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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조선 사람과 만나다

미아보호소부터 코끼리 유배까지
금요일엔 역사책 5
신동훈 저자(글)
푸른역사 · 2023년 06월 21일
9.0
10점 중 9점
(4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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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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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생활 실록
《실록》에 담긴 15세기 조선 사람들의 생활상
‘어머니하고 처하고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까?’
‘어머니하고 처하고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까?’ 단순하지만 궁금증을 자아내는 ‘밸런스 게임’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조선 사람들이 생각한 이상적인 답은 《조선왕조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성현(현 경상도 산청군 단성면)에 공노비 천년이 살고 있었다. 천년은 물가에 살고 있었는데, 6월 홍수로 물이 넘쳤다. 집이 물에 모두 잠길 위험에 처하자, 천년은 처자를 두고 어머니를 업고 탈출했다. 예조는 경상도 관찰사의 보고에 의거해 천년의 효심을 포상하자고 했고, 성종은 이를 수락했다. 성종은 천년의 포상을 수락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통 사람의 인정은 처가 먼저이고 어미가 나중인데, 천년의 일은 진실로 가상하다. 이 상은 너무 박하지 않은가?”(《성종실록》(권285, 성종 24년 12월 21일(신사))
성종의 이 발언은 두 가지를 알려준다. 하나는 조선 사람들이 생각한, 어머니와 처자식이 물에 빠졌을 때의 이상적인 행동은 어머니를 구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에서 효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일반적으로는 처자식을 구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처자식을 구하는 것이 인정, 곧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것을 성종이 분명히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조선 사람들은 위기에 처했을 때 처자식을 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지만, 더 높은 가치인 효를 우선에 두고 효를 행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총서 (11)

작가정보

저자(글) 신동훈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조선 초기 향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선 사회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꿈을 좇고 있다. 현재 세계김치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목차

  • 들어가며

    01 어서 와~ 조선은 처음이지? _ 조선을 찾은 외국 친구들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신들
    대궐 문을 지킨 태국 출신 토인들
    유구에서 손녀를 구해오다, 조선판 〈테이큰〉

    02 조선판 ‘유전무죄 무전유죄’ _ 술에 얽힌 이야기
    중국에도 알려진 한민족의 음주문화
    탁주 마시면 붙잡히고 청주 마시면 무사해서야
    세종, 절주령을 반포하다

    03 신생 수도 한성살이의 고달픔 _ 심각한 주택난에 뛰는 물가
    ‘한성특별시’는 오늘날 종로구ㆍ중구 일대
    주택용지 모자라 성저십리 편입
    주민 급증하며 ‘미아보호소’까지 등장
    길을 침범해 지은 집이 무려 1만여 호
    생활 여건 악화, 우물물을 사 먹기도

    04 관료들의 일상 _ 〈용하다 용해 무대리〉부터 〈미생〉까지
    벼슬아치들에게 ‘월요병’은 없었지만
    관료들 쉬는 ‘국가 공휴일’은 일 년에 딱 이틀
    “승진은 선배 먼저” 엄격했던 연공서열제
    공무 중 안전사고에 사형을……?
    산천초목이 떤 어사 조지서

    05 유배형 받은 코끼리 _ 말 많고 탈 많은 조선의 동물들
    사람 해한 코끼리를 전라도 섬으로 보내소서
    외교 선물 원숭이, 사신 접대용 귀한 몸 닭ㆍ돼지
    이유 있는 ‘범 내려온다, 범 사라진다’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이 책은 15세기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태조실록》부터 《성종실록》까지에 담겨 있는 재미있는 일화를 골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입니다. 학술서적에서 다루지 않는, 15세기 한반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 ‘이러한 모습도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를 접해보시기 바랍니다(8~9쪽).

