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한국판)(202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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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들 사이에서 ‘르디플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2014년 현재 27개 언어, 84개 국제판으로 240만 부 이상 발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08년 10월 재창간을 통해 한국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www.ilemonde.com 참조). 이 잡지에는 이냐시오 라모네, 레지스 드브레, 앙드레 고르즈, 장 셰노, 리카르도 페트렐라, 노암 촘스키, 자크 데리다, 에릭 홉스봄, 슬라보예 지젝, 알랭 바디우 등 세계 석학과 유명 필진이 글을 기고함으로써 다양한 의제를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
작가정보
목차
- ■ Editorial
브누아 브레빌 | 젤렌스키의 ‘아전인수’격 역사 왜곡
성일권 | 역사는 그렇게 진보한다
■ Focus 포커스
마엘 마리에트 & 프랑크 푸포 | 총이 지배하는 미국, 총기 소지자 5천만 명 시대
로이크 바캉 | 노예제 폐지 이후 흑인 집단 폭행에 나선 미국
■ Israël 이스라엘
마리우스 샤트너 | 종교를 끌어들이는 이스라엘 정부
안 월레스 | 신은 존재하지 않으나 우리에게 이 땅을 주셨다
■ Mondial 지구촌
필리프 바케 | 극우파는 어떻게 농촌을 공략했나?
로렐린 퐁텐 | 위헌에 굳게 침묵하는 프랑스 헌법위원회
엘렌 리샤르 | 러시아의 위험을 과장하는 서구
프랑시스 라루포 | ‘세네갈의 트럼프’라 불리는 송코의 집권
파비안 샤이들러 | 독일 언론, ‘실패한 제4 권력’
아크람 벨카이드 | 아랍의 침묵
■ Economie 경제
넬로 마갈량이스 | 고속도로와 모래 장사
■ Climat 기후
파비엔느 바라토 & 로랑 위송 & 스테파니 마리에트 | 기후 위기, 자본주의 광풍에서 벗어나야
■ Médecine 의료
셀림 데르카위 | 기업형 병원의 악역들
■ Technologie 기술
시몽 아랑부루 | 소외와 자살을 부추기는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
■ Culture 문화
세르주 알리미 & 피에르 랭베르 | 마크롱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박수치는 언론인들
콤 레마리 | 레지스탕스 시인 데스노스와 마누치앙, 비밀 시집 『시인의 명예』
프랑수아 알베라 | 노동자의 문체, 강렬하면서도 신화적인 여정
에블린 피예에 | 탱고는 핀란드에서 다시 태동했다!
위베르 프로롱조 | 추리소설의 신흥 강국, 한국
장윤미 | 공장을 나온 동물들의 이야기
정문영 | 잃어버린 전생을 찾아서: 셀린 송의 〈패스트 라이브즈〉(2023)
김혜성 | 북에서 남으로, 그리고 남프랑스에서까지 산다는 건
카를로스 파르도 | 말라키와 지드의 우정
5월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추천도서
■ Corée 한반도
박우정 | 민주시민들이 거둔 ‘정권 퇴진’ 선거혁명
기본정보
발행(출시)일자 | 2024년 05월 01일 |
---|---|
쪽수 | 128쪽 |
크기 |
220 * 285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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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가 친해진 미국 친구가 있습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백인 남성 친구인데, 역차별 문제를 깊이 호소하더군요. PC주의와 Woke culture, 총기, 마약, 불법이민자 등 미국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분열되었으며, 갖가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시선을 옮겨 유럽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을 경험해 보도록 해줬네요.
Focus의 첫번째 기사, 총기와 관련된 기사는 그래서 더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수정 헌법 제 2조에 쓰여 있듯이, 총기 보유 및 소지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미국총기협회(NRA)는 미국 최대 무기 로비 단체인데, 그 힘이 막강합니다. 협회는 단순히 총기 소유권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강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총기 사용법을 가르칩니다. 총기를 소유하고 휴대하는 것이 시민으로서의 행동이라는 생각까지도 심어주는 것이지요.
진보주의자든 보수주의자든 무기를 통해 자유를 쟁취했다는 미국의 근본적인 역사와 이념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신념과는 별개로, 무기는 미국인들의 삶의 일부가 된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미국이 그 많은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는 무고한 희생자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총을 금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Focus의 두번째 기사는 미국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다룹니다. <앵무새 죽이기>를 통해 미국 남부의 흑인 인종차별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간접적으로 느꼈고,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통해 KKK단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지만 기사에 묘사되어 있는 것처럼 이렇게까지 흑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심했는지는 몰랐습니다.
짐 크로우 법은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시행된, 미국의 남부에서 시행된 공공장소에서의 흑인과 백인의 분리 정책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가 생각나게 하는 정책이지요. 미국 연방대법원이 ‘분리되었지만 평등하다’라고 하며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짐 크로우 법이란 흑인 노예 해방 후에도 합법적으로 흑인을 차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 것입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도 긴급한 상황임에도 흑인은 앞문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흑인 교회와 백인 교회가 따로 존재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법정에서 재판을 할 때도 흑인 피고인에게는 존중하는 말을 쓰지 않고 ‘Boy’라고 부르며 조롱했지요.
