성』 『이상적인 남편』이 잇달아 연극으로 만들어져 흥행하면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1891년 옥스퍼드 대학 후배 앨프리드 더글러스를 만나 동성애 스캔들 끝에 1895년 2년의 강제노역형을 선고받았다. 출감 후에는 별다른 작품을 쓰지 못하고 파리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1900년 11월 30일 뇌막염으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레딩 감옥에서 더글러스에게 쓴 편지를 묶은 『심연으로부터』가 사후에 출간되었다. 이 장문의 편지는 차디찬 감옥의 어둠과 침묵 속에서도 자신이 타고난 예술가임을 말하고 입증하고자 했던 오스카 와일드의 절절한 기록이자 뜨거운 삶의 고백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번역 박명숙

역자 박명숙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보르도 제3대학에서 언어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을 공부하고 ‘몰리에르’ 연구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배재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출판기획자와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제르미날』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전진하는 진실』, 오스카 와일드의 『거짓의 쇠락』,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로랑 구넬의 『가고 싶은 길을 가라』, 플로리앙 젤러의 『누구나의 연인』, 엘렌 보나푸 뮈라의 『잃어버린 연인들의 초상』, 카타리나 마세티의 『옆 무덤의 남자』, 다니엘 포르의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도미니크 보나의 『위대한 열정』, 마리 카르디날의 『두 사람을 위한 하나의 삶』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옮긴이의 말
    오스카 와일드 100년 만에 되찾은 이름, 그 명멸의 스토리 …7

    심연으로부터 …41

    오스카 와일드―앙드레 지드 …241
    오스카 와일드를 기리며 …245
    『심연으로부터』를 읽고 …283

    미주 ...297

출판사 서평

삶도 사랑도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살아낸 오스카 와일드
차디찬 감옥의 어둠과 침묵 속에서
그가 절절히 써내려간 뜨거운 삶의 고백록

