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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65
베시 헤드 저자(글) · 정소영 번역
창비 · 2018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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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그리고 가족에게마저 외면받으며 위탁가정에서 성장한다. 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인종차별과 남편과의 1년 남짓한 결혼생활에 깊은 회의감을 느낀 그녀는 ‘귀환 금지’를 전제로 어린 아들을 데리고 보츠와나로 망명 신청을 한다. 보츠와나의 부락 모타벵에서 그녀는 실제인물이기도 한 쎌로의 망상을 마주하게 되고, 이후 꿈속의 지각과 깨어 있을 때의 현실을 구분하는 선이 점차 엉망이 된다. 혼혈인 그녀를 부정하는 메시지와 “개돼지, 오물, 아프리카인들이 너를 먹어 없앨 거야. 개돼지, 오물, 아프리카인들이 너를 먹어 없앨 거야”라는 녹음이 그녀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반복되며, 그녀는 마침내 정신 발작을 일으킨다. 이 사건으로 교사직을 그만두게 된 엘리자베스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역 프로젝트의 일환인 농사일을 시작하고, 이는 그녀의 아이와 함께 쇠락한 정신을 붙잡을 수 있게 해주는 끈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새롭게 망상 속에 등장한 댄이라는 인물이 일흔한명의 여성들과 벌이는 정사는 엘리자베스를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데……

이 책의 총서 (113)

작가정보

저자(글) 베시 헤드

(Bessie Head, 1937~86)
1937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탈에서 태어났다. 백인과 흑인 사이의 성행위나 결혼을 금지하는 ‘부도덕법’이 시행되고 있던 남아공에서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의 혼혈 로 태어난 그는 위탁가정에서 성장한다. 어린 시절, 학교 에서 크리스마스 날 ‘친부모가 백인과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는다. 초등교사를 거쳐 유색인을 대변하는 주간지 『골든 씨티 포스트』와 『홈 포스트』에 서 기자로 활동하다 아프리카주의를 강하게 표방하는 신문 Bessie photo ? Karma Museum Editions 『더 씨티즌』을 자체 제작한다. 범아프리카회의(PAC)에 가입해 활동하던 중 체포되어 구금되기도 한다. 이후 남아공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츠와나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나, 결국 보츠와나에서 생활한 지 15년 만에 시민권을 얻게 된다. 작가로서 점차 명성을 얻으며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986년 보츠와나의 중부도시 쎄로웨에서 간염으로 세상을 떠난다. 대표작으로 쎄로웨에서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낸 장편소설 『비구름이 모일 때』(1969), 『마루』(1971), 『권력의 문제』(1973)가 있다. 이외에 소설 『쎄로웨?비바람의 마을』(1981), 『마법에 걸린 십자로』(1984) 등이 있다.

번역 정소영

번역가, 영문학자. 용인대 영어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옮긴 책으로 『진 리스』 『폭력적인 미국의 세기』 『핵 벼랑을 걷다』 『십자가 위의 악마』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일곱 박공의 집』 등이 있다.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지금까지 인종차별과의 싸움은 한편으로는 인종적 차이를 선악의 존재론적 차이로 환원하는 이데올로기에 맞서 그 사회경제적·제도적 근원을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시대 대부분 존재했고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가장 지독한 악의 하나인 인종차별 문제는 사회경제적·제도적인 차원을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도록 만드는 면이 있다. 베시 헤드는 세번째 소설 『권력의 문제』에서 그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정소영

목차

  • 제1부 쎌로
    제2부 댄

    작품해설/영혼의 싸움, 생존의 싸움
    작가연보
    발간사

추천사

  • “『권력의 문제』는 베시 헤드의 걸작이다. 이 작품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 “베시 헤드는 개인의 고립과 고통을 감동적으로 묘사했다. 그녀의 소설은 바위 아래에서 별이 치솟는 것처럼 큰 파동을 일으킨다.”

