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고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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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그의 문학 절정기인 1950~1960년대 집필된 희곡과 단편 소설 걸작선
동남아시아문학총서는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호평받은 현대 문학 작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시리즈다. 지난 2022년 국내 최초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호평받은 근현대문학 3권을 번역·출판했다. 2025년에는 필리핀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출판을 통해 지난해 75주년을 맞은 한국과 필리핀의 수교를 기념하고, 국내 독자들에게 필리핀의 다채로운 문화와 고유의 역사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다섯 번째 도서 《열대 고딕 이야기》 는 필리핀 대표 국민 작가 ‘닉 호아킨(Nick Joaquin)’이 1950~1960년대에 집필한 희곡과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1965년과 2017년에 영화화된 〈필리핀 예술가의 초상〉부터 〈제로니마 부인〉, 〈멜기세덱의 반차〉, 〈칸디도의 종말〉 등의 작품들은 필리핀의 사회와 문화, 정체성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리핀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돈 카를로스 팔랑카 기념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제로니마 부인〉은 여성 주인공 ‘제로니마’가 필리핀의 사회적, 문화적 억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냈다.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 제로니마는 그 과정 속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정의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제로니마 부인〉은 단순한 여성의 이야기를 넘어 필리핀의 사회적 구조와 변화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작가정보
(Nick Joaquin)
1917년 5월 4일 필리핀 마닐라의 부촌 파코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니코메데스 호아킨 이 마르케즈(Nico-medes Joqauin y Marquez)다. 일찌감치 문학적 재능을 보였던 호아킨은 14세에 학교를 자퇴하고 17세부터 단편 소설, 에세이, 시 등을 발표하며 문학가로서 명성을 쌓아갔다. 20대에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그는 1950년대부터 언론인으로도 일했다.
1940년대부터 1960년대 중반, 즉 20~40대에 발표한 작품들로 호아킨은 ‘이야기꾼으로서 정점에 이르렀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필리핀 사회와 역사, 문화, 정체성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낸 자신의 문학 세계를 호아킨은 ‘열대 고딕’이라는 용어를 직접 만들어 칭했다. 대표작 《배꼽 두 개인 여자》는 1957년 하퍼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집필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호아킨은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또한 1965, 2017년 영화화된 〈필리핀 예술가의 초상〉을 비롯하여 호아킨의 여러 작품이 현재까지도 꾸준히 연극과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호아킨은 평생 수많은 상을 거머쥐었다. 필리핀 대표 소설상인 해리스톤힐상을 제정 첫해인 1961년 받았고, ‘필리핀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돈 카를로스 팔랑카 기념 문학상을 세 차례 받았을 뿐 아니라, 1976년 ‘필리핀 국민 예술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다. 1996년에는 ‘작가로서 60년 동안 필리핀인의 몸과 영혼의 신비를 탐구한 공로’로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영국 카디프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에서 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오롯이 내게 물들 수 있는 ‘몰입의 즐거움’을 찾아 번역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옮긴 책으로 《나이트비치》,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웰컴 투 셰어하우스》, 《밤의 살인자》, 《너는 여기에 없었다》 등이 있다. 《배꼽 두 개인 여자》에서 〈죽어가는 탕아의 전설〉, 〈하지〉, 〈메이데이 전야〉, 〈의장대〉를, 《열대 고딕 이야기》에서 〈칸디도의 종말〉을 번역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문학, 인문,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영어에 대한 깊이 있고 정확한 이해를 통해 독자에게 원작의 매력을 충실히 전달하는 번역을 목표로 한다. 옮긴 책으로 《도플갱어 살인사건》, 《죽음, 이토록 눈부시고 황홀한》 등이 있다. 《배꼽 두 개인 여자》에서 〈삼대〉를, 《열대 고딕 이야기》에서 〈필리핀 예술가의 초상〉을 번역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다큐와 애니메이션, 외화 등 영상물을 번역하다가 출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너의 이름을 빌려줘》, 《나는 샤라 휠러와 키스했다》, 《게팅 하이》, 《다시 인생을 아이처럼 살 수 있다면》, 《온 파이어》 등이 있다. 《배꼽 두 개인 여자》에서 〈성 실베스트레의 미사〉, 〈배꼽 두 개인 여자〉를, 《열대 고딕 이야기》에서 〈제로니마 부인〉, 〈멜기세덱의 반차〉를 번역했다.
목차
- 서문
1. 필리핀 예술가의 초상 - 3장의 비가
2. 제로니마 부인
3. 멜기세덱의 반차
4. 칸디도의 종말
작품 해설
추천 도서
감사의 글
닉 호아킨 연보
옮긴이 소개
추천사
-
닉 호아킨은 70년 동안 쉬지 않고 글을 썼다. 호아킨의 저널리즘은 소설만큼이나 심리적으로 날카웠고, 그의 시는 역사만큼이나 소중했다. 끔찍한 시기를 거치는 동안 호아킨은 진실성을 잃지 않는 기적적인 글을 써내는 어려운 위업을 달성했다. 그리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위상을 가졌다. 호아킨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들이 지닌 삶의 능력이다. 호아킨은 생명력에 흥미를 느낀다. 조국과 마찬가지로, 전쟁과 식민 통치에서 태어난 호아킨은 책, 책상, 수동 타자기만 있는 수도사 같은 방에 앉아 날마다 글을 썼다. 역사는 선구자일 뿐, 호아킨의 글에는 과거가 폐허로 남아 있다. 글쓰기는 호아킨의 승리다. 호아킨을 읽는 것은 우리의 승리다.
