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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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누군가에겐 일상, 누군가에겐 비일상인 ‘그 밤’에 바치는 여섯 개의 진담
『술 없는 밤』은 작가, 번역가, 싱어송라이터,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6인이 통과한 술 없는 밤을 담고 있다. 이들은 술을 마시기도 하고 마시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밤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려앉는 것. 그들은 매일 당연하게 찾아드는 그 밤 시간을 술이 없거나 있는 상태로 보낸다. 그러다 그 없는 찰나(혹은 일상)에 대한 정념을 붙잡아 글로 적었다. 그리하여 그 밤은 술 마시는 이들에게 자꾸만 안 마시겠다 거절을 놓아야 하는 밤, 술 취한 이들을 맨정신에 챙겨야 하는 밤, 그들의 주정을 보고도 잊어야지 다짐하는 밤, 술이 없어 불안이 증폭되는 밤, 벗어나고 싶은 내 내면으로 자꾸 불려 들어가는 밤이다.
숙취에서 깨어나듯, 짙은 농도의 알코올에서 세척되듯 건져올려진 그 밤에 저자들은 “가끔 눈치도 살핀다. 누군가 나한테 왜 술을 먹지 않느냐고 물을까 봐”라며 토로하고, “불안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그럴 때는 늘 최악의 이야기가 쓰이고 만다”라며 울부짖고, “그와 헤어져서 내 방으로 돌아오는 그 길의 컴컴함과 시원한 공기가 내게는 무엇보다 야한 것”이었다 반추한다. 그들의 고난과 역경이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는 우리가 같은 밤, 같은 마음으로 술을 염원하거나 저주한 적이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모순을 안고 있다. 술의 ‘없음’에 집중할수록 ‘있음’이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서한나는 한 인물과 포장마차에 방문했던 일화를 적으며 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모험과 그 시간의 관능에 대해 적는다. 김선형은 음주는 예부터 도피적 행위였음을, ‘나’와 세계 사이의 인식의 괴리를 잊기 위해 술로 도망친 수많은 예술가를 언급하며 증명한다. 오지은은 술 취한 지인들 주위에 드리워진 ‘알코올 우주’를 보며 그들의 주책맞음, 다정함, 잦은 웃음, 4절까지 이어지는 농담을 사랑한다. 오한기는 시 창작 수업에서 거의 드물게 만취한 뒤 ‘힙합 동아리’를 향해 고했던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일격을 후회한다.
그럼에도 책은 다시 술이 없는 세계로 돌아가려 한다. 술 있는 밤이 파놓은 함정을 정확히 주시하며. 저자 김일두는 책에 이렇게 썼다. “술은 주고 도로 뺏는 힘이 있”다고. 김세인도 자기 인식을 자꾸만 방해하는 술의 작용을 인식하며 아래와 같은 말로 그것을 견제했다. “술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게도 적당히 마셨을 땐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주지만 그 ‘적당히’를 넘어서는 순간 아주 무섭도록 칼같이 사방의 셔터를 쾅 내려버린다. 냉엄한 셔터는 술을 마실 때는 물론이고 술을 마시지 않는 순간에도 점차 나를 고립시켜갔다.”
이 책은 얼핏 금주를 권하는 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는 있던 것이 없어진 밤의 공백, 그 어두운 빈칸과 나란히 눕고자 하는 사람들의 용기를 환기하는 책이다.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 없이 세계와 직접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배짱을 직시하는 책이다.
작가정보
영문학 박사, 문학번역가, 아마추어 화가.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 내 안의 (신경)다양성을 발견하고 있다. 서로 다른 모든 것을 가르는 금을 지우고 장벽에 틈새를 내고 다리를 놓는 꿈을 꾼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문제 없어요」 「해당화」 「가난한 사람들」 등을 직접 쓰고 불렀다. 산문집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를 함께 썼다.

201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홍학이 된 사나이』 『나는 자급자족한다』 『가정법』 『인간만세』 『산책하기 좋은 날』 『의인법』 『바게트 소년병』 등을 썼다.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장편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만들었고,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중 「늦은 우기의 바캉스」 파트를 연출했다.
