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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 저자(글) · 양윤옥 번역
문학동네 · 2005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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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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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히라노 게이치로

히라노 게이치로

1975년 6월 22일 아이치 현 출생.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보는 신세대 작가이다. 명문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권두소설로 전재되고, 다음해 같은 작품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일본 열도를 히라노 열풍에 휩싸이게 하며 출간 직후 일본 내에서만 4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99년 메이지 시대를 무대로 젊은 시인의 탐미적인 환상을 그려낸 두번째 소설 '달'을 발표한 이후 3년여 동안 침묵을 지키며 집필을 계속해, 2002년 19세기 중엽의 파리를 배경으로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삶을 그려낸 대작 '장송'을 완성한다. 같은해 특유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본 산문집 '문명의 우울'을, 2003년에는 이윽고 작품의 배경을 현대 일본으로 옮겨 젊은 남녀의 성을 세심한 심리주의적 기법으로 추구하는 등 실험적인 형식의 단편 네 편을 수록한 '센티멘털'(원제:다카세가와)을 발표한다. 2004년에는 더욱 심화된 의식으로 전쟁, 가족, 죽음, 근대화, 테크놀로지 등 현대사회의 여러 테마를 아홉 편의 단편으로 그려낸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을, 2006년에는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소재로 삼아 현대인의 정체성을 파헤친 '얼굴 없는 나체들'을, 2007년 소설집 '당신이, 없었다, 당신'을 잇달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번역 양윤옥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히라노 게이치로 '일식'의 번역으로, 2005년에 일본 고단샤講談社가 수여하는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슬픈 이상(李箱)','그리운 여성 모습','글로 만나는 아이세상' 등의 책을 썼다. 그동안 번역한 책으로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장송', '센티멘털',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 마루야마 겐지의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칼에 지다',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장미 도둑' 그외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약지의 표본',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붉은 손가락', '남쪽으로 튀어', '유성의 인연', '지금 만나러 갑니다', '플라나리아', '라쇼몽', '오, 마이갓', '사랑을 주세요', '겐지와 겐이치로', '천사의 알', '천사의 사다리', '모든 구름은 은빛',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1Q84' 등이 있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4600583
발행(출시)일자 2005년 11월 25일
쪽수 준비중
총권수 2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葬送/平野啓一郞

Klover 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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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10점
  개인적으로 히라노 게이치로의 유미는 탐닉이라기 보다는 절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구태여 비유를 하자면, 가느다랗게 올라간 꽃대의 끝에 위태롭게 피어있는 꽃을 앞에 두고 미시마 유키오가 가까이 가서 가슴 속까지 꽃 내음을 맡고는 화려한 유화로 강렬한 인상을 그려내는 쪽이라고 한다면, 히라노 게이치로는 멀찌감치서 정좌하고 있다가 방안에 퍼진 난향을 음미하고는 단숨에, 그러나 부드러운 필법으로 사군자를 치는 쪽에 가깝다고 할까요^^ 그의 문장은 신인시절부터 독특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독특함은 문장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내용이나 스케일에 있어서 그의 전작 <일식>은 흔한 일본소설보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에 더 가까웠습니다. 등단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고했음에도 유명 문예지에 특별개재되었고 단박에 문학상을 수상해버린, 중세를 배경으로 한 신비한 체험을 그리고 있는 전작 <일식>이 종종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비견되기도 했던 것은 단순히 중세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감히 움베르토 에코에게 비견할 수 있었던 것은 중세의 일상을 소소한 면까지 철저하게 재구성했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이런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을 무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하나의 단어로 그의 소설을 형용해야 한다면 저는 '진중함'이란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캐릭터와 배경을 재구성해 내서는 정색을 하고 농담 한 토막 없이 써 내려간 그의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오락거리를 넘어선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장송>에서도 그의 이런 특성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소설은 십구세기의 파리를 배경으로 혁명 후반기를 살아간 위대한 두 예술가 쇼팽과 들라크루아를 그려냅니다. 단순히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쓴 팩션의 수준을 넘어 그는 파리의 거리 풍경과 들라크루아의 그림부터 콘서트에서의 쇼팽의 손짓까지, 격변하는 근대의 파리를 철저하게 재현해냅니다. 주인공 각자의 예술관이 그들의 세심하면서도 독특한 성품과 절묘하게 얽혀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소소한 주변인물들까지 각각 자기의 목소리를 갖고 이야기할 정도로 인물들을 생생히 그려내며, 부르주아지의 세세하고 복잡한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문장을 읽다보면 근대 유럽의 수도 파리를 복원해 가슴에 품은 작가의 역량이 새삼 놀랍습니다. 그러나 스토리 측면에서는 다소 지루하지 않은가 싶은 면이 있습니다. 장황하게 진행되는 독백이라든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르주아의 복잡한 심정묘사같은 부분에서는 '이 부분 뛰어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의 전작 <일식>과 <달>이 각기 다른 소설적 재미를 충분히 구현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의아한 부분입니다. 낭만주의와 반목하는 들라크루아와 쇼팽의 예술관을 설명하는 부분도 다소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국내 원로 평론가 한 분이 '만가를 글로 옮겼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스토리에 치중하는 현대 일본소설과 비교한다면 천오백페이지나 되는 글을 꾸역꾸역 읽다보면 근대 프랑스 소설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소설은 전혀 '현대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책 좀 읽어요 하는 분들이면 무리없이 끝까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역시 '진중함'이란 것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헐리우드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근대 이후 소설은 상당히 낯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소설들의 면면을 보면 문장 보다는 스토리나 순간적인 감흥에 치중해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단순히 소설의 측면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코미디를 보아도, 드라마를 보아도 영화를 보아도, 그것의 예술적 측면에 대한 자존심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순간순간 모래알처럼 사라지는 인상만이 남아있는 오락으로 전락해버린 듯 합니다. 히라노게이치로는 젊은 나이로 문단의 스타덤에 오른 후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중의 한명입니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다른 일본작가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런 차이 중의 하나가 소설가로서의 자존심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다른 작가들이 배알도 없이 영리에 영합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독특한 소재의 선택은 물론이고 그것을 완성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그가 보여주는 철저성 등은 반경향적 성향을 보여줍니다. 
 
