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

금요일엔 역사책 9
오항녕 저자(글) · 한국역사연구회 기획
푸른역사 · 2024년 03월 12일
9.4
10점 중 9.4점
(6개의 리뷰)
도움돼요 (60%의 구매자)
  • 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 대표 이미지
    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 대표 이미지
  • 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 부가 이미지1
    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 부가 이미지1
  • 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 부가 이미지2
    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 부가 이미지2
  • A4
    사이즈 비교
    210x297
    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 사이즈 비교 140x207
    단위 : mm
01 / 04
소득공제
10% 12,600 14,000
적립/혜택
140P

기본적립

1% 적립 140P

추가적립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140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배송안내
도서 포함 15,000원 이상 무료배송
배송비 안내
국내도서/외국도서
도서 포함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교보Only(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20,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해외주문 서양도서/해외주문 일본도서(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업체배송 상품(전집, GIFT, 음반/DVD 등)
해당 상품 상세페이지 "배송비" 참고 (업체 별/판매자 별 무료배송 기준 다름)
바로드림 오늘배송
업체에서 별도 배송하여 1Box당 배송비 2,500원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그 외 무료배송 기준
바로드림, eBook 상품을 주문한 경우, 플래티넘/골드/실버회원 무료배송쿠폰 이용하여 주문한 경우, 무료배송 등록 상품을 주문한 경우
당일배송 오늘(3/28,금) 도착
기본배송지 기준
배송일자 기준 안내
로그인 : 회원정보에 등록된 기본배송지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로그인정확한 배송 안내를 받아보세요!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수상내역/미디어추천

역사학이 기록학의 손을 놓으면 뿌리가 흔들리고
기록학이 역사학의 손을 뿌리치면 토양을 잃는다
기록학, 역사학의 다른 이름
역사를 연구하거나 가르치거나 배울 경우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흔적이다. 사실이나 사건이라 부르는 흔적이 남아 있어야 역사를 가르칠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다. 사실과 사건은 ‘기록’이라고 부르는 ‘정보를 담은 매체’에 실려 후대에 전해진다. 역사-인간은 기록을 만들어내고, 전달하고, 그것으로 이야기한다. 역사학의 대상은 바로 이 기록 전체이다.
기록학은 역사-인간의 활동 중 기록을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영역을 맡는다. 기록학의 ‘기록’은 “그 자체가 관련된 행정 또는 공적ㆍ사적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작성되었거나 사용되고, 그 일의 담당자나 법적 계승자들이 자기들이 필요한 정보 때문에 자신들의 관리 아래 보존해둔 문서record”를 말한다. 역사를 탐구할 때 마주하는 사료 중 하나이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역사학과 기록학은 학문의 대상과 주체에서 서로 겹친다. 역사학과 기록학의 겹침은 시대와 지역, 학제에 따라 거의 겹치지 않을 수도 있고, 완전히 겹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 영역이 생겨나면서 전문화와 분업이 이루어짐에 따라 역사학과 기록학은 자연스레 서로를 소외시켰고 서로에게 소외되었다. 그래도 되는 것일까.

이 책의 총서 (11)

작가정보

저자(글) 오항녕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한학을 공부하고,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현재 전주대학교 사학과(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고전번역원, 인권평화연구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실록이란 무엇인가》, 《호모 히스토리쿠스》, 《유성룡인가 정철인가》,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밀양 인디언》, 《조선의 힘》, 《기록한다는 것》, 《한국사관제도성립사》, 《조선초기 성리학과 역사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사통史通》, 《율곡의 경연일기》, 《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 《존재집》, 《문곡집》, 《노봉집》, 《병산집》 등이 있다.

기획 한국역사연구회

1988년에 만들어진 한국사 학계의 전문 연구자 단체이다. 550여 명의 대학 교원, 대학원생이 연구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역사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올바른 역사 교육과 역사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우리 사회에 정의가 자리 잡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지향한다. 학술지 '역사와 현실'을 연 4회 발행하며, 역사 연구자의 생각을 시민과 나누기 위해 웹진(http://www.koreanhistory.org)을 운영한다. '고대로부터의 통신', '역사문화수첩', '조선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등 다수의 역사 교양물을 펴냈다.

