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통해 보는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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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가?
우리말 속에는 우리말을 써온 우리 선조들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말은 우리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말에 대해 탐구해 본다는 것은 삶에 대한 성찰이고,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와 연결된다. 우리말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재미있고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1972년(호적에는 73년생) 경북 선산군(지금은 구미시로 편입) 도개면 가산2리에서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구로 유학을 떠나 누나들, 형과 함께 대구의 달동네인 남산동에서 자취를 했다.(연탄가스 한 번 마실 때마다 이사를 다니던 그 시절의 경험은 낙동강문학 신인상 대상 수상작인 「남산동 별곡」에 담겨 있다.) 대구에서 경북사대부중과 능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어교육학과에 입학하였으며, 1학년을 마치고 육군 보병으로 입대해서 만기 제대를 했다. 대학시절 사대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을 하였으며, 과 도서관지기를 지냈다.
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능인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2004년부터 현재까지 능인고등학교에 재직 중이다. 교직을 시작하던 해에 중학교 동기인 김은아와 결혼하였으며, 현재 슬하에 경빈, 경한, 경린 세 자녀가 있다.
막내가 태어나던 해부터 평가원과 EBS 등 여러 기관의 각종 문제 출제와 연구 사업에 참여하였다. 금성출판사 국어 교과서와 EBS 수능 연계 교재인 ‘수능특강’, ‘수능완성’을 집필하였으며 국가수준성취도평가 팀장,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팀장을 역임하였다. 그 외 역할을 밝힐 수 없는 음지의 일을 통해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3년 4월부터 현재까지 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칼럼을 연재 중이다.
목차
- 1부 _ 말을 통해 보는 세상 이야기
돌직구 / 엄친아 / 금수저와 아부지수저 / 현대 레알 사전 / 놈 자者 / 맛있는 건 바나나? / 노벨 문학상 / 공포 화법 / 도로명 주소 유감 / 한국의 만델라 / 사표死票 / 이름 이야기 / 공화국 / 궁극적 / 새뚝이 마당과 박정희시 / 버르장머리와 망언妄言 / 유감遺憾 / 저녁이 있는 삶과 밥그릇 / 스승과 멘토 / 사자성어 / 국회의원과 국회의원들 / 남자 사람 친구 / 선생 / 성인들은 정말 반말을 했을까? / 공무도하가와 동북공정 / 약속 / 중독
2부 _ 삼천포에 빠지다
삼천포에 빠지다 / 건달과 간달프 / 알아야 면장 / 영계와 마누라 / 몰빵 / 지리멸렬支離滅裂 / 잔나비 / 교편敎鞭을 잡다 / 싸가지 / 갈구다 / 감자탕 / 자린고비 이야기 / 고치 이야기 / 관광과 여행 / 꿈을 꾸다 / 따라지 / 바리와 도리 / 호구虎口
3부 _ 손가락과 달
산은 산이요, 영화는 영화다 / 그렇구나 / 손가락과 달 / 효자 효녀 이야기 / 염량세태炎凉世態 / 슬픔을 나누면 / 이상함과 독특함 / 작심삼일作心三日과 삼년고개 이야기 / 빌리다 / 새로움에 대한 강박 / 신경숙 사태와 평론가들의 역할 / 정신 승리 / 꽃과 말 / 신화의 세계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비평 / 명절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 SNS 사용법 / 복지부동 / 코끼리 그리기
4부 _ 문학과 거짓말
홀린 사람 / 미르 / 은혜를 갚다 / 공황장애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급식과 도시락 / 하늘의 뜻 / 충신과 간신 / 막말과 거짓말 / 문학과 거짓말 / 장을 지지다 / 전략 / 뇌정雷霆이 파산坡山하여도 / 사실과 팩트 / 꼰대 / 어른의 길 / 패러디 / 경주 최부잣집 육훈六訓 / 최부잣집에서 배우는 참된 보수 / 사이다
책 속으로
[머리말]
말은 세상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지 무균실이나 진공관 같은 곳에 있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감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분노를 일으키기도 한다. 신망을 받던 자가 한순간에 몰락하는 것도 말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공기처럼 실체가 잘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인간사에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 말은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구체적 시공간과 같은 상황 맥락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래서 바른 말 고운 말이라는 것도 인간관계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대학교 때부터 국어 교사 생활을 20년을 한 지금까지 나는 ‘우리말에 대한 교육이 왜 필요한가?’,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늘 안고 산다. 이것은 직업인으로서의 고민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뭘 팔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분야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있어서 교육과정 해설이나 논문으로 여기에 답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답들은 너무 막연해서 잘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소소하지만 우리말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보여줄 수 있는 실제 사례들에 좀 더 관심을 두고 글로 정리를 해 왔다. 우리말 표현의 미세한 차이, 어원과 같은 우리말에 대한 지식, 말이 사회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 등 일반인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중요한 사례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쓰려고 노력을 해 왔다.
