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변두리조차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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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래전부터 사랑이란 감정이 무척 어려웠다. 누군가를 만나 수없이 감정을 나눴음에도 여전히 서투른 사랑. 이 책을 읽기까지는 사랑의 본질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작가는 스스로에게 해당 질문을 끝없이 던지며 그에 관한 답변을 책 한 권 분량으로 달아두었다. 마치 이해할 수 없어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사랑이라는 듯이.
〈사랑은 변두리조차 하이라이트〉에는 오랜 시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느낀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유행처럼 번진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아닌 조영훈 작가의 특색있는 표현과 깊이 있는 사유로, 사랑의 성질과 본질에 관하여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가득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하나의 사건에서 이별은 사랑의 종료가 아닌,
새로운 사랑을 열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 이별을 품고 있어 헤어지는 순간을 겪게 되더라도
누구나 여전히 가슴 속에 자신만의 사랑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것,
사랑과 이별과는 별개로 여전히 피어나는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것,
변두리조차 찬란하게 빛나는 사랑 이야기가 모든 페이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것이 〈사랑은 변두리조차 하이라이트〉이다.
작가정보
목차
- 작가의 말
1막 무청중 앙코르
무청중 앙코르 15
로맨스 플롯 17
표류기 18
표절 19
파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는 누구인가요 20
기초사랑량 21
사랑의 표정 23
호소 없는 호소문 26
마트료시카 28
이 사랑의 소유주 30
작은 인간의 작은 사랑과 망각의 이야기 32
어떤 사랑은 도려내지 못해 함께 죽어간다는 사실을 34
소멸할 사랑을 했다 36
당신이 없으면 얼마나 지루한 꿈이겠어요? 39
묘사도 모방도 아직은 글렀습니다 41
청춘과 사랑을 표백한 죄 43
사랑의 훈장 45
청춘의 투쟁 47
사랑은 과연 무엇인가 48
그리움 재고 처리 50
당신은 내 우주의 가장 첫 별이었어요 52
2막 재의 영역으로
재의 영역으로 57
당신과 함께라면 재가 된다 해도 좋았어요 58
꿈결 60
봄의 최전선 61
뒤처진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풍경 62
겨울의 사인은 고독사 64
봄의 마법 66
당신의 유행가 69
패배의 계절 71
잠 같은 것은 저는 괜찮습니다 73
유한하게 사랑하고요 75
촛불과 태양 사이 77
사랑 전문 배우 79
당신으로 걸어요 81
라스트 댄스 84
굿바이 키스 86
따뜻한 살결과 마음의 사랑으로 88
봄날, 굴러갑니다 90
아름다움의 침몰 92
봄과의 최전선이 이 글의 발목입니다 94
사랑을 피하지 못한 죄 96
유서 깊은 청춘의 식물학자 99
활자의 화원과 축복의 사원 101
흐린 하늘이 당신의 정원 같다는 생각 104
고독도 친구도 자신도 없는 봄날 106
항복 우주 108
3막 외사랑 알리바이
변함없는 사랑의 방법론 113
내 열정의 마지막 보루가 당신이라는 사실 115
불우한 사랑의 방법론 117
허물어짐 119
사랑, 염원 120
부러움을 못 박아두는 사랑들 122
합일 124
흉터 125
사랑의 시대 126
사랑의 유산 128
당신이라는 해변 130
우리들 인생에는 지우개가 없다는 거 132
시선으로 흔들리는 135
4막 마녀들의 춤
마녀들의 춤 139
터무니없는 사랑 140
사인 141
글이라는 밧줄 142
친절한 이웃 143
유령처럼 사랑하기로 144
비의 기질 145
비를 배경으로 재생되는 라디오 한 폭 147
사랑은 변두리조차 하이라이트 149
꼬일 대로 꼬여버린 글 하나 150
비극과 비극 사이의 조난자 152
당신, 마다 154
사랑은 양보라니까 156
소리 이전의 것 157
당신의 눈과 바다 159
아름다움의 무한한 도돌이표 161
당신에 관한 책은 또 없으니까 162
당신 같은 삶이라면 164
사랑, 혹은 감사함 165
적는 내내 당신을 별처럼 떠올렸다 167
당신의 아름다움을 훔쳐도 좋을까 169
당신의 중력과 내 필력 사이 171
무너짐을 위한 무너짐 173
선물 175
사랑 연장 신청서 176
사랑의 틈새와 조난 177
당신의 사랑이 내 삶의 오류임을 알면서도 179
이곳엔 그들을 위한 문장 하나 없다 181
무풍에도 당신이 분다 183
사랑의 복리 185
사랑의 물레바퀴 속에서 187
사랑의 투사 189
청춘의 불멸 따위 아무렴 어떠랴 191
사랑이 지천이라서 194
피사체를 대하는 마음과 시선에 관하여 196
파리 197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199
책 속으로
그러니, 오늘의 사랑은 충분했을까. 내겐 언제나 기준치를 넘고, 당신에겐 기준치보다 못한 사랑이 아닐까. 기초대사량이 존재한다면, 발음도 어려운 기초사랑량, 이런 것도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 「기초사랑량」 중에서 20-21p
당신이 없으면 발생도 유지도 할 수 없는 게 나의 사랑이다. 당신이 이 사랑의 유일한 조건이라면 사랑은 내 삶의 유일한 조건인데, 당신 없이는 윤택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되리라는 것. 이것은 이토록 진실이었다. 그러니 진정 이 사랑의 소유주는 여전히 당신인 것일까. 나는 당신에게 잠시 허락받아 이 사랑을 품고 머무르는 임차인인 것일까.
