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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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염없는 꿈을 그리는 이야기의 귀환
떨다 보니, 상처투성이의, 견딜 수 없을 만큼 아이러니하고 쓸쓸한, 비체(卑體)들만이 남았다.”
민음사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평범한 시선이 채 닿지 못하고 지나친 이들의 삶에 깃든 애환과 모순을 유려한 문장으로 벼려온 소설가 이화경의 세 번째 단편선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가 모놀로그(Monologue)에서 출간되었다. 《열애를 읽는다》,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등을 통해 인문학과 문학을 아우르는 저자로, 최근에는 우리 민담에서 착안한 《윗도리》를 통해 그림책 저자로도 영역을 확장하며 전방위적 글쓰기에 천착하는 그의 본령은 소설이다. 시대와 사회와 사랑으로부터 상처받고 소외되었으나, 실낱같을지언정 자기만의 실존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나아가는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속 인물들을 두고 소설가 임철우는 ‘스스로 불꽃같이 뜨겁고 강렬한 욕망의 화신이 되어 이 폭력적인 세계 한가운데로 망설임 없이 결연한 투신을 감행한다’라고 표현했다. 근현대, 고려시대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그 서사들은 분명 난해하지도 모호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 세계와 인물들이 익숙하면서도 더없이 낯설고 때로는 기이할 만큼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끊임없이 무엇을 생각하는’ 작가 이화경이 소설이라는 장르와 현실의 다채로운 프리즘을 다각도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양한 문예지에 수록된 단편들과 〈노라의 (本)〉, 〈모란,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등 두 편의 문학상 수상작을 엄선해 담은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는 비루하고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윤슬처럼 반짝이는 순간을, 그리고 그 통찰을 공유하고 공감하길 바라는 이들의 불면의 밤을 위로한다. 평론가 김형중이 쓴 대로 ‘소설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갱신하고자 항상 분투하는, 복화술에 아주 능한 이야기꾼’을 만끽할 시간이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나 또한 내게로 온 것들을 기꺼이 글로 일러바치고자
들뜬 몸종이었음을 고백한다.
바라건대, 오래오래 떠벌리다 가고 싶다.
목차
-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 9
노라의 (本) | 35
토끼 카레 | 67
모란,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 97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 125
그리고 내가 내 곁을 지나갔다 | 163
비누가 우물에 빠진 날 | 195
앵혈, 꾀꼬리의 피 | 225
작가의 말 | 261
수록작품 발표자료 | 263
추천사
-
이화경 소설이 펼쳐내는 세계는 낯설고 강렬하고 기이하다. 그 낯선 묘사를 극히 배제하고 화자의 서술만으로 시종일관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문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강렬한 에너지로 단숨에 작품 전체를 압도해버리는 작가 특유의 기이하고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서운 열기와 가스, 매캐한 수증기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지하동굴과도 같은, 뜨겁고 유독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는 위험한 세계다.
그리고 그 위험한 세계의 진정한 주인은 (아마도 이화경만이 빚어낼 법한)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여성 주인공들이다. 언뜻 《폭풍의 언덕》이나 《멕베스》, 《리어왕》의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하는, 광기와도 같은 기이한 열정에 사로잡힌 이 여성 인물들은 스스로 불꽃같이 뜨겁고 강렬한 욕망의 화신이 되어 이 폭력적인 세계 한가운데로 망설임 없이 결연한 투신을 감행한다. 이 소설들은 인간의 비극적 욕망, 그 영원한 꿈에 대한 이야기다. -
난해한 형식실험을 즐기는 작가가 아님에도, 이화경의 소설을 읽을 때면 매번 ‘이것은 소설 장르의 경계에 대한 실험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대와 계층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서사와 ‘천변만화’란 수사에 걸맞은 문체 때문이다.
저 먼 고려시대 어린 기생의 이야기를 쓸 때, 그의 문체는 쌍화점의 가락을 닮는다.
연인과 정사(情死)한 실존 극작가의 아내 이야기를 쓸 때, 그의 문체는 개화기 한국어의 복원장이 된다.
알코올중독자를 주인공으로 삼을 때 그의 문장에서는 술냄새가 진동하고, 이상의 ‘오감도’를 인유할 때 그의 문장은 미로와 흡사하다.
비유컨대 이화경은 복화술에 아주 능한 이야기꾼의 자격으로, 소설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갱신코자 항상 분투하는 작가다.
책 속으로
‘저 눈이 녹으면 흰빛은 어디로 가는가.’
