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뒷골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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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 교수는, 존재했으되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역사, 너무 일상적이고 사소해서 묻혀버린 역사, 지배 중심의 역사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한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되살린다. 이 책에 인용된 자료들은 조선시대 개인 문집을 비롯하여 《백범일지》 <황성신문> 《조선왕조실록》까지 매우 광범위하며, 옛날의 기록들은 저자의 생생한 필치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 책에는 비주류 인생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 탕자, 왈자, 도박꾼, 술집 등 ‘시시한 주제들’에 관심을 갖는가 하면, ‘근엄’ ‘엄숙’으로 치장된 양반과 주류사회에 대한 시선은 냉철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 과정에서 길게는 500년 전 짧게는 100년 전 삶의 모습이 지금과 별 다르지 않음을, 당시의 문제의식과 부조리,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민중의들의 활약상을 통해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군도의 출현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뿌리깊은 부조리를, 도박의 성행에서 우연과 불확실성이 똬리를 틀고 있는 세상사를, 타락한 과거장의 모습에서 고시열풍에 휩싸인 일그러진 우리의 모습을, 반촌 사람들을 통해서는 돈과 권력의 보유 정도에 따라 거주지가 나뉘어지는 세태를 짚어내고 있다. 역사는 단순이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현재를 들여다보는 거울임을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작가정보
목차
- 1.수만 백성 살린 이름없는 명의들
2.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백성이 되다
3.투전 노름에 날새는 줄 몰랐다
4.마셨다 하면취하고, 취했다 하면 술주정
5.타라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잔치
6.누가 이 여인들에게 돌을 던지는가
7.서울의 게토, 도살면허 독점한 치외법권 지대
8.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뒤흔든 무뢰배들
9.조선 후기 유행 주도한 오렌지족
10.은요강에 소변 보고 최음제 춘화 가득하니
출판사 서평
이 책은 2001년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를 통해 ‘참신한 시각, 시원스러운 글솜씨,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풍속사의 새로운 전형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강명관 교수의 ‘조선풍속기행’ 두 번째 이야기다. ‘혜원의 그림’이라는 코드를 바탕으로 한 전작에 비해 다양한 소재와 주제, 깊이 있는 문제의식과 짜임새 있는 서술을 보여주고 있다.
▶ 기억하지 않은 조선 사람들의 역사를 위하여
" 나는 피맛골의 싸구려 술집에 앉아 소주를 입에 털어넣으면서 조선시대에도 이곳에 술집이 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조직폭력배가 등판 가득 용문신을 새기고 굴비두름처럼 엮여 경찰서 책상 앞에 머리를 박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조선시대의 조직폭력배를 떠올렸다. 성매매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는 조선시대 남녀의 성의식과 연애방법 따위의 한심한 주제를 상상했다. 사기도박판을 벌이다 잡힌 도박꾼들을 보고, 조선시대 투전의 역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뒷골목’은 이면사(裏面史)다 - 마이너리티의 조선사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왕과 양반처럼 고귀한 사람들 아니면, 홍경래나 임꺽정처럼 무언가 큰 사고를 낸 사람들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기억하지 않는다. 지금이라고 해서 다를까? 불과 몇십 년 지나지 않아 이 책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인물이 될 것이다. 이들을 누가 기억할 것인가. 장구한 시간 우리 역사를 만들어간 대다수의 상놈 개똥이, 종놈 소똥이, 여성 말똥이들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준단 말인가. 역사라는 거대하고 엄숙한 담론에 가려진 잊혀진 사람들의 삶, 그들 삶의 리얼리티는 이런 작고 시시한 이야기들 속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강명관 교수는, 존재했으되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역사, 너무 일상적이고 사소해서 묻혀버린 역사, 지배 중심의 역사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한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무명씨들 이름을 얻다 - 역사의 전면으로 걸어나온 조선의 비주류들
민중의 조광일.백광현. 피재길. 백범의 탈옥공작 벌인 불한당의 괴수 김 진사, 최고의 대리시험 전문가 류광억, 반촌 사람 교화에 나선 안광수, 최고의 판소리꾼 모흥갑, 유흥계 누빈 거문고의 명인 이원영, 조직폭력배 검계를 일망타진한 포도대장 장붕익, 검계의 일원이었던 집주름(부동산 중개업자) 표철주……. 이 책을 통해 이름 석자와 함께 자신들의 삶을 세상에 알린 이들이다.