조선의 외교는 명과 일본, 양국에 집중되었습니다. …… 당시 명ㆍ일본 이외에도 조선과 관계를 맺기 위해 찾아온 국가들이 있었습니다. 유구琉球ㆍ섬라暹羅ㆍ조와국爪蛙國(각각 현재 일본 오키나와현, 태국, 인도네시아 자바 지역에 해당한다)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14쪽).

조선은 섬라곡ㆍ조와 등과 어떻게 관계를 맺었을까요? 먼저 섬라곡국부터 보죠. “섬라곡국에서 내乃(섬라곡국의 관직 이름) 장사도張思道 등 20인을 보내어 소목蘇木 1천 근, 속향束香 1천 근과 토인 2명을 바치니, 임금이 두 사람으로 하여금 대궐 문을 지키게 하였다(《태조실록》 권3, 태조 2년 6월 16일 경인).” 이 사료는 섬라곡국에서 사람을 보내 물건과 사람을 바쳤다는 내용입니다. 표현은 ‘바쳤다’라고 했지만, 국가 간 관계를 맺기 위한 선물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입니다(17쪽).

조와국의 사신 기록은 1406년 《태종실록》의 기록에서 처음 확인됩니다. 당시 조와국의 사신 진언상陳彦祥은 …… 전라도 군산도(현 고군산군도)에 이르러 왜구를 만나 교전했습니다. 치열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갖고 있던 물품과 배에 타고 있던 많은 사람이 납치되었고, 40여 명만 살아서 전라도 군산 일대에 상륙했습니다. 태종은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여 물품을 지급해주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23쪽).

15세기 초반 조선ㆍ명ㆍ일본ㆍ유구로 둘러싸인 바다, 즉 오늘날 동중국해는 ‘왜구’로 불리는 해적이 활개 치는 바다였습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왜구의 주요 근거지는 일본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중세 후반부터 이어진 내전의 영향이 잔존해 있었습니다. 통일은 했지만 정권의 힘이 규슈 서쪽까지 안정적으로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권의 통제가 완벽하지 못한 틈을 타고, 왜구들은 규슈의 서쪽 방면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했던 것입니다(31쪽).

15세기 바다는 해적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납치되어 노비로 팔리는 것이었습니다. 조선은 납치된 백성을 찾아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국가의 노력과 그에 따른 결과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 분명한 점은 당시 조선은 잃어버린 백성들을 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최대한 실현하려 했다는 것입니다(37쪽).

세종은 힘 없는 자와 힘 있는 자를 탁주 마시는 자와 청주 마시는 자로 비유하며, 탁주를 마시는 자는 붙잡히지만 청주를 마시는 자는 붙잡히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계층을 탁주와 청주로 구분한 세종의 비유가 재미있습니다(45쪽).

15세기 조선 사회에서 상위 계층은 청주와 소주를, 하위 계층은 탁주를 마셨습니다(48쪽).

태종은 음주 자체를 꺼리지 않았습니다. 태종이 양녕대군을 폐하고 효령대군과 충녕대군 중 충녕대군(세종)을 택한 이유에는 ‘효령은 술을 마시지도 못하지만 충녕은 그래도 술을 마실 수는 있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이유에서 느껴지듯이 세종은 의례처럼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술을 즐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만취할 때까지 마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48쪽).

세종은 …… 허조의 강한 요청에 결국 “술 경고문酒誥을 지어 신하들을 경계시키겠다”고 하면서 집현전 제술관製述官을 불러오도록 했습니다. 예문관 응교 유의손柳義孫이 초고를 작성하고, 세종의 검토를 거쳐 작성된 교지는 …… 백성들의 절주를 간절히 권하는, 절주 교지라 할 수 있습니다(51쪽).

오늘날 한국 사회도 ‘술 권하는 사회’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술로 인한 사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것이지요. 세종의 절주 교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54쪽).