책 속으로

“남편이 아동복지 위원회 일을 하고 있었는데 네 문제가 거듭 등장하는 거야. 처음에는 정신병원에서 너를 받아 탁아시설로 보냈어. 하루 지나서 그쪽에서 다시 돌려보내며 하는 말이 네가 백인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 그래서 이번에는 보어인 위탁가족에게 보냈어. 이번에는 일주일 뒤에 널 다시 돌려보냈지. 위원회에 있는 여성이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야. ‘이 아이를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얘 엄마는 백인이잖아요.’(제1부 쎌로, 21면)

“앞에는 반은 사막이라 할 곳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절망과 그 고된 작업이 지식을 통해 조금씩 덜어지는 마법 같은 세상이 있는 거예요. 사람은 어쩌다 마법 같은 일을 마주치게 되면 누구나 꼼꼼하게 살펴보게 돼 있어요. 기본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은 모두 아마추어 과학자고 발명가이니까요. 그런데 인종주의자들은 왜 흑인만 예외라고 보는 거죠? 하하하, 너네는
절대 우리 문명 수준에 이르지 못할 거야, 이러면서 여기 와서 특별한 방법으로 흑인을 도와줘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요?”(제1부 쎌로, 115면)

“넌 질투심을 느껴야 하는 거야.”
“혼혈이라 넌 열등해.”
“이 애가 지닌 걸 넌 지니지 못했어.”
그 말이 녹음기처럼 하루 종일 돌아갔다. 그때그때 쟁점으로 떠오르기만 하면 무엇이든 그는 그 녹음을 끊임없이 돌려댔다. 가련한 댄은 혼혈에 대한 두려움을 무슨 나병처럼 지니고 그 일에 끌려들어갔다. 그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녹음 중 하나였다. 그 녹음을 얼마나 요란스럽게 틀어댔는지 그녀의 정신 속에서 히스테리 환자의 째지는 듯한 비명소리의 수준에 이르렀던 걸 보면, 그는 언제라도 혹시 혼혈을 만졌다가 자신의 순수한 검은 피부가 오염될까 두려웠던 것이다.(제2부 댄, 183~84면)

처음에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많은 과일을 집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기겁을 했기 때문에 그것을 모타벵 중등학교 선생님들의 부인들에게 몽땅 팔았다. 넷째주가 되어서야 그녀는 정신을 좀 차렸고, 케이프 구스베리에 대한 정보들도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래이엄이 전에 얘기했던 잼, 그 잼을 지역산업 가게를 위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등사기로 찍은 종이가 순식간에 마을에 돌았다. 모두에게 알려야 했다.(제2부 댄, 220면)

이제 댄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더이상 그녀는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머리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두개골을 열고 그 안으로 신경을 긁어대는 듣기 싫은 목소리로 계속 떠들어대는 이 일을 몇 달째 계속하고 있었다. 몇시간 후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정신은 완전히 백지상태였다. 자기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들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의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 것일까?(제2부 댄, 280~81면)

출판사 서평

“『권력의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악의 근원을 찾아가는 철학적 여정입니다.”_베시 헤드

인종과 국가의 경계에서 태어난 ‘아웃사이더’이자
억압의 피해자로서 권력의 본성을 탐사하는 문학적 실험
아프리카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베시 헤드(Bessie Head)의 작품 『권력의 문제』가 창비세계문학 65번으로 발간되었다. 백인과 흑인 사이의 성행위나 결혼을 금지하는 ‘부도덕법’(Immorality Act)이 시행되고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937년 백인과 흑인의 혼혈로 태어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며 성장한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베시 헤드가 일종차별로 인해 겪은 신경증을 토대로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환상 속 인물 쎌로와 댄이 각각 제1부와 제2부의 흐름을 이끌며 결말을 향해 밀고 나가는 형식을 지닌다. 인종차별, 성폭행, 정치적 망명 불허로 겪은 무국적 생활 등 삶의 질곡 속에 섬세하게 감지해낸 권력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꽃피운 베시 헤드의 대표작이다.