목차

  • 들어가며

    01 ‘기록’ 빠진 역사 이해
    임해군 반역 사건

    02 헤로도토스와 사마천
    《사기》의 편찬과 아카이빙
    구술, 전해오는 이야기의 채집
    문서, 기록의 일반 형태
    《역사Histories》와 아카이빙
    헤로도토스의 답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문서로 짐작되는 기록
    역사는 지어내지 않는다

    03 기록학의 기초와 원리
    기록은 어울려 존재한다
    누가 생산하는가
    기록archive의 성격 또는 자격
    기록인 윤리

    04 기록으로 살아나는 역사
    같은 전통
    기록으로 살아나는 역사

    에필로그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역사를 연구하든 가르치든, 그 행위는 무언가 흔적이 남아 있어야 가능하다. 그 흔적을 우리는 사실, 사건이라고 부르고, 그 사실과 사건은 ‘기록’이라고 부르는 ‘정보를 담은 매체’에 실려 후대에 전해진다. 역사-인간은 기록을 만들어내고, 전달하고, 그것으로 이야기한다. 역사학의 대상은 그 전체이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역사가, 역사학자, 역사학도, 히스토리언historian이라고 부른다(6쪽).

기록학은 역사-인간의 활동 중 기록을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영역을 맡는다(6쪽).

역사학과 기록학은 학문의 대상과 주체에서 서로 겹친다. 물론 이 겹침은 시대와 지역, 학제에 따라 거의 겹치지 않을 수도 있고, 완전히 겹칠 수도 있다. 우리의 논의는 그 양단 어디쯤에서 이루어질 것이다(7쪽).

기록학에서 말하는 ‘기록archive’이란, “그 자체가 관련된 행정 또는 공적ㆍ사적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작성되었거나 사용되고, 그 일의 담당자나 법적 계승자들이 자기들이 필요한 정보 때문에 자신들의 관리 아래 보존해둔 문서record”를 말한다. 매체나 형식은 상관없다. 돌, 나무, 종이, 필름, 사진, 2바이트bit 전자파일에 남을 수도 있다(16쪽).

[역사의 영역] 1범주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자 기록이다. SNS 문자나 편지, 실험보고서, 공문서가 그것이다. 인간이 사는 이상 남는 흔적이다. 때론 순간을 하나의 특정한 시간에 고정시키려고 남기기도 한다(24쪽).

[역사의 영역] 2범주는 이런 흔적을 자연스럽게 또는 목적을 가지고 다음 세대로 보존하거나 전달하는 일이다. 기록관이나 박물관, 도서관 등이 이 일을 담당한다. 기록학이 종종 ‘기록관리학’으로 불리는 것은 바로 기록관에서 기록을 수집 또는 인수, 보존, 관리, 활용하기 때문이다(24~5쪽).

[역사의 영역] 3범주는 그렇게 보존, 전달된 흔적으로 과거를 연구하거나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노는 일이다. 논문, 드라마, 게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렇게 세 범주 모두 역사의 영역이고, 전부 또는 일부가 역사-행위이자 역사-활동이다. 범주마다 성격이 다른 기록이 산출될 뿐 아니라, 기록과 맺는 인간의 행위가 달라진다(25쪽).

역사서에 나오는 기사는 뭔가의 기록을 바탕으로 수록된다. 그러므로 그 기록의 성격을 이해해야 의도치 않는 오해를 피할 수 있고, 사건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심문 기록이나 일기는 역사를 산 사람들이 생산한 기록으로, 곧 삶의 흔적이다. …… 역사의 세 범주 중 1범주에 속한다(42~3쪽).

2범주는 아카이빙archiving이라 할 수도 있고, 도큐멘테이션documentation이라 할 수도 있는 ‘기록 남기기’ 과정이다. 역사학이 인간의 자기인식 표현 영역이 되던 시기 2범주의 주요 활동은 사적史蹟의 답사, 구술의 채록, 기록의 정리라는 세 가지였다(43쪽).

역사학에는 아버지가 둘이라는 말이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사기》를 편찬한 중국 한나라의 사마천司馬遷(기원전 145~85 무렵)을, 지중해 지역에서는 《역사Histories Apodexis》를 쓴 소아시아 사람 헤로도토스Herodotos(기원전 484~425 무렵)를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한다(45쪽).

사마천의 《사기》, 헤로도토스의 《역사》의 편찬과 집필 과정을 살펴보면 사적史蹟의 답사, 구술의 채록, 기록의 정리라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48쪽).

