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없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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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소설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 장편소설로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 『사랑의 기초 : 연인들』 『안녕, 내 모든 것』이 있다.

소설가. 1994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단편소설 「유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이상(異常), 이상(李箱), 이상(理想)』 『나를 훔쳐라』 『우리는 달려간다』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하루』 등이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동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가.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3년 대산창작기금 수혜를 수상했고, 언젠가는 종교 코너에 꽂히길 바라는 소설집 『최순덕 성령 충만기』와, 또 언젠가는 역학 운세 코너에 꽂히길 강력히 바라는 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박사는 누구인가』를 펴낸 바 있다.

소설가. ‘라면인간’으로 20년쯤 살다 보니 머리카락이 라면처럼 곱슬곱슬해졌다. 파마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라면이 퍽 고맙다.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짝짝이 구두와 고양이와 하드락」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이원식 씨의 타격폼』 장편소설 『말이 되냐』 『15번 진짜 안 와』를 냈다.

경기대학교 예술학과 교수.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졸업 후 금호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995년 뉴욕 퀸스미술관에서 큐레이터 연수를 했다. 제2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2010 아시아프 총감독 등을 역임했으며 동아미술제 운영위원, 박수근미술관 자문위원,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50여 개 전시를 기획했으며 여러 편의 리뷰, 서문, 작가론을 썼다.
인제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강재단 중국학연구원으로 베이징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이화여자대학교 연구원, 한양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제1회 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저작공모전’당선작인 『짜장면뎐』을 비롯하여 『中國北方方言與文化』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인가』 『文化面面觀(고등학교 중국문화교과서)』(이상 공저) 등을 썼고,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표준중국어음운론』(공역)과 『고전중국어문법강의』 등을 번역했으며, 고전중국어의 어휘와 통사, 중국의 언어 정책 등에 관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근대 중국의 언어개혁운동』 『중국의 한자개혁운동사』 등의 저서를 준비 중이며, ‘중국을 방법으로, 세계를 목표로’ 삼아 언어와 문화에 관한 글을 읽고 쓸 예정이다.

한양대학교 기초융합교육원 특임교수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번역, 저술, 기고 활동을 해왔다. “철학과를 다녔다”고 하면 예나 지금이나 걱정 가득 섞인 경의(?)의 눈길을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즐겁기도 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했고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강의한다. 또한 한양대학교 기초융합교육원 특임교수로 일하며 동서양 고전을 강의한다. 헨드릭 빌렘 반 룬,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글을 탐낸다. 저서로는 『탐서주의자의 책』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하룻밤에 읽는 동양 사상』 번역서로는 『중국의 자유 전통』 『젠틀 매드니스』(공역) 『센스 오브 원더』 등이 있다.

과학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신경생물학을 전공했으며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과정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하리하라’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매체와 인터넷 카페 등에서 칼럼니스트이자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하리하라’는 인도 신화에서 따온 것으로, 창조의 신 비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가 서로 맞대고 결합한 상태를 의미한다. 대학에서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강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 2003년에는 한국과학기술도서상(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1, 2』 『하리하라의 과학고전 카페 1, 2』 『하리하라의 과학 오디세이』 『하리하라의 세포 여행』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등이 있다.
목차
- 1부 라면의 추억
정이현 _ 의외로 까다로운 라면의 세계
박성원 _ 청춘이라면
이기호 _ 생의 조건들
박상 _ 라면인간의 꿈
2부 라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박영택 _ 라면에 대한 단상
양세욱 _ 라면, 식탁의 혁명
표정훈 _ 대중문화 속 라면, 그 네 가지 풍경
이은희 _ 라면의 과학
Tip
면은 왜 꼬불꼬불한가?
면발이 노란색인 이유는?
면발을 쫙 펴면 그 길이는?
처음에 라면 값은 얼마?
라면의 영양가
융프라우 최고 별미, 신라면 컵
라면은 고칼로리 음식, 다이어트의 적이다 (?) NO!
라면에는 방부제가 첨가된다 (?) NO!
양은 냄비에 끓인 라면이 맛있는 이유
박찬일 셰프의 라면 변론 _ 라면은 무혐의!
