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에르 드 부아르(계간)(2021년 Vol 3)

《마니에르 드 부아르》 겨울호(V° 3)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에선 음악이 경제·사회 모델의 논리에 동화되는 현상, 군중이 영향력 있는 정치세력으로 변모하는 과정 속 음악의 위치, 아무 목적 없이 꿈을 쫓게 만드는 음악의 능력 등 음악과 정치와의 관계를 모든 각도에서 살펴봤습니다.
이번 ‘뮤직, 사랑과 저항사이’에서는 로큰롤, 재즈, 팝, 포크, 랩, 블루스, 레게, 클래식, MTV, 컨트리뮤직, 샹송, 살사, 탱고, 헤비메탈, 블랙메탈, 얼터너티브록, 리트로, 댄스홀, 테크노펑크, 그리고 BTS, 에릭 사티, 드뷔스, 쇤베르그, 밥 딜런 등 다양한 장르와 음악가들에 대한 수준 높은 진단과 전망을 담았습니다.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는 음악은 모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사치입니다. 음악은 즐거움과 나눔을 위한 것입니다. 〈마니에르 부아르〉가 다시 한 번 독자 여러분의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 책의 시리즈 (8)
작가정보
저자(글)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부
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미디어비평 행동단체인 Acrimed 회원. 프랑스 미디어 전망대 창립멤버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독립적이며 타협하지 않는 비판 언론을 중시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웹진인 〈 M?moire des luttes 투쟁의 기억〉에도 참여하고 있다.
에블린 피에예 Evelyn Pieille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문학과 예술 비평가. 극작가 겸 영화배우. 격주간지 〈La Quinzaine litt?raire〉에도 비평 기사를 쓰고 있다. 영화 〈L'inconnue de Strasbourg 스트라스부르의 낯선 여인〉(1998)를 비롯해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썼다. 북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영화 〈Ya bon les blancs 착한 백인도 있다〉(1988, 프랑스)에는 배우로도 출연한 바 있다. 저서로는 『Le Grand Th??tre 대극장』(2000), 『L'almanach des contrari?s 소외된자들의 연감』(2002), 『Une histoire du rock pour les ados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록의 역사』(Edgard Garcia 공저, 2013) 등이 있다.
쥘리에트 볼클레르 Juliette Volcler
독립 라디오 제작자. 소리음향 전문가로서 주요 저서로 『Comment s'inventa l'art de la manipulation sonore 소리 조작의 예술은 어떻게 만들어졌나』(2017), 『Extremely Loud (Sound as a Weapon 무기로서의 소리』(2011)가 있다.
실비 로랑 Sylvie Laurent
역사학자 겸 파리 정치대학 교수. 대학에서 미국 흑인들의 정치사와 문학사를 강의하는 한편, 사회적·인종적인 문제들에 특히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파리정치대학에 미국사 과정을 개설했다. 『La pauvret? odieuse du Blanc am?ricain 추악한 미국 백인 빈민들』(소르본대 출판부·파리·2011)의 저자.
로맹 크뤼즈 Romain Cruse
서인도제도 마르티니크 앤틸리스대 지리학 교수. 카리브제도 대중의 혁명사와 지정학, 정치 공간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에 『Le Mai 68 des Cara?bes 카리브제도의 68년 5월』(2018), 『Une g?ographie populaire de la Cara?be 카리브의 대중 지리학』(2014) 등이 있다.
에릭 델아예 ?ric Delhaye
저널리스트. 온라인 일간지 〈Midi Libre〉에서 지역 사회의 음악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전자음악 잡지인 〈Trax et Tsugi〉, 재즈잡지인 〈Vibrations et So Jazz〉에도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이브 외데스 Yves Eudes
전 〈르몽드〉 선임기자. 특히 사이버문화, 에너지 문제, 미국 이슈 등에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BBC와 PBC 등 유명 TV의 프로듀서를 역임했다.
타뫼르 메키 Thameur Mekki
튀니지 언론인. 〈Nawaat〉의 편집장. 튀니지 예술과 문화, 사회정치적 역동성 등에 관한 기사를 국제적인 프랑스어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코넬 웨스트 Cornel West
프린스턴 대학 교수. 종교사, 재즈사, 아프로-아메리칸 역사 전공. 저서, 『Race Matters 인종문제』(Beacon Press, 보스턴, 2001/1993)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알랭 비키 Alain Vicky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베냉 출신의 아프리카 전문 저널리스트. ‘스와질랜드, 아프리카의 기이한 절대군주국’, ‘나이지리아, 침묵하는 세대는 끝났다’, ‘과소비의 활화산,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다양한 기사를 게재해 왔다.
올리비에 피로네 Olivier Pirone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에디터.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중들의 삶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가자지구에 갇힌 팔레스타인들’, ‘가자지구에서 유행하는 절망의 약’, ‘팔레스타인 청년에게 항복이란 없다’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 제157호(‘식민지화된 팔레스타인 사람들’) 편집을 담당했다.
토마 소티넬 Thomas Sotinel
저널리스트 겸 영화평론가. 〈르몽드〉지의 음악담당기자, 아프리카 특파원을 거쳐 영화비평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제41회 홍콩 국제영화제 심사위원(2017)을 역임했다. 저서에 『Martin Scorsese』(2007)와 『Pedro Almodovar』(2007) 등이 있다.