사회인 야구를 하다 보면 팀 이름 중에는 프로야구에서는 쓸 수 없는 과감한 이름들이 많다. 상위 리그에서는 ‘흑풍’, ‘블랙비스트’, ‘나이트스텔스’와 같은 어감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주는 이름들이 많은데, 그런 이름을 가진 팀의 선수들은 왠지 시커멓고 덩치도 크고 인상도 험악해 보인다. 이름만으로 반쯤 기선을 제압하는 이 이름들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연상되는 의미가 공포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ㄱ, ㄷ, ㅂ 계열의 소리인 파열음을 많이 사용하여 어감으로도 강한 느낌을 준다. 성대를 울리면서 공기를 흘려보내는 소리(ㄴ, ㄹ, ㅁ, ㅇ, 모음)는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파열음은 공기를 막았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는 방식으로 내는 소리이기 때문에 억센 느낌을 준다. ‘능인 파코스’라는 우리팀 이름은 ‘능인’이라는 이름이 울림소리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전혀 위압감을 주지 못한다. 대신 ‘파코스’는 파열음 중에서도 거센소리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강해 보일 수 있었지만, ‘ㅏ, ㅗ’와 같은 양성모음과 결합해서 느낌이 강하지 못하다. ‘페이커스’나 ‘플루크스’라고 하면 어감이 훨씬 더 강해 보일 수 있다.(단 ‘플루크스’라고 한다면 어감은 강렬할지 몰라도 개그 야구단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우리와 같은 공무원 리그에 있는 경찰관들로 구성된 ‘동부불스’라는 팀은 파열음에다 크고 둔한 느낌을 주는 음성모음이 결합되어 있다. 거기다 ‘불스’가 가진 의미,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유니폼 때문에 반쯤 긴장하고 들어간다. 다들 우락부락하게 황소처럼 보이는 것 같고, 쳤다 하면 외야로 공을 뻥뻥 날리는 것을 보면(분명 간밤에 팔공산 아래서 음주 단속하다 왔을 텐데) 산에서 도끼질하다 왔거나 공사판에서 해머질하다 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반면에 ‘죽기전에’, ‘하고잽이’(뭐든지 해 보려고 하는 사람을 이르는 경상도 사투리), ‘다디져스’, ‘놀기사마’와 같은 팀들에 있는 사람들은 팀 이름 때문인지 다들 인상이 웃는 얼굴에 승패를 초월해서 그냥 야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 같다. 실책을 해도, 삼진을 먹어도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는다.’는 삼미슈퍼스타즈 팬클럽의 강령을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회인 야구에서는 여러 팀에 동시에 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동부불스’에 속해 있는 선수가 ‘놀기사마’에 가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팀 이름에 따라 사람의 인상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경기하는 스타일도 많이 달라진다. 이름에는 이처럼 우리의 태도와 때로는 운명을 좌우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야구팀 이름처럼 어떤 단체의 이름을 짓는 것은 단체가 지향하는 철학을 이름에 자유롭게 담을 수 있지만, 사람의 이름을 지을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자식의 이름이 가진 운명은 이름을 짓는 부모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평생 가져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가 부여한 특별한 의미나 상징성이 강한 이름은 아이에게 큰 짐이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은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한 이창동 전 장관의 소설 〈용천뱅이〉에는 열렬한 마르크스주의자인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을 ‘김막수’로 지은 이야기가 나온다. 아들은 그 이름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야 했고, 아버지가 져야만 했던 좌우 이념 대립의 짐까지 이름을 통해 물려받았다. 주인공은 결국 아버지와의 단절을 위해 ‘김영진’이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한다.