Recipe
장맛? 짱맛! & 달래 부추 무침
여왕 들깨 비빔면과 강글리오 밀크 푸딩
달콤한 크랩 수제트와 매콤한 비빔냉면의 만남
아낌없이 담아낸 탄탄한 쌀국수와 달달한 파인애플 닭 가슴살 말이
새콤얼큰한 우心꿍과 Shrimp salad on the Sea
미역국에 밥을 말지 않는다麵
짜장면 군과 스파게티 양 & 그 사랑의 결실 애호박 볶음
'辛' 커리보나라 & '淸' 포도 피클
짜파구리
책 속으로
금단의 열매, 라면
고백컨대 나는 라면을 제대로 된 음식은커녕 제 2의 육이오 전쟁이 터져 지하 방공호로 대피하기 전에는 절대 입에 넣어서는 안 될 성질의 물건으로 간주하는 모친 밑에서 자랐다. 라면을 위험물질 취급하던 엄마와 달리 아버지는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치 정도의 라면 애호가였으므로 그런 남편을 위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가끔 라면을 끓여야 했다. 그때마다 번번이 어쩌면 그토록 물 양을 못 맞추던지. 그 한결같음이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엄마의 라면은 어떤 날엔 지나치게 짰고 또 다른 날엔 지나치게 싱거웠다. 다른 가정식 요리에 대해서는 자타공인 깔끔하고도 야무진 손맛을 자랑하는 그녀였기에 오직 라면에 관해서만 반복되는 이 실수는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혹시 엄마는 라면이 얼마나 맛없는 음식인지 증명하려던 거였을까? 무엇보다 라면의 진짜 맛을 아직 잘 모르는 아이들이 타깃이었을 확률이 높다. 그랬다면 그 시도는 성공보다는 실패 쪽에 가까워 보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여기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나와 동생은 라면을 직접, 몰래 끓여 먹는 아이들이 되었고, 라면이라는 단어는 우리 남매의 내면에서 금단의 열매를 연상시키는 아련한 판타지로 고착되고 말았다.
-정이현 ‘의외로 까다로운 라면의 세계’
라면 먹을래요?
대중문화와 불가분의 관계가 된 라면, 그 중에서도 허진호 감독, 이영애, 유지태 주연 영화 〈봄날은 간다〉(2001)는 라면이 하나의 중요한 심상(心象)이자, 줄거리 전개와 관련하여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 대표적인 작품이다.(중략)
은수와 상우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급속히 가까워지는 순간 그들 곁에는 라면이 있었다. "라면 먹을래요?"라는 은수의 말을 계기로 은수 집으로 간 상우. 은수는 라면 두 봉지를 꺼내 뜯다가 작은 한 조각을 깨물어 먹는다. 라면을 끓여서 함께 나눠 먹음으로써 그들의 관계는 매우 깊은 친밀함으로 진입한다. 봉지를 막 뜯어서 끓이지 않은 상태의 라면을 깨물어 먹는 것은 곧 사랑의 시작이기도 하다. 냄비에 스프를 막 뜯어 넣고 나서 은수가 말한다. "자고 갈래요?"
우리는 아무에게나 라면을 양보하지도 않고 아무하고나 라면을 함께 끓여 먹지도 않는다. 이영애의 대사는 사랑의 가벼움과 즉흥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라면을 함께 끓여 먹는다는 것의 각별한 의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격식의 틀을 넘어 친밀성의 차원에 들어서야 비로소 함께 끓여먹을 수 있는 게 라면이다.
-표정훈, '대중문화 속 라면, 그 네 가지 풍경'
라면,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현재 지구상에서 한국인만큼 라면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없다. 일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라면협회(WINA. 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세계 라면 판매량은 1014억 2000만 개로, 199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0억 개를 돌파했다. 세계 70억 인구가 한 해 평균 15개씩 소비하는 방대한 양이다. 한 해 동안 팔린 라면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60바퀴나 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라면은 35억 2000만 개로, 중국(440억 3000만 개), 인도네시아(141억 개), 일본(54억 1000만 개), 베트남, 인도, 미국에 이어 7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73개로, 2위인 일본(43개)이나 3위인 중국(33개)보다 월등히 많다.