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d
알제리 출신의 언론인이자 작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자. 저서로는 『L'Alg?rie, un pays emp?ch? (en 100 questions) 알제리, 어려운 처지의 나라(질문 100가지)』(2019), 『Pleine Lune sur Bagdad 바그다드의 보름달』(2017) 등이 있다.
아미리 바라카 Amiri Baraka
본명은 에버트 르로이 존스(Evert LeRoi Jones, 1934~2014)로, 작가이자 ‘흑인예술운동(Black Arts Movement)’의 창시자다. 저서로는 『Le Peuple du blues 블루스 사람들』(Gallimard, Paris, 1968) 등이 있다.
아가트 멜리낭 Agathe M?linand
극작가이자 연출가. 2008~2017년 툴루즈 국립극장의 공동경영자를 역임했다. 2016년 이후에는 작곡가 에릭 사티,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즈,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 등에 대한 기사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게재하고 있다. 앞서 1997년에는 그레노블 소재 알프스 국립연극센터에서 예술감독을 맡았다.
에드워드 W. 사이드 Edward W. Said
팔레스타인 출신의 영문학자로서 컬럼비아 대학교 비교문학 교수를 지냈으며. 주요 저서로는 대표작인 『오리엔탈리즘』(교보문고, 2000)을 비롯, 『문화와 제국주의』(창, 2011),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김영사, 2001)가 있다.
델마 카테비 Thelma Kateb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이란 특파원. 이란 신정주의 기구에 의해 부과되는 도덕적 질서와 검열에 저항하는 이란 예술가들의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이란 정부의 지시에 따르는 의무와 망명을 놓고 고뇌하는 이란 예술가들을 집중 조명했다.
장 페라 Jean Ferrat
작가 겸 작곡가. 시적인 샹송과 참여적인 샹송을 추구했으며 당국의 검열에 때때로 저항했다. 미디어에 잘 나서지 않고, 은둔하는 스타일의 음악여정을 밟았지만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시인 루이 아라공의 많은 시들이 음악적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게 하는데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프랑스 공산당의 노선에 동조했지만, 소련이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를 무력침공한 것을 비난하는 샹송 〈Camarade 동지〉를 발표하는 등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발터볼프강 슈파러 Walter-Wolfgang Sparrer
독일 음악학자. 철학, 역사, 음악교육과 음악학을 공부한 후 수많은 라디오 방송과 강의 및 현대음악에 관한 글을 썼으며, 특히 윤이상이 타계한 후 1996년 국제 윤이상 협회를 주도적으로 창립해, 윤이상의 음악을 연주·보존하기 위한 협회의 연감 Ssi-ol (씨올)을 발행하고, 윤이상 작품의 CD 시리즈를 제작해오고 있다.
이혜진
세명대 교양대학 부교수. 대중음악평론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도쿄외국어대학과 도쿄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공부했다. 2013년 제6회 인천문화재단 플랫폼 음악비평상에 당선됐다.
하림
가수, 연주자, 싱어송라이터, 공연 기획자이며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제3세계 음악의 선구자이다. 주 장르는 발라드나 월드뮤직으로, 주로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를 악기로 사용하고 있다. 2001년에 발표한 1집 때는 R&B, 발라드였으나 아일랜드의 전통 음악을 도입한 2집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악기들을 활용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등 제3세계 음악에 관심이 많고 직접 여행을 떠나 같이 살면서 악기 연주나 가창법을 배워 오기도 한다.
목차
- [마니에르 드 부아르(계간)(2021년 Vol. 3) 목차]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
# 서문1 밴조를 간직하라 - 르노 랑베르 & 에블린 피에예
# 서문2 음계, 모든 가능성의 기호 - 성일권
[1부] 상품과 유혹 사이
# 영리목적의 ‘사운드오브시티’, “기분좋게 소비하라” - 쥘리에트 볼클레르
-에미넴의 노래 ‘Rock Bottom’
-루이지 노노의 ‘레드 오페라’
# 컨트리 뮤직을 향한, 미 공화당 - 민주당의 추파 경쟁 - 실비 로랑
-공화당 지지자로 둔갑시킨 브루스 스프링스틴
# 댄스홀, 가난 벗기 위한 자메이카 뮤지션들의 꿈의 연대기 - 로맹 크뤼즈
-푸에르토리코인들의 ‘살사’, 뉴욕 너머 세계를 춤추게
# 전통음악의 유네스코 문화유산등재는 예술적 박제화 에릭 델아예
-펑크 밴드 ‘더 클래쉬’
# 베토벤 9번 교향곡 뒤에 숨은 일본제국의 야욕 - 크리스티앙 크슬레
# 금융체제에 순응하는 상품 미디어, MTV - 이브 외데스
[2부] 전복과 저항 사이
# 레트로,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 ‘오래된 미래’의 음악 - 에블린 피에예
-프랑스 힙합그룹 ‘쉬프렘 NTM, “우리의 좌표는 어디?”