15세기 조선 사회에서 한성은 어떠한 공간이었을까요? 한성은 오늘날 종로구와 중구 일대를 포함하는 공간으로, 좁게는 한양 도성(이하 도성)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넓게는 성저십리를 포함한 공간을 가리킵니다. 성저십리는 도성으로부터 10리 이내의 지역으로, 오늘날로 따지면 대략 서쪽으로는 서대문-양화대교 북단, 남쪽으로는 용산, 동쪽으로는 도성과 중랑천 사이 지역입니다(62쪽).

이성계를 위시한 조선 건국 세력은 한성을 개경보다 더 나은 왕도로 건설하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성은 빠르게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63쪽).

1418년(세종 즉위년), 8월 19일(병신) 한성부는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 올립니다. …… 어린아이가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집을 찾지 못해 미아가 되고, 미아를 발견해도 아이의 집을 찾아줄 수 없고, 심지어 그런 미아를 데려다 노비로 삼는 사람까지 있으니, 미아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한성부가 고안한 시스템은 오늘날로 말하면 관영 미아보호소라 할 수 있습니다(70쪽).

한성부가 세종에게 올린 공문의 일부입니다. 도성 내부의 집터 부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자, 도성 바깥의 땅 가운데 일부를 주택용지로 확보하자고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성저십리 지역이 왜 필요했으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료입니다. 이 즈음 도성과 인접한 곳으로 도성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었고, 그 원인은 도성의 인구 증가와 주택용지 부족이었던 것입니다(83쪽).

성저십리를 설정하고 도성의 관할 범위로 편입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도성의 주택용지는 계속 부족했습니다. …… 도성에서 주택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주택을 지을 수 없는 곳에 임시로 집을 짓고 거주했습니다(86~7쪽).

당시 한성 사람들이 겪었던 문제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먼저 연료입니다. 음식 조리를 위해선 연료, 즉 땔감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땔감은 조리뿐 아니라 난방을 위한 연료이기도 합니다. …… 이에 한성에서 가까운 곳의 산부터 벌채되기 시작했습니다(88쪽).

사람이 모여 살면 취약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화재입니다. 조선은 한성의 화재 예방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입했습니다. …… 화재 예방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급하려 한 것이 기와입니다. …… 기와는 초가에 비해 비를 안정적으로 막아주고, 위생적으로도 깨끗하며, 교체 주기가 길고, 불이 옮겨 붙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당시 조선에서는 서민들에게 기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자 별와서別瓦署를 운영했습니다(90~4쪽).

1472년(성종 3) 4월 27일(계사)의 기록에 따르면, 가뭄이 심하게 들어 식수가 귀해지자 공동 우물을 독차지하거나 심지어 돈을 받고 우물물을 판 경우도 있었습니다. …… 그만큼 당시 도성의 인구밀도가 상당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94~5쪽).

조선 관료들의 근무 시간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였을까요? 《경국대전》 〈이전吏典〉 고과 편에 따르면, 관료들은 묘시卯時에 출근하여 유시酉時에 퇴근했습니다. 묘시와 유시는 오늘날 오전 5~7시와 오후 5~7시에 해당합니다. 출근 시간이 오늘날보다 조금 이르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98쪽).

관료들의 공휴일은 언제였을까요? …… 1429년(세종 11) 8월 24일(무술) 세종은 우의정에서 은퇴한 유관柳寬의 요청에 따라 3월 3일과 9월 9일을 영절令節로 정하고 관료를 포함한 모든 백성이 각각 명승지를 찾아가 태평성대를 누리도록 했습니다(103쪽).

예나 지금이나 관직에는 이른바 요직이 있습니다. ……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부서 혹은 자
리 등이 요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급이 빠르거나, 권한이 많거나, 그 사람의 선택에 따라 바뀌는 것이 많은 자리 등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홍문관은 왕의 자문 기구로서 …… 요직이자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청직이었습니다. …… 홍문관에 임명되는 것은 관료로서 탄탄대로를 보장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홍문관 관원의 승진을 제약하는 요소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후배가 선배를 뛰어넘어 승진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선후배를 나누는 기준은 바로 과거 합격 순서였습니다(106쪽).