『심연으로부터』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가 레딩 감옥에서 동성의 연인 앨프리드 더글러스(1870~1945)에게 쓴 편지다. 와일드의 전기를 쓴 비평가 리처드 엘먼은 이 글을 가리켜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하고 긴 러브레터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부터 ‘옥중기(獄中記)’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번역되어 오랫동안 읽혀왔다. 와일드가 감옥에서 쓴 글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붙인 제목일 테지만, 이 책은 사실 절절한 연애편지이며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참회록이라기보다는 명상록에 가깝다. 와일드는 이 책에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연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지나온 삶을 깊이 성찰하고 예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드러낸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예술가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길 바랐던 오스카 와일드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치명적인 사랑과 나락으로 떨어진 삶
유미주의의 주창자로 이름을 날린 와일드는 1891년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비롯하여 문학·예술 평론집 『의도들』, 단편집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그 밖의 이야기들』, 동화집 『석류나무 집』을 출간하고, 희곡 『살로메』의 집필을 끝내며 작가로서 정점에 올라섰다. 그리고 이해에 그의 삶을 끝없는 격랑 속으로 몰고 간 앨프리드 더글러스를 처음 만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아홉 번이나 읽고 그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온 더글러스는 와일드가 다녔던 옥스퍼드 모들린 칼리지의 재학생으로 당시 스물한 살이었다. 서른일곱 살의 와일드와 더글러스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3년 동안 이어진 그들의 관계는 와일드의 삶을 철저히 파괴했다. 더글러스는 과격한 성격에 낭비벽이 있었으며 와일드에게 병적으로 집착했다. 만나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더글러스는 스코틀랜드의 귀족 가문 출신으로 그 자신도 시인이자 작가였다. 그는 아버지 퀸스베리 후작과 끊임없이 대립했다. 퀸스베리 후작은 자신의 아들과 와일드를 떼어놓기 위해 그를 공개적으로 비방하고 다녔다. 그들 부자에게 지칠 대로 지친 와일드는 결국 퀸스베리 후작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다. 그러나 1895년 열린 수차례의 재판은 여러모로 와일드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었고, 결국 그는 ‘다른 남성들과 역겨운 외설행위를 했다’는 죄목으로 2년간의 강제 노역형을 선고받는다. (더글러스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고, 와일드의 재판이 시작된 다음날 유럽으로 떠나 3년간 영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유죄선고를 받자 런던의 극장과 서점가에서 오스카 와일드라는 이름은 일제히 자취를 감추었다. 런던 최고의 유명 인사에서 무명의 죄수로 한순간에 전락해버린 것이다. 아내는 두 아들과 함께 독일로 떠났으며 와일드라는 성을 홀랜드로 바꾸었다. 그는 두 아들을 다시는 보지 못했고, 그가 죽은 뒤에도 그 후손은 와일드라는 성을 되찾지 않았다.
와일드가 복역했던 19세기 말 영국의 교도소는 말 그대로 끔찍했다. 그는 무거운 형벌과 고된 노역, 배고픔과 추위, 일상적인 치욕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와일드가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지적 허기였다. 그러다 복역중에 새로 부임한 교도소장의 배려로 와일드는 책을 읽고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교도소장은 와일드가 쓴 편지를 모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그가 출소할 때 돌려주었다. (당시 레딩 교도소에서는 편지를 하루에 한 쪽밖에 쓸 수 없었고, 다 쓴 편지는 펜과 함께 바로 반납해야 했다. 그래서 이 편지에서는 종종 문법적 오류나 잘못된 문학적 인용이 발견된다.) 『심연으로부터』는 그렇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쓰인 지 65년 만에 출간된 『심연으로부터』 원본
1897년 5월 19일 출소한 뒤, 와일드는 영국을 떠나 그다음 날 프랑스 디에프에 도착해 로버트 로스를 만났다. (로버트 로스는 와일드의 첫 동성 연인으로 그의 가장 충실한 친구였다. 그는 죽어서도 와일드와 함께 묻혔다.) 그는 로스에게 편지 뭉치를 건네면서 한 부는 타자해서 간직하고 원본은 더글러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편지를 간직하고 있던 로스는 원본은 자신이 갖고 한 부를 타자해서 더글러스에게 주었다.
이 편지는 1905년 독일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같은 해에 런던에서도 편지의 삭제판이 출간되었다. 당시 로스는 편지의 수신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도록 더글러스와 그의 가족과 관련된 모든 구절을 삭제했는데 무려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되는 분량이었다. 그래서 원본이 공개될 때까지 일반 사람들은 이 편지를 와일드의 단순한 참회록 정도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번역본 또한 대부분 이러한 삭제판을 대본으로 하여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심연으로부터(De Profundis)’는 1905년 로스가 삭제판을 펴내면서 붙인 제목이다(구약 시편 130편). 와일드가 처음에 붙인 제목은 ‘감옥에서, 사슬에 묶여 쓴 편지(Epistola: In Carcere et Vinculis)’이다. 로스는 향후 50년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편지의 원본을 영국박물관에 맡겼다. 편지의 수신인이 처음 알려진 것은 1912년이었다. 로스의 친구 아서 랜섬이 『오스카 와일드: 비평적 연구』라는 책에서 로스가 알려준 삭제된 구절들을 언급했던 것이다. 더글러스는 랜섬과 편집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패소했다. 하지만 랜섬은 다음 쇄에서 문제가 된 구절들을 삭제했고, 로스가 요구한 대로 더글러스 생전에는 와일드의 편지 전문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비공식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시간이 흐른 뒤 로스는 와일드의 차남 비비언 홀랜드에게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타자한 편지를 전해주었다(이 원고에는 많은 오류가 있었고, 특히 로스는 와일드가 더글러스와 퀸스베리 후작을 비판하는 대목을 100여 군데나 삭제했다). 1945년 더글러스가 사망하자 비비언은 1949년에 로스에게서 받은 불완전한 원고를 ‘심연으로부터’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와일드는 편지는 1962년, 쓰인 지 6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완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오스카 와일드의 마지막 날들
와일드가 이 기나긴 편지를 쓴 중요한 동기는 편지를 다 쓰고 출소를 기다리고 있던 1897년 4월 1일 로스에게 보낸 편지에 잘 드러나 있다.