- 양세욱 ‘라면, 식탁의 혁명’
라면 먹으면 영양결핍?
라면 100g에는 탄수화물이 65g, 지방이 14g, 단백질이 9g, 칼슘 등 무기질과 비타민 등이 12g정도 함유되어 있고 422Kcal 내외의 열량이 들어있다. 보통 시판 중인 라면이 대략 100g 내외인 것을 감안한다면 대략 이 정도의 영양가를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라면을 먹을 때 계란을 넣어 조리하며 부식으로 김치를 곁들이므로 단지 라면 1개의 영양분만 가지고 한 끼 식사의 영양섭취량을 추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만약 라면 1개만으로 한 끼 영양분을 비교한다면 반찬이 없는 밥 한 공기와 비교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즉 성인을 기준으로 한 끼 당 800Kcal를 정량으로 본다면 라면을 조리 시 계란 등을 첨가하거나 김치와 같은 부식을 곁들인다면 더욱 좋은 영양보충식이 된다. 또한 라면에는 다양한 생리작용에 관련된 Se, Zn, Fe, Mn 등 미량원소들을 포함하고 있어 여러 가지 필수 미량원소의 훌륭한 공급원이 될 수 있다. 라면은 곡류 중심의 주식 및 채식 위주의 반찬 식습관을 볼 때 현재의 라면이 특별히 영양학적으로 결핍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 호정기(식품 평론가, 한국 식품연감 편집위원)
출판사 서평
온 국민의 소울 푸드 라면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소설가 4인이 이야기하는 라면의 추억
칼럼니스트 4인이 전하는 라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
라면은 남녀노소, 빈부와 계급의 차이가 없다. 호텔에서 풀코스 요리를 먹고 집에서 찾아 먹는 게 라면이다. 라면은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최초로 시도하는 요리가 대개 라면이다. 아이들은 처음 라면을 끓이면서 불과 물, 음식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라면은 몇 가지 혐의를 받는다. 짜다, 첨가물이 많다, 몸에 나쁘다… 현대의 가공식품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혐의를 거의 혼자서 뒤집어쓴다. 대개는 기우다. 짜기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가 한식의 대표주자로 생각하는 찌개류가 더 심각하기 일쑤다. 밀가루야 어디 라면뿐인가. 단돈 육칠백 원 언저리에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이 식품의 미덕을 무시하는 건, 그다지 솔직하지 못한 태도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인스턴트 라면으로 퍽퍽한 세상을 버텨오지 않았는가.- ‘박찬일 셰프’의 라면 변론, 라면은 무혐의!
한국인에게 라면은 단순히 하나의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상징이고 문화이며 역사이고 심지어 철학이다. 거기에는 과거와 땀과 노력과 젊음과 우정이 배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웃들 사이의 인정과 따뜻함과 나눔이 배어 있다. 라면은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라면에 대해서 추억하는 일은 곧 친구에 대해서 그리고 그 친구들과 같이 보낸 청춘에 대해서 추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라면이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곁을 지켜왔다. 얼마나 되었느냐고? 1963년에 처음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라면이 나왔으니까 올해 2013년은 우리나라에 라면이 처음 소개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50년이라니!
그러나 라면은 단순한 과거형이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뜨겁게 진행되는 현재형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은 여전히 엄청나게 라면을 소비하고 있다. 나라별 라면 소비량으로 따지면 한국은 라면 소비에 있어서 세계 7위이지만, 이것을 1인당 라면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압도적인 격차를 자랑하며 세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다. 세계라면협회(WINA. 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세계의 라면 판매량은 1014억 2000만 개로, 199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0억 개를 돌파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라면은 35억 2000만 개다. 1인당 라면 소비량은 73개로, 2위인 일본(43개)이나 3위인 중국(33개)보다 월등히 많다. 온 국민이 라면과 함께 삶을 나누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라면을 즐겨 먹으면 건강에 지장이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라면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식품도 아니고 멀리 해야 할 불량식품은 더더욱 아니다. 라면이 갖고 있는 영양소와 라면과 함께 곁들여 먹는 음식 등을 고려해 볼 때 라면은 결코 건강을 해치는 음식이 아니다. 라면은 우리들의 절친한 벗이며, 삶의 한 지점에 대한 강렬한 추억을 가진 동지이자, 남몰래 즐기는 길티 플레저다.
