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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책에서는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에서부터 공약을 끝까지 지키는 정치에 대해서, 외교관의 자질과 올바른 교육 방향, 국가 위기 타개책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실로 작금의 한국 정치와 사회의 난맥상을 해결할 만한 효과 있고 유효적절한 대책들이 선비들의 대책을 통해 가감 없이 제시되고 있다.
각 편마다 왕의 물음(책문)과 선비들의 대답(대책), 역자의 해설(책문 속으로)로 구성하여, 딱딱한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역사인문교양서로 발전시켰다. 당시의 시대상황과 그 시대에 등장했던 인물들ㅡ조광조, 성삼문, 신숙주, 권벌 등의 대답을 살펴보면 책문을 통해 왕이 얻고자 한 인재들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 수 있다.
▶ 이 책은 2004년에 출간된 《책문》(소나무)의 개정판입니다.
작가정보

저자 김태완은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초, 중등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숭 실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율곡 이이의 책 문을 텍스트로 삼아 실리사상을 연구하여 철학 박사학위 를 받았다. 숭실대, 경원대 등에서 동양철학, 한국철학 등 을 강의하였다. 현재 광주광역시 소재 지혜학교 철학교육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책문》은 조선시대 고급공무원 선발 시험인 대과의 마지 막 단계에서 출제한 시험과 답안의 한 유형인 책문 가운데 에서 오늘의 산재한 정치·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만한 의 미 있는 글들만 가려 뽑아서 엮었다. 조선의 왕들은 책문 에서 당대에 해결해야 할 정치, 문화, 제도개혁, 인사, 치 안·국방, 외교, 교육, 조직혁신 등의 온갖 현안을 묻고 선 비들은 정치의 원칙과 학자적 소신에 입각해 거침없이 대 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원칙과 도덕이 부재 한 우리 시대의 권력의 성찰과 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정신을 모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율곡 문답》, 《경연, 왕의 공부》, 《시냇가로 물 러나 사는 즐거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성학집요》, 《상수역학》, 《도교》, 《고전이 된 삶》 등이 있다.
목차
- □ 책문을 읽기 위해: 책문, 시대의 시험
1장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방안
책문: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은 무엇인가?(세종)
대책: 역사의 사례에서 배워야 합니다(성삼문)
언로를 열어 직언을 들으셔야 합니다(신숙주)
깃털처럼 보잘것없는 의견도 들으소서(이석형)
책문 속으로: 성삼문과 신숙주, 매화와 숙주나물
2장 공정한 인재 등용의 원칙
책문: 어떻게 인재를 구할 것인가?(세종)
대책: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해 쓰소서(강희맹)
책문 속으로: 연못에 발을 담근 정자처럼
3장 공약을 끝까지 지키는 정치
책문: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중종)
대책: 쉬울 때에는 어려움을, 시작할 때에는 끝을 생각하소서(권벌)
책문 속으로: 닭실마을과 충재공 권벌 이야기
4장 이상 정치를 실현하는 방법
책문: 오늘과 같은 시대에 옛날의 이상 정치를 이루려면 무엇에 힘써야 하는가?(중종)
대책: 참된 마음에서 나와야만 행정이 실효를 거두고 기강이 떳떳하게 섭니다(조광조)
책문 속으로: 조광조, 좌절된 개혁의 안타까운 기억
5장 술의 폐해를 근절하는 방법
책문: 술의 폐해를 논하라(중종)
대책: 때에 맞게 술을 마시고, 절도 있게 쓰이면 됩니다(김구)
참으로 절제하고 절제하면 술 마심에 근심할 일이 없습니다(윤자임)
책문 속으로: 중종과 김구, 깊은 밤에 독대하다
6장 외교관의 자질
책문: 외교관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중종)
대책: 재능보다 덕을 우선해야 합니다(김의정)
책문 속으로: 조선과 중국, 그리고 대한민국과 미국
7장 부국강병을 위한 인재등용
책문: 나라를 망치지 않으려면, 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명종)
대책: 진리를 탐구하고, 소인을 가려내야 합니다(노진)
책문 속으로: 사화의 흔적들, 군자를 찾아서
8장 올바른 교육의 길
책문: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명종)
대책: 학문의 진리가 마음을 즐겁게 해야 합니다(조종도)
책문 속으로: 유가 지식인의 지상과제, 정치와 교육
9장 정부 조직 개혁안
책문: 육부의 관리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명종)
대책: 정치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김효원)
책문 속으로: 주자의 마스터 플랜
10장 난세의 국가경영
책문: 정벌이냐 화친이냐?(광해군)
대책: 정벌은 힘, 화친은 형세에 달려 있습니다(박광전)
책문 속으로: 조선이 선택한 문치주의의 운명
11장 국가 위기 타개책
책문: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위기를 구제하려면?(광해군)
