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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메시지

차영한 시집
현대시 기획선 76
차영한 저자(글)
한국문연 · 2022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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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제8회 '한국서정시문학상'을 수상한 시집으로, 차영한 시인의 17번째 시집이다. 1979년 〈시문학〉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왔으니까 시력이 40여 년을 넘기고 있는데, 그동안 시인은 〈시골햇살〉과 〈섬〉을 비롯하여 16권의 시집을 상재한 바 있다.
비평집 〈초현실주의 시와 시론〉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로 초현실주의적 기법과 정신으로 창작에 임해 왔으며, 이를 통해서 이상과 김춘수로 대변되는 우리 시단의 아방가르드적인 전통을 이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서정시문학상'은 이렇게 외곬으로 한 우물을 파면서 새로운 서정의 양식을 갱신해 온 시인의 노력과 열정에 대한 보답이라 하겠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8회 한국서정시문학상 수상시집

이 책의 총서 (123)

작가정보

저자(글) 차영한

경남 통영시에서 태어났다. 시인과 문학평론가로서 「캐주얼 빗방울」, 「바람과 빛이 만나는 해변」, 「거울 뉴런」, 「황천항해」 등 17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평론집으로 「초현실주의 시와 시론」 등 3권이 있으며, 청마문학상, 경남시문학상, 한국서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문 열고 나와서도 버릴 것을 버리지는 못하고 떠도는
방랑자이기도 하다. 갈 데는 오직 한 곳뿐이다.
어릴 적에 처음 경험한 번개천둥이 치던 거기
여러 갈래 길이 자꾸 떠오른다.
그 갈래 길은 인제군의 자작나무 숲이 있는 산골짜기 같은 눈길
눈이 녹는 물줄기에서, 또 울산바위가 보이는 미시령을 끼고
쏟아 내리는 산줄기들, 내가 사는 리아스식 해안들이 그 파도에
부서지는 빗길들이 보인다. 심지어 나뭇잎 줄기의 줄거리들이
내 충혈된 안구 실핏줄로 꿈틀댄다. 어찌 보면
화성의 붉은 핏줄 같은 우주를 본다.
카오스 속의 프랙탈(Fractal)을 본다.
자기닮음의 껍질을 보고 경악한다. 별들이 들썩거리는 걸 보면
경이로움이 나를 매혹한다.
익숙한 별들이 낯설어 보인다. 그럴수록
자기닮음을 사냥하고 싶은 충동질
서브노트에 남은 우주소리를 다시 들을 때
꽃잎 지는 영안(靈眼)의 함수(函數)에서 머뭇거림도 없지 않다.
그로 인해 보낼 우주메시지들도 바쁘게 쓸 수밖에-

2022년 10월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1길9(봉평동 189-11)
세 마리 청학이 비상하는 한빛문학관 집필실에서
차영한

목차

  • ● 시인의 말

    제1부

    봄나물이 들큼 하는 것도 10
    청산 불러 백학 날리고 12
    섶다리 물소리 가늠하면 14
    새는 명암의 눈짓들을 안다 17
    풀밭 이슬길 걸으면 18
    악보 없는 초저녁 20
    산 물소리 건널 때 22
    찢었다! 기억을, 뭇찌다! 너만 보여 24
    걱실거리다 26
    이열치열(以熱治熱) 28
    웃는 돌고래 32
    아르헨티나 플라멩코 34
    삼복더위에 허물벗기 36
    가을 소리 해독 중입니다 38
    건망증, 물매미소리 40

    제2부

    가을 산행 42
    서브노트에 남은 것은 44
    날고 싶은 것은 어찌 새뿐이랴 46
    먼 도시가 보이는 곳은 49
    벙글증이 트럼펫 불다 50
    궁색한 패션쇼 52
    환유 없다, H 아파트는 54
    프레너미 63
    뿔난 공룡 66
    검붉은 혓바닥의 저녁 68
    들썩거리는 우주 70
    벽시계 소리 72
    하필이면 74
    왜상(歪像) 76
    원심력 78