답사Field Work는 실제로 어떤 사건이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곳에 직접 가서 보고 조사하는 것이다. 답사를 통해 구체적인 현장을 체험하는데, 그 체험은 곧 해당 사건이 일어난 무대와 배경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지식이 된다. 이런 이유로 역사 탐구와 교육에서는 언제나 답사를 핵심 방법의 하나로 여긴다(48~50쪽).

구술Oral testimony은 문자를 주된 기억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던 시기나 집단의 기억 방식이다. 전쟁의 경험 등 문자-기록으로 남기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기억도 구술이 필요하다. 이렇게 기억된 구술사는 역사가들이 듣는 것과 역사가들이 말하거나 쓰는 것 둘 다를 의미할 수 있다. 역사가가 자료를 제공하는 구술자를 인터뷰하면서 만들어진다(50쪽).

기록archiving은 문자나 그림으로 적힌 공식 문서나 개인의 편지, 일기 가운데 증거 혹은 기억으로 후대에 남길 가치가 있는 경험을 얼려두는 방법이다. 이는 조선 시대 사관이 사초를 작성하듯이 스스로 기록을 남길 수도 있고, 다른 기관이나 인물의 기록을 정리, 보존하는 형식을 띨 수도 있다. 답사, 구술, 기록은 서로 겹쳐 수행할 수도 있고, 보완적이기도 하다(50쪽).

사마천이 역사 자료를 얻은 방법은 앞서 살펴본 답사, 구술, 문서-기록을 통해서였다. 세 가지 행위는 각각 독립적인 사료 수집 행위이기도 하고, 답사를 통한 구술 채집, 문서를 통한 구술 검증 등과 같이 상호 보완하는 수집 행위이기도 하다(51쪽).

지나간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나 증인들의 말을 통해 사료를 수집하는 것을 구술이라 하고, 그 구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역사를 탐구, 서술하는 방법을 구술사라고 한다. 문자를 사용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후대에 전달했기 때문에 구술은 ‘역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57쪽).

짐승의 뼈나 돌, 식물의 잎, 종이 등에 기록을 남기는 방식으로 자신의 경험과 관찰을 붙잡아두는 형식은 역사-인간이 보여주는 가장 일반적인 형식의 기억 방법일 것이다. 국가가 등장한 뒤로 기록은 인구와 세금의 파악을 위한 공무의 핵심이 되었다. 국가는 늘 등록하고 측정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노동, 곡물, 토지, 배급의 단위를 관리해야 했다. 사관은 그 공무의 소산인 기록을 남기거나 정리하는 존재였다(60~1쪽).

한나라라는 제국의 공무원인 사관이었던 사마천과 달리 헤로도토스는 세상에 벌어지는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던 지식인이었다. 그가 편찬한 《역사》는 모두 9권으로 구성된 지중해 지역의 세계사이다. …… 《역사》는 직접 보고 듣고 문서 등의 자료를 보고 서술했다는 점에서 역사학의 기초에 충실했던 역사서이다(61~2쪽).

헤로도토스의 《역사》 역시 흥미롭게도 사마천의 《사기》처럼 답사, 구술, 기록이라는 역사 탐구의 세 가지 주요 방법을 통해 집필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63쪽).

답사, 구술, 문서를 통해 사마천과 헤로도토스가 보여준 저장기억의 실증성이 가진 힘은 곧 다른 사람도 그 증거를 통해 기억하거나 기억을 수정하고 스스로 실상을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증거를 통해 다른 견해를 제시할 수도 있고, 다른 견해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견해를 이해하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사마천과 헤로도토스는 사실과 자신의 견해를 혼동하지 않았다. 관찰, 전해들은 이야기, 자신들이 본 기록과, 자신의 견해를 선명하게 구분하여 제시했다(71쪽).

사람들이 어떤 신화나 전설을 공유하는 것은 그들의 심성과 전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즉 신화와 전설은 역사가 아니지만, 어떤 사람들이나 집단이 그런 신화와 전설을 공유ㆍ전승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이며 역사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74쪽).

없는 사실을 지어내면 역사가 아니다. …… ‘기록하되 지어내지 않는다[述而不作]’는 공자의 말은 사마천과 헤로도토스에서도 드러나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학의 오랜 원칙이다(80쪽).