금사 이원영의 전을 쓴 김윤식은 이렇게 말했다.
“노인께서는 이제 늙으셨습니다. 세상에 다시 이름을 떨칠 수가 없으니, 내가 노인장을 위해 글을 써서 영원히 전해지게 해보지요.”
하지만 하찮은 일개 금사의 한평생이 영원히 전해질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가 그 글을 보고 이렇게 전하고 있으니 김윤식의 의도가 과히 어긋나지는 않은 셈이라 해야 할까?
▶치밀한 논증과 사료해석
이 책에 인용된 자료들은 조선시대 개인 문집을 비롯하여 《백범일지》 <황성신문> 《조선왕조실록》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이 자료들을 읽고 해석하는 저자의 자세는 마치 탐정이나 추리소설가의 그것과 흡사하다. 하나의 주제를 꼬투리 삼아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광범하게 섭렵하며 궁금증을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옛날의 기록들은 생생한 현장보고서로 다시 태어난다. 예컨대 《조선왕조실록》의 기사는 마치 신문의 사회면을 보듯 당시의 사건 사고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왕실과 집권세력의 역사와 이전투구를 설명하는 근거자료로만 인용되었던 《실록》의 새로운 면모이다. 역사서나 국문학 관계 서적 속에서 두꺼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법한 자료들과 기록들도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로 거듭난다. 스스로의 궁금중 때문에 이 ‘한심한(?)’ 주제들과 관련된 자료들을 갈무리해둔 저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주류 인생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이 책에는 비주류 인생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 탕자, 왈자, 도박꾼, 술집 등 ‘시시한 주제들’에 관심을 쏟은 것 또한 그러한 애정에 기반한 것이리라. 반면 ‘근엄’ ‘엄숙’으로 치장된 양반과 주류사회에 대한 시선은 냉철하기 그지없다. 그 이면에 가리워진 허상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길게는 500년 전 짧게는 100년 전 삶의 모습이 지금과 별 다르지 않음을, 당시의 문제의식과 부조리,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민중의들의 활약상을 통해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군도의 출현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뿌리깊은 부조리를, 도박의 성행에서 우연과 불확실성이 똬리를 틀고 있는 세상사를, 타락한 과거장의 모습에서 고시열풍에 휩싸인 일그러진 우리의 모습을, 반촌 사람들을 통해서는 돈과 권력의 보유 정도에 따라 거주지가 나뉘어지는 세태를 짚어내고 있다. 역사란 단지 역사 책 속에만 존재하지는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주요 내용 ♣
1|수만 백성 살린 이름없는 명의들 - 민중의
의술은 하늘이 내린 재능이다. 하지만 천부의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의사들은 많지 않다. 조선시대 의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백성들 속에서 활약한 민중의(民衆醫)들은 그래서 소중한 존재들이다. 돈보다 사람의 목숨을 먼저 생각한 진정한 의사들이 있었기에 조선사회는 따뜻했다.
2|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백성이 된다 - 군도와 땡추
일지매, 임꺽정, 장길산, 홍길동.... 한편의 신화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도둑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그러나 조선시대 도적의 이야기는 여담에 해당한다. 도적의 양대 산맥인 목단설과 추설, 내사와 외사, 산적패의 통신망이 되어준 땡추, 군도의 입당식과 내부 규율 등, 가필?윤색되지 않은 조선시대 도적들의 세계를 살펴본다.
3|투전 노름에 날새는 줄 몰랐다 - 도박
조선사회에도 도박은 있었다. ‘고스톱’의 원조격인 투전이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전문 도박꾼이 등장하고, 사기도박이 성행하였다. 우의정까지 오른 최고 명문가의 인물이 투전계 최고의 타자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과거 준비와 학문에 열중해야 할 양반가의 자제들이 투전에 골몰하여 나라의 큰 걱정이 되었던 시대, ‘쪼기’와 ‘도리짓고땡’이 모습을 드러낸 조선시대 도박의 세계로 떠나본다.
