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사랑하고 어렵게 미워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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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로 일하면서 매일 타인의 글을 다듬는 작가는, 그래서 더욱 아이러니하게도 생애 처음 자신의 글을 세상에 선보인다. 단아했다가 넉넉했다가, 다시 함축적이었다가 구체적으로 변주되는 문장 안에서 어쩐지 우리는 놓쳐버린 고백과 용서 따위를 자꾸만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울다가, 때로는 웃다가, 또 때로는 울면서 웃던 평범한 일상이 말끔한 문장으로 그려져 있다. 이 책을 덮을 때면 당신은 쉽게 사랑하고 어렵게 미워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 말하지 못하는 이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
작가정보
목차
- 1부
가만히 마를 때까지/ 애정 금리/ 시간 여행을 끝낸 그림자와 영혼이 돌아오면/ 데시벨/ 이해와 어른/ 그해의 미련과 그해의 반지/ 손톱만큼의 걸음/ 하루/ 다시 오지 않는 시/ 오늘의 뜨거움/ 영화로운 삶/ 겨울 위에 꽃을 걸면/ 시작점/ 보이는 말들과 소설들/ 관성 같은 불안/ 씻어내기/ 지나가는 것들/ 새하얀 시간들/ 맑으면 떠날 사이/ 체기/ 남 탓/ 후회
2부
슬픔은 바람처럼 저 멀리/ 성냥 씨/ 전주빌라/ 흘려보내기/ 여백/ 쉽게 사랑하고 어렵게 미워하고 싶지만/ 거리/ 욕심의 탄생/ 액땜/ 너의 집이 나의 집이었으면 그러나/ 내일의 기쁨/ 이기적인 숨/ 선/ MJ에게/ 낡은 소리/ 배려/ 당신은 여전히 그해에 있고/ 선/ 가을 노래/ 2019/ 베개 안의 문장/ 미움의 바다/ 등에서 다시 태어나
3부
지운 자국/ 마음 한 묶음/ 놓친 말들/ 마침표가 필요한 때는/ 용감한 가제/ 끼니/ 16/ 거울은 서로를 바라봐도 자신이 거울인 줄 모른다/ 도로인/ 소수/ 접지선/ 저녁 봄동/ 사랑은 밀도/ 깊이와 길이/ 돌아간다는 희망으로/ 이마 위로 장마가/ 가방/ 쉼표/ 진통제/ 유한 에너지/ 잠옷/ 마지막 상영
4부
글 뒤의 장면들
추천의 말
나오며
추천사
-
스스로에게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던 마음이 책으로 엮어져 있다. 등을 쓸어주는 친절한 문장 덕에 얹힌 감정을 소화했다. 한 장 넘기기도 전에 내 마음과 꼭 닮은 글을 자꾸 만나버리니, 속에서 하고픈 말이 넘쳤다.
-
씁쓸하고 차가운 이야기가 맑고도 진한 작가의 시선을 지나 의도치 않은 위로로 와닿습니다. 자신의 슬픔과 상처 위에 연고를 덧바르지 않고 가만히 매만지다가 문득 작가의 위로는 시작됩니다. 슬픔의 안개를 지나온 사람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지나가는 중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가지고 말입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지만 끝을 몰라도 괜찮다고, 그런 너여도 괜찮다고, 왜냐면 나도 나인 채로 흐르고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책 속으로
그리움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면 아마도 올리브유 같은 게 아닐까. 스며들지도 않고 쉽게 마르지도 않아 자꾸만 손으로 비벼댈 수밖에 없는 질감. 그러다 도저히 안 돼 셔츠 자락에라도 닦으면 진하게 자국이 남겠지. _13쪽 〈가만히 마를 때까지〉 중
통장 잔액이 채워졌다 비워졌다 반복하는 것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애정도 수입과 지출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포인트도 쌓이고 신용등급도 올라가고 그러는 거지 뭐. 쌓인 포인트로 선물도 사고 오른 신용등급으로 큰마음도 대출하고. _15쪽 〈애정 금리〉 중
좋아했던 사람과 처음 단둘이 먹었던 저녁 자리의 영수증, 꼬박꼬박 모은 돈으로 떠났던 여행지의 무용한 기념품, 다시는 펼쳐보지 못할 것이면서도 버리지는 않는 편지들. 나의 방엔 온통 미련이 밀려들어 와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_20쪽 〈그해의 미련과 그해의 반지〉 중
우리에게 어떤 꿈은, 이루려 노력할 때보다 같이 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빛났다. 그날 저녁엔 당신이 복권 대신 말린 꽃 한 다발을 사 왔다. 창가에 걸어뒀더니 아파트 단지를 가렸다.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_31쪽 〈겨울 위에 꽃을 걸면〉 중
언제나 비좁고 불안한 내 마음 때문에 행복을 온전히 누리는 건 사치라 여긴다. 작은 불안이 뒷받침돼야 안심할 수 있어서, 일부러라도 불안을 행복의 등에 얹어주는 편이다. 나는 내가 불행한 상태에 더 익숙해져서 그런지 행복한 내 모습이 어색하다. _36쪽 〈관성 같은 불안〉 중
지나가는 인연은 지나가는 계절과 같다. 지나간다고 해서 돌이킬 수도 없고, 설령 희박한 확률로 잠시 되돌려놓는다 해도 결국은 다시 지나간다. 초봄에 찾아온 꽃샘추위가 겨울 냄새만 잠깐 가지고 올 뿐, 예정된 봄 기운이 밀려오면 저 멀리 물러나듯이. _39쪽 〈지나가는 것들〉 중
서로가 힘들 때 만났던 서로는 위로가 됐지만, 힘든 일이 걷히자 우리는 다시 남처럼 서먹해졌다. 소나기가 멈추면 원래 가려던 길로 떠나는 사람들처럼. _42쪽 〈맑으면 떠날 사이〉 중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꿈을 꾸면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카페, 레스토랑, 바, 공연장 그 어디든. 꿈은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했으니 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세상에 대한 기억은 2019년에 멈춰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자 꿈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해졌다. _81쪽 〈2019〉 중