대책: 겉만 번지르르한 열 가지 시책들을 개혁해야 합니다(조위한)
책문 속으로: 광해군 죽이기
12장 지도자의 리더십
책문: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광해군)
대책: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에게 있습니다(임숙영)
책문 속으로: 위험한 발언과 고뇌하는 광해군
13장 인생무상
책문: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광해군)
대책: 인생은 부싯돌의 불처럼 짧습니다(이명한)
책문 속으로: 섣달 그믐밤의 슬픔
□ 후기: 책문, 왕과 세상을 향한 목소리
책 속으로
“마음은 정치의 근본이고, 법은 정치의 도구이다.” 모든 변화는 마음에서 일어나고, 모든 정치는 마음에서 이루어집니다. 윗사람이 이 마음을 간직하고 법을 적용한다면, 정치를 함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옛날 현명한 임금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다만 이렇게 했을 뿐입니다. 나라는 한 사람을 주인으로 삼고, 임금은 마음을 주인으로 삼습니다. 아직 밖으로 표현되기 전에 마음을 간직하고 길러야 하며 바야흐로 마음이 싹틀 때 잘 성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라의 온갖 일이 지극히 번잡하더라도 하나하나 잘 다스릴 수 있고, 백관이 비록 많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 다 부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일은 임금님의 마음이 주관해야 할 일입니다.
- 1장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방안, 성삼문 대책 중에서
근본은 반드시 인재를 얻어서 일을 맡기는 데 달려 있습니다. 적합한 인재가 있는데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그 말을 따르지 않거나, 그 말을 따르더라도 그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비록 법을 하루에 백 번 바꾼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신은 네 가지 폐단을 구제하는 일이 사람을 쓰는 데 달려 있다고 한 것입니다.
- 1장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방안, 신숙주 대책 중에서
“세상의 일은 폐단을 제거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구제할 방도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구제할 방도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의견이 채택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 1장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방안, 이석형 대책 중에서
역사적 평가는 시대에 따라,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수양대군이나 신숙주를 얼마든지 ‘변명’하면서 그들의 처지를 옹호하거나, 그들의 판단과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화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역사는 사실을 해석한다. 그러니 윤씨 부인의 자결이건, 숙주나물의 유래건, 사육신의 갖가지 야담이건, 그것들은 모두 나름대로 민중이 생각하고 바라는 삶의 진실을 드러내준다.
- 1장 ‘책문 속으로’ 중에서
세상에 완전한 재능을 갖춘 사람은 없지만, 적합한 자리에 기용한다면 누구라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입니다.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면, 탐욕스런 사람이나 청렴한 사람이나 모두 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점만 지적하고 허물만 적발한다면,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사람은 쓸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쓸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 2장 공정한 인재 등용의 원칙, 강희맹 대책 중에서
군주는 마음을 크게 가져야 하는 까닭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음이 싹트기 전에 간직하고 기르며, 싹텄을 때 반성하고 살펴서, 사물과 몸에 예속되지 말아야 합니다. 쉬울 때 어려움을 생각하며, 작은 일에서 시작하여 큰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시작할 때는 마칠 때를 생각하고, 시작을 잘했으면 끝마무리도 잘해야 합니다. 이 마음을 처음이나 끝이나 한결같이 유지한다면, 우리나라의 신하와 백성이 행복해질 것 이고, 오래도록 나라가 잘 다스려져 편안해질 것입니다.
- 3장 공약을 끝까지 지키는 정치, 권벌 대책 중에서
모든 일이 이와 같은 참된 마음에서 나와야만 행정이 실효를 거두고, 기강이 떳떳하게 서며, 법도가 법조문에만 치우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만약 말단으로 기강과 법도를 삼고 도리어 오묘한 마음과 성실한 도를 현실에 당장 쓸모가 없다고 여겨 힘쓰지 않는다면, 이는 마치 산에서 물을 찾고 물에서 나무를 찾는 것과 같아, 끝내 아무런 효험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이 기강의 본질이고 법칙입니다.