# 저항이냐 순응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튀니지 레퍼들 - 타뫼르 메키
-세계1차대전의 금지곡, ‘크라온의 노래’
# 재즈와 랩에 담긴 흑인의 삶 - 코넬 웨스트
-소닉 유스?, 아니면 슈토크하우젠? 아님 둘 다!
# ‘스킨헤드’가 열광했던 음악은? - 올리비에 피로네
# [만화] 만화를 통해 본 라이엇 걸 - 기욤 바루
# 거리의 음유시인HK,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아!” - 아크람 벨카이드
-밥 딜런의 ‘베어마운틴 피크닉’
#사랑과 평화, 그리고 저항의 로큰롤 - 토마 소티넬
[3부] 음계의 안과 밖
# 재즈가 블루스에서 출발한 이유 - 아미리 바라카
-흑인 저음 혁명의 선구자, 폴 롭슨의 전설
# ‘늙은 볼셰비키주의자’ 에릭 사티의 고독과 반항 - 아가트 멜리낭
-1906년 첫 등장한 DJ가 빚어낸 힙합·하우스·테크노
# 드뷔시, 쇤베르크의 불협화음적 음계 - 르노 랑베르
-대처에 맞선 서머빌과 그의 밴드 '브론스키 비트‘
# 유대인들에게 바그너는 여전히 금지곡인가? - 에드워드 W. 사이드
-우디 거스리가 기타에 새긴 문구
# 포로 수용소에서 우주에까지…바흐의 사용법 - 아가트 멜리낭
[4부] 그럼에도 음악은...
# 왜 장자크 골드만의 노래를 듣는가? - 장 페라
# 이란에서 가수로 산다는 것 - 델마 카테비
# 윤이상, 한 음악가의 지난한 조국 사랑 - 발터볼프강 슈파러
# BTS의 초국적 보편주의와 탈 국가주의 - 이혜진
# 내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 - 하림
[Dossier] 뮤직의 크고 작은 사건들
# 저항가수 '마투브'에서 여성 밴드 '푸시 라이엇'까지
# 혁명에서 퇴폐, 인터내셔널가에서 해적까지
책 속으로
“유네스코가 인류 무형문화재를 실천적으로 계승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인증제도를 창안했을 때, 사람들은 문화유산의 보호는 숭고한 제도라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런데 전통음악이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이것이 음악을 위해 무슨 의미가 있나?’ 라고 자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이라가 된 계승인가, 공동체의 재발견인가?”
(에릭 델아예, '전통음악의 유네스코 문화유산등재는 예술적 박제화'에서)
“매년 겨울이 되면 일본 대도시에서 작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새해를 축하할 때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연주한다. 미셸 바세르망은 저서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은 ‘일본 근대화의 신화’를 반영하는 음악이라 볼 수 있다고 썼다. 베토벤 탄생 200주년을 맞은 1970년, 음악 평론가 히데카즈 요시마는 〈아사히 신문〉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은 일본에 ‘제2의 애국가’라고 밝히기도 했다.”(크리스티앙 크슬레, '베토벤 9번 교향곡 뒤에 숨은 일본제국의 야욕'에서)
언제나 세대 간에는 충돌이 있었다. “소리 좀 낮춰라, 너무 커.” “예전에 너무 작았던 게 아니고요?” 그리고 항상 새로운 것이 과거의 것을 쫓아냈다. 그런데 드디어 가족 모두가 다 함께 콘서트에 모여서 같은 노래에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부모 세대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마 자신들의 젊은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자녀 세대를 그 자리로 이끈 것은 아마 향수... 부모의 젊은 시절과 비슷할 미래에 대한 향수일 것이다.
(에블린 피에예, '레트로,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 ‘오래된 미래’의 음악'에서)
블루스가 이곳에 당도했다. 밀려드는 물결처럼, 남부에서부터 장거리 열차에 몸을 싣고 일자리를 찾아 이곳에 왔다. 일단 그는 대충 자리를 잡고 거트 버킷(돼지내장 등 음식 부산물을 양동이에 담은 것)으로 근근이 끼니를 때우며 연명했다. 블루스가 마을에 온 이후, 나팔과 피아노 선율이 구천을 메우고, 두둥둥 드럼 소리가 어김없이 귓가를 울린다.
(아미리 바라카, '재즈가 블루스에서 출발한 이유'에서)
음악을 일상적으로 연주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피아노 건반을 치거나 기타 줄을 튕겨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위가 자신의 영혼을 위태롭게 만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음표들 뒤에 숨어 이리저리 배회하는 악마가 있었다.
(르노 랑베르, '드뷔시, 쇤베르크의 불협화음적 음계'에서)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은 자신의 SNS에 ‘틱톡 10대’들을 응원함과 동시에 “케이팝 연합군들, 우리는 정의를 위한 너희들의 싸움도 감사하게 생각해”라고 포스팅했다. BTS와 K-POP의 이런 초국적 행보는 전 세계의 청소년들을 향해 그동안 성취해내지 못했던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산시키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혜진, 'BTS의 초국적 보편주의와 탈 국가주의'에서)
출판사 서평
-바흐에서 그룹 퀸과 BTS 까지, 음악세계가 펼친 소프트파워의 여정을 조명
-가수 하림의 특별 기고 ‘우리는 왜 노래를 하는가?’ 게재
계간 무크지 〈마니에르 드 부아르〉가 1호 『예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2호 『문학, 역사를 넘보다』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데 이어 3호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를 출간한다.
