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세상에 맞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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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은 몇 시간 뒤 해제되었다. 하지만 계엄을 막은 건 독재자의 변심도, 총칼을 든 군인도 아니었다.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국회로 달려가 온몸으로 군용차를 막아내고, 휴대전화로 실시간 상황을 알린 시민들이었다. 그 어떤 야만의 폭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불의에 맞서는 시민들의 저항 정신이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살렸다. 그리고 그날 시인은 보았다. 그들의 가슴에 시 한 편이 살아 숨쉬는 모습을.
“시는 시대가 위독할 때마다 가장 먼저 일어나 가장 먼저 사람을 지켰”고, “침을 튀기는 분노”로 “목소리를 가진 눈동자“로 “절실함이 주는 행동”으로 우리를 깨어 있게 했다. 그리하여 부조리를 고발하고, 불의와 싸우고, 슬픔과 연대하며, 다시금 희망으로 나아가게 했다. 이 책은 그렇게 “세상의 모든 폭력과 고통에 항거했던 사람의 이야기”이자 김남주, 윤동주, 신경림 등 “시로 맞설 수밖에 없었던 시인들의 숭고한 정신”을 담아낸 저항시선집이다. 이 책을 추천한 류근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저항하는 존재이며, 저항하지 않는 시는 가짜”다. 이렇게 병들고 나쁜 시대”에 세상에 맞선 시들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다.
작가정보
시인은 저항하는 존재다. 본능적으로 저항하고 본질적으로 저항하고 숙명적으로 저항하고 운명적으로 저항한다. 삶에 저항하고 죽음에 저항하고 존재의 덧없음에 저항하고 시대에 저항하고 우주의 질서에 저항하고 안락과 환란과 불의와 슬픔과 허위와 하여간 사람으로 살아서 마주하는 모든 대상에 저항한다. 저항하지 않는 시는 가짜다. 이렇게 병들고 나쁜 시대에 대표적 저항시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더욱이 시편마다 붙여진 황종권 시인의 해설은 깜짝 놀랄 만큼 깊고 아름답다. 그 역시 비루한 삶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천상 시인인 것이다.
목차
- 머리말
그날 당신의 손에 시가 있었다
1장 | 고함의 시 “세상에 외치다”
학살 1 - 김남주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 민병도
슬픈 일만 나에게 - 박정만
오버로크 - 이태정
역사가 홀대받는 이유 - 전윤호
대설주의보 - 최승호
착각 - 김명기
맑고 흰죽 - 변희수
유류품 - 김주대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고독사 - 심은섭
석유시추사업과 시 - 이향란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서민생존헌장 - 하린
2장 | 연대의 시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이제야 꽃을 든다 - 이문재
사람값 - 송경동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침묵의 대가 - 마르틴 니묄러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 신경림
방아쇠 없는 세계 - 황종권
울컥 - 송종찬
못 - 박제영
독(毒)을 차고 - 김영랑
설움이 나를 먹인다 - 허은실
걸레와 양심 - 문병란
시인들 - 류근
3장 | 저항의 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겨울비 - 백무산
심부름 - 오성인
돌을 던지면 환해지는 햇살 - 이재훈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 - 마야 안젤루
예언서 2 - 김사인
광야 - 이육사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용산을 추억함 - 박소란
광기의 재개발 - 서효인
무음의 저항 - 전선용
오오 하느님 - 양성우
워크에식(Work ethic) - 강백수
노동의 새벽 - 박노해
4장 | 희망의 시 “한 걸음 더 나아가리라”
축제 - 김해자
봄인데 말이야 - 함순례
화마 - 문경수
실업 - 여림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난장이 화가 로뜨렉 전시장에서 - 이건청
아방가르드 - 권수진
알고리즘 - 백인경
살구 - 이혜미
하트✽어택 - 권누리
당신이 다시 벚나무로 태어나 - 이명윤
귀가 - 도종환
추천사
-
시인은 저항하는 존재다. 본능적으로 저항하고 본질적으로 저항하고 숙명적으로 저항하고 운명적으로 저항한다. 삶에 저항하고 죽음에 저항하고 존재의 덧없음에 저항하고 시대에 저항하고 우주의 질서에 저항하고 안락과 환란과 불의와 슬픔과 허위와 하여간 사람으로 살아서 마주하는 모든 대상에 저항한다. 저항하지 않는 시는 가짜다. 이렇게 병들고 나쁜 시대에 대표적 저항시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더욱이 시편마다 붙여진 황종권 시인의 해설은 깜짝 놀랄 만큼 깊고 아름답다. 그 역시 비루한 삶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천상 시인인 것이다.