- 4장 이상 정치를 실현하는 방법, 조광조 대책 중에서
사람들은 대개 술이란 제사를 위해서 만든 것이지 놀고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며, 잔치 때 마시기 위한 것이지 곤드레만드레 취하라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마다 의지를 갖고 분수를 지키면 술이 내 마음을 침범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하면 저절로 욕망이 생기지 않을 것이고, 술의 폐해가 내 몸을 해치거나 상하게 할 수 없게 되어서 자연히 몸을 닦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백성은 술 대신 선을 숭상하고, 술 대신 의를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 5장 술의 폐해를 근절하는 방법, 김구 대책 중에서
제사가 근본에 보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안다면 경건하게 술을 사용하도록 가르쳐서 제사를 지내게 하고, 잔치가 화목을 위해 베풀어진 것임을 안다면 화목을 위해 술을 사용하도록 가르쳐서 잔치를 베풀게 해야 합니다. 친족을 친하게 대하는 가르침을 매양 겨레붙이와 화합하기 위한 음주에 덧붙이고, 공경하는 가르침을 임금과 신하 사이에 걸쳐 있도록 해야 합니다.
- 5장 술의
출판사 서평
◈ 책 소개
1. 책문, 위기의 시대에 묻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13가지 근본 정책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세상을 향한 출사표지만, 단순한 출사표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건 바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선비들의 대책들이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불통과 모순의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원칙 있는 해법으로까지 읽힐 수 있다는 데에 이 책의 남다른 문제의식이 있다.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는 사실 2004년에 출판돼 그해의 주목할 만한 인문서로 선정되는 등 당시의 인문출판시장의 한 획을 그은 의미 있는 저작물이었다. 그런데 왜 1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저자는 이 책을 다시 출판하게 되었는가? 그건 바로 지금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불통과 무원칙이 횡행하는, 역사발전의 퇴행으로 치닫는 작금의 한국 사회에 대한 지식인의 책무와 올바른 역사방향을 제시하고 싶은 저자의 오랜 고뇌의 흔적에 다름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국민은 언제 자기 앞에 닥칠 지도 모를 미증유의 위험에 전전긍긍하며 자기 앞의 생을 챙기기도 벅차다. 메르스의 음험한 공기가 전국을 흉흉하게 떠돌아다니고, ‘세월호 참사’라는 초현실적인 재앙으로 304명의 아까운 생명이 바다 속에 수장돼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지도자가 없다. 국가의 최고책임자는 ‘절반의 국민만을 위한 지도자’이기를 갈망하고, 국가는 소수의 지배엘리트와 재벌만의 이익을 위해 작동한다.
우리 사회는 현재 신자유주의 이념이 경제를 지배하고, 소수 지배 엘리트가 권력을 독점하고 국정을 농단함으로써 국가는 소수의 대기업과 기득 권력집단이 이익을 확대재생산하는 마당이 되고 말았다. 정치의 공공성은 실종되었고, 경제의 정의는 공공연히 무시당하고 외면당하고 있다. 정치인은 시민이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저열함과 저속함, 후안무치를 되풀이한다. 권력을 유지하고 물려주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도의도 상식도 저버린다. 우리의 정치는 아예 명분을 내세우려고 하지 않는다. 술이 익어서 부글부글 끓는 데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두면 흘러넘친다. 민심은 속으로 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책문의 정신’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공자가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면 스승 노릇 할 수 있다 하였으니 조선시대의 옛것인 책문을 어떻게 오늘날 새로운 의미와 가치로 읽어낼 수 있을까? 조선시대의 책문을 읽어보면 책제나 대책이나 어쩌면 그렇게 오늘날의 현안과 문제의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는지 실로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그러니 공자의 온고이지신이라는 설교는 여전히 우리에게 천둥 같은 울림을 울리고 있다
공자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였다. “정政이란 정正입니다.” 정치란 바로잡는 행위이다. 정치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분쟁을 공정하게 판결하고, 권리를 공정하게 보장하는 행위이다. 기울어진 것을 바로 세우고, 치우친 것을 바로 잡고, 부정한 것을 바르게 하고, 휜 것을 반듯하게 하고, 편중된 것을 고르게 나누는 일이다.
책문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2.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는 어떤 책인가?
시대를 초월하는 애민?애국을 위한 13개의 물음과 대책!
