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히틀러와 스탈린

독소전쟁 4년의 증언들
로런스 리스 저자(글) · 허승철 번역
페이퍼로드 · 2025년 01월 24일
10.0
10점 중 10점
(4개의 리뷰)
집중돼요 (50%의 구매자)
  • 히틀러와 스탈린 대표 이미지
    히틀러와 스탈린 대표 이미지
  • 히틀러와 스탈린 부가 이미지1
    히틀러와 스탈린 부가 이미지1
  • 히틀러와 스탈린 부가 이미지2
    히틀러와 스탈린 부가 이미지2
  • A4
    사이즈 비교
    210x297
    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즈 비교 153x225
    단위 : mm
01 / 04
MD의 선택 무료배송 소득공제
10% 34,200 38,000
적립/혜택
1,900P

기본적립

5% 적립 1,900P

추가적립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1,900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배송안내
무료배송
배송비 안내
국내도서/외국도서
도서 포함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교보Only(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20,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해외주문 서양도서/해외주문 일본도서(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업체배송 상품(전집, GIFT, 음반/DVD 등)
해당 상품 상세페이지 "배송비" 참고 (업체 별/판매자 별 무료배송 기준 다름)
바로드림 오늘배송
업체에서 별도 배송하여 1Box당 배송비 2,500원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그 외 무료배송 기준
바로드림, eBook 상품을 주문한 경우, 플래티넘/골드/실버회원 무료배송쿠폰 이용하여 주문한 경우, 무료배송 등록 상품을 주문한 경우
당일배송 오늘(3/24,월) 도착
기본배송지 기준
배송일자 기준 안내
로그인 : 회원정보에 등록된 기본배송지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로그인정확한 배송 안내를 받아보세요!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이벤트

해외주문/바로드림/제휴사주문/업체배송건의 경우 1+1 증정상품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히틀러와 스탈린 상세 이미지

수상내역/미디어추천

전쟁에 연루된 생존자들이 폭로하는,
두 독재자의 무모하고 냉혹한 선택들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는 더러운 전쟁이었다.”
- 본문에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4년부터 이어진 중동에서의 분쟁에 숱한 인명이 희생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또다시 진부한 물음을 마주하게 되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역사를 승자의 시선으로만 바라본다면 제2차 세계대전 속 독소전쟁은 영광스러운 서사시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나치독일을 주축으로 세계를 위협한 파시스트 세력, 이에 맞선 민주국가들의 숭고한 헌신과 수천만의 생명을 희생한 소련의 처절한 항전, 그리고 끝내 파시즘을 분쇄하고 승리를 거머쥔 극적인 결말까지……. 이야기를 곱씹을수록 전쟁은 신화가 되어 널리 전승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토록 위대한 서사시의 본질은, 이토록 찬란한 프로파간다의 발칙한 민낯은 참혹할 따름이었다. 파시즘이 부상하는 동안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한 영국과 프랑스는 동유럽을 자국의 노름에 쓰일 판돈으로 취급했다. 스탈린은 소련의 이익을 위해 공산주의의 목적을 배신했다. 미국은 사태를 관망하다가 뒤늦게 개입하며 전쟁의 특수를 추수했을 뿐이다.
강대국들의 현실정치가 인류를 끝없는 타락으로 이끄는 동안 절망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렸던 수많은 목격자가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전쟁에 직접 뛰어들었고, 다른 일부는 의도치 않게 휘말렸으며, 또 어떤 이들은 원치 않게 동원되기도 하였다. 그들을 부르는 말은 다양하다. 전쟁범죄자, 죄악의 공조자, 민족의 배신자, 반동분자, 무고한 희생자, 강제수용소의 수감자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시대의 비극을 목격한 그들이 바로 생존자라는 사실이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시의 모습을 회고하고 기억하며 증언하였다. 때로는 일기나 자서전으로, 때로는 인터뷰로, 때로는 방송에 나와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전쟁을 일으킨 히틀러와 스탈린의 죄악을 낱낱이 폭로하였다. 그들이 증언하는 전쟁의 본질은 간결하게 사악하였다. 이웃을 배신하고, 약자를 유린하며, 소수자를 짓밟는 죄악의 시기였다. 지은이가 본문에서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는 더러운 전쟁”이었다고 소리 높여 이야기한 것처럼 전쟁은 결코 미화될 수 없거니와 정당화될 수도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약 8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전쟁을 과연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역사가 진실을 망각할 때, 생존자의 후손인 우리는 과거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최근의 계엄 사태로 과거의 공포를 다시금 마주한 우리는 거악이 구축하는 독재의 본질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인가? 30년간 세계대전을 연구한 지은이는 1248개의 증언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전쟁을 기억하는 올바른 방식이 무엇인지, 공포를 무기로 사용하는 독재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는 폭군의 지배 체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작가정보

저자(글) 로런스 리스

로런스 리스는 제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호평받은 여러 책을 저술한 작가로, 영국 방송국 BBC의 역사 프로그램을 제작한 감독으로도 활약했었다. 그가 저술한 《나치: 역사의 경고(The Nazis: AWarning from History)》, 《아우슈비츠: 나치와 ‘최종 해결’(Auschwitz: The Nazis and ‘Final Solution’)》, 《제2차 세계대전: 닫힌 문 뒤에 있는 아돌프 히틀러의 어두운 카리스마(World War Ⅱ: Behind Closed Doors and The Dark Charisma of Adolf Hitler)》등의 도서는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도서상(British Book Awards)을 수상하였다. 2017년,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그가 쓴 《홀로코스트: 새로운 역사(The Holocaust: A New History)》를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선정했다. 로런스 리스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교육받은 이후 셰필드대학교와 오픈대학교(The Open University)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다룬 우수한 영상물을 제작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아카데미영화상(BAFTA), 피바디상, 영국방송언론협회상(Broadcasting Press Guild Award), 그리어슨상,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상(International Documentary Award), 미국의 에미상을수상했다.