이런 예는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중학교 때 ‘달달’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부모님이야 ‘통달하고, 통달하라[達達]’하라는 좋은 뜻으로 이름을 지었겠지만, 성까지 ‘오’씨다 보니 출석을 부를 때마다 교실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어린 나이에 이름만으로 그렇게 남의 이목을 받는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한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는 스스로 개명을 했고 ‘달달’이라는 이름은 그 친구의 흑역사로 남아 있다.
예전에는 나도 자식을 낳아 이름을 짓는다면 한글 이름, 뭔가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그런 이름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형제, 자매 이름이 ‘여진, 여선, 여미’, ‘일우, 이우, 삼우 … 칠우’ 이렇게 가는 이름들을 보고 참 무성의하게 지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 이름을 지으려고 보니 그렇게 지은 데도 어른들 나름의 철학이 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름들은 기본적으로 항렬자를 따름으로써 형제라는 일관성과 순서는 남기되, 부모의 의지를 이름에 부여하는 것을 최소화한 것이다. 그리고 ‘일, 이, 삼, 사…’로 나가는 이름을 가진 집의 경우 금기시 되어 있는 ‘사우’ 대신에 ‘성우’를 쓰고, 소 키우는 집이라 그런지 몰라도 ‘육우’ 대신에 ‘영우’라는 이름을 쓴,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은 원칙이 담겨 있었다.
사람의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담기보다는 부르기 좋고, 어감이 좋은 것이 좋다. 튀는 이름보다는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익명성도 있는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어려서부터 이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없을 것이다. 사람의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싶다면 그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할 일이 아니라 자식이 스스로 가명을 쓰든지, 개명을 하면 되는 일이다.
-p. 49~53, 1부 ‘이름 이야기’ 중에서
출판사 서평
공감 백배!
우리말을 통해 생각해 보는 세상 이야기
우리가 모국어 화자로서 알아야 할 우리말에 대한 지식을 수필처럼 쉽고 재미있게 쓴 책이다. 가장 큰 장점은 우리말을 다룬 여타의 책들과 달리 사람들에게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라고 훈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에 대해 표준어, 맞춤법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대신 사람들이 왜 그런 표현을 많이 쓰는지, 그런 표현에는 어떤 사고나 문화가 들어 있는지를 분석한다. 때로는 사람들의 언어 습관과 동떨어진 표준어, 맞춤법 규정을 비판하기도 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불편하지 않고, 공감하면서 책의 내용에 빠져들게 된다.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말을 바라보는 필자의 관점 때문이다. 필자는 말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삶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옳은 규칙은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표준어나 어문 규정에 맞는 말이라고 해서 바른 말 고운 말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모국어 화자에게 바른 말 고운 말은 표준어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말이라고 전제한다. 어떤 말이 적절한지는 우리말에 담긴 역사와 문화적 맥락, 우리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모국어 화자가 우리말을 공부하는 것은 표준어와 맞춤법을 익히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말 지식을 다루는 한편 세상을 보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인문학 교양서이다. 그렇지만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들도 빙긋이 웃으며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58544195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6월 01일 |
쪽수 | 288쪽 |
크기 |
142 * 207
* 22
mm
/ 47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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