500년 전, 조선의 선비들이 왕의 물음에 답했던 13가지 대책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국가의 운영이나 인재 등용, 국정 농단에 대한 근본해법은 지금보다 훨씬 더 원칙적이고 간담을 서늘케 하는 대책들로 왕을 곤혹스럽게 까지 하고 있다. 책에서는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에서부터 공약을 끝까지 지키는 정치에 대해서, 외교관의 자질과 올바른 교육 방향, 국가 위기 타개책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실로 작금의 한국 정치와 사회의 난맥상을 해결할 만한 효과 있고 유효적절한 대책들이 선비들의 대책을 통해 가감 없이 제시되고 있다. 때로는 왕의 입장에서 잘한 것을 잘했고, 잘못한 것은 지적하는 그들의 원칙 있는 융통성을 대하며 지금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국민을 위한 정치’와 ‘미래를 내다보는 국정 운영’이 얼마나 원칙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국정일 수밖에 없는지를 상징적으로 비교해보게 된다.
조선의 르네상스라 할 만한 세종 시대에 진정한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상문과 신숙주의 대책과 인재 등용의 원칙에 대한 강희맹의 시의적절한 대책 등은 왜 세종조가 언로가 살아있는 민의의 시대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또한 이상 정치의 실현을 묻는 중종의 책문에 ‘참된 마음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행정이 실효를 거두고 기강이 선다’는 조광조의 대책은 도학주의자의 면모를 십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밖에도 나라의 근심이 어디에 있냐는 광해군의 책문에 ‘왕, 당신이 근심의 원인이라’고 일갈하는 임숙영의 태도에서 결결한 선비의 자취를 제대로 느끼게 된다.
저자의 역사의식이 돋보이는 재미와 의미를 꿰뚫는 선비의 휴먼스토리, ‘책문 속으로’
이 책이 단순히 5명의 왕(세종,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의 책문에 대한 16명의 선비들의 대책으로만 엮어졌다면 그 딱딱하고 음울한 과거의 현장밖에는 독자들은 느낄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처럼 심각하고 팽팽한 책문의 건조한 분위기에 ‘책문 속으로’라는 인간적인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책의 품격을 딱딱한 보고서에서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역사인문교양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저자는 성삼문과 신숙주의 서로 다른 삶을 조명하며 ‘역사에서 신숙주는 과연 변절자로만 기록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도학자 조광조의 어린 시절을 그리며, 자신을 사모하던 여인에게 회초리를 들이댄 야사나 갖바치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인간 조광조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권벌을 소개하며 경북 봉화지역의 닭실마을을 통해 저자의 어린 시절 반촌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게도 하고, 명종조 사화의 흔적들을 되짚으며 명종이 왜 그토록 조직 개혁을 위해 애쓸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유가의 마스터 플랜으로서의 유교정치와 교육의 관계, 허약한 정치기반 때문에 재임 내내 편치 않은 국정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광해군의 인간적 면모를 들춰내며 과연 조선의 외교와 사대관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특유의 역사관과 자전적 성장기를 절묘하게 엮어 재미와 의미를 관통하는 독특한 역사철학교양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인을 위한 미려하고 정확한 고증과 문장, 발로 찍은 책문 문화유산 자료들
이 책의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현대인들이 읽기 쉽고 알기 쉽게 재해석한 저자의 정확하고 유려한 고전 풀어쓰기이다. 저자는 기존에 출판했던 텍스트를 전면 수정과 재해석해 지나치게 많은 한문투 번역과 읽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쉼표의 남발을 없애 독자들이 물 흐르듯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문장 흐름에 역점을 두었다. 또한 각 장의 말미에 역주를 달아, 본문의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가급적 역사적 사료와 정확한 문헌 해석을 통해 해당 문맥의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역주 해설에 정성을 들였다.
또한 기존의 책에서 관련 고서 위주의 사진들을 대거 탈피해 선비들의 문화유적지를 직접 방문해 현존하는 사당과 향교, 문화유적 등을 사진에 담아 현장성을 살리도록 노력했다. 또한 결결한 도학자들의 선비정신을 엿보고자 그들이 남긴 글씨들도 사진자료로 제시하고자 했다.
3. 책문이란 무엇인가?
책문은 어떤 과거 시험인가?