번역 허승철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브라운대학교에서 슬라브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Mellon Fellow)를 지냈고,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2006~2008년에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몰도바, 조지아 겸임 대사)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우크라이나 현대사》(2011), 《코카서스 3국의 문화와 역사》(2019)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얄타: 8일간의 외교 전쟁》(2020), 《우크라이나와 러시아》(2023), 《동유럽사》(2023), 《굿바이 동유럽》(2024) 《폴란드사》(2024) 등이 있다.

목차

  • 머리말 - 5p
    서론 - 10p

    1장 비밀협정 - 51p
    2장 폴란드 분할 - 87p
    3장 상반된 운명 - 133p
    4장 야합의 분열 - 181p
    5장 절멸전쟁 - 211p
    6장 침공 - 241p
    7장 절망의 나날 - 287p
    8장 세계대전 - 325p
    9장 기아 - 371p
    10장 과대망상 - 409p
    11장 스텝을 가로질러 - 447p
    12장 볼가강의 혈투 - 485p
    13장 계속되는 전쟁 - 529p
    14장 가상과 현실 - 583p
    15장 대량학살 - 6525p
    16장 두 도시의 봉기 - 659p
    17장 패망의 나날 - 705p
    18장 승리와 패배 - 761p

    맺음말 - 789p
    감사의 말 - 801p
    미주 - 804p
    찾아보기 - 867p
    옮긴이의 말 - 884p

책 속으로

히틀러와 스탈린 모두 군주제를 혐오했다. 1942년 3월 대화에서, 히틀러는 “10명의 왕 중 8명은 만일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식품점도 제대로 경영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탈린은 세습군주제에 정반대되는 가치를 지닌 국가를 건설해야 했다. 군주 대신에 러시아를 통치해야 할 집단은, 1918년 니콜라이 2세와 그 가족을 살해한 볼셰비키들이었다. 바로 그런 점에서 히틀러와 스탈린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국을 통치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히틀러와 스탈린이 손에 쥔 권력은 이들의 심장박동이 멈춘 후에야 풀어졌다. 이들의 성격과 이들 주변의 정치 구조를 보았을 때 두 사람 모두 자발적으로 권좌에서 물러나기가 불가능했다. 이런 면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인정한 수준보다 훨씬 심각하게 절대왕정의 군주와 비슷했다.
서론 p. 27


우리는 히틀러가 소련 침공의 필요성으로 단지 독일의 영토 확보만 주장한 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그는 독일이 볼셰비키가 추구하는 ‘세계혁명’에 의해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중 앞에서 본인을 존재론적인 위협에 관해 경고하는 예언자로 내세웠다. 히틀러의 궁극적인 목적을 고려하자면 이러한 전략은 아주 영리한 방식이다.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볼셰비키의 팽창을 막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그들이 독일을 공격하기 전에 독일이 그들을 공격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독일인은 제국주의자라서가 아니라 자기방어의 ‘의도치 않은 결과’로 동쪽의 땅을 얻게 될 예정이었다.
1장 〈비밀협정〉 pp. 58~59


히틀러는 폴란드인은 물론이고 유대인의 멸절을 명령하는 서류에 서명한 적이 없다.74 그가 통치하는 정부가 ‘예지력을 갖춘 정책 수행 체계’를 구축한 덕에 그는 이런 서류에 서명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스탈린이 카틴 숲 학살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범죄에 관한 책임에서 무관할 수 없다. 명백한 물증이 없을 뿐, 수많은 역사학자에 의해 결정적으로 그의 죄가 증명되었다. 이념적 동기에 의해 폴란드를 재조직하는 과정에서 히틀러와 스탈린은 수백만 명의 주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겼다. 이러한 정책이 야심하고 포괄적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두 사람의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앞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2장 〈폴란드 분할〉 p. 131


스탈린은 또 다른 어려움을 마주했다. 핀란드의 인민을 위한 ‘해방 전쟁’으로 침공을 정당화한 스탈린의 정치적 계략은 비열한 계책이란 비난을 받았다. 대다수 핀란드인은 오토 쿠시넨의 ‘민주정부’를 수용하지 않았다.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사회주의적 풍토가 핀란드의 정치적 전통으로서 존재했음에도, 스탈린의 ‘허수아비’와 민족주의적이며 귀족적인 ‘만네르헤임’ 사이에서 핀란드인은 아무 어려움 없이 만네르헤임을 선택했다. 흐루쇼프의 회고에 의하면 스탈린은 핀란드 침공 작전이 실패한 사안을 두고 “격노했다”
3장 〈상반된 운명〉 p. 156


일반적으로 히틀러의 주장에 반대한 논리로 “소련의 크기가 너무 거대해 정복은 불가능하다.”가 알려져 있다. 이는 전쟁 도중과 전쟁 이후에 회자되었다. 그러나 히틀러는 소련 전체를 정복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독일군 최고위 지휘관들과 히틀러 자신은, 동쪽에서 소련 땅 전체를 차지하지 않고도 어떻게 승리를 얻을 수 있는지를 모두 목격했다. 앞서 본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이 정확하게 이를 증명했다. 이 조약은 제1차 세계대전 후 무효가 되었지만, 이 조약을 둘러싼 기억은 계속 살아있었다. 독일은 레닌이 소련의 가장 좋은 영토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나치는 똑같은 일을 왜 스탈린에게 할 수 없는가? 더불어 스탈린이 영토를 포기하게 만들면서 더 많은 땅을 차지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많은 독일 군지휘관은 소련 침공이 영국 침공보다 좀 더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4장 〈야합의 분열〉 p. 195