1429년(세종 11) 9월 15일(무오) 용산에 있던 군자감이 기울어져 위태로운 곳을 수리하던 도중 5명이 압사하고 30여 명이 다쳐 의원을 보내 치료하도록 했다는 짧은 기록이 있습니다(112쪽).

책임자였던 김재는 죽음으로써 그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죽거나 다치게 만든 하나의 죄만 묻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사의 준비 상황과 평시 공사 진행 상황, 사고 발생 이후부터 구조 및 수습 처리 등 모든 것을 조사하고 각각의 죄목을 정했습니다. 이는 당시 조선 사회의 인명 사고 처리가 상당히 상세했음을 보여줍니다(120쪽).

조지서는 어사로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보다 일찍 출발했고, 수령의 불법을 적발하기 위해 말단 관리의 집까지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조지서의 임무 수행이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수령과 아전들에게 조지서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던 것입니다(133~34쪽).

1412년(태종 12) 12월 10일 공조 전서를 역임했던 이우가 코끼리에 밟혀 죽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 이로부터 약 1년이 지난 1413년(태종 13) 11월 5일(신사) 코끼리는 전라도의 섬으로 보내졌습니다.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었습니다(137~39쪽).

일본 측 자료에 따르면 이 코끼리는 동남아시아 쪽에서 일본으로 보낸 선물이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선물로 받은 코끼리를 다시 조선에 선물로 보낸 셈이지요. 그렇게 조선으로 오게 된 코끼리는 조선에서도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참 처량하고 기구한 삶입니다(144쪽).

외교 선물로 조선에 들어온 동물이 코끼리뿐이었을까요? …… 1410년(태종 10) 5월 17일(계미)에 따르면, 일본은 코끼리 외에 원숭이도 몇 차례 보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144~45쪽).

조선에서 국가적으로 가축을 기른 곳은 사축서司畜署의 전신인 전구서典廐署와 예빈시禮賓寺였습니다. 1416년(태종 16) 5월 7일(무술) 태종은 전구서와 예빈시에서 염소ㆍ양ㆍ당저唐猪(중국산 돼지)ㆍ기러기ㆍ오리ㆍ닭 등을 기르는 데 먹이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면서, 당저만 적당히 남겨두고 나머지는 외방 각도로 보내 기르도록 했습니다. 당저만 남겨두라는 것은 …… 명 사신단의 식자재로 사용하기 위한 측면이 주요 목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149~50쪽).

당시 조선에서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된 야생 동물은 호랑이였습니다. 이미 알다시피 호랑이는 조선의 야생 동물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였습니다. 그런 호랑이가 산에서 내려와 민가를 침범하는 일도 종종 있었지요. 1405년(태종 5) 7월 25일(무오)에는 경복궁 근정전 뜰에 호랑이가 들어오기도 했고, 전주 향교에서는 새로 이건한 향교에 호랑이가 들어올 것을 두려워하여 담장을 두르고 자물쇠를 채우기도 했습니다. 1418년(태종 18) 5월 26일(을해)에는 청계천에 표범이 내려온 적도 있었습니다(156쪽).

경복궁에 내려왔던 호랑이는 자신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지만,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역을 확대해갔고 호랑이는 그렇게 점차 사라져갔습니다(159쪽).

출판사 서평

15세기 조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새롭게 기획한 ‘금요일엔 역사책’(한국역사연구회 역사선)의 다섯 번째 책인 《15세기 조선 사람과 만나다-미아보호소부터 코끼리 유배까지》에는 위의 《실록》 기사처럼 학술서적에서 다루지 않는, 15세기 한반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선 사회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꿈을 좇아온 저자 신동훈(세계김치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15세기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태조실록》부터 《성종실록》까지에 담겨 있는 재미있는 일화를 골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명나라와 일본이 아닌 유구琉球ㆍ섬라暹羅ㆍ조와국爪蛙國(각각 현재 일본 오키나와현, 태국, 인도네시아 자바 지역) 등 다소 낯선 나라 사신들의 조선 방문기를 알려주기도 하고, 조선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실태를 술에 얽힌 이야기로 펼쳐 보이기도 한다. 심각한 주택난과 높은 물가로 신음하던 신생 수도 한성살이의 고달픔을 풀어주기도 하고, 국가 공휴일이 단 이틀밖에 없던 관료들의 일상으로 안내해주기도 한다. 유배형 받은 코끼리, 사신 접대용으로 귀한 몸 대접을 받았던 닭과 돼지 등 말 많고 탈 많던 조선의 동물들도 소개해준다.