어깨보다 등을 빌려달라고 한다. 우는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한없이 울고 모든 매무새를 정리하고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당신의 등 한 편을 내어주면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중력에 눈물이 다 쓸려가고 나면 우리는 나란히 걸을 수도 있겠지. _85쪽 〈등에서 다시 태어나〉 중
한때는 상대가 나 아닌 이유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상대의 고통도 행복도 모두 내가 원인이어야 마음이 편하던 시절, 나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 _90쪽 〈마음 한 묶음〉 중
출판사 서평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열린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 말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종이로 만든 거울이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이 아닐까. 쉽게 정리되지 못한 당신의 마음은 사실 이런 것들이었다고, 당신의 마음을 여러 줄의 문장으로 풀어내 보니 이렇게 책이 완성되었다고, 구슬기 작가는 『쉽게 사랑하고 어렵게 미워하고 싶지만』 조심스럽게 말을 걸며 보고 싶은 사람들을 부른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매일 타인의 글을 다듬는 작가는, 그래서 더욱 아이러니하게도 생애 처음 자신의 글을 세상에 선보인다. 단아했다가 넉넉했다가, 다시 함축적이었다가 구체적으로 변주되는 문장 안에서 어쩐지 우리는 놓쳐버린 고백과 용서 따위를 자꾸만 마주하게 된다. 스스로의 미숙함을 인정하는 구슬기 작가는 결국, 책 제목을 빌려 말한다.
“쉽게 사랑하고 어렵게 미워하는 사람이 되고픈데 정반대의 사람이 된 것 같다. 어렵게 사랑해서 관계의 폭이 좁고, 쉽게 미워해서 멀리한 사람이 계절 모퉁이마다 서 있다.”
작가는 단단하지 않다. 자주 울고 자주 서글퍼하며, 또한 자주 무너진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바짝 마른 손수건처럼 존재하는 기쁨 덕에 재차 일어나고 회복한다. 슬플 땐 원 없이 울고, 고여있던 눈물을 모두 쏟고 나면 작가는 다시 바람을 마주하며 걷는다. 그런 그는 종종 ‘등’이 필요하다.
“어깨보다 등을 빌려달라고 한다. 우는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한없이 울고, 모든 매무새를 정리하고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당신의 등 한 편을 내어주면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중력에 눈물이 다 쓸려가고 나면 우리는 나란히 걸을 수도 있겠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의아한 일이 반복된다. 작가는 분명 낯선 사람인데, 왠지 모르게 내 서랍 속에 숨겨둔 편지와 일기 조각을 꼼꼼히 살펴본 사람인 것만 같다. 그래서 부끄럽다가, 그리웠다가, 기뻤다가, 슬펐다가, 고마워하는 우리가 책갈피처럼 각 페이지에 꽂혀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스로에게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던 마음이 책으로 엮어져 있다. 등을 쓸어주는 친절한 문장 덕에 얹힌 감정을 소화했다. 한 장 넘기기도 전에 내 마음과 꼭 닮은 글을 자꾸 만나버리니, 속에서 하고픈 말이 넘쳤다.” _연정 작가 추천사 중 일부
자신의 생에서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는 별안간 위로를 만나게 된다. 힘내라거나 응원한다거나 그땐 다 그런 거라는 철없고 철 지난 위로가 아니다. 또 어떤 이의 말을 빌려 설명해보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슬픔과 상처 위에 연고를 덧바르지 않고 가만히 매만지다가 문득 작가의 위로는 시작된다. 슬픔의 안개를 지나온 사람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지나가는 중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지만 끝을 몰라도 괜찮다고, 그런 너여도 괜찮다고, 왜냐면 나도 나인 채로 흐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_진서하 작가 추천사 중 일부
작가는 이번 책을 엮는 동안 사랑에 대해 쓰지 않을 거라 누누이 다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란 사랑 앞에서 늘 어리숙한 탓에, 쓰지 않을 거라 다짐하는 순간 온통 그것에 대해서만 쓰게 된다. 그렇게 『쉽게 사랑하고 어렵게 미워하고 싶지만』은 구슬기라는 창문을 통해 바라본 온 세상의 사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작가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닫고 일어선다.
“오늘은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길.”
기본정보
ISBN | 9791192159010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2월 22일 |
쪽수 | 148쪽 |
크기 |
112 * 181
* 15
mm
/ 16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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