우리는 ‘사후적 고찰’이 스탈린의 행동을 향한 오늘날의 판단에 구름을 드리우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고 난 다음에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행동했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란 쉽다. 하물며 사건이 전개되기 전에는 선택지도 매우 다르다. 정보 수집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가? 만일 당신이 그 정보를 믿는다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 다만 우리가 스탈린이 직면한 곤경을 최대한 너그럽게 이해하려 하더라도, 스탈린을 향한 처칠의 비난은 정당하다. 이에 벌어진 일에 관련된 오늘날 우리의 지식을 고려하더라도, 스탈린은 잘못된 선택을 연달아 결정하며 본인의 조국을 엄청난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스탈린이 소련을 통치한 방식이었다.
5장 〈절멸전쟁〉 p. 218


스탈린은 특별위원회를 조직해 ‘인민의 적’을 처형하고 징벌하는 대응만 하진 않았다. 그는 음모를 꾸며 새로운 일들을 벌였다. 침공이 개시된 후 일주일 이상 지난 7월 3일이 되었을 때, 스탈린은 그제야 소련 국민을 향해 공식적으로 연설했다. 그는 “동지, 인민, 형제자매, 우리 육군과 해군 장병 여러분, 나는 친구인 여러분들에게 호소합니다.”라는 유명한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당시에 이 서두는 무척이나 혁신적이었다. “형제자매”와 “친구”라는 단어는, 이 연설 이전의 스탈린 연설에서는 결단코 찾아볼 수 없는, 국민에게 높은 친밀감을 드러내는 단어였다. 마치 스탈린이 볼셰비키의 원칙과는 별개로 소련 인민의 ‘아버지’ 역할을 맡기로 작정한 듯한 단어였다. 달리 말해 스탈린이 좀 더 전통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접근으로 ‘회귀’하는 것과 흡사했다. 많은 소련 시민은 스탈린의 이 따뜻한 인사말을 오랫동안 기억했다.
6장 〈침공〉 pp. 258~259


서유럽 침공과 소련 침공은 규모와 범위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두 공격은 한 가지 핵심 측면이 같았다. 두 작전 모두 엄청난 도박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프랑스 침공이라는 도박에서 성공했다고 소련 침공이라는 도박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히틀러는 모든 도박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행운은 영원하지 않다는, 이 자명한 사실을 히틀러는 잊고 있었다. 서유럽 침공과 소련 침공에서, 독일군은 짧은 전격전으로 적을 제압하는 작전을 계획했다. 이 전략은 히틀러의 성격에 잘 들어맞았을 뿐만 아니라, 장기전을 수행하기 어려운 독일군의 사정으로 인해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였다. 결국은 자원 문제로 쟁점이 귀결되었다. 독일은 소모전을 버틸 수 없었다. 예를 들어, 1941년 독일은 한 해에 5,200대의 전차를 생산했으나 같은 해에 소련은 6,500대 조금 넘는 수량을 생산했다. 1942년의 이 수치는 극적으로 변모했다. 독일은 1만 대도 생산하지 못했던 반면, 소련은 2만 4,000대를 생산했다. 여기에 영국의 저항과 미국의 자원을 함께 고려하면, 나치독일이 당면한 문제는 아주 심각했다.
7장 〈절망의 나날〉 p. 312



히틀러가 연설로 저지른 전방위적 공격은 너무도 터무니없어서, 그가 실제로 본인의 말을 믿기는 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그의 견해가 단순히 혐오스러울 뿐만 아니라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히틀러는 마음속 깊숙이 자신의 신념을 진지하게 신앙했다는 여러 흔적이 있다. 그는 상상 속 ‘유대인의 위협’에 관한 망상을 조장한 하위문화 아래서 성장했고, 유대인을 척결 대상이라 확신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다. 바르바로사 작전 입안 당시부터 소련 내 유대인을 특별한 척결 대상으로 삼은 것이 당연시되었다. 소련 영토로 진군한 처형단은 유대인을 처형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이 부대는 전쟁 초기에 소련 당국과 정부에서 일하는 유대인들을 처형했다. 이때의 유대인 살해는 앞으로 벌어질 유대인 학살의 신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침공이 개시된 지 불과 몇 주 후인 7월에는 처형단이 보강되었고, 1941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독일군이 점령한 소련 지역에서는 유대인 여성과 아이들이 총살당했다.
8장 〈세계대전〉 p. 329


히틀러와 스탈린은 현장 집행자들보다 훨씬 용이하게 기아 정책을 추진했다. 히틀러는 게토나 폴란드 내 수용소를 방문한 적이 없었고, 스탈린도 강제노동수용소 체제를 조성했음에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 두 독재자 모두 자신이 구축한 고통의 시스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어막을 설치했다. 실제로, 1941년 12월에 구데리안을 만난 히틀러는 “이러한 개인의 고통에서 거리를 두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구데리안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병사들을 연민한다고 비판했다.
9장 〈기아〉 p. 404