따라서 자네가 나의 문학과 관련한 유언집행자가 되려면 퀸스베리와 앨프리드 더글러스에 대한 나의 기이한 행동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유일한 문서를 확보하고 있어야만 할 거야. 이 편지를 다 읽으면, 자넨 그 속에 세상 사람들의 눈에 어리석음의 극치와 천박한 허세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일 내 행동에 대한 심리적인 해명이 들어 있음을 알게 될 거야.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거야.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이나 더글러스의 생전에는 아닐지 몰라도. 하지만 난 언제까지고 저들에 의해 기괴한 공시대에 매달려 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 나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문학과 예술에서 고귀한 이름을 물려받았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는 그 이름이 영원히 퀸스베리 부자의 방패막이와 무기가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나는 내 행위에 대한 변명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야. 단지 해명할 뿐이지.
또한 그 편지 속에는 감옥에서의 나의 정신적 성장과, 지난 삶에 대한 지적 태도와 나의 기질의 필연적인 변화를 다루는 구절들이 포함되어 있어. 나는 자네를 비롯하여 변함없이 나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채 내 편에 서 있는 이들이 내가 어떤 마음과 태도로 세상과 맞서고자 하는지 정확히 알기를 바라.

출소 후 와일드는 영국을 떠나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서배스천 멜모스라는 가명을 쓰며 지냈다. 마지막 작품이 된 『레딩 감옥의 발라드』를 출간하긴 했으나 더 이상은 어떤 글도 쓰지 않았다. 그는 삶에 대한 모든 의욕을 상실했으며 돈이 없어 식사를 거르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상에서 대부분 홀로 고독과 치욕을 견뎌야 했다. 그의 자리는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와일드는 더글러스와 재회했다. 1897년 8월, 그들은 루앙에서 만나 함께 이탈리아로 떠났다. 나폴리를 비롯해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던 그들은 와일드의 아내, 친구들, 퀸스베리 후작의 비난과 압력에 다시 헤어졌다. 그를 염려하던 로스에게 와일드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친애하는 로비, 오늘 자네 편지를 받았네.
내가 보시(더글러스)에게 돌아간 건 심리학적으로 불가피한 일이었어. (…) 세상이 나를 그렇게 만든 거라고. 나는 사랑의 기운 없이는 살 수 없어.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아야만 하는 사람이야. 그로 인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지. (…) 베른발에서 지낸 마지막 한 달 동안 난 너무나 외로워서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네. 세상이 내게 문을 닫아걸었을 때, 사랑의 문은 아직 열려 있었던 거야. 사람들이 내가 보시에게 돌아간 것을 비난하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게. 그는 내게 사랑을 선물해주었다고. 외로움과 오욕 속에서, 끔찍한 속물세계와 석 달간 치열하게 싸운 끝에 난 자연스럽게 그에게 돌아갔던 거야. 물론 나는 종종 불행할 거야. 하지만 난 아직 그를 사랑하고 있네. 그가 내 삶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이 그를 사랑하게 만든 거야.

생애 마지막 날들을 와일드는 파리의 싸구려 호텔들을 전전하며 보냈다. 1900년 9월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10월에는 호텔방에서 귀 수술을 받았다. 그는 죽기 직전에 세례를 받고 로마 가톨릭에 귀의했다. 11월 30일, 두 친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와일드는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뇌막염이었다.

앙드레 지드가 만난 오스카 와일드
이 책에 함께 실린 앙드레 지드의 글 두 편(「오스카 와일드를 기리며」 「『심연으로부터』를 읽고」. 이 글들은 지드의 『오스카 와일드』라는 책에 실려 있다)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와일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지드는 1891년 11월 26일 파리에서 와일드를 처음 만났다. 당시 와일드는 작가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와일드를 만난 청년 지드는 영혼을 뒤흔드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폴 발레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와일드를 만난 이후로 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그는 평생 와일드에 대한 기억을 간직했다. 지드가 와일드에게서 받은 영향은 실제로 그의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오스카 와일드를 기리며」에서 지드는 파리에서 와일드를 처음 만난 이후 피렌체, 알제리, 베른발 그리고 다시 파리에서 그와 여러 차례 마주친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회상한다. 「『심연으로부터』를 읽고」는 와일드의 편지를 이해하는 데 각별한 도움을 준다.
책 앞에는 특별히 화보를 실었다. 와일드와 더글러스가 함께 찍은 사진, 재판 당시의 신문 삽화, 『심연으로부터』의 초고, 와일드가 말년에 기거했던 호텔방 사진 등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자료들 위주로 구성했다. 화보를 통해 와일드의 드라마틱한 삶과 이 책의 매력을 좀더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 오스카 와일드의 에세이 선집 『거짓의 쇠락』(은행나무, 2015)을 펴낸 역자 박명숙은 와일드의 삶을 파고들며 텍스트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원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심연으로부터』 완역본을 선보이게 되었다. 작품의 이해를 돕는 충실한 주석과 와일드 고유의 스타일을 살린 섬세한 번역을 통해 독자는 그동안 잘못 이해되어온 이 책의 내용과 예술가로서의 오스카 와일드의 진면목을 새로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심연으로부터』에서 발췌한 오스카 와일드의 말
“감옥에서 지내는 우리로서는, 슬퍼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는 우리는 고통이 주는 통증과 쓰라린 순간들에 대한 기억으로 시간을 가늠할 수밖에 없어.”