이 책은 조선시대 고급공무원 선발 시험인 대과의 마지막 단계에서 출제한 시험과 답안의 한 유형인 책문 가운데에서 오늘날 사람들이 읽어도 의미가 있을 글들을 가려 뽑아서 엮은 책이다. 책문은 시대의 물음이다. 시대가 출제한 시험이다. 곧 당대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에 빗대어 문제를 내고 그 문제에 대해 응시자가 자기의 역사의식, 정치철학, 인문교양을 총망라하여 해법을 제출한다. 그리하여 책문이란 권력을 갖고 권력을 행사할 사람의 권력에 대한 이념과 철학, 권력 운용의 역량과 비전을 묻는 시험이다. 그러므로 조선시대를 이끌어간 수많은 문신관료들은 그가 어떤 삶을 살았던 간에 적어도 관료로 출사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때는 관료로서 자기가 처한 시대와 역사에 대한 성찰, 학자 관료로서 세계를 보는 자기의 세계관을 책문을 저술함으로써 치열하게 점검하고 성찰했다
책문이 다루고 있는 문제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책문의 문제는 정치, 문화, 제도 개혁, 인사, 치안과 국방, 외교, 교육, 조직 혁신 등 한 사회가 마주하는 온갖 현안을 망라한다. 이런 사회 현안에 대해 젊은 지식인 선비들은 정치의 원칙과 학자적 소신에 입각하여 거침없이 대책을 제시하였다. 이들이 제출한 책문의 주지主旨는 권력의 성찰과 사회의 모순의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책문을 제출하여 관료로 출사한 선비들도 거의 대부분 재빨리 권력집단으로 흡수되어서 구악舊惡의 청산을 부르짖던 사람이 청산의 대상이 되는 역설을 반복하였지만 적어도 이들은 관료로 출사하는 첫 관문에서만큼은 한 사회의 지식인으로서 시대적 과제를 자임하고 있었다.
위기의 시대에 책문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에서 다루는 책문이 제출된 시대는 세종,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 대이다.
세종은 전 왕조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혁신하기 위한 결과로 성립된 조선왕조의 체제를 다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권력 내부의 투쟁의 후유증을 청산하고 새로운 왕조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기틀을 다져야 할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었다.
반정을 통해 권력을 획득한 중종은 연산군의 폭정이 가져온 민생의 파탄, 권력의 부패, 사회 기강의 붕괴 등 거의 재건 수준에서 국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떠맡았다. 그러나 중종의 반정을 주도한 세력은 대다수가 스스로 청산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반정의 이념을 명실상부하게 견지하려는 신진 세력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
명종은 조선정치사에서 훈구세력이 주도하는 정치에서 사림세력이 주도하는 정치로 전환하는 시기에 조선을 경영한 군주이다. 연산군 때 일어난 무오사화와 갑자사화, 중종 때 일어난 기묘사화, 명종 때 일어난 을사사화를 거치면서 사림은 학문과 이론, 향촌사회의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정계에 발판을 넓히고 마침내 선조 때에는 정치를 주도하게 되었다. 문정왕후의 섭정과 윤원형 일당의 장기간에 걸친 전횡은 양심 있는 지식인이 주도하여 새로운 사회를 열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선조는 건국한 지 두 세기가 지난 조선사회의 정치경제적 모순이 전면적으로 드러난 시기에 사회 모순을 해결하고, 국가를 재건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떠안고서 조선의 권력을 물려받았다. 임진왜란이라 불리는 조선과 일본 간의, 그리고 명이 끼어들어 7년 동안 이어진 전쟁은 조선을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분수령이 되었다. 명의 개입과 민관군의 희생으로 왜란을 수습함으로써 선조는 바람 앞에 꺼져가는 등불처럼 사그라들던 조선의 명운을 간신히 이어주었다.
광해군은 분조分朝활동을 통해 임진왜란을 수습하고, 중국대륙의 주인이 바뀌는 경천동지하는 국제정세에 직면하여 조선을 안착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다. 광해군과 그의 시대는 우리에게 여러 모로 역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약소국의 생존을 위한 외교전략, 정당성과 정통성의 시비에 휘말리는 권력의 허약한 권위, 권력의 기반이 되는 지지 세력의 무능과 부패가 정치세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감내해야 했다. 이처럼 위기의 시대에 절실하게 시대를 헤쳐 나갈 책문과 대책을 원했던 왕들은 미래를 짊어질 신진엘리트들을 통해 나라의 명운이 달린 근본해법을 찾기에 골몰했고, 이에 젊은 사대부로서 선비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이 구상하는 국정운영의 혜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5124480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6월 15일 |
쪽수 | 489쪽 |
크기 |
152 * 211
* 28
mm
/ 803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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