이번 3호에는 바흐와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가들에서 시작하여 최근의 그룹 퀸의 열풍을 리바이벌했던 〈보헤미안 랩소디〉와 BTS의 〈다이나마이트〉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음악세계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소프트 파워’의 역할을 하였으며 현재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감한다.
컨트리뮤직의 정치 스펙트럼이 다양해진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
프랑스의 저명한 문예비평가인 에블린 피에예를 비롯한 22명의 국내외 필진은 로큰롤, 재즈, 팝, 포크부터 랩, 블루스, 레게, 클래식, 컨트리뮤직, 샹송, 살사, 헤비메탈, 테크노펑크 등에 이르기 까지 음악가의 열정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민중과 함께 하는 선율로 변환되었는지를 조명한다.
이번 3호는 1부 ‘상품과 유혹 사이’, 2부 ‘전복과 저항 사이’, 3부 ‘음계의 안과 밖’, 4부 ‘그럼에도 음악은…’ 등으로 구성되며 부록에 ‘뮤직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소소한 역사적 사실, 연대기와 함께 게재되어 있다.
본문의 1부 ‘상품과 유혹 사이’에서는 음악이 기업과 국가의 목적을 위해 역사적으로 이용된 사례를 분석하면서, 소비재로써 쓰인 음악이 드러낸 유혹의 힘을 살펴본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 일본의 ‘제2 국가’가 된 이유를 예리하게 파헤쳐
특히 필자 크리스티앙 크슬레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뒤에 숨은 일본제국주의의 야욕을 고발한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도대체 왜 ‘일본의 제2국가’로 악용되었는지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파헤친다. 필자는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의 잔혹한 포로 수용소 운영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가림막으로 동원한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라고 준엄하게 판단한다.
실비 로랑 파리 정치대학 교수는 미국 남부 서민들의 음악으로 자리를 잡은 컨트리뮤직이 미국 대선의 역사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에 이용된 사례를 분석한다. 그는 당초 공화당이 주도하던 애국주의에 편중되었던 컨트리뮤직이 민주당 오바마가 대선 캠페인 동안 적극적으로 구애 움직임을 보인 이후, 정치 스펙트럼이 다양해진 현상을 주목한다.
비밥 출현에서 랩에 이르는 흑인 대중음악사를 알기 쉽게 요약
2부 ‘전복과 저항 사이’에서는 음악이 투쟁하는 이들을 결집시키고, 고무시키며, 이들의 분노를 구체화시킨 스토리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등장한다.
튀니지 언론인 타메르 뫼키는 저항과 순종의 기로에 선 튀니지 래퍼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민낯 그대로 지면에 옮긴다. 알제리 출신 언론인 아크람 벨카이드는 프랑스 노란 조끼운동의 운동가로 불렸던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의 가수 HK를 집중 분석한다.
프린스턴 대학교수인 코넬 웨스트는 비밥의 출현에서 랩에 이르기 까지 흑인 대중음악의 역사를 마치 한 편의 파노라마 영화를 보여주듯이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소울 뮤직의 출현, 모타운 레코드사 설립, 랩의 부상 등과 관련하여 상세한 사실들을 접할 수 있다.
프랑스 언론인 올리비에 피로네는 초창기 레게음악에 기여한 스킨 헤드 운동을 조명하면서, 극우파 포섭에 저항하고 좌파 스킨헤드운동의 기수가 된 펑크 밴드 등을 분석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저널리스트 토마 소티넬은 진보적 이상향 보다는 돈을 추구하던 경향이 강했던 록이 영미권이 주도하던 음악시장에서 변방에 밀려있던 아프리카, 중남미 음악을 새롭게 조명하는데 기여한 면을 새롭게 해석한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분석한 유대인과 바그너 음악의 불편한 관계, 그 과제와 대안
3부 ‘음계의 안과 밖’에서는 음표와 음표의 결합이 하나의 언어를 이루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주목한다. 작가 아미리 바라카는 재즈가 블루스에서 출발한 이유를 흥미롭게 분석한다. 필자는 블루스가 노예, 농민, 노동자의 음악이며, 민중의 음악이면서 국민 전체의 음악으로 재즈의 부모역할을 한 사실을 강조한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아카트 멜리낭은 괴짜 음악가였던 에릭 사티의 고독과 저항을 주목한다. 필자는 사티가 청소년시절 음악원 교사들에게 혹평을 받았으나, 20대 방황시절에 〈짐노페디〉를 완성하며 독자적으로 음악가의 길에 들어선 과정을 세밀히 분석한다.
