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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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개와 함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반려견 인구 천만을 넘어선 오늘날 인간에게 이런 질문은 필연적이다. 이 질문에 시인들이 시와 산문으로 답했다. 남지은 시인은 “개와 함께한다는 것은 나 아닌 한 생을 돌보는 것. 태어남부터 사라짐까지 한 존재의 반짝임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하 시인은 개와 함께한 이후 자신은 “개의 시인이 되었”으며 “덕분에 세상을 보는 창이 밝은색 필터를 씌운 것처럼 환해졌”다고 고백했다. 또, 심보선 시인은 “강아지들을 키우면서 죽음과 이별을 배웠”고 “내 영혼의 일부는 분명 강아지들이 키웠”노라 적었다.
이쯤이면 개를, 인간의 가장 오랜 친구를 넘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종異種의 혈육’이자 어린 인간에게 사랑과 이별을 최초로 가르쳐준 ‘첫 스승’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작가정보
2016년 제주로 이주했다. 그해 태어난 신지와 함께 산다. 위기에 처하면 ‘귀여움만이 나를 구원한다’는 주문을 외운다. 시집 『내가 훔친 기적』을 냈다. 현재는 강아지와 아기를 함께 돌본다. 매일이 고되지만 구원은 엄청나다.
2009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이 있다.
2012년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14년 전 아빠의 오토바이에 실려 온 아기 시추 짱이를 만났다. 지금은 어르신이 된 짱이의 껌딱지 보호자.

개와 하는 산책을 좋아한다. 가방 속에는 늘 개똥을 치울 여분의 봉지가 있다. 복자의 오빠였고 지금은 뭉치, 코코, 까망이네 형이다.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배가 산으로 간다』가 있다.
해피를 잃고 다시는 개와의 인연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던 인간. 지돌(지단과 은돌)을 만나고 다시 개의 영혼과 접속을 시도하는 인간. 지돌과 가까워질 때마다 양손에 두려움과 기쁨을 꼭 쥐는 인간. 가끔 내가 목줄을 차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목을 만져보는 인간. 시집 『내가 나일 확률』이 있다.

시인, 사회학자.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앞에 없는 사람』, 『슬픔이 없는 십오 초』가 있다.
201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감은 눈이 내 얼굴을』이 있다. 보옹이와는 함께 몇 년을 같이 산 사이이고 지금은 전주에 내려갈 때마다 만난다.

시집 『온갖 것들의 낮』,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가 있다. 호두에게 ‘앉아’, ‘손’, ‘기다려’ 등을 요청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내가 더 잘하기 때문이다. 앉기, 손 주기, 기다리기를 잘한다.
2001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피터래빗 저격사건』, 『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 『우유는 슬픔 기쁨은 조각보』가 있다. 음악 하는 소년과 프로그래머인 남자, 그리고 ‘호두’라는 이름의 갈색 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시와 소설을 쓴다. 장편 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이 있다. 강아지 간식을 종류별로 먹어봤다.
목차
- 여는 글 | 시답고 개다운
강지혜 | 여섯 개의 작은 발로 | 죄책감 | 신지와 나 〈내 옆에 있어줘〉
김상혁 | 내가 잘 모르는 강아지 | 기적의 시간 | 김살구와 나 〈결혼식에 난입한 강아지〉
김소형 | 개의 신 | 당근 | 꼬미와 몽이와 나 〈사냥개 관찰 일지〉
남지은 | 수평의 세계 | 기척 | 짱이와 나 〈사랑하는 나의 작은 개〉
민 구 | 이어달리기 |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아 | 복자와 나 〈죽은 강아지 나라〉
박세미 | 접속 | 꿈의 형벌 | 해피와 지돌과 나 〈해피라는 첫,〉
박시하 | 밀리에게 | 존재의 흐린 빛 | 밀리와 나 〈동네 친구 만들어준 비글미〉
박 준 | 단비 | 줄 | 달비와 하비와 나 〈더키, 코코, 달비, 하비〉
서윤후 | 너는 있다 | 부서지기 쉬운 | 서행복과 나 〈안간힘을 무릅쓰고〉
성다영 | 실공 | 어떤 일의 끝 | 오디와 나 〈동물 오디〉
송승언 | 개는 모른다 모르는 개는 안다 | 발이 닿는 곳마다 | 마초와 나 〈마초의 모험〉
심보선 | 강아지 이름 짓는 날 |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 보리와 나 〈나는 개 옆에서 살아왔다〉
안미옥 | 조율 | 엉망 | 여름이와 나 〈그래도 괜찮아〉
안태운 | 흰 개를 통해 | 안개비 | 보옹이와 나 〈보오오오옹!〉
원성은 | 이리(Eerie) 테글턴 | 수영 | 초코와 나 〈초코 사랑〉
유계영 | 그 개 | 우리는 슬픔 말고 맛과 사랑과 유머 | 호두와 나 〈개와 개 아닌 마음〉
유형진 | 개들의 이름 | 모르텐과 똥 먹는 개 | 호두와 나 〈산책 후 졸음〉
임솔아 | 무릎 | 예의 | 쁘띠와 깜지와 나 〈쁘띠가 낳은 깜지, 반지, 꼭지〉
정다연 | 더는 비가 잦아들길 기다리지 않겠지 | 우리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 밤이와 아롱이와 나 〈풍경 찾기〉
최현우 | 코코, 하고 불렀습니다 | 집에 혼자 두지 말랬잖아 | 코코와 나 〈그때서야 생각해볼게〉
책 속으로
아기 강아지, 늙은 개, 무지개다리
-만남부터 이별까지
너를 만나 내가 바닥이라 믿고 있던
것이 무너졌어 그렇기에
비로소 나는 날아올랐지
빛이 드는 쪽으로 한 걸음 더
-「여섯 개의 작은 발로」 부분
개와 인간의 지극히 사적인, 그러나 역사적인 첫 만남. 두 생애를 흔들어놓을 거대한 충돌이다. 양 손바닥 위에 가뿐히 올라가던 작은 생명이 인간의 일상을 온통 헤집어놓을 줄이야. 뒤죽박죽이 된 인간의 일상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곤혹스러울 것이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즐겁다. 개를 만나기 이전의 질서를 잃는 대신 인간은,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된다.