소련군이 왜 전투에서 패배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구의 책임인지를 따지기란 너무도 어려웠다. 특히 실책의 가장 큰 책임자 본인이 자신의 실수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스탈린은 군사 문제에서 아마추어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공세 작전의 전제부터가 잘못 설정되었고, 그는 공격 계획의 위험성을 경고한 주코프 같은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이 재앙에 책임이 있었다. 특히 소련의 정보당국은 군사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커다란 실수를 저질러서, 최정예 독일군 부대가 집결한 지역으로 소련군이 진격하는 멍청한 작전을 시행하도록 일조했다. 티모셴코와 흐루쇼프 역시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특히 티모셴코는 시시로 바뀌는 전황에 너무 늦게 대응하고, 포위 위험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계속 공세를 몰아붙였다.
10장 〈과대망상〉 p. 423


1942년 히틀러와 스탈린 모두 위기의 순간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아랫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이 너무 달랐다. 히틀러는 석탄협회 의장 파울 플라이거에게 호소 내지는 간청을 하여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다그쳤다. 그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대꾸한 플라이거가 히틀러 본인의 요구대로 시도하겠다고 입장을 바꿀 때까지 감정적으로 압박했다. 이와 달리 스탈린은 ‘감정 게임’을 하는 데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위협의 힘을 믿었다. 스탈린은 소련의 애국주의에 호소하긴 했으나, 그의 호소에는 인간 생애를 바라보는 스탈린의 냉철한 통찰이 담겨 있다. 바로 인간은 폭력적 위협에 가장 잘 반응한다는 적나라한 진실이 스탈린의 호소 아래에 놓여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지낸 바이바코프 같은 사람이 스탈린의 지도력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니. 아마도 이것이 가장 특이한 부분일 테다.
11장 〈스텝을 가로질러〉 p. 466


히틀러의 청중들은 모두 나치라는 나라에서 성장했고, 어린 시절부터 총통이 거의 신비에 가까운 힘을 가졌다고 믿으며 자랐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아돌프 히틀러를 향한 ‘믿음’을 가지라는 훈계를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벤케와 그의 동료들이 “무조건적으로 총통에게 충성할 결심”을 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계속 신념을 지킨 이유 중 하나는 그 당시 시대의 성격이다. 그들 대부분은 독일이 자원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본다면 승리가 곧 눈앞에 있었다. 더군다나 히틀러는 그들에게 평범한 승전이 아니라, 그들 모두에게 영광이 될 “동방의 거대한 식민지”를 약속했다.
12장 〈볼가강의 혈투〉 pp. 498~499


스탈린은 영국과 미국이 소련의 도움을 원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탈린에게는 폴란드인을 살해한 혐의 내지는 확신 따위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전부터 꾸준히 경멸하던 폴란드 망명정부를 비난하는 데에 이 사건을 이용했다. 1930년대 대숙청 당시 스탈린은 자신의 동료들이 진실을 부인하도록 종용하고자 그들을 고문했고, 고문 기술자들은 스탈린의 숙청 대상자들에게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고 그들이 거짓말을 수긍하도록 부추겼다. 이와 마찬가지로 폴란드 망명정부가 자국 시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깨닫자 스탈린은 그들을 나치 협력자라고 몰아세우며 폴란드인들에게 더한 고통을 가하였다. 오늘날의 우리는 당시 영국과 미국이 소련의 ‘거짓 비난’에 동조했다고 판단한다.
13장 〈계속되는 전투〉 p. 560


스탈린은 발언권을 얻을 때마다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논의 주제를 거론했다. 제2전선을 즉각 형성해야 한다는 주제였다. 스탈린은 그날 밤 처칠과의 회동에서도, 이 주제를 예의주시하는 입장을 다시금 천명했다. 유럽은 여전히 처칠과 스탈린 사이에 일어난 일의 결과를 품은 채 살고 있었다. 이 회동에서 처칠은 스탈린에게 소련이 전후에 폴란드 동부를 확보하겠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바로 1년 전, 처칠 자신이 대서양 헌장을 위반하지 않고는 소련이 가지도록 할 수 없다고 말한 땅이었다.
14장 〈가상과 현실〉 p. 617


전쟁 중 학살을 자행하는 것이 쉬운 쪽은 스탈린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시기에 극단적인 조치를 시행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려운 쪽도 스탈린이었다. 히틀러는 시기를 고르는 문제에서는 단순명료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에게 학살은 인종, 혈통, 이념의 문제였다. 절대적인 가치를 둘러싼 문제였다. 그는 유대인들이 야기할 위협은 마땅히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스탈린은 여러 경쟁적인 목표의 우선순위를 가늠했다. 그는 소련 내 소수민족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진 않았다. 다만 그에게는 소수민족을 파괴해야 할 이념적 당위성이 없었다. 스탈린에게 소수민족 문제란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였다. 그는 여러 요인을 계산해야 했다. 소련 전체에 징벌을 내리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15장 〈대량학살〉 p. 656


바르샤바 봉기는 1944년 여름에 있었던 유일한 봉기가 아니었다. 서쪽으로 850마일 떨어진 곳에서 파리 시민들 역시 독일군에 대항한 봉기를 일으키려고 준비했다. 그러나 1944년, 바르샤바와 파리가 겪은 운명의 차이는 극명했다. 바르샤바는 히틀러의 군대와 스탈린의 군대 사이에 갇혀버렸다. 파리는 히틀러와 서방 연합군 사이에 갇혔다. 이 차이는 두 도시의 많은 측면을, 특히나 생사를 구별했다.
16장 〈두 도시의 봉기〉 pp. 690~691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이 시기의 히틀러는 1941년 봄과 여름의 스탈린과 비슷하게 행동했다. 적군이 공격할 것이라는 정확한 예측이 보고되었으나 독재자는 자신의 마음속 소망이 틀렸음을 일깨우는 그 진실을 멸시했다. 독재자는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지휘관, 적의 공격을 저지하지 못한 지휘관을 체포했다. 측근들이 본인을 상대로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배신이 임박했다는 의심을 품었다. 스탈린은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기적처럼 재기했으나 히틀러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없었다.
17장 〈패망의 나날〉 p. 727