4|마셨다 하면 취하고, 취했다 하면 술주정 - 금주령과 술집
조선시대 술은 고가의 사치품이었다. 왕들은 예외없이 금주령을 시행했고 함정단속도 이뤄졌다. 그럼에도 개국 초부터 폭음문화가 사회에 만연하기 시작했다. 술단지 밑바닥에 녹아 있는 조선시대 사회와 역사, 경제와 문화, 그리고 술집의 역사를 살펴본다.
5|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잔치- 과거
조선시대 양반관료 사회의 등용문이었던 과거. 그러나 조선시대 과거장의 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뒤엎는다. 커닝 , 시험지 바꿔치기, 예상답안지 만들어가기 등의 부정은 물론 첨단기술(?)이 동원되기도 하였다. 그뿐 아니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몸싸움 전담하는 사람을 고용하고, 대리시험 전문가가 판을 쳤다. 공정한 ‘인재 선발’ 제도라는 허울 뒤에 숨겨진 과거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6|누가 이 여인들에게 돌을 던지는가 - 감동과 어우동
조선시대 성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어우동과 감동, 이 여인들은 어떻게 음녀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을까? 성적 억압이 강고했던 중세사회에서 성적 자유를 추구한 이 여인들은 근대를 선취한 선구자적 인물이라 할 것인가? 축첩제, 기생제를 근간으로 성적 욕망에 탐닉했던 양반 남성들에 의해 정죄된 여인들의 억울한 사연, 공식 언어에서 추방된 양반들의 성적 욕망을 통해 조선사회 성풍속도를 살펴본다.
7|서울의 게토, 도살면허 독점한 치외법권지대 - 반촌
조선시대에도 이방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곳이 있었다. 반촌(泮村)이라 불리는 특수집단 거주지가 바로 그곳. 성균관 유학생들의 하숙촌으로서 소의 도살을 독점했던 반촌민들은 그들만의 언어와 풍습, 삶의 방식을 고집했다. 성균관의 몰락과 함께 자취를 감춘 반촌민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돈과 권력.학벌.출신지로 인간을 차별하는 세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에 씁쓸한 마음과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8|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뒤흔든 무뢰배들 - 검계와 왈자
검계(劍契)와 왈자(曰字)는 조선 사회의 문제집단이었다. 군사조직에 가까운 조직과 규율을 갖췄던 검계, 사실상 기방의 운영자였던 왈자. 책 읽고 공부하는 그런 세계와는 팔만구천 리나 떨어진 존재들, 말이 아니라 주먹이 통하는 세계에 살았던 인간들, 이들이 살인과 강간을 저지르고 술집과 기방에서 왁자하게 떠드는 통에 조선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9|조선 후기 유행 주도한 오렌지족 - 별감
21세기 한국의 유흥문화를 선도한 부류가 오렌지족이라면, 조선시대의 오렌지족은 별감이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기생들을 지배하며 조선의 뒷마당 문화를 주도했던 별감들. 그들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가 소외시킨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과 인간의 체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10|은 요강에 소변 보고 최음제 춘화 가득하니 - 탕자
돈을 물 쓰듯 써보는 것.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서민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사치와 낭비를 일삼던 족속이 있었다. 충격적인 낭비벽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탕자들의 성장과 몰락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보론 - 옛 서울의 주민구성
인구 천만의 거대도시 서울, 그러나 불과 1백 년 전만 해도 서울은 인구 20만의 안온하고 작은 도시였다. 점잖은 종소리에 성문이 절로 열리고 닫히던 곳,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 대신 청명한 대기에 사방이 툭 트여 있던 도시, 그것이 사라진 역사 속 서울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런 작은 도시 서울에도 부와 사회적 지위에 따라 거주지가 달랐고, 어울려 사는 사람들의 기질이 달랐다 한다. 양반들이 거주했던 사산(四山) 밑과 중인층들의 거주지였던 우대와 아래대, 시전 상인과 사상(私商)의 거주지였던 다방골과 오강 유역 등을 살피다 보면 지금 모든 땅에는 역사가 묻어 있다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남산골 샌님과 왕십리 미나리 장수의 유래 등도 덤으로 알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87787749 |
---|---|
발행(출시)일자 | 2003년 08월 11일 |
쪽수 | 394쪽 |
크기 |
152 * 223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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