혼자서는 몰랐을 길을 걸을 때나
혼자서는 맞지 않았을 비에 흠뻑 젖을 때에도
메리와 함께 기쁘다 언닌
-「기척」 부분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어린 개는 자란다”(「엉망」). 인간의 시간과 개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른다. 인간의 한 해는 개의 일곱 해. 인간보다 어렸던 개는 머지않아 인간을 앞지른다. 개는 성큼성큼 늙어간다. 개의 무늬와 상관없는 흰털이 돋아나고, 움직임이 줄어들며, 예민했던 코와 귀가 서서히 둔해지는 것을 인간이 먼저 실감한다. 사랑하는 대상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는 일에는 당연한 슬픔이 따른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라면, 무지개다리 너머를 상상할 수 없다면, 인간은 다시 한 번 개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시인들이 노래한 개와의 이별은, 다만 “어느 행복한 영혼이 꽃과 햇살을 경쾌하게 지나치듯” 제 몫의 “갈 길”을 가는 것. “뒤돌아보지 않는”(「내가 잘 모르는 강아지」) 것.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개의 신」) 것. 그런데 어떤 이별이, 어떻게 이별이, 이토록 간결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우리의 냄새에 맺히는 건
오랜 떨림이었으므로
잃어버린 것을 찾지 않기로 한다
너는 내 이름을 한 번도 불러준 적 없으면서
내게 있다는 신비
햇빛이 꼬리를 흔든다
네가 늘 앉아 있던 자리를 향해서
너는 있다
-「너는 있다」 부분
개와의 이별이 고통스럽기만 한 것이 아닐 수 있는 이유는, 오래 지속되는 ‘감각기억’을 남기기 때문이다. 개가 떠난 후에도 인간의 곁에는 개의 감각이 일상의 보석처럼 함께한다.
당근을 아껴 먹던 개는 떠난 후에도 여름마다 돌아와 “쏟아진 당근 사이로 짧은 꼬리”를 보여주고 “당 근, 하면” “어디서든 달려”올 것 같은 기대를 주기도 하며(「당근」), 이미 땅에 묻어준 개는 어느 아침 “옆으로 와서 한숨을 쉬며” 눕기도 하다가(「나는 환생을 믿지 않아」), 급기야 “눈 감으면” “볼 수 있는”(「부서지기 쉬운」) 존재가 된다. 없어도 있다는 믿음, 죽어서도 살아있다는 느낌.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이별을 모르던 어린 인간은 개를 통해 “외로움의 강자”(「밀리에게」)가 된다. 개를, 내가 아닌 것을, 두려움 없이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르는 길 밖으로 나서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가볍게 가볍게 땅에 그어진 선의 경계를 훌쩍 뛰어 넘으며
이 걷기를 계속하자
-「우리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부분
다 알지 못한다 해도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하다
-말 통하지 않는 개와 마음으로 통하기
어린 개는 달린다
신발을 물어와 방 한가운데 두고
구름을 잔뜩 풀어헤쳐놓았다
(……)
개의 생각을 다 알지 못한다 해도
함께 산다
그것이 가능하다
(……)
개는 자라서 주인의 생각을 이해한다
개는 방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개는 조용하다
개는 기다린다
-「엉망」 부분
인간과 개의 역사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길다. 그만큼 인간과 개 사이의 감정 역시 일상의 언어를 통해서는 결코 설명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시인들이 마흔 편의 시로 옮긴 개와의 시간에는 사랑, 믿음, 우정, 행복, 영광, 죄책감, 그리움, 슬픔, 상실감, 두려움, 쓸쓸함이 있다. 또, 시의 언어를 통할 때에만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는 이름 없는 정서가 있다.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반짝이는 마음이 있다.
놀라운 것은 이토록 복잡하고 다채로운 마음의 겹에, 그것이 즐거운 것이든 아픈 것이든 간에, 모두 개의 온기가 묻어있다는 점이다. 인간보다 1도 높은 개들의 체온 말이다. 이 시집을 끌어안지 않을 수 없는 이유. 나 개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아마도 이 따끈따끈함이다.