라면이 우리나라에 탄생한지 50년이 흘렀다. 어찌 이 역사적 의미를 우리 모두 축하하고 기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와 그토록 오랫동안 동행하고 있는 이 위대한 음식을 그리고 그 위대한 역사를 추억하는 의미에서 여러 작가와 필자들의 글을 모아 이 한 권의 책에 엮었다. 우선 네 명의 소설가(정이현, 박성원, 이기호, 박상)가 라면에 얽힌 추억의 이야기들을 유머와 개성이 어우러지는 문장들로 생생하게 그려 냈고, 네 명의 칼럼니스트(박영택, 양세욱, 표정훈, 이은희)가 라면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풍부하게 설명했다. 여기에 라면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시원하게 풀어줄 상식들을 곁들였고, 라면을 좀 더 똑똑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조리 방법도 소개하였다.
당신의 라면은 안녕하신가? 당신은 라면과 더불어 여전히 행복한가? 당신과 라면이 함께 걷는 그 길에 크나 큰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본정보
ISBN | 9791185295084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12월 03일 |
쪽수 | 150쪽 |
크기 |
141 * 170
* 20
mm
/ 21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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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제목과 단순하고 깔끔한 표지 디자인이 유독 눈을 사로잡는 책이다.'라면'을 강조하며 전체적으로 글자의 역동성을 더하고, 원을 관통하는 젓가락으로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바탕은 라면 국물과 같은 색으로, 포인트 글자는 면발색으로 칠해놓는 의외의 치밀함까지 갖췄다.
"누군가에게는 라면이 여전히 가난의 상징이자, 물리도록 먹었던 한 때를 떠올리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면에게 그 죄를 물어서는 안 된다. 그 시절을 버텨내게 해준 건 라면 아닌가." (p.11)
제목에서 풍기는 대로 라면에 관한 책이다.자칫 라면을 찬양하는 듯하지만 실은 라면에 얽힌 추억을 그리워하고 있다.네 명의 작가들은 짧은 글을 통해 나의 삶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남의 삶만도 아닌 이야기를 풀어놓는데흔하디 흔한 이야기가 각자의 특별함으로 탈바꿈하는 걸 보고 있자면 이게 라면 얘긴지 인생 얘긴지 모르겠다.같은 소재를 저마다 다른 색으로 풀어내는 작가들을 보며 독자로서 자신에게 맞는 이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겠다.
작가들의 감성 에세이뿐 아니라
라면의 탄생과 한중일 삼국의 라면 분석 그리고 광고와 영화, 드라마에서 찾는 라면까지라면에 대한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는 책이다.덧붙여 '건강한 면 요리 공모전'에서 수상한 레시피도 알려주는데 라면의 간단하고 쉬운 이점보다는레스토랑에서 나와도 손색없을 듯한 '요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게 만든다.
1963년, 처음 출시된 10원짜리 라면이 이제는 동전 하나로는 살 수 없을 가격으로 몇십 배나 올랐지만아직도 흔한 봉지라면은 그야말로 껌값이다. 심지어 천 원짜리 껌보다 싸기도 하다.비록 단란한 가정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바쁜 직장인이나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든든한 한 끼가 되어주고 있다.라면이 없었더라면 이 아련한 추억과 힘든 시절의 친구 역할은 누구의 차지였을까? 과연 라면만한 건 없다.
"주머니에서 돈 냄새를 풍길 때만 옆에 붙어 있는 인간관계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면, 지금 라면을 만나러 가자. 먹을 것이라곤 오로지 라면 밖에 없었을 때나, 라면이 아니라도 먹을 것이 넘쳐나는 때나 라면은 늘 당신의 라면으로 곁에 있다." (p.12)
201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