필자 아카트 멜리낭은 바흐가 타개한 이후 상속자인 두 아들이 소중한 악보들을 팔아 치웠지만, 바흐를 존경하는 후대 음악가들이 이 악보들을 오랫동안 다시 수집하는 가운데 유럽 전역으로 바흐의 음악이 퍼져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추적한다. 바흐의 음악은 보이저 우주선의 골든 디스크에 담겨 이 시간에도 우주를 가르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으로 국내으로 많이 알려진 철학자 에드워드 W. 사이드는 유대인들이 특히 집단적으로 거부한 바그너의 음악에 대해, 이제는 예술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철학자 사이드의 주장에 공감하는 국내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처정권의 철권 통치시대에 더욱 빛났던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4부 ‘그럼에도 음악은…’은 권력이 대중을 옥죄고, 정치가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린다고 해도 ‘음악은 자유를 노래한다’는 진리에 초점을 맞춘다. 독일 음악평론가 발터볼프강 슈파러는 동백림 사건으로 조국을 등져야 했던 현대음악가 윤이상의 유고(遺稿)가 아직도 개방되지 않으며, 독일 음악회장의 레퍼터리에서 윤이상의 음악이 사라진 현실을 개탄한다.
문화비평가 성일권은 그룹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를 분석하면서 그가 민중과 함께 외쳤던 절규와 저항의 의미를 살펴본다. 필자는 프레디 머큐리가 예술과 사회는 분리되지 않는 인식 아래, 80년대 영국 대처 정권의 잔혹한 구조조정 정책 아래 절망에 빠져 있던 이들의 아픔을 노래하고, 사랑과 저항의 메시지를 광폭의 선율로 전한 여정을 조명한다.
세명대 이혜진 교수는 그룹 BTS가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하여 많은 곡으로 전세계 음악팬들에게 전하면서 그 저변에 국가를 초월한 보편주의와 탈국가주의를 담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BTS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콘셉트로 한 〈피땀 눈물〉을 비롯하여 음악과 문학을 융합한 신조어 ‘뮤터러처’를 만들어낸 과정에 담고 있는 보편주의의 의미를 구체화한다.
음악가 하림은 ‘우리는 왜 노래를 하는가?’란 제목의 글에서, 민중가요에서 권력의 억압에 맞설 용기를 얻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사회운동의 주체는 우리의 의지이며 우리 모두는 ‘음악적 존재’란 사실을 진솔하게 주장한다.
위의 여러 본문 주요 기사 외에도 다채로운 박스 기사가 요소요소에서 독자들의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가수 밥 딜런이 미국판 여객선 참사 사건을 비판하며 불렀던 〈베어마운틴 피크닉〉의 가시돋힌 가사들, 영국 대처 정권의 노동자 탄압정책에 맞서 리드보컬 서머빌과 그의 밴드 〈브론스키 비트〉가 감동적인 공연으로 힘을 보탰던 비하인드 스토리 기사도 인상적이다.
이번 3호 이미지는 프랑스에서 저명한 그래픽 아티스트인 즈느비에브 고클레르가 맡았다.
[목차]
# 서문1 밴조를 간직하라 르노 랑베르 & 에블린 피에예
# 서문2 음계, 모든 가능성의 기호 성일권
[1부] 상품과 유혹 사이
# 영리목적의 ‘사운드오브시티’, “기분좋게 소비하라”-쥘리에트 볼클레르
-에미넴의 노래 ‘Rock Bottom’
-루이지 노노의 ‘레드 오페라’
# 컨트리 뮤직을 향한, 미 공화당- 민주당의 추파 경쟁 실비 로랑
-공화당 지지자로 둔갑시킨 브루스 스프링스틴
# 댄스홀, 가난 벗기 위한 자메이카 뮤지션들의 꿈의 연대기- 로맹 크뤼즈
-푸에르토리코인들의 ‘살사’, 뉴욕 너머 세계를 춤추게
# 전통음악의 유네스코 문화유산등재는 예술적 박제화 에릭 델아예
-펑크 밴드 ‘더 클래쉬’
# 베토벤 9번 교향곡 뒤에 숨은 일본제국의 야욕 크리스티앙 크슬레
# 금융체제에 순응하는 상품 미디어, MTV 이브 외데스
[2부] 전복과 저항 사이
# 레트로,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 ‘오래된 미래’의 음악 / 에블린 피에예
- 프랑스 힙합그룹 ‘쉬프렘 NTM, “우리의 좌표는 어디?”
# 저항이냐 순응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튀니지 레퍼들 타뫼르 메키
-세계1차대전의 금지곡, ‘크라온의 노래’
# 재즈와 랩에 담긴 흑인의 삶 / 코넬 웨스트
-소닉 유스?, 아니면 슈토크하우젠? 아님 둘 다!
# ‘스킨헤드’가 열광했던 음악은? / 올리비에 피로네
# [만화] 만화를 통해 본 라이엇 걸 / 기욤 바루
# 거리의 음유시인HK,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아!”/ 아크람 벨카이드
-밥 딜런의 ‘베어마운틴 피크닉’
#사랑과 평화, 그리고 저항의 로큰롤 / 토마 소티넬
[3부] 음계의 안과 밖
# 재즈가 블루스에서 출발한 이유 / 아미리 바라카
-흑인 저음 혁명의 선구자, 폴 롭슨의 전설
# ‘늙은 볼셰비키주의자’ 에릭 사티의 고독과 반항 / 아가트 멜리낭
-1906년 첫 등장한 DJ가 빚어낸 힙합·하우스·테크노
# 드뷔시, 쇤베르크의 불협화음적 음계 / 르노 랑베르
-대처에 맞선 서머빌과 그의 밴드 '브론스키 비트‘
# 유대인들에게 바그너는 여전히 금지곡인가? / 에드워드 W. 사이드
-우디 거스리가 기타에 새긴 문구
# 포로 수용소에서 우주에까지…바흐의 사용법 / 아가트 멜리낭
[4부] 그럼에도 음악은...