책 속으로
이 책을 엮는 내내 확신했다. 우리의 시는 예술적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반향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적어도 진짜 반국가적 세력이 누구이며, 반헌법적이자 반역사적 폭거의 주체가 절대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없음을. 나는 내 눈으로, 시대의 몸으로 읽어내며 알았다. 그러나 밝혀둔다. 시는 선과 악이 아닌 진실의 편이며,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편이라는 사실을. 우리의 시는 시대가 위독할 때마다 가장 먼저 일어나 가장 먼저 사람을 지켰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폭력과 고통에 항거했던 사람의 이야기이며, 시로서 맞설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숭고한 정신을 담았다.
- 머리말 〈그날 당신의 손에 시가 있었다〉 중에서
다시 살아난 시는 왠지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기도 하지만, 또다시 시대의 고통이 찾아온 것만 같아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차라리 아프다. 나는 이 시가 그렇다. 군부독재의 억압적 현실을 폭설로 빗대었지만, 지금의 현실과 빗대어도 다를 게 없다. 어떤 은유는 죽지 않는 현실과 늘 빗대어지기에, 제설차 같은 희망 하나 오지 않는다. 시가 살아서 왔기에 희망인가. 희망이 오지 않아 시가 왔는가. 나는 그 물음에 답하지는 못하지만, 이 시를 읽지 않고는 백태처럼 낀 어두운 세상을 읽어낼 수 없다.
- 1장 고함의 시 〈대설주의보 - 최승호〉 중에서
중요한 사실은 이제 이 시의 주인은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침묵은 금이라 말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침묵이 아니라 침을 튀기는 분노로, 방관이 아니라 목소리를 가진 눈동자로, 절망이 아니라 절실함이 주는 행동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위해 말해줄 이도, 우리를 위해 말해줄 이도 없다.
침묵은 불안과 불신이 빚어낸 닫힌 문이 아니라, 반드시 열고 나아가야 하는 문이다. 침묵은 말해짐으로써 시의 주인을 알아본다.
- 2장 연대의 시 〈침묵의 대가 - 마르틴 니묄러〉 중에서
설움은 슬픔과 다르게 북받쳐 오는 감정을 홀로 삼키는 감정이며, 봉합할 수 없는 상처가 내부에 있음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도 내부로 끝없이 침몰되어 가는 상처를 끌어올릴 용기가 없다. 세월호라는 말만 나와도 피가 뻣뻣해지며, 아득한 수심에 잠겨버리고 만다. 이 시를 읽는 데에도 두 주먹을 꼭 쥐어야 할 만큼 용기가 필요했다.
- 2장 연대의 시 〈설움이 나를 먹인다 - 허은실〉 중에서
시 한 편 읽었을 뿐인데 파랑이 우거지는 정어리 떼가 지나가고 있다. 물속 축제에 초대받은 듯 눈동자부터 푸르게 바뀌고 있다. “찬란한 율동”을 바라보면 영혼의 물결무늬 하나를 얻는 것도 같다. 축제란 본디 치유와 회복을 위해 물꽃을 피워올리는 일이고, “수많은 하나가 모여 하나를 이루”는 것임을 알겠다.
‘가난한 영혼이 고통받는 모든 곳에 김해자의 시가 있다’는 말이 있다. 나는 12.3 비상계엄의 공포를 이겨내고자 탄핵 집회에 간 적이 있었고, 그곳에서 김해자의 시를 보았다. 분열과 대립,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더러운 사회지만, 시민들은 하나의 목소리로 평화의 푸른 물결을 그리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축제 같은 시위의 모습이었다. 2030 세대가 주축이 되니 K팝이 흘러나왔고, 분노를 담은 응원봉이 물결을 이루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세대인 줄 알았는데, 세련된 시위 문화와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었다.
