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MBTI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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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제안하는 MBTI 접근법은 고전 문학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하나의 방법론이다. 고전 문학은 인류사에 보편적으로 존재해 온 거의 모든 유형의 인물 군상이 망라되어 있는 귀중한 자료다. 실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낯익은 유형에서부터 영화 혹은 뉴스에서나 접할 수 있는 낯선 유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 유형과 교류할 수 있는 풍부한 간접 경험의 장(場)이기도 하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100권 중 꼭 읽어야 할 문학 작품을 엄선하여 MBTI를 활용한 신선한 분석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각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맥락에 대한 해설을 덧붙여 작품 전반에 대한 보다 풍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작가정보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정치학과에서 석사학위(세부전공: 정치철학)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경제정책실 Research Analyst를 거쳐 대한민국 국회에서 정책비서관으로 재직하며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세부전공: 북한경제)을 수료했다.
유튜브 ‘써니피디아(SUNNYPEDIA)’ 채널을 운영하며 인문ㆍ사회과학 고전을 리뷰하고 이투스ㆍ클래스101 등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독서 강의를 진행해 왔다.
저서로 『임수현의 친절한 인문학』, 『임수현의 친절한 사회과학』, 『참을 수 없는 존재의 MBTI: 명작 속에서 나를 발견하다』, 『장르별 독서법』 등이 있다.
목차
- Ⅰ 한국문학
01 『박씨전』 ─ 작자미상
02 『구운몽』 ─ 김만중
03 『춘향전』 ─ 작자미상
04 『호질』 ─ 박지원
05 『한중록』 ─ 혜경궁 홍씨
06 『청구야담』 ─ 작자미상
07 『무정』 ─ 이광수
08 『인간문제』 ─ 강경애
09 『고향』 ─ 이기영
10 『동백꽃』 ─ 김유정
11 『탁류』 ─ 채만식
12 『천변풍경』 ─ 박태원
13 『삼대』 ─ 염상섭
14 『카인의 후예』 ─ 황순원
15 『광장』 ─ 최인훈
16 『토지』 ─ 박경리
Ⅱ 세계문학
01 『변신 이야기』 ─ 오비디우스
02 『햄릿』 ─ 윌리엄 셰익스피어
03 『돈키호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04 『파우스트』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05 『주홍글씨』 ─ 나다니엘 호손
06 『보바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07 『위대한 유산』 ─ 찰스 디킨스
08 『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09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10 『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11 『갈매기』 ─ 안톤 체호프
1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마르셀 프루스트
13 『변신』 ─ 프란츠 카프카
14 『마의 산』 ─ 토마스 만
15 『인간의 조건』 ─ 앙드레 말로
16 『양철북』 ─ 귄터 그라스
책 속으로
『박씨전』에는 17세기 조선 후기 사회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다. 조선 후기는 양반 중심의 신분제와 유교적 가부장제가 여전히 유지되면서도 누적된 사회적 갈등과 모순으로 인해 민중의 불만이 커지던 시기였다. 여성인 주인공 박씨가 위기에 맞서 주체적으로 활약하며 소극적인 남편을 계도하는 모습에는 기존의 양반 남성 중심의 사회적 구조에 대한 비판이 깃들어 있다. 이처럼 박씨라는 캐릭터에는 당대를 살아가던 민중의 소망과 이상,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비판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p14
팔선녀를 거느리며 꿈결 같은 부귀영화를 누린 지도 어언 반백 년, 양소유는 비로소 인생사의 무상함을 느끼고 속세의 모든 욕망이 덧없음을 깨닫는다. 그가 행복의 절정에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느낀 순간 육관대사가 그의 앞에 나타나 본래의 ‘참된 나’인 성진으로 돌려보낸다. 그는 성진으로 복귀하여 양소유의 삶이 모두 남가일몽(南柯一夢)이었음을 깨닫는다. - p24
이광수의 소설 『무정』은 일제강점기 초반의 근대적 전환기를 배경으로 한다. 1910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병합된 이후 조선 사회에는 서구 문명과 근대 사상이 급속히 유입되었다. 이에 따라 신교육과 신문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여성 교육, 자유 연애, 자아 실현 등 새로운 가치관이 전파되면서 전통적 질서와 충돌을 일으키는 격변의 시기가 이어졌다. 『무정』의 주인공들이 겪는 갈등과 고뇌는 바로 이 시기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p62
이처럼 『탁류』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조선 사회의 부조리와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회 비판 소설이다. 작품에는 일제의 토지 수탈과 공업화 과정에서의 착취로 인해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어 가던 당시 사회상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특히 작품은 당시 가부장제와 경제적 어려움의 이중고에 시달리던 여성들에 가해진 억압과 차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p93
저자인 염상섭의 예리한 관찰력과 치밀한 표현력은 작품에 입체감을 더한다. 그는 당시의 중산층 지식인, 이념적 인물, 퇴폐적 인물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면면과 풍속을 두루 꿰차고서 당시의 현실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 내고 있다. 인간 내면의 밑바닥까지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통찰력은 염상섭 특유의 사실주의를 완성한다. -p111
탐욕, 사랑, 배신, 그리고 역사적 억압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과 민족의식을 탐구하는 작품 『토지』는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저항과 극복의 서사를 담아낸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과도 같은 작품이다. -p139