《사기》와 《역사》는 답사와 구술, 기록을 통해 실제 있었던 인간의 경험을 남긴 역사서이다. 그들은 직서直書라고 표현하든, ‘들은 대로’라고 표현하든, 그들의 저서에서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했다. 이 분투가 《사기》와 《역사》가 지닌 가치의 기초가 되었다(81쪽).

두 역사서[《사기》와 《역사》]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준다. 원래 인간은 서로 다른 것이다. …… 다름을 인정하여 서로 이해하게 되는 것, 이것이 역사를 배우는 목적 아닐까?(8쪽)

《사기》와 《역사》를 통해 가치-연관-학문 이전에 자연스러운 행위의 결과이자 그 결과에 대한 본능적 보존, 호기심에 의한 탐구를 발견한다. 즉 호모-히스토리쿠스Homo-Historicus, 호모-아르키부스Homo-Archivus의 자연적 발생을 목도한다. 그리고 다른 인간에 대한 이해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81~2쪽).

이븐 할둔은 서기의 자질에 대해 …… 이븐 할둔이 말한 ‘타고난 재능, 훌륭한 교육, 남다른 경험’은 중국 당나라 때 사관이었던 유지기劉知幾(661~721)가 《사통史通》에서 사관의 자질로 언급한 ‘재才, 학學, 식識’과 정확히 일치한다. …… 유지기는 호기심과 연구, 그리고 식견을 강조했다(82~3쪽).

현대 기록학은 서구에서 출발했다. 프랑스혁명 이전에 기록의 개념은 국가, 교회, 귀족 또는 상인 계급의 법적ㆍ계급적 특권을 부여하는 문서를 의미했다. 그러나 혁명은 기록을 지배계급의 특권이 아니라 시민 권리의 보루로 바꾸었다. 혁명 이후 첫째, 국립 기록관이 생겼고, 둘째, 국가는 과거의 기록유산을 보호할 책임을 지고, 공공 문서가 법적ㆍ경제적 중요성만이 아니라 역사 가치로 봐도 보존해야 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기록은, 민주주의 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새로운 시대의 역사적 성격을 부여받았다. 아울러 점차 문화유산의 전승자라는 점에서 기록관, 박물관, 도서관과 함께 병칭되었다(85~87쪽).

문화기관 중 도서관은 책을, 기록관은 기록을 수집하고 보관하고 제공한다. 책과 기록은 둘 다 인간의 기억이 붙어 있는 가장 유력한 매체이다(87쪽).

기록은 책과 네 가지 점에서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첫째, 모든 책은 출판 과정을 거친다. …… 반면 기록은 이 과정이 없다(87~9쪽).

둘째, 책은 개별 아이템으로 생존하는 데 비해, 기록은 연관된 아이템 그룹으로 생존한다. …… 한편 기록은 다른 아이템과 연관되어 의미를 갖는다(90쪽).

셋째, 책은 다른 도서관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다. 기록의 유일성 때문이다(93쪽).

책은 개인이나 단체가 학술, 연구 목적을 알리기 위해 출간한다. 반면 문서=기록은 생산의 모태가 되는 기관이나 조직이 생산한다(95쪽).

책은 한국 십진분류법의 주제에 따라 열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져 있다. …… 이에 비해 기록은 출처주의出處主義(Provenance)와 원질서의 원칙Principle of Original Order이 중요하다. 출처주의란 공공기록관, 수고manuscript기록관으로 이관되기 전, 기록을 생산ㆍ축적ㆍ유지ㆍ활용한 조직이나 개인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관점을 말한다(97쪽).

출처주의는 생산된 기록의 ‘원질서의 원칙’과 연결되어 있다. 원질서란 기록 생산자가 구축한 기록의 조직 방식과 순서를 말한다. 출처주의와 함께 원질서의 원칙은 ‘퐁fonds 존중’과 연관되어 있다. 퐁은 하나의 조직이나 가족, 개인이 생산, 수집한 전체 기록을 말한다. 곧 설명할 ‘기록군records group’과 유사하다. 원질서의 원칙은 기록을 보존할 때 그 기록을 만든 주체나 산출된 환경에 대한 추가적 맥락 정보를 챙기는 게 목적이다. 나아가 원질서의 원칙을 통해서 아키비스트는 기록에 대해 모종의 해석을 더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99~100쪽).

[책=도서와 문서=기록의] 처리 방법[은] …… 선별selection 또는 평가appraisal라는 용어로 쓰이는데, 어떤 대상을 선택할까 또는 선택하지 않을까를 판단하는 과정이다(100쪽).