    제3부

    한줄기에 한 가지는 82
    덧니 웃음 84
    일깨우기 86
    이율배반 88
    색맹으로 빛나는 90
    디저트 후유증 92
    파도각질 깎아내기 93
    꽃잎 지는 이유 94
    김치꺼리 비 97
    귀먹은 웃음 100
    등대던 그러한 한철 102
    우유부단 104
    아직 젊어 보이기는 하지만 106
    어디쯤 왔다고요 108
    왜 풀벌레가 우는지를 110

    제4부

    그래요, 피는 연(蓮)꽃일레라 114
    난 아니야, 아니야 116
    손가락 생각들뿐 118
    물거리나무는 아네 120
    사는 끝머리 122
    혀 차는 소리 124
    선선하게 살다 보면 126
    달빛 사랑싸움질 128
    볼수록 낯선 사람 130
    자기 닮음 사냥 132
    하얀 눈 내리는 소리 134
    초요성(招搖星) 136
    눈물도 아네 138
    겨울햇살 걸음걸이 139
    바다 백일장 140

    ▨ 차영한의 시세계 | 황치복 141

추천사

  • 제8회 〈한국서정시문학상〉 수상시집인 「우주 메시지」는 우주에서 본 세계와 삶, 혹은 조응(照應)과 화음(和音)이다. 다양한 우주적 질서와 리듬과 이미지들이 가득한 이 시집은 외곬으로 한 우물을 파면서 새로운 서정의 양식을 갱신해 온 시인의 노력과 열정에 대한 보답이라 하겠다.

  • 차영한의 「우주 메시지」는 우주의 시간과 배꼽과 생명을 노래한 서정시집이다. 초롱초롱 우주적 어둠을 밝혀주는 가냘픈 시인의 노래가 우주 저 끝에 가닿는 경이로움이 바로 서정의 힘이다.

  • 「우주 메시지」는 주제를 밀고 나가는 힘이 강한 시집이다. 철학적 주제를 서정의 언어로 담아내는 공력이 오래 되었음을 이번 시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우주를 연결하는 거대한 그물의 세계와 맞닿아 있는 내면 세계를 서술하는 그의 상상력이 뿜어내는 생명력은 이 시집을 힘차게 들어 올리는 원천적 힘이다.

책 속으로

〈볼수록 낯선 사람
- 자화상〉

아파도 아는 사람 앞에서는
웃어주고 찝찝해도 눈 안에 넣고
거울 마주 보면 낯선 사람은 밀어내고
오래 되새김질하면 날아와
내 어깨에 앉는 한 마리 휘파람새

가슴 훑어 내릴수록 다정해서
그 휘파람 따라 바깥으로
막연하게 날다 새파란 꿈들이
꿈틀거려 그날 공중에서의 질투를 만나
프랑스 파리에 머문 날갯짓
그곳 내가 오르던 몽마르트(Montmartre)
거기서 본 앙증맞은 포도원 들판을 향해
눈 시리도록 소원성취하길 빌던
사크레콰르 성당 첨탑 위로
1994년 11월 내 젊은 날의 불꽃 타오른다
그 성실함보다 자존심을
토해내다 바로‘꿈 공장’ 거기서부터
파리 활주로에서 비행기 탑승 줄곧
한반도 대한민국 둥지로 향해
그대 잠들지 못한 본 모습으로 안착했다

돌아눕는 날들 빗방울들이 일으켜주는
나의 침대 거기에도 또 하나의 젊은 숨소리
질박한 공분에 덜덜대던 서사구조만
낯설 뿐이겠냐
마주 본 거울 접어 넣고 언젠가 떠날
여행 가방에 넣어버렸지만 자꾸
눈이 가는 기억들 낯설어 가는 당신