목차
- 서한나 어째서 그는 멜랑콜리도 없는 얼굴을 좋아하게 됐을까
김선형 술 없는 밤
김일두 믿고 선택한 건 이것이다
오지은 술 없는 술 있는 밤
오한기 나의 즐거운 알쓰 일기
김세인 술이 덜어진 몸은 느슨해졌고 틈새가 벌어지더니 어느 순간 북- 하고 갈라졌다
책 속으로
그가 어디서 구해온 두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오이소다를 건넬 때, 너무 순진하게 웃을 때, 집에 이런 게 다 있고 그게 그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때, 그가 생활용품점에서 사온 고리를 벽에 일렬로 달아놓았다는 걸 알았을 때, 수저를 놓을 때는 수저받침을 쓴다는 걸 알았을 때, 그 모든 사실이 지금 그가 어둠 속에서 내보인 결함 있는 얼굴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_12쪽, 서한나의 「어째서 그는 멜랑콜리도 없는 얼굴을 좋아하게 됐을까」
그 밤에 세계는 없다. 타자도 없다. 모두 소진되었다. 어떤 위로도 없다. 결코 채워질 수 없는 나르시시스트의 욕망만 소리 없이 울부짖고 있다. 추워요, 외로워요, 잘못했어요, 안아줘요,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제발. 세계의 기표에 유혹당해 끝까지 달려 들어가다 맞닥뜨린 그 막다른 밤. 도망치는 것 말고는 대처할 수 없는 절대의 무에 다다른 밤. 미치거나 죽고만 싶으나 미칠 길도 죽을 길도 막힌 밤, 퇴로는 없다. 고통뿐인 영혼에 맨정신으로 영원히 화답해야 한다. _34쪽, 김선형의 「술 없는 밤」
삼 개월 수습 기간이 끝나는 날 회사를 관뒀다
완벽하고 완전하게 적응 실패 역부족이었다
먹지 않던 막걸리를 찾아 먹고 또 먹었다
온 세상이 무서운 전염병으로 초토화됐고
새벽마다 구역질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침 해는 그야말로 정말이지 나를…… _91쪽 김일두의 「믿고 선택한 건 이것이다」
뒤풀이엔 사람이 많다. 음악인 외에도 공연을 함께 만든 스태프도 있고, 공연을 보러 온 업계 사람도 있고, 음악인의 친구들도 있고, 건너 아는 그냥 배가 고프고 술이 고픈 누군가도 있다. 술이 좀 돌면 사람들은 반갑고 싶어한다. 걔 지금 뭐할까. 걔 홍대 살잖아. 걔는 망원 살잖아. 네가 연락해봐. 그렇게 계속 사람은 불어난다. 이 뒤풀이와 저 뒤풀이가 합쳐진다. 그런 술자리가 매일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어서 한때의 나는 굳이 약속을 잡을 필요도 없었다. 뒤풀이가 아니어도 공연이 없는 날은 적적해서 마시고, 일이 많은 날은 스트레스가 쌓였으니 마시고, 일이 잘 안 풀린 날은 갑갑해서 마시고, 아무것도 없는 날은 무료해서 마시고, 공허해서 마시고. 누군가는 반드시 술병을 잡고 있으니까. _144쪽 오지은의 「술 있는 술 없는 밤」
팀장이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 보통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맥주를 시켜서 먹는 둥 마는 둥이라도 하는데, 그날따라 짜증이 확 났던 기억이 난다. 이유까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치콜 조합이 너무 먹고 싶었거나, 맥주를 먹고 싶지 않은데도 맥주를 먹어야 하는 일이 그날 유독 부당하게 느껴졌거나, 아니면 팀장이 꼴 보기 싫었거나. 콜라 먹으면 안 돼요? 내가 되물었다. _158쪽 오한기의 「나의 즐거운 알쓰 일기」
이불 속이 생활 반경의 전부였던 나는 바깥의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그런 나라도 술이 있다면 결국에는 이렇게 새롭고 생경한 순간에 이르는 것이었다. 탁 시동이 걸려 발산하게 되는 술의 효험 덕에 어색한 선배, 어색한 사람들, 모르는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것이 술의 맛. 맛도 간지도 더 월등한 닥터페퍼는 줄 수 없는 맛. 불쑥 솟아오르는 맛이었다. _186쪽 김세인의 「술이 덜어진 몸은 느슨해졌고 틈새가 벌어지더니 어느 순간 북- 하고 갈라졌다」
기본정보
ISBN | 9791169093200 |
---|---|
발행(출시)일자 | 2024년 11월 18일 |
쪽수 | 200쪽 |
크기 |
111 * 176
* 19
mm
/ 32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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