도서는 단일 아이템을 선별한다. 개인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살 때 누구의 어떤 책을 구입한다. 이에 비해 기록은 개별 아이템이 아니라 기록군이나 시리즈별로 보존이나 폐기 여부를 결정한다(101쪽).

젠킨슨은 …… 기록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중립성=불편부당성이다. …… 둘째, 기록의 생산, 유지, 보존의 연속성continuum으로 확보된 신뢰성이다. 셋째, 기록은 박물관 유물처럼 인위적으로 모은 기록들이 아니라, 행정이라는 실용 목적으로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된 자연성naturalness을 띤다. 넷째, 모든 기록은 보존되는 그룹 안팎의 기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기록의 중요성은 그 관계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상호연관성의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 상호연관성이 다섯째, 유일성uniqueness이라는 특징을 부여한다(103쪽).

그[젠킨슨]는 기록의 특성을 검토하면서 두 가지 공통의 성격이 있다고 보았다. 첫째, 공정성이다. 기록은 당초 불편부당하게 태어난다는 것이다(104~5쪽).

진본성authenticity은 젠킨슨이 기록의 두 번째 성격으로 말한 바 있다. …… 진본성이 그 기록이 진짜인지 아닌지 여부genuineness를 판단할 증거가 되었던 것이다(106쪽).

전자기록이 일반화된 현재, 기록의 성격을 결정짓는 …… 4대 요소는 진본성, 무결성無缺性, 신뢰성, 이용 가능성이다(107쪽).

진본성이란 그 기록이 만들어진 이래 어떤 조작이나 대체, 왜곡이 생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바로 그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속성’을 말한다(108쪽).

무결성은 “기록이 완벽하고 변경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되는 것”으로, 실록이나 일기가 훼손, 변조, 손상되지 않고 기록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느냐는 문제이다(109쪽).

신뢰성은 해당 기록에 담긴 정보의 신뢰성을 말한다. …… 신뢰성은 기록에 대한 내용의 문제이다(110쪽).

어느 정도 규모의 문명이나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는 나라는 기록학의 영역, 즉 기록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국가나 문명의 전개가 기록의 양산을 낳았던 것은 사실이다(116~7쪽).

현재 역사학계와 기록학계는 교류가 느슨하거나 상관 없는 영역인 듯 보인다. 기록학의 경우 관심 영역인 기록의 생산, 전달(보존)에 집중하는 반면, 대학의 역사학과는 역사 연구, 역사 서술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느슨한 연계나 괴리에도 불구하고 피할 수 없는 유대가 존재한다(120쪽).

로마나 이슬람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통 역사학, 아니 현재의 역사학에서까지도 기록학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뿐이지 그 원리가 내재하여 기능하고 있었다……(135쪽).

역사학이 기록학과 분리되면서 연구 영역으로 특화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각주footnote의 출현이다. …… 각주의 등장은 역사학을 전통으로부터 분리시켰다(136쪽).

대학의 변화는 특히 중요한데, 역사학이 국민국가사로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138쪽).

모든 역사는 내 몸이 겪는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확인된다. 그래서 생애사 프로젝트가 가능해진다. 나는 시대이고 민족이고 역사이기 때문이다(143쪽).

사회의 기억 또한 기록을 통해 전해진다(149쪽).

기록을 중심으로 한 실천은, 행위의 증거로, 삶의 기억으로, 사회의 정체성으로 활성화되고 있다(153쪽).

역사학이 기록학의 손을 놓으면 토대가 흔들리고, 기록학이 역사학의 손을 뿌리치면 뿌리를 잃는다(157쪽).