스탈린이 소련의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군비 경쟁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례로 소련의 전기생산량은 1928년부터 1940년 사이에 10배 늘어났다. 이전에는 농업이 경제의 중심이었던 산업구조에 이토록 거대한 변화가 생겼다. 1949년 소련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것은 소련의 산업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러한 성취에 필요한 전제조건은 스탈린이 오로지 산업화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이미 1931년에 “자본주의 정글의 법칙으로부터 소련을 방어하기 위해” 급속한 산업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8장 〈승리와 패배〉 p. 781

두 사람 모두 ‘엄격한 아버지’ 같은 인물이었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유토피아에 철저한 확신을 가진 채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상을 전파했다. 그들의 꿈은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에게도 의미 있는 미래였다. 당신이 이러한 꿈에 매혹되었다면, 당신은 삶의 목적과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지배자가 제시한 유토피아는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당신이 한 세기의 사명을 완수할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확신을 선사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같은 꿈을 꾸게 만드는 사회의 압력은 거대하다. 거기다 히틀러와 스탈린은 자신들을 자발적으로 따르던 수많은 추종자에게 영광스러운 세상이 미래에 있음을 약속했다. 지금 당면한 문제는 내일의 유토피아를 위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일’은 결코 오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많은 차이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히틀러와 스탈린은 자신들의

출판사 서평

■ 증언으로 복원하는 독소전쟁의 모든 것
제2차 세계대전, 독소전쟁을 다룬 책은 수없이 많고 국내에 소개된 책도 다양하다. 그렇지만 기존 도서와는 달리 이 책은 전쟁에 연루된 범죄자 또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압도적인 장점이 있다. 이 책이 1248개의 증언과 생존자의 구술로 독소전쟁을 복원한 방법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지은이 ‘로런스 리스’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로런스 리스는 30년간 세계대전을 연구한 역사가로, 한때 영국의 BBC 방송국에서 우수한 역사 다큐멘터리들을 제작한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마다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현장을 답사했고, 당시 사건을 목격한 생존자들을 인터뷰하였다. 생존자의 증언, 기록이 담아내지 못한 숨겨진 역사를 발굴한 공로를 인정받은 로런스 리스는 영국아카데미영화상, 피바디상, 영국방송언론협회상, 그리어슨상,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상, 미국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관련 주제로 여러 우수한 도서를 저술하였고, 현재는 역사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지은이의 영상물이나 도서가 소개된 적이 없기에 국내 독자들은 지은이의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의 실력은 이미 세계적인 학자들에게서 널리 인정받았다. 히틀러와 스탈린,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주제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세운 ‘이언 커쇼’, 러시아 근현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앤터니 비버’와 ‘로버트 서비스’ 등은 이 책의 학술적 위상을 높게 평가하였다. 특히 이언 커쇼가 원서에 남긴 추천사를 소개하면서, 지은이의 풍부한 지적 성취와 이를 표현하는 독창적이고도 유려한 문체를 알려주고자 한다.

“이 책은 두 명의 무서운 독재자가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비인간적인 전쟁에서 각자의 나라를 어떻게 이끌었는지를 훌륭하게 설명한다. 강력한 증언, 생생한 이야기, 설득력 있는 분석이 맞물리자 책을 읽는 내내 실제로 현장을 보는 듯한 경험을 했다.”
- 이언 커쇼


■ 유토피아의 폭력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책의 집필 목적이 무엇인지, 책의 의의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혔다. 30년간 히틀러와 스탈린, 그리고 두 독재자가 구축한 체제를 연구한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몇 가지 주제에 집중했다. 두 독재자와 두 체제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두 체제는 어떤 면에서 비슷한가? 두 독재자는 자신들의 시대를 구축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그들의 시대는 두 폭군을 형성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가?
그의 문제의식은 단순히 관련 학자들만 공유하는 호기심에 그치지 않는다. 머리말에서 밝히듯이 세상에는 여전히 많은 폭군이 군림하고 있고, 그들 중 일부는 우리의 세계를 파괴할 수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4년 12월 3일 계엄 사태를 마주한 한국인에게 ‘독재의 공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실의 위기로 부활하고 말았다. 즉 우리가 히틀러와 스탈린에 관해 공부하는 것은, 나아가 두 독재자의 시대를 탐구하는 것은 비단 과거에만 함몰되는 지적 향유로 그치지 않는다. 옮긴이 허승철 교수가 책의 말미에서 지적한 것처럼 독재 정치와 대중 선동이 다시금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오늘날, 두 폭군과 그들의 시대를 이해하는 것은 과거의 참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시대적 의의가 있다.
아돌프 히틀러와 이오시프 스탈린. 두 사람 사이에 많은 차이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백만 명의 사람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동일했다. 두 사람은 이념이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성실하게 순종했던 사람조차 기꺼이 죽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유토피아에 철저한 확신을 가진 채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상을 전파했다. 지은이가 맺음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토피아를 추구한 폭군은 세상을 파괴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였다.