# 왜 장자크 골드만의 노래를 듣는가? / 장 페라
# 이란에서 가수로 산다는 것 / 델마 카테비
# 윤이상, 한 음악가의 지난한 조국 사랑 / 발터볼프강 슈파러
# BTS의 초국적 보편주의와 탈 국가주의 / 이혜진
# 내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 / 하림
[Dossier] 뮤직의 크고 작은 사건들
# 저항가수 '마투브'에서 여성 밴드 '푸시 라이엇'까지
# 혁명에서 퇴폐, 인터내셔널가에서 해적까지
기본정보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3월 25일 |
---|---|
쪽수 | 1쪽 |
크기 |
210 * 240
* 14
mm
/ 56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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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우리의 생각을 장악하고 행동을 결정한다
2002년, 모두가 미쳐있던 시절이 있었다. 거리엔 빨간색 깃발이 나부끼고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 당시, 사람들을 고무시킨 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우리의 축구 영웅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어디서나 들려오는 음악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기꺼이 악마가 되게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 하겠지만, 사람들은 드넓은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 커다란 화면을 보았다. 그 화면 아래 있던 모두가 홀린 듯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박자에 맞춰 5번 박수를 쳤다. 이 박수는 여럿이 모여 음악이 되었고 그 음악이 힘이 되어 ’월드컵 4강 진출‘이란 역사를 만들어 냈다.
내가 처음 대학교에 입학해 연고전에 갔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음악의 힘을 피부로 느꼈다. 사람들은 한쪽은 파란색, 다른 쪽은 빨간색 옷을 입고 저마다 하나 되어 응원가를 불렀다. 당시 난 입학한 지 몇달도 채 안 된 새내기였지만, 내 마음속에는 애교심이 샘솟았다. 동시에 상대 학교에 대한 경쟁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소속감을 느끼고 내가 속한 집단에 친밀감을 느끼는 한편, 상대편은 경쟁의 대상으로 느껴졌다. 음악이 가진 힘인 것이다. 음악은 우리의 생각을 장악하고 행동을 결정한다. 그것이 반복적이고 광범위할수록 그 위력은 배가 된다. 그러니 대상이 학교가 아닌 사회가 되고, 대중이 된다면 어떨까?
여기, 대중을 홀린 사랑스러운 음악들이 있다. 재즈, 랩, 록, 클래식 등등…. 아름다운 선율과 우리의 마음을 두드리는 가사를 가진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다. 이 책은 음악이 전하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로, 음악에 맞춰 함께 노래해 온 인간들의 이야기다. 대중이 사랑한 노래와 그 안에 담긴 감정, 그 시대 상황을 담은, 악보 뒤에 숨겨진 비화를 그리고 있다. 인간이 살아온 시간 속에서 노래가 끼친 영향력과 그 사회적 의미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론적으로 음악이 지닌 힘을 두려워하면서도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시대, 울타리, 그리고 역사를 이루는 음악많은 사람들이 부르고 다닌 노래, 유행하는 음악은 한 시대를 대변한다.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상황이 음악을 구성하는 선율과 가사 속에 직‚간접적으로 녹아난다. 마치 내 얘기를 하는 듯한 음악에 대중은 매료되고 사랑에 빠지며 스스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한다. 그 음악이 다시 문화를 만들고 사회를 변화시킨다. 마치 닭이 달걀을 낳고 달걀에서 닭이 나듯이 사회가 음악을 낳고 음악은 다시 사회를 만든다. 이 과정이 우리가 지나온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음악은 우리의 생각을 장악하고 행동을 결정한다. 그것이 반복적이고 광범위할수록 그 위력은 배가 된다. 음악이 가진 힘은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행동하도록 고취한다. 그렇게 음악은 공동체를 만드는 하나의 울타리가 된다.
이러한 울타리는 비슷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결집의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것을 다르다고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음악에는 개인의 신념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달려있다. 음악의 선율, 장르 자체가 한 집단을 대표하는 데 사용되어 군중의 정치적, 사회적 행동을 초래한다. 미국 농촌 지역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냈던 컨트리 뮤직이 ’가장 미국적인 음악’이란 표어 아래 정치적으로 사용되고, 베토벤 9번 교향곡이 일본 근대화의 신화를 나타내는 제2의 애국가로 사용되었던 것처럼, 각 나라의 군가나 애국가가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고 혁명의 불꽃은 언제나 그것을 찬양하는 찬가가 함께한다. 그동안 역사의 한 페이지는 노래 없이는 단 한 줄도 쓰이지 않았다. 서로 다른 음악에 매료된 두 집단이 서로 충돌하여 갈등을 자아내기도 하며 큰 사건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가 된다. 음악으로 통제하면, 음악으로 저항하라
때론 음악은 우리의 시야를 제한하고 한 가지밖에 볼 수 없는 바보로 만들기도 하지만, 음악으로 자유를 노래할 수도 있다. 사랑스러운 음악은 우리를 유혹하고 자각하지 못한 채 음악에 담긴 신념을 그대로 따르도록 우리의 사고를 제한한다. 음악이 가진 힘을 사용해서 영리를 채우고 우리의 눈과 귀를 막는다. 그러나 그 강요와 억압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음악이다. 예술가들은 노래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에 고발하고 그들을 옥죄는 검열에 저항한다. 음악으로 통제하고, 음악으로 저항한다.