“고통은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야. 고통만이 유일하게 우리가 살아 있음을 의식하게 해주기 때문이지.”

“신들은 참 이상해. 우리를 벌줄 때 우리의 악덕을 그 도구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우리 안의 선하고 다정하고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이용해 우리를 파멸로 이끄니 말이야. 나 역시 당신과 당신 가족에 대해 연민과 애정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끔찍한 곳에서 눈물 흘리고 있진 않았을 거야.”

“인생의 치명적인 실수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기인하는 게 아니야. 비합리적인 순간이 때로는 가장 근사한 순간이 될 수도 있거든. 인생의 치명적인 실수는 인간의 논리적인 면에서 비롯되지.”

“사랑은 시장에서 거래를 하지도, 행상꾼의 저울을 사용하지도 않아. 사랑의 기쁨은 지적인 기쁨처럼 사랑 자체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지. 사랑의 목적은 사랑하는 것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고통은 하나의 긴 순간이기 때문이지. 고통은 계절처럼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야. 우린 다만 그 다양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그 순간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라고. 우리에게 시간은 전진하는 게 아니야. 순환할 뿐이지.”

“자신의 경험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야. 자신의 경험을 부인하는 것은 자신의 삶의 입술에 거짓을 부여하는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영혼을 부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죽기 전에 ‘자신의 영혼을 소유한’ 사람이 지극히 적다는 것은 진정한 비극이야. 에머슨은 언젠가 ‘인간에게는 스스로의 행위보다 귀한 것은 없다’라고 말했지. 그의 말은 전적으로 옳아.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사람이야. 그들의 생각은 다른 누군가의 의견이고, 그들의 삶은 모방이며, 그들의 열정은 인용일 뿐이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장담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위선적인 말일 수 있지만,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특전이지.”

“예술에서 좋은 의도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 형편없는 예술은 모두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거든.”

“우린 가장 고귀한 자기희생의 감정들에도 비용을 지불해야만 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게 그 감정들을 더 고귀하게 만드는 거야.”

“모든 재판은 누군가의 삶에 대한 재판이야. 모든 선고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듯이.”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4636162
발행(출시)일자 2015년 05월 02일
쪽수 328쪽
크기
140 * 210 * 30 mm / 536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De Profundis and Other Writings/Wilde, Os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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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유미주의의 사도. 행복한 왕자를 쓴, 그리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쓴 그. 도리언 그레이처럼 살고 싶었다던 그는 도리언 그레이를 닮은 어린 남성에게 빠져 행복한 왕자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게 된다.
나는 행복한 왕자를 어릴때만 봐서 ‘그래도 왕자는 행복했습니다.’ 끝. 이것인줄 알았는데 보석이 없고 금빛이 사라진 동상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겠다고 싸우는 이야기가 이어질 줄이야.
잘못된 만남으로 자신이 가진 명성, 돈, 가족, 명예, 작가로서의 위치를 다 잃고 쓸쓸히 자신의 이름 마저 숨긴채 죽어갔던 오스카 와일드.
나는 왜 책을 읽으며 그가 안쓰러웠던 걸까.
사랑에 굶주려 구걸하는 어린아이 같은 그의 편지들에서
나는 처절한 그의 절규를 보았다.
오스카 와일드를 깊게 알고자 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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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신들의 눈에 비친 바보와 인간의 눈에 비친 바보는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해.
10점 중 10점
/고마워요
심연의 깊은 나락에서 서술하는 참담한 속내.
10점 중 10점
/고마워요
막연히 알고있던 오스카와일드
그의 삶과 사랑에 대해 알수있는듯~
매료되어 읽는중~^^
리뷰 썸네일
10점 중 10점
/최고예요
그의 처절함을 비롯한 모든 감정이 느껴진다
10점 중 10점
/공감돼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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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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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린아이처럼 위안과 도움을 구했어.
심연으로부터
당신은 꽃들 사이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지.하지만 나는 색채와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세상을 모두 빼앗겨버렸어.
심연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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