- 4장 희망의 시 〈축제 - 김해자〉 중에서
출판사 서평
★★★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류근 시인 강력 추천 ★★★
★★★ 김남주, 윤동주, 신경림… 지금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저항시 50선 ★★★
세상의 모든 폭력과 고통에 항거했던 시인들의 목소리
시로서 맞설 수밖에 없었던 그 숭고한 정신을 담다
“시는 시대가 위독할 때마다
가장 먼저 일어나 가장 먼저 사람을 지켰다”
탄광 속의 카나리아처럼 시대의 고통과 절규를 먼저 듣는 시인들
권력이 사람을 죽이고, 시궁창 같은 현실로 옭아매어도 거리로 나서는 시인들
시 무용론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게 많고 볼거리도 많은데, 도대체 누가 바쁜 시간 쪼개어 시를 읽느냐는 것이다. 시인들의 어려운 생활도 시 무용론을 거드는 데 한몫했다. 오래전 어느 언론사가 등단작가 100명을 조사한 결과 시인의 연평균 수입액은 고작 30만 원으로 나타났다. 시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하등 쓸모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인들은 시를 썼다. 가난했지만, 가난을 핑계 삼아 펜을 놓지는 않았다. 백인경 시인의 말처럼 처음부터 “시는 산업이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는 자본주의가 득세한 세상에서 돈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게 만드는 버팀목이었고, 검은 욕망으로부터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키게 해주는 방패였다.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서 부조리한 것들과 맞서 싸우는, 가지지 못한 자들을 위한 무기였다.
그리하여 시는 불의가 득세하는 모든 곳에 있었다. 일제 강점기 제국주의 세력에 나라가 짓밟힐 때에도, 총칼을 든 군인들이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했을 때에도, 탱크를 탄 계엄군이 국민을 상대로 살육을 저지를 때에도 시는 그곳에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그들의 만행을 지켜보았으며,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나섰다. 그렇게 “시는 시대가 위독할 때마다 가장 먼저 일어나 가장 먼저 사람을 지켰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능했지만, 결국 사람을 지켜낸 건 시였다. 이 책은 그렇게 세상과 맞서 싸웠던 대표시 50편을 추려낸 저항시선집이다.
“시의 정신은 본디 저항이다”
제주4.3, 5.18 민주화운동, 전태일 분신 항거,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하는 시인들의 마음
시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 곁에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이 책에 실린 50편의 시는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감싸안는다.
변희수 시인의 「맑고 흰죽」은 제주 4.3사건 피해자인 무명천 할머니(故 진아영 할머니)가 평생 죽만 먹고 산 목이 메는 사연을 맑고 흰 언어로 풀어냈다. 김남주 시인의 「학살 1」은 1980년 광주를 짓밟았던 계엄군의 잔혹함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오성인 시인의 「심부름」은 국가 폭력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날것의 언어로 드러냈다.
시인들의 시선은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희생당해야 했던 가난한 사람들의 곁에도 머물렀다. 이태정 시인의 「오버로크」와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은 전태일 열사로 대표되는 60~70년대 노동자들의 잘려나간 청춘을, 하린 시인의 「서민생존헌장」은 재벌 대기업 발전을 위해 “새 빈민을 창조”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민낯을 드러냈다.
2000년대 이후로는 국민을 지켜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을 외딴곳으로 몰아넣는 행태를 비판하고, 슬픔에 연대하려는 시가 주목을 받았다. 박소란 시인의 「용산을 추억함」은 용산 참사의 상처를, 김주대 시인의 「유류품」과 허은실 시인의 「설움이 나를 먹인다」는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내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문재 시인의 「이제야 꽃을 든다」는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는” 이태원 참사의 실상을 널리 고발하며, 심은섭 시인의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고독사」는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소외된 자들을 돌아보게 했다.
“이제 이 시들의 주인은 우리가 되어야 한다”
김남주, 신경림, 최승호, 황지우, 백무산, 김해자, 윤동주, 도종환, 마야 안젤루…
12.3 비상계엄 시대에 다시 읽어야 할 저항시 50선
치열한 투쟁 끝에 군사 정권이 물러나고, 국민이 직접 손으로 뽑은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선 지 30년이 넘었다. 그사이 우리나라는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어냈고, K 문화를 수출하는 문화강국이 되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이 책의 저자인 황종권 시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저항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이어 군용차에 탄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여러 대의 헬리콥터가 서울 하늘을 낮고 빠르게 가로질렀다.