<p style="text-align: justify;">이 책은 마치 음악으로 인덱싱된 세계의 백과사전과 같다. 컨트리 음악에 담긴 미국정치, 베토벤 9번 교향곡에 담긴 전쟁의 역사, 재즈와 랩에 담긴 흑인의 삶…. 세계라는 오선지 위에 음표라는 글자로 음계라는 문장으로 쓰인 역사를 글로 서술한다. 빈 종이 위에 쓴 가사는 그 역사를 사는 인간들이 보낸 세계를 향한 편지이다. 음계를 읽고 편지를 읽음으로써 과거를 배우고, 새로운 음계와 가사를 써 내려감으로써 현재를 기록하며, 현재를 노래하고 연주함으로써 미래를 변화시킨다. 그렇게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를 노래한다, 고로 세계는 존재한다.</p>
무크지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눈에 익은 이름들이 몇몇 보인다. 책 『오리엔탈리즘』으로 한국 독자에게 익숙한 에드워드 W. 사이드부터 싱어송라이터 하림까지. 세계적 평론가 23명은 각자가 지닌 '마니에르 드 부아르’로 ‘음악’이라는 거대한 총체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독자에게 설명한다. 국적도, 나이대도 다른 평론가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음악의 다양한 측면을 곰곰이 곱씹어보게 되기도, 색다른 측면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각 평론가가 다루는 분야도 굉장히 광범위하다. 컨트리뮤직, 재즈 등 음악의 흐름을 다루기도, 바그너, BTS 등 음악가 개인을 다루기도 한다. 다양한 방식 속에서 한 가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은, 음악은 세계를 이루고 있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이다. 청각적 차원의 현대 도시를 다루고 있는 쥘리에트 볼클레르(Juliette Volcler)의 글이 1부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는 듯하다. 음악과 뮤직의 차이<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에 실린 글들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 그리고 음악가의 삶을 조명한다. 아마 제목에서 ‘음악’이 아닌, ‘뮤직’을 사용한 이유도 그러한 맥락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음악'은 악기 및 소리가 자아내는 분위기를 칭한다면, '뮤직'은 음악과 음악의 주변부에 있는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포함하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하나의 곡은 그 곡을 쓴 음악가의 삶, 그리고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 모두가 포함된다. 인간의 삶에서 떨어져 나온 음악이라는 파편은, 필연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를 다루기도 하고, 세계의 구성원인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맡기도 한다.
에릭 사티의 삶이 그러했다. 아가트 멜리낭(Agathe Mélinand)의 글을 읽으며 처음 독대한 그의 삶은 “복잡한” 삶이었다. 그는 공산주의자였으며, “신비주의를 추종하는 더러운 기생충”이라 평가 받기도 했다. 죽기 직전 “샴페인과 진통제 외에 입을 대지 않았던” 그의 삶은 그의 음악은 <짐노페디 피아노 1번>(1888)에 녹아들어가 있다. “느리고 고통스럽고 슬프고 장중”한 곡조, 그리고 연주자의 연주에 의해 불규칙성을 띄는 저음의 베이스 노트(note). 음악에는 작곡가가 당대 사회와 맺었던 관계가 녹아들어가기도 한다. ‘뮤직’은 음계와 음정을 뛰어넘어, 세계의 자그마한 파편들과 음악을 통합하는 개념이리라 생각해본다.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음악, 뮤직이 되다뮤직은 음악과 사회의 멜랑주(mélange 조화)를 이끌기도 하지만, 동시에 음악은 개인을 집단화하는 힘을 통해 뮤직을 구현한다. 소울이 그러했으며, 테크노펑크도 그러했다. 소울 음악은 “아프리카화의 특별한 형태”이자, “흑인 대중을 위해 만들어진 장르”였다. 이러한 음악 장르는 아프로-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며 집단화를 이루었다. 테크노펑크 또한 “흑인 음악의 흑인적 성격을 강조”했다.음악은 시대와 국적을 초월하여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하나의 현상으로 ‘뮤직’이 확인되기도 한다. 예술 비평가 에블린 피에에(Evelyn Pieiller)는, 2003년도 프랑스의 ‘레트로 문화’에 주목했다. “그 시대의 정신에 다시 몰입하는 것”을 넘어, “새롭게 부활”시키는 흐름이 당시 에블린이 목격한 프랑스의 문화였다. 하지만 청년세대의 이러한 향수는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과거의 한국 라이프를 현재로 가져오는 또다른 ‘레트로’ 현상이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으며, 그 당시 유행했던 음악들이 차트를 역주행하기도 했다. 음악의 작용을 통한 뮤직의 구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지역적 차이를 뛰어넘기도 한다.이렇듯, <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음악이 지닌 정치적 힘, 그리고사회적 총체와 음악이 형성하는 관계를 조명한다.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던 기본 텍스트가 <음악과 정치(Musique et Politique)>라는 사실은 무크지가 지닌 지식의 깊이와 전문성을 방증한다. 더불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뮤직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뮤직에 관련된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다시금 뮤직의 힘을 찬찬히 곱씹어볼 수 있게 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표지로 되돌아온다면, 훨씬 더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뮤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선율만으로는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치 않다. 하지만 노래, 북 또는 금관악기 소리 없이 세상을 변화시킨 적은 드물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전쟁에서도 시위에서도,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에서도 이단 종교 집회에서도, 언제나 음악이 함께한다. (9쪽, ‘책을 내며’ 中)”