“두 지배자가 제시한 유토피아는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당신이 한 세기의 사명을 완수할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확신을 선사했다. (중략) 히틀러와 스탈린은 자신들을 자발적으로 따르던 수많은 추종자에게 영광스러운 세상이 미래에 있음을 약속했다. 지금 당면한 문제는 내일의 유토피아를 위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일’은 결코 오지 않았다.”
- 맺음말에서

지은이의 지적처럼 히틀러와 스탈린은 유토피아라는 환상을 제시하며 수많은 인민을 통제했다. 국민을 공범으로 삼아 자신들의 죄를 희석했으며, 무고한 인민을 학살하고도 그 죄악을 영웅의 수고로움으로 둔갑하였다. 히틀러는 정치적 경쟁자들을 민족의 배신자라는 이유로 탄압했고, 스탈린은 체제의 배신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동료를 살해했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더러운 족속으로 규정해 학살했다면, 스탈린은 소수민족을 오지로 추방시킨 이후 그들의 목숨을 방기했다. 히틀러가 평범한 독일인을 학살의 공범으로 포섭했다면, 스탈린은 신념을 위해 삶을 바친 소련인을 소모품처럼 쓰고 버렸다. 죽어서도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들은 오로지 찬란한 미래로 이끄는 영도자로서 살다가 죽었다. 그 죽음이 비참하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다. 그들에게 희생된 생명이 되살아나지도 못한 채 전쟁은 끝났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목격할 모든 참극은 이토록 비참한 진실을 영원토록 떠올리게 할 것이다.


■ 증언의 가치, 기억의 윤리
기억과 역사가 충돌할 때, 기억이 보편화된 역사에 정면으로 충돌할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최근 전 세계 사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공공역사와 기억’이라는 주제는 사학계의 논쟁으로만 그치지 않는 듯하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처럼 보편화된 역사와 소외된 기억 사이의 갈등은 빈번하다. 또한 그로 인한 여파는 결코 쉽고 약소하지 않다. 권력이 과거의 이야기를 단일한 서사로, 하나의 역사로 단정할수록 거기서 벗어난 소외된 자들의 기억은 ‘틀린 것, 오류, 잡음’ 정도로 일축된다.
제2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역사와 기억의 충돌 역시 마찬가지의 양상을 보인다. 그간 제2차 세계대전을 소개하는 여러 도서는 나치독일을 중심으로 구성된 추축국이라는 절대악과 그들에 맞서는 주요 강대국들의 이야기로 역사를 서술하였다. 이러한 ‘보편적인 역사’에서 영국은 나치즘에 끝까지 저항한 연합국의 수장으로, 프랑스는 패전에도 굴하지 않은 혁명가로, 미국은 전쟁의 판도를 바꾼 역전의 용사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실상 세 나라는 나치독일이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를 흡수하는 동안 내내 방관하거나 때로는 부추기도 하였다. 그들에게 유대인, 집시, 폴란드인은 자국의 이익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판돈에 불과했다.
비단 연합국의 행보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수천만의 인민을 동원해 나치독일을 굴복시킨 소련은 과연 어떠했는가? 스탈린의 소련은 ‘부득이하게’ 독일과의 전쟁에 돌입했으나 소련 역시 나치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유럽을 체제경쟁의 전초기지로 사유화했고,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으며, 스탈린은 ‘공산당 지도부’라는 집단의 이름 뒤에 숨어 악행의 책임을 은폐했다. 그 과정에서 무참히 희생된 병사, 전시성폭행에 시달린 여성, 노역에 강제동원된 노동자, 터전을 빼앗긴 소수민족의 삶은 거대한 서사시에서 삭제되었다. 그들은 ‘파시스트와 맞서 싸운 소련의 영광’에 가려진 채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받았다. 그들이 냉전이 끝난 이후 여러 경로로 당시의 경험을 증언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기억은 역사라는 폭력에 저항하는 희생자의 마지막 수단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비단 연합국과 소련의 위선을 폭로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또한 히틀러와 나치독일의 악행을 변명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다만 체제의 폭력과 전쟁에 휘말렸음에도 자신의 고통을 토로할 수 없었던 수많은 생존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복원한 지은이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잡음’이 아니라 ‘숨겨지고 은폐된, 또 하나의 역사’임을 증명하였다. 이를 통해 어떤 식으로도 전쟁은 용납될 수 없고 정당화될 수 없다는, 단순하고도 중요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훌륭히 전달했다. 우수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지은이의 극적인 문체가 어우러지자 산발적으로 흩어졌던 증언들은 하나의 ‘대안 서사’로 완성되어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해체된 오늘날. 전체주의의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체제와 구조의 폭력 앞에 무력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에 절망하는 시민들에게, 지은이는 한 가지 방법을 넌지시 귀띔한다.

신화 속에 묻힌 역사의 진실을 기억하라, 그리고 증언하라.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2376486
발행(출시)일자 2025년 01월 24일
쪽수 888쪽
크기
153 * 225 * 49 mm / 1409 g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4)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10점 중 10점
/집중돼요
설 연휴 내내 집에 틀어박혀 이 책만 읽었습니다. 전쟁사에 관심이 많고 2차세계대전사를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제목의 책이었습니다.

책을 펴며 이 책이 히틀러와 스탈린의 미시적이고 세세한 이야기에 집중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사는 거시적인 흐름이 있고, 역사의 변화는 개인의 선택보다는 한 국가 또는 한 사회 전체의 함의로 이루어진다고 믿기에 개개인의 미시사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두 역사적 인물에 집중하면서도 거시적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무엇보다 그들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주기에 거시사적 사관을 가진 저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왜 독일인들이 나치에 협력하여 세계대전을 일으켰는지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한다는 점입니다. 히틀러에 추종하고 전쟁터에 자발적으로 나가는 것이 단순히 독일인들이 세뇌되었다거나 독일인들이 속았다거나 또는 나치가 잔학하다는 식의 일차원적이고 결과적인 해석이 아니라 그들이 왜 전쟁이라는 곳으로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는지 잘 설명해줍니다.