‘아웃사이더’로서의 베시 헤드의 삶
『권력의 문제』는 자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우선 베시 헤드의 일생을 간단히 살펴보는 게 좋을 듯하다. 베시 헤드는 193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09년 영국에서 독립하지만 베시 헤드가 태어났을 때에도 극심한 인종차별은 여전했다. 그곳엔 흑인과 백인만이 아니라, 네덜란드계인 아프리카너(Afrikaner)와 영국계 백인, 흑인, 베시 헤드 같은 혼혈(Coloured)까지 여러 층의 분열과 갈등이 존재했다. 게다가 1948년 아프리카너가 주도하는 국민당(National Party)이 정권을 잡아 인종격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공식 정책으로 삼은 뒤 여러 차원에서 차별과 억압이 심화된다. 베시 헤드는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마찬가지로 위탁가정에서 자랐는데, 혼혈이라는 이유로 백인과 흑인 위탁가정 양쪽에서 쫓겨났을 때부터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아웃사이더의 인생이 시작되었다고도 하겠다. 교사 자격증을 받고 잠깐 교사생활을 한 뒤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범아프리카운동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남아공을 떠나 보츠와나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다. 보츠와나에서 시민권을 받지 못한 채 망명생활을 하면서 여러 나라에 망명을 요청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보츠와나에 산 지 15년 만에 시민권을 얻게 된다. 작가로서 명성을 얻으며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986년 간염으로 세상을 떠난다.

선과 악을 대표하는 인물 쎌로와 댄
엘리자베스의 망상 속에 등장하는 쎌로와 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그녀가 평생 대면해야 했던 인종적 차별과 억압의 문제에 대한 근원적 탐색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단순화하자면 쎌로와 댄은 선과 악을 대표한다. 특히 어느 시점부터 쎌로는 자신에게 너무 기대지 말고 분석적인 정신으로 독립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 엘리자베스에게 경고하는데, 사실 절대적 선에 대한 믿음은 악에 맞설 힘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우리를 취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말하자면 쎌로를 통해 나타나는 엘리자베스의 문제는, 혹은 베시 헤드가 보는 우리의 문제는 선과 악이 두부 자르듯 구분된다는 이분법적 사고이고, 그런 이분법을 역사속의 주요 종교에서 전형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쎌로가 선을 집약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악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 우리를 절망으로 내모는 것은 악이라기보다 선과 악의 이분법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면 댄은 말 그대로 순전한 악이다. 댄은 악으로 뭉뚱그려진 생물학적 본질성의 문제, 피부색이나 성적 욕망 같은 육체적이고 따라서 저속하다고 여겨져온 면의 극도로 과장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흑인의 정체성 문제를 되짚다
극심해지는 엘리자베스의 망상에도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지역산업 프로젝트와 아들이다. 흑백의 극단적 대립과 억압이 지배적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달리 보츠와나는 백인의 억압적 식민지 지배보다는 오히려 서구의 인도적인 개발 지원과 자발적 봉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베시 헤드의 작품 내에서도 백인과 원주민의 우호적 관계가 두드러진다. 베시 헤드는 이들의 관계를 통해 생물학적 특성과 관련된 흑인의 정체성이 억압과 멸시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흑인의 특정한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할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모두 다 평범하기를 바란다고 할 때,
그것은 그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니까.“
엘리자베스는 아들의 시를 통해 결국, 신과 선(善)이 인간과 동떨어져 홀로 하늘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 인간들 안에 내재해 있음을, 그래서 다른 존재를 신이자 선으로 여기고 대우하는 일이 인종이나 계급, 그 어떤 이념에 앞서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베시 헤드는 엘리자베스가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며 겪어야 했던 고통과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 친밀함을 통해서 이러한 진리를 보여준다. 바로 그렇게 함께 지옥을 경험하고, 다른 한편으로 쌓여가는 신뢰와 애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마지막의 포개진 손이 추상적 명제가 아니라 한토막 삶으로 여전히 유효하게 우리 안에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36464660
발행(출시)일자 2018년 12월 07일
쪽수 324쪽
크기
146 * 210 * 21 mm / 419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창비세계문학
원서(번역서)명/저자명 A Question of Power/Bessie 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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