우리는 등굣길, 출근길에 음악을 들으며 쏟아지는 잠을 이겨낸다. 생일날이 되면 케이크를 앞에 두고 다 함께 축하 노래를 부른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유명 가수가 발표한 신곡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음악이 세상의 전부라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음악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 삶 속에 이렇게 깊게 녹아 있는 음악은 무엇인가? 과거 루소는 음악이 “귀에 유쾌하게 조정된 소리가 결합한 예술”이라고 말했으며, 코흐에 따르면 당시 음악이라는 용어를 “음을 통하여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음악을 “종교의 하인”이라 칭하는 시대도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오래전부터 음악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왔다.
<르몽드>의 테마 무크지 마니에르 드 부아르 봄호 발간 / 출처: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텀블벅(tumblbug.com)
‘음악’ 정의 내리기 작업의 연장선으로, 르몽드코리아는 2021년 봄을 맞이해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를 발행했다. 이는 르몽드코리아가 펴내는 계간 무크지 <마니에르 드 부아르(Manière de voir)>로, 매호 한 테마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한국어판은 지난 10월 창간호 『예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겨울호 『문학, 역사를 넘보다』를 발행했다. 올봄에는 음악을 주요 테마로 하여 제3호『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가 발행되었다.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뮤직
<마니에르 드 부아르> 제3호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는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상품과 유혹 사이’로 시작해 2부 ‘전복과 저항 사이’에 선 음악, 3부 ‘음계의 안과 밖’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4부 ‘그럼에도 음악은…’으로 마무리된다. 특히 4부에는 해외 버스킹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가수 하림의 글이 실린다.
음악을 정의하는 방식이 학자나 시대마다 제각각인 것처럼, 이번 계간지는 현 시대 음악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다룬다. 이를테면 1부 ‘상품과 유혹 사이’는 음악의 순수성과 공존하는 상업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음악은 단순히 순수예술이라기보다 자동차 산업이나 도시개발에서 청각적 차원의 환경 조성을 위해, 사회·정치적 목적에 맞게 사용된다. 음악이 우리에게 미치는 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교묘하고 파급력 또한 대단하다.
2부 ‘전복과 저항 사이’의 반순응주의 음악은 기존 질서의 전복을 노래한다. “음악에는 진영이 없다. 음악은 투쟁하는 이들을 결집시키고, 고무시키며, 그들의 분노를 구체화시킨다. 그 어떤 투쟁이라도 마찬가지다. (69쪽, ‘전복과 저항 사이’ 中)” 프랑스 대혁명에서 사람들은 ‘라 마르세예즈’로 해방을 노래했지만,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 또한 음악으로 인종차별을 노래했다.
3부 ‘음계의 안과 밖’에서는 음계의 일탈과 불협화음에 대해 논한다. 블루스와 에릭 사티, 드뷔시와 쇤베르크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리저리 부유하며 피부를 할퀴어대는 느낌의 음악이 때로는 우리 삶과 닮아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봄 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4부 ‘그럼에도 음악은…’에서는 음악인들이 고난과 어려움에도 음악을 하며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랑스 음악계와 이란 뮤지션들이 처한 상황, 윤이상과 프레디 머큐리, BTS(방탄소년단)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노래하는 이유
거리두기 버스킹 음악여행 <비긴어게인 코리아> '하림' 개인 포스터 공개! / 출처: ‘비긴어게인’ 포토갤러리, JTBC 홈페이지
가수 하림은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가 끝나가는 시점에 등장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노래를 하는가? 실력과 무관하게, 우리는 모두 노래를 한다. 그리고 인간이 노래하는 데에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그는 수만 년 전부터 음악적인 존재였던 인간은 혼자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고 말한다. 노래는 혼자가 되지 않고 계속 다른 이와 함께하기 위한 것이다. 음악에는 진영이 없다. 집단이 어떤 것을 목적으로 삼든 한데 뭉치고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기 위해 노래한다. 그리고 우리는 아마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래할 것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은 우리에게 어려움을 안기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참고 사이트
‘<르몽드>의 테마무크지 마니에르 드 부아르 봄호 발간’ €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텀블벅 https://tumblbug.com/manieredevoir3?ref=disc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