매우 흥미롭고 매혹적이며 굉장히 재밌기까지한 책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두고두고 읽고 또 읽을것만 같습니다.
리뷰 썸네일
10점 중 10점
/추천해요
〈 Book Review 〉


《 히틀러와 스탈린 》- 독소전쟁 4년의 증언들
_로런스 리스 (지은이), 허승철 (옮긴이) 페이퍼로드 2025-01-24
원제 : Hitler and Stalin: The Tyrants and the Second World War (2020년)


히틀러와 스탈린. 같은 듯 다른 이 두 사람은 앞으로 수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의 연대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류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들은 시대가 흐를수록 희미해져가기도 하나, 그 반대인 경우는 생명력이 길기만하다. 아마도 피해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히틀러와 스탈린에 대한 책은 세계적으로 많은 양의 도서가 출간되었다(히틀러에 대한 책이 압도적으로 많다). 두 독재자를 비교한 책은 이 책 외에도 영국의 역사가인 앨런 불럭(Alan Bullock)의《히틀러와 스탈린 : 평행적 삶》이 1991년도에 출간되었지만, 이 책 로런스 리스의《히틀러와 스탈린》은 두 사람에 대해서 전쟁 시기를 집중해서 조명하고 있다.

저자 로런스 리스는 제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호평 받은 여러 책을 저술한 작가로 소개된다. 저자가 쓴 여러 권의 도서들이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저술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다룬 우수한 영상물을 제작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저술과 다큐멘터리 제작과정 중에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통치로 고통 받은 사람, 두 독재자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로 나뉘게 된다.

책 내용의 큰 줄기는 1939~1945년에 집중되어있다. 이 시기 동안에 히틀러와 스탈린이 서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1939년 8월, 이념적으로 최악의 숙적인 히틀러와 스탈린이 매우 특별하고 예외적인 야합이 내재된 ‘비밀협정’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둘은 친선협정, 독소 불가침조약을 맺은 것이다. 두 사람의 지지자 대다수가 보기에 이 협정은 참으로 뜬금없는 협정이었다. 그간 히틀러와 스탈린이 대척관계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얻는 즉각적인 이익은 분명했다. 히틀러는 서쪽의 영국, 프랑스와 동쪽의 소련 사이에 갇히는 불행을 피할 수 있었다. 스탈린은 히틀러가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 전쟁을 벌여 서로를 약화하는 파국을 앉아서 지켜볼 수 있었다. 거기다 비밀 불가침 조약 덕에 소련이 지배하는 영역을, 희생이라 부를 만한 대가도 거의 치르지 않고 획득할 수 있었다.

그 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폴란드 분할(1939년 10월), 히틀러와 스탈린이 벌렸던 야합의 분열(1940년 11월), 전대미문의 전쟁을 계획한 히틀러가 소련군과 소련인을 몰살하겠다는 각오로 절멸전쟁(1941년 1월~6월)을 시작되는 과정에서 결국 일본과 미국이 대립하는 세계대전(1941년 12월)으로 번진다. 일본과 동맹관계였던 독일은 같은 해 12월 11일, 히틀러에 의해 독일이 미국과의 전쟁에 돌입했다고 선언한다. 히틀러와 스탈린 이 두 독재자는 여러 면에서 서로 달랐으나 한 가지 중대한 공통점이 있었다. 기아(飢餓)를 통제의 한 방법으로 이용한 것이다. 두 사람에게는 수백만 명의 남녀노소를 의도적으로 죽인 책임이 있다. 그 과정과 결말은 참으로 끔찍했다. 세상이 알고 있듯이 히틀러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인 유대인 대량학살을 저질렀다(1943년 12월~1944년 5월). 스탈린이 소수민족 강제이주를 추진한 과정은 여러 측면에서 나치가 유대인을 게토에 몰아넣은 과정과 비슷했다. 나치가 혐오스러운 인종이라고 이름붙이고 제거하려했던 것처럼 스탈린도 그렇게 했다. 나치가 게토에 몰린 유대인들이 굶주림으로 죽도록 내버려두었듯이 스탈린 역시 강제 이주된 사람들이 굶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대단한 책이다. 저자는 수많은 인터뷰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자료를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다른 관련도서에서 만나보지 못한 많은 사진들도 함께 실려 있다. 마치 장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히틀러와 스탈린이라는 독재자가 아무리 악독해도 혼자 그 모든 일을 벌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손에 피한방울도 묻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명령을 따르고 시행하고 협조한 인물들과 나라들을 주목한다. 지구상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참혹함이기에 단지 과거의 사료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미 죽었지만, 그들이 남긴 ‘추악한 유산’은 후세대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히틀러와스탈린
#로런스리스
#페이퍼로드
#허승철
#쎄인트의책이야기2025
10점 중 10점
/집중돼요
🌟 이 책은 #페이퍼로드
( @paperroad_book )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히틀러와 스탈린> - 전쟁의 민낯을 폭로하다: 폭군의 이념과 그 대가

💡신화가 된 전쟁, 그 뒤에 숨겨진 참혹한 진실

전쟁은 역사의 서사시로 미화되기 쉽다.
제2차 세계대전의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파시즘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 국가들의 승리, 세계 평화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는 서사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전쟁의 또 다른 진실은 그 화려한 이야기 뒤에 숨겨져 있다.
전쟁은 항상 강대국의 정치적 계산과 이기심이 얽혀 있는 사건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동유럽을 자국의 판돈으로 여기며 무책임하게 동맹을 저버렸고, 스탈린은 이념적 목적을 내세우며 공산주의를 배신했다.
미국은 상황을 관망하다가 뒤늦게 개입하며 전쟁의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이런 강대국들의 게임에 휘말린 것은 다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다.
전쟁터에 내몰리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고, 배신과 억압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목격자들이다.
전쟁의 신화가 가려버린 그들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생생히 복원된다.