--- 「이 사랑의 소유주」 중에서 28p
심장은 도려내면 죽는다지만 사랑은 도려내지 못하기에 죽는다는 것을 아시나요. 사랑과 함께 썩어보고서야 알아낸 사실, 나는 결코 사랑으로부터 독립한 존재가 될 수는 없습니다.
--- 「어떤 사랑은 도려내지 못해 함께 죽어간다는 사실을」 중에서 32p
청춘과 사랑을 표백한 죄로 스스로를 글에 투옥합니다. 적어도 이 안에선 사랑의 창살에 둘러싸인 나는 죄인입니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를 가뒀다고 해서 나가는 게 언제나 자유롭던가요, 사랑의 창살이라 해서 부드러우리라는 것은 오산입니다. 나는 오히려 굳건한 사랑 때문에 고독한 작가입니다. 사랑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사랑이 죄목인 고립자가 바로 저랍니다.
--- 「청춘과 사랑을 표백한 죄」 중에서 38p
이렇게까지 홍보해도 당신은 이 그리움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임을 알고, 나는 비축해둔 물량 앞에 언제나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내가 주장하기로 봄은 그리움의 계절인데, 만인은 사랑이나 싹틔우고 한참 쟁여둔 그리움 따위 쳐다보지도 않으니 재고 처리도 난감할 뿐이다. 그리하여 오늘도 내놓는 제철 그리움, 봄은 그리움의 계절이라는 작은 호소.
--- 「그리움 재고처리」 중에서 44p
청춘을 실크 스카프로 두른 채 고요하고 저돌적으로 주행하는 이들이 지척에 당도했다. 봄이다. 봄은 미처 빼내지 못한 겨울을 뒤창에 달고 창을 반쯤 열어둔 채 질주한다. 꽃 두르고 질주하는 화사의 마차, 바야흐로 청춘의 계절. … 오늘은 봄의 조수석에 앉아 세상을 그의 창으로 본다. 온갖 것이 그저 사랑인… 당신과 나의 계절에서.
--- 「봄의 마법」 중에서 58p
봄은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춤을 춥니다. 스텝 한 번에 떨어지는 청춘이 수십이더군요. 낙화가 꽃잎의 라스트 댄스라면 반짝이는 사월의 봄날은 아찔하게 돌아가는 미러볼입니다. 한 바퀴 돌아가면 끝없이 떨어지는 무수한 청춘들…
--- 「부러움을 못 박아두는 사랑들」 중에서 108p
내 세상은 아직 사랑의 시대다. 한마디 주문을 습관처럼 외웠다. 어떤 사랑도 나는 아직 놓지 않았다. 어떤 사랑도 지금껏 나를 놓지 않았다. 작은 사소함에서도 발견하는 것이 사랑이라건만, 내 세상은 여전히 작고, 사소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발견하는 일만 남았다. 사랑의 무궁한 가능성, 사랑이 될 수 있는 사소함들의 무수한 사랑성…. 당신을 생각하면 사소한 것들만 떠올라 나를 간질였다.