  아닌게 아니라 일본도 한국도 많은 작가나 평론가들이 소설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베스트셀러  백 위 안에 한국 소설이 단 두 편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의 상황에서 독서시장을 파고든 것은 가벼운 일본소설들과 실용서였습니다. 누군가는 이 것을 진보라고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작가는 그리 생각치 않는 듯 합니다. 소설 안에서도 들라크루아는 기존의 화가들에 대한 철저한 연구도 없이 단순히 순간적인 감흥의 표현에만 치중하는 낭만주의 미술을 철저하게 비판합니다. 자신을 낭만주의자라고 이야기하는 세상을 향해 그는 자신은 오히려 고전주의자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예술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전의 거장들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사사하면서 그는 새로운 표현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며, 그것이 예술을 이루어가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온고지신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죠^^ 쇼팽의 이야기 역시 비슷합니다. 모짜르트의 음악에 대한 쇼팽의 찬사와 음악의 작곡함에 있어엄격한 수학적 규율을 지켜나가는 그의 모습은 고리타분하기 까지 합니다. 그러나 병중에도 피아노의 표현법에 대해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수구의 모습은 아닙니다. 변화는 진보가 아니라는 그들의 이야기가 근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변화는 진보가 아닙니다. 그리고 철저히 소설적 율법을 지켜가면서도 소재와 표현의 새로움을 탐색하는 작가의 모습은 멸망의 시대에 소설의 부활과 진정한 진보를 꿈꾸는 예술가로서의 작가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하다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소재를 갖고 천여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소설을 써내려갈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예술로서의 소설에 대한 작가의 의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그리고 이런 의지를 빈 말로 끝내지 않고 또 한편의 대작을 완성함으로써 이루어냈습니다.
   현대의 문학과 예술은 현대의 감성을 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의 전적인 파괴나 부정을 통해 생겨난 것이라면 인간에게 역사는 필요 없을 것 입니다. 왁자지껄한 시장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해서, 대량생산이 가치창조의 대세라고 해서 우리의 감성도 대량생산 평준화의 길을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시대의 예술은 시장과 분리된 치열한 사유를 통해 탄생하지 않으면 안될겁니다. 생명을 갉아먹는데도 끝내 예술을 버리지 못하는 쇼팽과 들라크루아의 모습은 그것이 쉬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인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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