💡히틀러와 스탈린, 두 폭군의 비극적 야망

히틀러와 스탈린은 서로 다른 이념을 내세웠지만, 그들이 펼친 권력 구조와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두 사람 모두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과 공포를 사용했다.
히틀러는 ‘순수 아리아 인종’ 을 위한 세계를 만들겠다는 망상 속에서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고, 스탈린은 소련 내 소수민족과 정치적 반대파를 ‘인민의 적’ 으로 낙인찍으며 제거했다.
두 독재자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반대 세력을 제거했고, 수많은 사람을 고통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그들의 야망은 결코 현실로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추구한 유토피아는 끝없는 전쟁과 학살을 통해 디스토피아로 변모했다.
결국 히틀러와 스탈린의 통치 체제는 자신들이 혐오하던 군주제와도 다를 바 없는 절대 권력 구조였던 것이다.

💡생존자의 목소리, 전쟁의 민낯을 고발하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때로는 일기와 회고록,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의 경험을 증언한다.
그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전쟁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고 인간성을 말살했는지에 대한 강력한 증거다.
강제노동수용소에서 탈출한 이들, 나치와 소련의 학살을 목격한 사람들, 그리고 전쟁터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군인들의 증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들은 전쟁을 단 한 마디로 정의한다.
“용납할 수 없는 더러운 전쟁.”
이 말 속에는 모든 전쟁이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배신과 파괴, 그리고 무고한 희생이 응축되어 있다.
그들이 증언하는 전쟁의 민낯은 결코 미화될 수 없으며, 오히려 후대에 대한 경고로 남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전쟁을 다시금 냉철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전쟁과 독재에 던지는 경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지났지만, 전쟁과 독재의 위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분쟁은 전쟁이 얼마나 쉽게 반복될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되새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교훈을 함께 던진다.
독재자는 언제나 공포를 무기로 사용하며, 사회에 불안과 혼란을 조성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한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항상 무고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전쟁을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
과거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생존자들의 증언은 역사의 교훈으로 남아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전쟁을 넘어서야 한다.

📖리뷰 요약

이 책은 히틀러와 스탈린이라는 두 독재자가 벌인 무모한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다룬다.
전쟁에 연루된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권력의 폭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보여준다.
현재의 전쟁과 독재 체제에 대한 경고로서, 역사의 진실을 기억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함을 일깨운다.
10점 중 10점
/최고예요
#도서협찬
소중한 책을 보내주신 페이퍼로드 출판사(@paperroad_book) 💕 에 감사드립니다.

📕 히틀러와 스탈린
📗 로런스 리스
📙 페이퍼로드

🚨 독재자의 유토피아는 언제나 악몽이었다 『히틀러와 스탈린』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사실 역사는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할 때 그 비극이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뿐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권위주의와 극단적 이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주의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켜야 하는 가치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지는 않을까?

『히틀러와 스탈린』은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이 책은 두 독재자가 어떻게 전쟁을 조작하고 사람들을 선동했으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켰는지를 철저히 파헤친다. 두 사람은 서로 적이었지만, 국가를 통치하는 방식과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에서는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유토피아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남긴 것은 피로 물든 황폐한 땅과 수많은 희생자뿐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전쟁이 단순히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전쟁은 철저한 계산과 기획, 선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악마로 만들었고, 스탈린은 반체제 인사들을 끊임없이 숙청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포와 증오는 결국 거대한 파국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특정 집단을 악마화하고, 거짓 선동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역사가 주는 교훈을 무시하면,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히틀러와 스탈린이 모든 악을 직접 저지른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독일군 병사들은 유대인을 학살했고, 소련의 관료들은 반체제 인사들을 시베리아로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나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도 체제가 강요하는 폭력 속에서 ‘나는 피해자일 뿐’이라며 가해자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히틀러와 스탈린은 이념과 민족주의를 내세웠지만, 그들의 선택으로 인해 가장 고통받은 것은 민간인들이었다. 전쟁에 휘말려 강제노역에 동원된 사람들, 집을 잃고 난민이 된 사람들, 강간과 학살을 당한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 독재자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쟁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희생자의 목소리로 다시 쓰여야 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전쟁의 역사를 ‘지도자의 시선’이 아니라 ‘생존자의 증언’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1248명의 생존자가 증언하는 전쟁의 참상은 우리가 익히 아는 교과서 속 역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쟁은 단순한 국가 간의 싸움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의 삶을 망가뜨린 사건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역사는 특정한 영웅의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는 ‘히틀러와 스탈린 같은 독재자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독재자들이 등장하고, 국민들은 선동당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섬뜩한 깨달음을 얻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4년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까지. 역사는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히틀러와 스탈린』은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독재의 위험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선동과 조작에 속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평범한 사람들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역사는 우리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야말로, 독재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히틀러와스탈린 #페이퍼로드 #로런스리스 #허승철 #제2차세계대전 #히틀러 #스탈린 #독소전쟁 #전쟁과독재 #역사의교훈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리뷰 썸네일5

문장수집 (0)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드립니다.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이 책의 첫 기록을 남겨주세요.

교환/반품/품절 안내

  • 반품/교환방법

    마이룸 > 주문관리 > 주문/배송내역 > 주문조회 > 반품/교환 신청, [1:1 상담 > 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7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 반품/교환 불가 사유

    1)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1)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분 좋은 발견

이 분야의 베스트

다른 언어 책

이 분야의 신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