미국에서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은 진행 중입니다. 예전에 만난 흑인 미국인 친구가 제게 한 말이 있습니다. 코카시안 여자애와 자신이 도둑으로 몰리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자신이 100% 범인으로 지목될 것이라구요. 워싱턴 DC에 국립 흑인 역사 박물관이 있습니다. 흑인이 받은 차별을 기억하고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에서 박물관을 세운 것이겠지요. 그 의도와 의미는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상징성만 있고 실질적인 변화로는 아직까지 나아가지 못한 모양새입니다.
흑인을 억울하게 범죄자로 모는 경찰도 있었습니다. 경찰이 검거 현장에서 흑인에게 의도적으로 마약을 뿌리고 범인으로 체포하는 방식이지요. 예전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기사에 나와 있는 흑인에 대한 대우는 참혹합니다. ‘흑인 사냥’ 파트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한 인간을 상대로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탄식이 나옵니다. 제 미국 남부에 사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미국 남부의 노인들은 여전히 인종차별주의자가 많다고 합니다.
노예 해방으로 흑인은 투표권을 얻었음에도 그 투표권은 제대로 쓰여지지 못했습니다. 유권자로 등록하기가 어려웠고, 투표 참가비가 있었으며, 지역 공무원의 비협조적인 태도 등이 맞물려서 실제로 흑인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좀비 시민’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이번 기사로, 흑인을 차별하기로 악명 높았던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법보다도 더 잔인하고 야만적인 방식의 인종차별법이 미국 남부에 존재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다. O.J 심슨의 무죄를 주장했던 흑인들의 스턴스가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지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기사도 있습니다. 콜롬비아 대학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교에서 전쟁 중지와 미국의 이스라엘 원조에 반대하며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요. 그리고 시위의 열기는 이제 미국 뿐만이 아니라 유럽과 중동 대학가로 퍼지고 있습니다.
유대인이 금융계와 정계를 장악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대통령 조 바이든으로서는 참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전쟁에 잘못 대응했다가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잃기 딱 좋은 것이지요. 벤자민 네타냐후 또한 정치적인 이유로 전쟁을 그만둘 수 없습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가자지구의 무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만 죽어나가고 있을 뿐이지요.
이스라엘은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의미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구약시대의 가나안 정복 전쟁에 이번 전쟁을 빗댄 이스라엘군 랍비도 있었습니다. 전쟁에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의미를 덧입혀서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제 유대인인 미국인 친구도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제게 말한 적이 있어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윤리적인 당위성보다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혈통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 문제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농촌 황폐화나 독일의 언론 역할 실패, 소외를 부추기는 알고리즘, 마크롱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반응 이야기 등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했습니다. 항상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다음 화도 기대하겠습니다.
#르몽드디플로마티크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도 있어 집중해서 읽어야하는 조금의 난해함이 외려 반가운 잡지입니다.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그리고
르몽드디플로마티그 덕분에
일상에서 훅 지나갔던 것, 잠시 잊었던 것들을 좀더 세심히 살펴보고 나 자신, 우리 옆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여길 수 있었어요. 물론 생각의 바다도 넓어지구요.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이 또한 계단이겠지요?!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다음 호에는 어떠한 꼭지로 생각주머니를 열어줄까하고…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르디플로는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로서, 한국어판은 프랑스판 기사 원문을 번역한 글에 더해 대한민국 정세에 맞는 글이나, 한국 필진의 글을 실어놨다.
5월호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전쟁과 갈수록 세력이 확장되는 극우세력, 공장식 가축사육 시스템을 종용하는 자본주의, 기후 및 생태 파시즘 등 정치, 외교, 문화, 경제, 환경에 대한 다양한 필진들의 글을 실었다. 한국의 매체보다 훨씬 진보적인 시각에서 쓰인 글들이 많아 매우 새로웠다. 가령, 유대교의 메시아적 논조를 이용하는 세속적 시온주의의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을 바라보는 글이나 러시아에 대항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정치 지도자들의 태도를 역사 왜곡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글, 그리고 나치 히틀러와 푸틴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판하는 관점이 역사적 사실과 현실과 대비해봤을 때 다소 불일치하는 지점이 있다고 지적하는 글은 한국 언론이나 주요 외신들의 논조와는 매우 달랐다. 평소에 읽던 글과 상이한 논조의 글들을 읽으며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치밀한 사실확인과 견고한 논리를 통해 충분히 설득력을 확보했기에, 관점의 차이로 인한 불편함보다는 사고의 확장으로 얻는 만족감이 더 컸다.
르디플로는 잡지다. 그러나 잡지처럼 마냥 가볍게 읽기엔 다소 무겁다. 그러나 책을 읽는 것보다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생각의 지경을 넓히고 싶거나,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는 시각을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 등 셰계 주요 정치와 관련된 내용들을 깊게 접할 수 있어 많은 지식을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지가 엄청 이쁘고 가볍기에 출퇴근 용으로 세계 시사를 접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