출판사 서평

기록으로 읽는 역사, 역사로 읽는 기록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새롭게 기획한 ‘금요일엔 역사책’(한국역사연구회 역사선)의 아홉 번째 책인 《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에는 역사학과 기록학이 무엇인지, 양자가 학문의 대상과 주체에서 어떻게 겹치는지 등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자료 조사 및 정리와 번역, 연구가 덜 된 분야에 대한 탐구, 기존 연구 비판 등을 역사학도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관련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 오항녕(전주대학교 사학과(대학원) 교수)은 헤로도토스와 사마천, 《광해군일기》와 《역사의 역사》 등 동서고금을 오가며 역사학과 기록학을 둘러싼 오해와 오류, 역사학과 기록학의 관계, 기록학의 기초, 기록학과 인접 학문과의 관계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
이 같은 고찰을 토대로 저자는 학문의 분화에 따라 역사학은 역사학으로, 기록학은 기록학으로만 존재하는 현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대통령기록물을 둘러싼 갖가지 논란과 관련하여 기록학계와 역사학계가 보인 모습, 분주하게 대응한 기록학계와 달리 거의 무대응으로 일관한 역사학계의 모습에 우려를 표한다. 그러면서 역사학이 기록학의 손을 놓으면 뿌리가 흔들리고, 기록학이 역사학의 손을 뿌리치면 토양을 잃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학과 기록학, 통섭으로 새로운 가능성 찾아야
1장에서는 역사(학)가 기록에 담긴 사실 또는 그 사실에 대한 탐구라는 점을 자칫 망각할 때 벌어지는 오해나 오류를 다룬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류를 통해 배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접 적든지 남이 적은 걸 베끼든지, 답사를 하든지 사람들의 말을 받아 적든지 하면서 역사를 남기는 일은 기록자이자 전달자인 역사가가 하는 일이다. 이 작업에 기대어 당대 또는 후대의 역사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2장에서는 역사학의 고전적 본보기로 거론되는 헤로도토스와 사마천의 사례를 들어 역사학과 기록학이 얼마나 가까운지, 아니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3장에서는 기록학의 ABC, 즉 기초를 알아본다. 역사학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든 현대 기록학은 나름의 이론 체계, 연구 방법을 발전시켜왔다. 이를 3장에서 개관하여 기록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역사학과 기록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겹쳐 있었다. 용어나 표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학문 분야는 일란성 쌍생아도 아닌 한 몸이었다. 그것이 학문 분화가 이루어지기 이전의 실제 모습이었다. 4장에서는 이 같은 역사학과 기록학 또는 기록학과 인접 학문의 관계를 알아본다.

저자는 말한다. “‘사실을 해석에 동원’하는 역사주의에 맞서 ‘해석에 저항하는 사실들’을 드러내는 데 기록학의 힘이 있다. 그것이야말로 ‘해석에 맞서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록학이 지닌 가치에 대해 강조한 후 역사학과 기록학이 가야 할 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역사학이 기록학의 손을 놓으면 토대가 흔들리고, 기록학이 역사학의 손을 뿌리치면 뿌리를 잃는다. 동지는 많을수록 좋다. 우리 앞에는 불길한 조짐과 새로운 가능성, 둘 다 놓여 있다.” 역사학과 기록학, 통섭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56122739
발행(출시)일자 2024년 03월 12일
쪽수 168쪽
크기
140 * 207 * 15 mm / 393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금요일엔 역사책

Klover 리뷰 (6)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사용자 총점

10점 중 9.4점
10점 중 10점
80%
10점 중 7.5점
20%
10점 중 5점
0%
10점 중 2.5점
0%

60%의 구매자가
도움돼요 라고 응답했어요

0%

집중돼요

60%

도움돼요

0%

쉬웠어요

20%

최고예요

20%

추천해요

10점 중 10점
/추천해요
저에겐 좀 어렵네요
여러번 읽으면 좀 낫겠지요
저자는 기록학을 좀 더 우위(?)로 보고 있는것 같은데 제가 저자의 의도를 바르게 이해했는지 모르겠어요.
기록학과 역사학은 한몸이지만 분리된 지금 기록학의 자양분으로 역사학이 더 나아가길 바라는것으로 읽었는데 저자의 의도를 잘못이해한건지 모르겠어요
10점 중 7.5점
/도움돼요
오늘의 기록은 내일의 역사!
10점 중 10점
/도움돼요
문헌사 전공하려는 사람들에게 참고할 만한 자료입니다

문장수집 (1)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드립니다.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역사학이 기록학의 손을 놓으면 뿌리가 흔들리고 기록학이 역사학의 손을 뿌리치면 토양을 잃는다
기록학, 역사학의 또 다른 영역

교환/반품/품절 안내

  • 반품/교환방법

    마이룸 > 주문관리 > 주문/배송내역 > 주문조회 > 반품/교환 신청, [1:1 상담 > 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7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 반품/교환 불가 사유

    1)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1)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분 좋은 발견

이 분야의 베스트

이 분야의 신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