스피어는 유서에 단 한 문장만 남겼다. 그 문장은 스피어의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문장이었다. 엘제는 스피어다운 유서라고 생각했다. 스피어의 문장은 언제나 혼자 서지 못했다. 스피어는 평소에 철학자들의 잠언으로 인용된 문장을 구사하곤 했다. 그는 문장에도 목발을 썼던 게다. 엘제는 세상에 자신만의 고유한 문장이라는 게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생각한다.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p.22에서
‘행복 찾는 인생아,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노래에서 여인은 칼날 위에서 춤추는 자였습니다. 작품에서 그는 진정한 시간에서 탈구된 조선의 햄릿이었습니다. 죽어서도 그들의 노래와 작품은 살아남았습니다. 그들은 불멸이고, 나는 필멸입니까. 나는 누구입니까. 그녀는 웃는 꽃이었고, 그는 우는 새였습니다. 그들은 운명을 같이했습니다. 나는 무엇입니까. 꽃도 새도 아닌 나는 그저 인생입니까. 나는 그냥 삶입니까. 나는 삶에 열중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맹목적인 생의 찬미자입니까.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무엇이라 불리는지 여전히 잘 알지 못합니다.
-‘노라의 (本)’ p.61에서
언제나 달리기는 스피드의 관성으로 멈춰야 할 곳을 더 지나치게 되지 않던가. 마음이 몸보다 더 멀리 달려버려서, 몸이 쫓아올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내달린 마음 때문에, 그는 정작 지상에서 몸을 찾지 못했다. 이제야 비로소 몸이 그를 찾아와준 꼴이 되었다. 그때 그와 미영은 속도를 줄이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속도를 줄이기에는 너무 빨랐다. 빨리 달리느라 잠도 못 잤고, 눈이 빨간 토끼처럼 달리고 달렸다. 사실은 달린 게 아니라 도망쳤다. 토끼처럼 토꼈다. 그땐 차라리 날개를 달고 지상으로부터 멀리 날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토끼에게는 날개가 없다. 다만 날개처럼 생긴 길고 긴 귀 두 짝이 달려 있을 뿐.
-‘토끼 카레’ p.69에서
그의 몸은 나눠 가질 수도, 나눠 가져서도 안 되는 나만의 독점적 공간이자 거처여야만 했다. 영혼 따위는 아무나 가져도 괜찮았다. 몸을 소유한 순간, 몸이 서로 뒤엉키게 된 순간, 빼도 박도 못할 숙명이 된다고 착각했다. 사랑을 나눈 뒤에는 어김없이 아내가 있는 집으로 몸 바쳐 돌아가는 남자를 나는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영혼은 가고, 몸이 내 곁에 있어야 했다.
-‘모란,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 p.116에서
완전히 사망했다고 판정하는 불가역적 시점은 누가 정할 수 있는가. 살아 있기 전으로 환원 불가능하다는 것은 죽을 것 같지만 죽지는 않은 경계의 불확실성과는 완전히 다르다. 신을 무한한 존재라고 부를 게 아니라 무궁무진한 존재라고 불러야 옳은 거라고 죽기 며칠 전에 주장했던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동일한 것 같아 보여도 동일한 것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동일한 것은 가짜인 거다. 겨우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여도, 거의 죽을 것 같아 보여도, 삶과 죽음은 엄연히 다르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 p.153~p.154에서
인터넷으로 신체부위별 국제 암시장 장기 매매 가격을 알아봤다. 간은 약 1억 7천만 원, 심장은 1억 4천만 원, 신장은 약 3억 정도로 가격이 매겨졌다. 피는 0.473리터에 38만 원, 피부는 평방인치당 약 1만 1천 원 정도였다. 위, 소장, 쓸개, 비장, 안구 등을 다 합하면 얼추 7, 8억은 넘었다. 피부와 혈액은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종잡을 수 없어서 뺀 합계였다. 몸은 단 돈 만 원도 못 버는데, 내장들은 값을 쳐주는 세상이었다. 돈 벌기 위해 장기들을 다 팔고 나면 몸은 이 세상에 없을 터였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 p.154에서
사내는 자신을 끌어안아 주는 적막한 어둠 속에서만 편하게 숨을 토할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뉴스도 보지 않고, 세상과의 소통도 끊고,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 누가 그에게 그때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면, 참 열심히 기다렸다고 답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날 그곳은 기다림이 답이었다는 믿음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됐다고.
-‘그리고 내가 내 곁을 지나갔다’ p.165에서
눈은 1월에는 7일간, 2월에는 5일간, 3월엔 초순에 한 번, 오늘까지 포함하면 2일간 내렸다. 눈이 내린 날짜가 며칠 되지 않은 탓에 올겨울은 가물었다. 눈 내린 날짜나 시시콜콜 세고 있다니, 나이 들수록 좀스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허공에 흩어지던 눈은 처음에는 하얬다. 눈의 처음은 깨끗하고 하얗고, 끝은 까맣고 더럽다. 사내는 하얗고 깨끗한 것이 불편한 나이에 이르렀음을 느낀다. 첫눈, 첫사랑, 첫 키스……, 같은 모든 첫,은 썩기 쉬운 것들이니까.