--- 「사랑의 시대」 중에서 111p
나는 당신이 유령이어도 사랑해, 이런 문장은 사람 중에서도 유령 중에서도 처음일 테니까, 유령이 되어서도 사랑해, 같은 문장을 준비할 테니까, 유령으로 떠돌자. 못 가본 곳들, 못 전한 마음들, 손은 다시 못 잡아도, 마음만은 붙잡을 수 있으니까, 그것을 붙들고, 그것이 한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붙들고, 유령처럼 사랑하자.
--- 「유령처럼 사랑하기로」 중에서 127p
출판사 서평
1. 그러므로 사랑을 탐구하고
저자의 사랑은 “잡을 수 없는 영역”(「기초사랑량」)에 있고, 그 영역은 “별 하나 없는 우주”(「당신은 내 우주의 가장 첫 별이었어요」)와 닮아있다. 봄의 초입에서 겨울의 의미를 곱씹듯, 저자는 공허한 우주의 앞에서 사랑이 탄생하는 순간을 떠올린다. 이처럼 숭고한 연상의 변두리에서 저자는 사랑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사랑의 충분함에 관한 끝없는 호소는 사랑의 탐구로,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사랑과 함께 소멸해 가는 존재에 관한 인식으로 가지를 뻗어나간다.
2. 그래서 사랑을 탐구했고
뻗어나간 사랑은 “재의 영역”(「재의 영역으로」)에 다다른다. 저자는 재의 영역, 사랑의 폐허에서 사랑의 해답을 찾는다. 사랑을 탐구하고 그 흔적을 남긴 끝에, 별 하나 없던 우주는 이제 “잉크로 가득 찬 하나의 세상”(「항복 우주」)과 같아진다. 그 안에서 저자는 곧잘 자신을 잃는다. 사랑을 해낼 자신이 없어지고, 벼랑으로 떠밀리는-길들여지지 않는 밤을 맞이하고, 당신에게만 취약해지며, 그 끝에 봄의 한복판에서 완연히 패배하고야 만다. 그럼에도 저자는 “사람과 사랑의 온기를”(「따뜻한 살결과 마음의 사랑으로」) 믿는다. 이 믿음의 줄기는 저자가 가꿔낸 잉크로 가득 찬 우주, 사랑으로 충만한 재의 영역에 기원을 둘 것이다.
3. 따라서 사랑을 규정하고
마트료시카가 품은 작은 인형을 들여다보듯, 저자는 우주를 가득 채운 기록을 차근히 살핀다. 서 있는 모든 곳에 빼곡하게 활자가 심겨있고(「불우한 사랑의 방법론」), 의미를 먹고 생을 틔운 활자는 문장이 되고(「허물어짐」), 저자는 앞으로도 글을 놓지 않으리라 선언할 기회를 얻는다(「사랑, 염원」). 이로써 재의 영역은 말과 고백, 활자와 문장, 모든 것이 합쳐진 글이 가득히 흩뿌려진 우주로 새로이 규정된다. 그 자체로 사랑의 결실인 재의 영역, 우주-세상에서 선언된 “앞으로도 글을 위해 살아갈 것”(「흉터」)이라는 고백은, 앞으로도 사랑을 위해 살아갈 것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가득히 담아 ‘당신’에게 가닿는다.
4. 드디어 사랑을 발견하고
저자의 사랑은 사랑으로 뿌리를 내린다. 저자는 사랑 덕분에 고독하지 않아 “마르지 않는 샘에서 물을 길어다 글을 적는다”(「사랑, 혹은 감사함」). 그러니 저자의 지면은 마르지 않고, 사랑의 뿌리는 지면을 꽉 잡아 줄기를, 가지를 더욱 단단하게 뻗어낸다. 그 곡진함으로 발견된 사랑은 모든 문장을 지탱한다. 사랑의 탐구는 최초로 달에 깃발을 세운 우주 비행사처럼 사랑의 폐허에 ‘당신’의 이름을 심을 수 있게 했으며, 윤슬이 범람하는 바다처럼 잉크로 가득 찬 우주를 유영할 수 있게 했다. 그 끝에 사랑으로 단단해진 저자의 문장은 유연하게 정제되어 한 권의 편지로 ‘당신’에게 수신된다. 사랑의 변두리에서 보내는 가장 찬란한 편지가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8075598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6월 19일 |
쪽수 | 200쪽 |
크기 |
128 * 200
* 22
mm
/ 37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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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글을(문장을) 정말 깔끔하고 간결하게 쓰는데 의미와 분위기가 명확합니다. 단 한사람에게 사랑을 말하는 산문집이 소설처럼 재밌던 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