저자인 오비디우스는 우주의 창조로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이르기까지 약 250편의 변신에 관한 신화와 전설 속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변신 이야기』의 특장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단순히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중심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신화적 사건들은 단순히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경험으로 묘사된다. 즉 인간의 욕망, 사랑, 질투, 복수, 고통, 구원에 관한 드라마틱한 묘사, 그리고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발견해 낼 수 있다. -p150
괴테가 살았던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중반 무렵의 유럽은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그리고 계몽사상의 물결이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가던 대전환기였다. 일찍이 통일된 민족국가 체제를 갖춘 영국ㆍ프랑스와 달리 괴테의 조국인 독일은 수십여 개의 소국으로 분열되어 있었기에 시민계급이 하나의 세력으로 규합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낡은 봉건 질서에 대한 문제의식과 각성은 분명히 생겨났으며 파우스트는 이러한 독일의 정세 속에 집필되었다. 과학의 발전과 개인적 자유의 요구가 기독교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기존의 가치관에 대대적인 균열이 발생했다. 괴테는 이러한 대혼란 속에서 선과 악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파우스트』다. -p174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은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프랑스는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는 한편 귀족 계급의 몰락과 부르주아 계급의 부상이 교차하는 사회적 전환기를 맞고 있었다. 또한 대중에 부르주아 계급의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물질만능주의와 신분 상승 욕구가 만연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p188
알렉산드르 2세가 단행한 농노해방(1861) 이후 한층 극심해진 사회 갈등, 경제적 불평등, 급진적 사상의 전파와 정치적 억압, 문화적 불안은 차르 체제와 전통적인 가치관에 대한 대중의 회의감과 무력감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당대 유럽 전역을 휩쓸던 데카당스(Decadence, 퇴폐주의)와 니힐리즘(Nihilism, 허무주의)의 영향으로 사회적 긴장과 고뇌가 더욱 높아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체호프는 『갈매기』 속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이러한 세기말적 퇴폐와 혼돈을 세밀하게 표현해 냈다. -p243
요양원에서는 엔지니어, 대부호, 문필가, 공산주의자, 낭만주의자 등 당대 유럽 사회의 다양성을 대변하는 여러 인물들이 치료를 받으며 서로 교류한다. 그들은 지상 공간과 유리된 요양원에서 시간, 죽음, 사랑, 질병, 정치, 문학과 예술, 이념과 사상,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의미 등에 대해 탐구하며 철학적으로 사색하고 토론을 나눈다. 『마의 산』이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닌 까닭은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대화와 행위 속에서 20세기 초 유럽의 시대 변화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69
『인간의 조건』은 중국 상하이 폭동을 주도한 혁명가들의 활동과 비극을 다룬 이야기다. 이념과 큰 목표를 공유하는 혁명가들이지만 이상의 구체적인 실현 방식은 각자 다르기에 갈등이 불거진다. 저자인 앙드레 말로는 이상주의자, 현실주의자, 철학자, 테러리스트 등 여러 인물 유형이 폭력과 죽음 앞에 각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보여 주면서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진정한 조건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p282
출판사 서평
들뢰즈 같은 철학자는 인간의 정신을 매뉴얼화했다는 이유에서 정신분석을 비판했다. 그러나 무의식의 영역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그것에 대한 해석보다도 그것이 ‘작동’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왜 사주팔자를 궁금해하는 걸까? 과학적 근거의 여부 이전에 인문학적 감각으로 접근할 지점은, 왜 사람들이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는가이다. 이전 세대에서의 혈액형과 별자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금 시대의 MBTI가 관계의 기본지식으로 자리매김한 현상도 결국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문학을 읽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타인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 아닐까? 소설 속 등장하는 다양한 군상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현실의 누군가를 이해할 수도, 마침 궁금해하는 그 사람과 비슷한 성향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소설이라면 더 몰입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 조금이라도 그 사람을 용서할 수도 있게 되는, 마음의 안식을 선사하는 방편인지도 모르겠다.
임수현 작가의 전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MBTI』에서는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책에서는 각 인물들의 MBTI와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해 분석하고 있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가능하게 하는 시발점은 캐릭터이다. 그런 성향이 아니었던들 사건의 전개는 다른 양상이었을 수 있다. 그렇듯 캐릭터는 각자가 지닌 인생방정식 안에서 타인과 엮여 있는 양상에 관한 술어이기도 하다.
기본정보
ISBN | 9791194267232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30일 |
쪽수 | 304쪽 |
크기 |
143 * 210
* 27
mm
/ 55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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