출판사 서평
아기 강아지, 늙은 개, 무지개다리
-만남부터 이별까지
너를 만나 내가 바닥이라 믿고 있던
것이 무너졌어 그렇기에
비로소 나는 날아올랐지
빛이 드는 쪽으로 한 걸음 더
-「여섯 개의 작은 발로」 부분
개와 인간의 지극히 사적인, 그러나 역사적인 첫 만남. 두 생애를 흔들어놓을 거대한 충돌이다. 양 손바닥 위에 가뿐히 올라가던 작은 생명이 인간의 일상을 온통 헤집어놓을 줄이야. 뒤죽박죽이 된 인간의 일상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곤혹스러울 것이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즐겁다. 개를 만나기 이전의 질서를 잃는 대신 인간은,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된다.
혼자서는 몰랐을 길을 걸을 때나
혼자서는 맞지 않았을 비에 흠뻑 젖을 때에도
메리와 함께 기쁘다 언닌
-「기척」 부분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어린 개는 자란다”(「엉망」). 인간의 시간과 개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른다. 인간의 한 해는 개의 일곱 해. 인간보다 어렸던 개는 머지않아 인간을 앞지른다. 개는 성큼성큼 늙어간다. 개의 무늬와 상관없는 흰털이 돋아나고, 움직임이 줄어들며, 예민했던 코와 귀가 서서히 둔해지는 것을 인간이 먼저 실감한다. 사랑하는 대상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는 일에는 당연한 슬픔이 따른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라면, 무지개다리 너머를 상상할 수 없다면, 인간은 다시 한 번 개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시인들이 노래한 개와의 이별은, 다만 “어느 행복한 영혼이 꽃과 햇살을 경쾌하게 지나치듯” 제 몫의 “갈 길”을 가는 것. “뒤돌아보지 않는”(「내가 잘 모르는 강아지」) 것.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개의 신」) 것. 그런데 어떤 이별이, 어떻게 이별이, 이토록 간결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우리의 냄새에 맺히는 건
오랜 떨림이었으므로
잃어버린 것을 찾지 않기로 한다
너는 내 이름을 한 번도 불러준 적 없으면서
내게 있다는 신비
햇빛이 꼬리를 흔든다
네가 늘 앉아 있던 자리를 향해서
너는 있다
-「너는 있다」 부분
개와의 이별이 고통스럽기만 한 것이 아닐 수 있는 이유는, 오래 지속되는 ‘감각기억’을 남기기 때문이다. 개가 떠난 후에도 인간의 곁에는 개의 감각이 일상의 보석처럼 함께한다.
당근을 아껴 먹던 개는 떠난 후에도 여름마다 돌아와 “쏟아진 당근 사이로 짧은 꼬리”를 보여주고 “당 근, 하면” “어디서든 달려”올 것 같은 기대를 주기도 하며(「당근」), 이미 땅에 묻어준 개는 어느 아침 “옆으로 와서 한숨을 쉬며” 눕기도 하다가(「나는 환생을 믿지 않아」), 급기야 “눈 감으면” “볼 수 있는”(「부서지기 쉬운」) 존재가 된다. 없어도 있다는 믿음, 죽어서도 살아있다는 느낌.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이별을 모르던 어린 인간은 개를 통해 “외로움의 강자”(「밀리에게」)가 된다. 개를, 내가 아닌 것을, 두려움 없이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르는 길 밖으로 나서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가볍게 가볍게 땅에 그어진 선의 경계를 훌쩍 뛰어 넘으며
이 걷기를 계속하자
-「우리 걷기를 포기하진 말자」 부분
다 알지 못한다 해도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하다
-말 통하지 않는 개와 마음으로 통하기
어린 개는 달린다
신발을 물어와 방 한가운데 두고
구름을 잔뜩 풀어헤쳐놓았다
(……)
개의 생각을 다 알지 못한다 해도
함께 산다
그것이 가능하다
(……)
개는 자라서 주인의 생각을 이해한다
개는 방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개는 조용하다
개는 기다린다
-「엉망」 부분
인간과 개의 역사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길다. 그만큼 인간과 개 사이의 감정 역시 일상의 언어를 통해서는 결코 설명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시인들이 마흔 편의 시로 옮긴 개와의 시간에는 사랑, 믿음, 우정, 행복, 영광, 죄책감, 그리움, 슬픔, 상실감, 두려움, 쓸쓸함이 있다. 또, 시의 언어를 통할 때에만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는 이름 없는 정서가 있다.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반짝이는 마음이 있다.
놀라운 것은 이토록 복잡하고 다채로운 마음의 겹에, 그것이 즐거운 것이든 아픈 것이든 간에, 모두 개의 온기가 묻어있다는 점이다. 인간보다 1도 높은 개들의 체온 말이다. 이 시집을 끌어안지 않을 수 없는 이유. 나 개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아마도 이 따끈따끈함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89467128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6월 24일 |
쪽수 | 176쪽 |
크기 |
130 * 207
* 16
mm
/ 26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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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컨셉의 시집인데 저에게는 내용이 너무 심오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