〈악보 없는 초저녁〉

둥지에서 뛰어내리며 목을 뽑는
씨암탉 희열 소리 궁금증에
열리는 파란 창 너머
줄무늬돌고래 떼의 뜨개질
소리와 겹쳐지네

어디로 흔들고 다니던 울보
앉아 놀도록 저녁 붉은 의자가
다가와 앉힐 때
가야금 줄 건드리듯 날갯짓으로 저
웃음소리로 떠들어대는 백로왜가리 떼
그 사이에 산비둘기 떼마저
무명베 서로 잡아당기듯
타원형 그리는 날갯짓을 하네

떠오르는 보름달보다 크게 빚는
밀개떡 먹는 저녁 별들이
도랑사구 쌀 씻는 손놀림에 쫑긋
귀 세우다 앞발 내미는 고양이도
달구새끼들 걸음 모르는 체하네

앙큼한 저녁 새침한 꼬리 끝자락
감출수록 판타지 보컬
앙상블 펼치고 있네

〈웃는 돌고래〉

헐렁한 바람의 곡선을 살피고 있네
도르래 줄잡고 춘향이 그네뛰기 하네
밀썰물 알고 눈웃음치는 상괭이 돌고래
너울 파도에서 치즈 찾는 열세 마리

타원형으로 파심(波心) 휘감아대듯
바닷물 웃음 공기방울로 고리 만들어
파동 갈라내며 0과1밖을 콜라주하네

거대한 청무우 베듯 파고 깎기도 하네
바다 줄무늬 쪽으로 섬들마저 불러서
은하수 유리창에 뿌리내린 무지개 놀이하네

4분의 2박자 폴카 춤 펼치고 있네
돛폭이 찢어지지 않을 만큼이나
앞 다퉈 짜깁기 돛 바느질 하네

뭉게구름 끌어안는 파도소리
내뿜어 우주분수대놀이를 하네

출판사 서평

제8회 〈한국서정시문학상〉을 수상한 시집인 「우주 메시지」는 시인의 17번째 시집이다. 1979년 「시문학」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왔으니까 시력이 40여 년을 넘기고 있는데, 그동안 시인은 「시골햇살」과 「섬」을 비롯하여 16권의 시집을 상재한 바 있다. 비평집 「초현실주의 시와 시론」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로 초현실주의적 기법과 정신으로 창작에 임해 왔으며, 이를 통해서 이상과 김춘수로 대변되는 우리 시단의 아방가르드적인 전통을 이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서정시문학상”은 이렇게 외곬으로 한 우물을 파면서 새로운 서정의 양식을 갱신해 온 시인의 노력과 열정에 대한 보답이라 하겠다.
그동안 시인은 초현실주의의 예술 기법인 시각콜라주와 언어콜라주를 비롯한 몽타주와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그리고 프로타주(frottage)와 그라타주(grattage), 칼렁부르(calembour)와 블라종(blason), 아나그램(anagram) 등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무의식과 의식, 현실과 초현실이 서로 충돌하며 생성하는 몽환적이면서 역동적인 이마고(imago)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기법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시인의 전지구적인 상상력인데, 만주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히말라야산맥, 시나이반도, 고대 이집트 유적지, 파리 콩코르드, 이구아수폭포, 안데스산맥, 마추픽추 등을 거쳐 인도네시이의 섬에 이르는 시적 공간의 광활함이 압도적이었다. 이번 시집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시적 공간과 상상력이 리오 데 자네이로를 비롯하여 남극의 테라노바베이, 그리고 화성(火星)의 매리너 계곡(Valles Marineris)까지 확장되고 있는데, 이러한 거시적인 시각보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시인의 관점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운행 원리와 그 속에서 숨 쉬는 삶의 섭리에 대해서 관조적인 시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드론을 띄워서 산과 계곡을 관찰하거나 우주선을 타고 나가서 지구의 생태계를 관찰하는 것과 같은 시각의 전이와 초월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61043243
발행(출시)일자 2022년 10월 30일
쪽수 160쪽
크기
130 * 211 * 14 mm / 365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현대시 기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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