사태를 보며 시인은 깨달았다. 우리는 “여전히 민주주의를 위협당할 수 있고, 국가적 횡포가 자행될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우리가 수호하던 자유와 평등이 단번에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칼바람을 뚫고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간 건 군인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통행이 막힌 도로를 뚫고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소총을 든 군인들과 맞서 싸우며 스마트폰을 들고 실황을 생중계했다.
이에 시인은 “국가가 폭압적인 권력을 휘두를 때마다 무덤을 뚫고 살아나는” 시들을 떠올렸다. 김남주, 신경림, 최승호, 황지우, 백무산, 김해자, 윤동주, 도종환, 마야 안젤루… 폭력과 야만의 시대를 정면으로 살아낸 국내외 시인들의 목소리를. 그리하여 이 책이 탄생했다. 1부 〈고함의 시〉에는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시들을, 2부 〈연대의 시〉에는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의 손을 맞잡는 시들을, 3부 〈저항의 시〉에는 불의에 항거하는 시들을, 4부 〈희망의 시〉에는 아픔을 치유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한 걸음 전진하는 시들을 그러모았다. 그리고 황종권 시인만의 목소리로 한 땀 한 땀 “깊고 아름다운” 해설을 수놓았다. 그렇게 다시 생명을 얻은 시들이 모인 이 책의 이름은 『시가 세상에 맞설 때』이다.
우리의 저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본정보
ISBN | 9791193289440 |
---|---|
발행(출시)일자 | 2025년 03월 24일 |
쪽수 | 216쪽 |
크기 |
122 * 207
* 20
mm
/ 42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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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람 같지 않은 것들한테 분노했던 적이 있는가. 세상이 주는 고통에 아직도 신음하고 있는가. 내 가족과 친구를 잃었던 적이 있는가. 죽일 수 없는 희망을 보았던 적이 있는가. 살을 에는 추위에도 거리로, 거리로 나섰던 적이 있는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눈동자에 그렁그렁 맺혀 있는가?
그날 이 책이 만들어졌으며,
그날 당신의 손에 시가 있었다.❞
시는 늘 그랬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시는 들불처럼 일어났다. 펜 끝에 피를 묻혀 세상과 자신을 죽이려드는 권력자들에게 맞섰다. 위기, 위급, 긴급할 때마다 시는 늘 그래왔다. 시를 쓰는 시인들이 그래왔다.
❝시인은 저항하는 존재다. 저항하지 않는 시는 가짜다.❞ 라고 추천사를 쓴 류근 시인의 말이 맞다.
시는 본질적으로 저항을 담고 있다.
그날 당신의 손에 들려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손을 곱아가며 떨었던 그날,
눈을 맞아가며 자리를 지키던 그날,
당신의 손에도 마음에도 시가 있었으리라.
#시가세상에맞설때 #황종권 #마디북
@황종권 @마디북
🔰고함의 시 ❛세상에 외치다❜
유류품 - 김주대 -
끈 풀린 운동화가 돌아왔다
운동화 속에는 아기 발목이 없다
먼 길
혼자 걸어갔을 발목을 생각하며 8년
아직도 숨이 참고
물속을 우는 엄마
끈 풀린 운동화만 돌아와
집안을 걸어다닌다
🔰연대의 시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이제야 꽃을 든다 - 이문재 -
이름이 없어서
이름을 알 수 없어서 꽃을 들지 못했다
얼굴을 볼 수 없어서 향을 피우지 않았다
누가 당신의 이름을 가렸는지
무엇이 왜 당신의 얼굴을 숨겼는지
누가 애도의 이름으로 애도를 막았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저항의 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광야 - 이육사 -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희망의 시 ❛한 걸음 더 나아가리라❜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진정한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때
비로소 진정한 여행은 시작됩니다
김남주, 윤동주, 이육사, 신경림…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저항시 50선을 만나볼 수 있다. 시가 어려운가. 그럴 것이다. 내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 속에 내 분노가 서리지 않는다면 어려울지 모른다. 시란 원래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한 편의 시가 끝나면 그 시에 대한 친절한 해설이 붙는다. 미쳐 깨닫지 못한 아픔과 고통 분노의 순간을 그 속에 담긴 저항의 의미를 깨닫도록 도와준다.
갈라진 땅, 희망이 없어 보이는 그곳에도 새싹은 돋아난다. 올 것이다, 푸르고 푸른 그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