책 속으로
페리코 파울라, 너희 아버지가 이 그림이 너와 네 언니의 소유라고 말하더구나. 저, 너희 둘이 애국적인 희생을 할 수 있겠니? 네가 이 그림을 정부에 기부할 만큼 애국심을 보여준다면, 정부는 감사의 표시로서 특별 기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거다. 너와 네 언니가 관리할 기금, 아버지와 너희가 살아 있는 동안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기금 말이야.(…) 이 그림을 나라에 바치거라, 이 그림을 국민에게 바치거라.
칸디다 페리코 씨, 기억나요. 그리고 정말 죄송하지만, 시간만 낭비하실 뿐이에요. 돌아가서 정부에 이 그림은 가질 수 없다고 전하세요. 파울라와 저는 절대 이 그림을 내놓지 않을 거예요!
- p.142~143, 〈필리핀 예술가의 초상〉에서
“아니, 아닙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어요, 한 번도요! 주교님, 제가 사랑한 것은 주교님이 아니라 제 자존심이었으니 주교님은 제게 빚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나를 기쁘게 한 강과 같았단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 그러니 정의라는 이름으로 주교님을 사랑해야 할 영혼이 아니라 소유해야 할 물건으로 여긴 저를 관용의 이름으로 용서해주시길 간청합니다.”
- p.299~301, 〈제로니마 부인〉에서
시드는 책상으로 돌아가 바기오에서 보낸 보르하 부인의 편지를 다시 읽었다.
그날 오후 바나그 부인의 전화를 받은 뒤 손님이 찾아왔어요. 네, 그 예언자였어요. 그는 바나그 부인이 말한 내용을 당신에게 전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대화를 나눈 시간은 25분쯤밖에 안 됐지만 그 짧은 시간에 나는 그가 하는 일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어요. (…) 그렇대도 여기까지 온 건 미친 짓이었어요. 여기는 어둠의 신의 나라이자 땅이에요. 산골 마을인 본톡과 사가다를 거쳐 이푸가오까지 왔을 때 어둠의 신은 저를 온통 지배했어요. 그 괴한들에게서 알몸으로 도망칠 때, 몸이 움직임 그 자체가 되어 팔다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듯 저절로 움직였다고 했죠? 그 기분이 어땠는지 나중에 꼭 말해줘요. 나도 지금 그런 기분이에요. 도망치고 또 도망치지만 언제나 처음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 p.450~452, 〈멜기세덱의 반차〉에서
뒤를 힐끗 바라본 바비는 홀딱 벗은 채 서 있는 엄마를 발견했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간 바비는 엄마를 다시 안으로 밀어넣었지만, 아무도 헉 소리를 내거나 놀란 척하지 않았고, 피트와 윌리와 르네는 그저 평소처럼 손을 흔들 뿐, 벌거벗은 몸을 봤다는 표정은 짓지 않았다. 그제야 바비는 소매를 잡아당기고, 벨트를 조정하고, 치맛주름을 탁탁 두드리는 엄마 몸짓에 엄마가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 자신만 그 옷을 보지 했다는걸 깨달았다. 오로지 바비만이 그 옷을 꿰뚫어 알몸을 본 것이다. (…) 다들 옷을 입었지만, 바비 눈에는 엄마만 벌거벗고 있었고, 폼포이는 평소 여자들을 바라보는 특유의 음흉한 시선으로 천천히 엄마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바비는 엄마의 알몸을 봤다. 폼포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엄마가 폼포이의 시선에 반응했다. 실룩거리고, 술렁이고, 살짝 밀치고, 파르르 떨었다. 바비는 안으로 들어가 장롱에서 아빠 총을 꺼낸 뒤 다시 마당으로 달려가 폼포이 모렐에게 총을 겨누었다.
- p.500~501, 〈칸디도의 종말〉에서
출판사 서평
닉 호아킨, 그의 이름은 필리핀 문학의 상징 그 자체입니다. 1950년대부터 60년대 닉 호아킨이 발표한 단편 모음집 《열대 고딕 이야기》 는 필리핀의 복잡한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탐구하며, 열대 지방 특유의 강렬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단편집은 단순히 과거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호아킨은 마치 고딕 성당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세우듯, 필리핀의 독특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아름답고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열대 고딕’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는 초자연적인 요소와 현실적 고뇌가 뒤섞이며, 필리핀이라는 복잡다단한 배경 속에서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이 작품집은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욕망, 두려움, 그리고 희망을 정교하게 풀어내며, 필리핀 역사의 흔적과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애틋함을 담고 있습니다. 각각의 단편에서 만나는 독특한 인물과 극적인 서사들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독자들은 거울 속에서 과거를 응시하듯, 필리핀의 민족적 기억과 자신만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닉 호아킨은 작품 속에서 종교, 전통, 사랑, 가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식민지 시절의 상처와 민족적 자부심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어 필리핀이라는 국가의 고유한 정체성을 탐구합니다. 그가 창조한 고딕적 풍경은 독자들에게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황홀감을 주며, 때로는 인간의 어두운 면과 마주하게 합니다.
《열대 고딕 이야기》는 단순히 필리핀 문학의 걸작을 넘어, 세계 문학사에서도 빛나는 작품집입니다. 각 단편이 선사하는 심오한 주제와 아름다운 문장은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감동과 깨달음을 안겨줄 것입니다.
닉 호아킨이 빚어낸 이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 열대의 고딕 세계로 발을 내디뎌 보세요. 필리핀 문학의 정수를 경험할 기회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7652592 |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2월 13일 | ||
쪽수 | 604쪽 | ||
크기 |
158 * 208
* 51
mm
/ 997 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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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동남아시아 문학총서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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