《실록》으로 15세기 조선을 읽다
저자가 펼쳐 보이는 15세기 조선 사람들의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1장 〈어서 와~ 조선은 처음이지?_조선을 찾은 외국 친구들〉에서는 외교관계를 위해 조선을 찾은 사람들 중 유구, 섬라, 조와국 등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사절이 등장한다. 섬라곡국에서 태조에게 토인 2명을 바쳤고 태조는 이들에게 대궐 문을 지키게 했다는 기록, 조선 방문길에 나섰다가 왜구에게 습격당한 조와국 사신 진언상의 일화는 접해본 적 없는 이야기라 그런지 무척이나 흥미롭다.
2장 〈조선판 ‘유전무죄 무전유죄’_술에 얽힌 이야기〉에서는 중국에도 알려진 한민족의 음주문화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오늘날 과음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술로 인한 폐단을 상세하게 언급한 세종의 절주 교지를 들여다보며 저자는 ‘술 권하는 사회’에서 조금씩 벗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음주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고개 끄덕여지는 지적이다.
3장 〈신생 수도 한성살이의 고달픔_심각한 주택난에 뛰는 물가〉에서는 주택용지가 모자라 성저십리까지 편입시켰던 조선 초기 수도 한성의 문제점을 자세히 살핀다. 주민이 급증하여 ‘미아보호소’까지 등장했던, 길을 침범해 지은 집이 무려 1만여 호나 되었던, 우물물을 사 먹어야 했을 정도로 생활 여건이 악화되었던 한성살이의 고달픔은 현 시점의 서울살이와 겹쳐 보인다.
4장 〈관료들의 일상_〈용하다 용해 무대리〉부터 〈미생〉까지〉에서는 15세기 조선 관료들의 이모저모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국가 공휴일이 1년에 딱 이틀밖에 없어 피곤에 시달리던 관료들의 모습, 엄격했던 연공서열제 때문에 벌어진 사건사고들은 ‘그때나 지금이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공무 중 안전사고의 책임을 물어 담당자에게 사형까지 언도한 세종의 조치는 작금의 현실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5장 〈유배형 받은 코끼리_말 많고 탈 많은 조선의 동물들〉에서는 코끼리, 원숭이 등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는 동물부터 닭, 돼지, 호랑이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까지 조선의 동물들을 둘러싼 재미난 일화로 우리를 안내해준다. 사람에게 해를 입혀 전라도 섬으로 유배까지 가야 했던 코끼리, 외교 선물로 조선 땅을 밟은 원숭이, 역시 외교 선물로 들어왔다가 유용한 가축이던 닭만 축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이리, 사신 접대용으로 귀한 몸 대접을 받았던 닭과 돼지, 경복궁까지 내려왔다가 어느새 사라져버린 호랑이 등 저자가 보여주는 말 많고 탈 많은 조선의 동물들 모습은 말 그대로 ‘흥미진진’이다.

저자는 “특정 주제 없이 동떨어진 사료들을 다루다 보니 내용이 하나로 모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모습도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를 접해”보라고 권한다. “조선 시대와 현재 우리 시대를 연결하려는 필자의 욕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56122579
발행(출시)일자 2023년 06월 21일
쪽수 164쪽
크기
140 * 207 * 14 mm / 384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금요일엔 역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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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에도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15세기 조선 사람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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