-‘비누가 우물에 빠진 날’ p.198에서
녹색의 몸통에 파란색 목덜미를 가진 우아한 새였다. 새의 머리 위에는 끝이 뾰족한 꽃술 모양 장식깃이 곧게 서 있었고 얼굴은 잿빛이 도는 흰색이었다. 무명이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 찰나에, 거짓말처럼 새는 무명을 향해 동글동글한 무늬가 있는 꽁지깃을 부채처럼 천천히 펼쳤다. 무명은 그 기적 같은 꽁지깃 부채에 뺨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것은 폭력적이었다. 강렬한 아름다움은 예리하고 확고하고 강렬한 것이기도 했다. 당혹과 매혹의 감정으로 비칠거리는 무명을 소녀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앵혈, 꾀꼬리의 피’ p.231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95617326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11월 17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33 * 201
* 21
mm
/ 50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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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자체로 빛나는 문장은 없다. 모든 문장은 문맥 속에, 다시 말해 상황 속에서 의미를 띤다. 단편 소설의 문장은 그 정수다. 또한 깊이가 있는 문장은 깊은 사유에서 나온다. 소재와는 달리 결코 얻어걸릴 수는 없는 게 문장이란 의미다. 그런데 이화경 소설가는 시적인 동시에 팔색조 같은 문장을 쓴다. 등장인물에 따라 문장이 다채롭고 유연하게 변화한다. 맑은 여름날에 보는 구름 같다고나 할까. 그녀의 문장들은 상황에 따라, 인물에 따라 유려하게 변화한다. 단 특유의 웅숭깊은 질감만은 변함이 없다.
곱씹어보고 싶은 문장, 사유로 가득한 이화경 소설가의 단편은 가독성으로 무장한 소설들과는 다소 결이 다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느린 사유의 시간이야말로 소설이 다른 스토리 장르와의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소한 내 기억에 남는 독서들은 그런 것이었다. 시간이 멎는 듯한, 시간과 페이지를 아껴가며 읽었던 독서는 그 글을 쓴 작가가 궁금해지게 하고는 했다. 사실 요즘은 작가가 궁금해지는 소설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래는 이번 소설집에 대한 간략한 소감이다.
함께 몸을 던지는 게 가당키나 한 건가요. 죽음은 하나입니다. 사랑이 각자 홀로 캄캄한 외로움을 삼키면서 이쪽을 감당하는 것처럼 죽음도 저쪽을 향해 홀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함께한 죽음은 정사가 아닙니다. 홀로 검은 바다 물결에 각자 몸을 던진 것입니다. 그가 썼듯이, 인간은, 그는 개별자이기 때문입니다.
- 『노라의 ᄲᅩᆫ』 中
그를 사랑하는 것만이 내가 살아야 할 유일한 이유였던 세월이 있었다. 이미 한 여자의 남자인 그를 나의 유일한 사랑으로 설정한 순간, 내 사랑은 눈먼 광기가 되었음을 예감했지만, 때는 늦었다. 내 마음을 자신의 손금을 보듯이 다 알아채주는 남자였다. 함께 있는 현실이 너무 아름답게 보일 때는 애써 그것이 꿈이라고 여기고, 지금이 꿈이라면 조만간에 어쩔 수 없이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 만큼 그와 나는 충분히 나이가 들었다. 꿈과 현실적 삶의 무상함을 다 알아버린 나이임에도, 나는 꿈같은 사랑을 현실로 바꿔치기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 『모란,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中
『모란,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구를 제목으로 인용했다. 짧은 시를 이렇게 산문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온다.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이나 차오르는 설움은 어찌해야 할까. 세월은 무상하나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니 찬란해서 슬픈 봄이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사랑을 버리기 위해 사랑의 단두대에서 사투하는 인물들. 실로 뜨거운 것은 사랑이다. 내 사랑이 너무 뜨거워 데이고 내 사랑은 뜨거운데 저이의 사랑은 식어가 내 속이 탄다. 그렇게 나의 사랑이 읽히지 않을 때 존재론적인 의문이 불쑥 고개를 든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나를 보라는 애타는 절규는 내 사랑은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오로지 나란 사람이라고, 그러니 나를 사랑하기 전에 나를 찾아 달라고 부르짖는다. 나는 이화경 소설가의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를 불꽃처럼 피었던, 그러나 이제 낙화를 시작한 욕망과 삶에 관한 이야기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