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사기 9: 효경본기 효무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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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경제는 인자한 군주였지만 조조(晁錯)의 삭번책으로 제후들의 영지를 삭감했다가 7국의 난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본기〉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효경제의 아들 효무제 본기다. 그가 바로 사마천을 궁형에 처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무제는 제후들의 권력을 약화시켜 중앙집권을 강화하고, 흉노·고조선·대원국 등을 정벌해 한나라 강역을 크게 확장시킨 중흥군주였다. 그러나 사마천은 무제를 아주 박하게 기술했다. 사마천은 “무제는 즉위 초에 더욱 공경하게 귀신의 제사를 받들었다.”라고 무제를 영생불사를 꿈꾸는 방사(方士) 군주처럼 그렸다.
무제의 가장 큰 우선정책이 ‘해중(海中)의 신선’을 찾는 것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한고조도 크게 곤욕을 겪었던 흉노를 정벌했으나 정작 〈효무본기〉에는 이에 대한 사항이 별로 기록되어 있지 않고, 조선 정벌에 대해 “이듬해 조선을 정벌했다”라고 한마디로 묘사하고, 대원국(大宛國) 정벌에 대해서도, “이해에 서쪽 대원국을 정벌했다”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으며, 나아가 “건장궁(建章宮)을 지었는데 헤아려보니 문이 1천 개이고 방이 1만 개였다”라고, 진시황 못지않게 거대한 역사(役使)를 좋아하는 군주로 묘사했다.
무제에 대한 이런 박한 기술은 그가 당한 궁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사마천은 황제로 시작해 삼대와 진나라를 거쳐 한나라로 이어지는 하화족의 민족사를 서술하려는 자신에게 궁형을 가한 무제를 좋게 평가할 수가 없었다. 역사가가 아무리 중립성을 강조해도 역사 서술에 절대적 객관이나 중립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례이다.
이 책의 시리즈 (45)
작가정보

자가 자장子長으로서 하양(지금 섬서성 한성시) 출신이다. 한무제 때 태사공을 역임하다가 이릉 사건에 연루되어 궁형을 당했다. 기전체 사서이자 중국 25사의 첫머리인 《사기》를 집필해 역사서 저술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후세 사람들이 태사공 또는 사천이라고 높여 불렀다. 《사기》는 한족의 시각으로 바라본 최초의 중국민족사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사마천은 동이족의 역사를 삭제하거나 한족의 역사로 바꾸기도 했다.
저자(글) 배인 (삼가주석)
자가 용구龍駒로서 남북조시대 남조 송(420~479)의 하동 문희(현 산서성 문희현) 출신이다. 진수의 《삼국지》에 주석을 단 배송지의 아들로서 《사기집해》 80권을 편찬했다.
저자(글) 사마정 (삼가주석)
자가 자정子正으로 당나라 하내(지금 하남성 심양) 출신인데 굉문관 학사를 역임했다. 사마천이 삼황을 삭제한 것을 문제로 여겨서 삼황본기를 추가했으며 위소, 두예, 초주 등 여러 주석자의 주석을 폭넓게 모으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사기색은》 30권을 편찬했다.
저자(글) 장수절 (삼가주석)
당나라의 저명한 학자로, 개원 24년(736) 《사기정의》 서문에 “30여 년 동안 학문을 섭렵했다”고 썼을 정도로 《사기》 연구에 몰두했다. 그가 편찬한 《사기정의》에는 특히 당나라 위왕 이태 등이 편찬한 《괄지지》를 폭넓게 인용한 것을 비롯해서 역사지리에 관한 내용이 풍부하다.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김명옥(문학박사)
김병기(문학박사)
송기섭(문학박사)
이시율(고대사 및 역사고전 연구가)
정 암(지리학박사)
최원태(고대사 연구가)
황순종(고대사 연구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는 1998년 창립된 이래 한국 사학계에 만연한 중화사대주의 사관과 일제식민 사관을 극복하고 한국의 주체적인 역사관을 세우려 노력하고 있는 학술연구소다. 독립운동가들의 역사관 계승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는 한편 《사기》 본문 및 ‘삼가주석’에 한국 고대사의 진실을 말해주는 수많은 기술이 있음을 알고 연구에 몰두했다. 지난 10여 년간 ‘《사기》 원전 및 삼가주석 강독(강사 이덕일)’을 진행하는 한편 사기연구실 소속 학자들과 《사기》에 담긴 한중고대사의 진실을 찾기 위한 연구 및 답사도 계속했다. 《신주사기》는 원전 강독을 기초로 여러 연구자들이 그간 토론하고 연구한 결과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는 《신주사기》 출간을 시작으로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 토대가 되는 문헌사료의 번역 및 주석 추가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한문 번역 감수
원주용(한문학자)
이지곤(한문학자)
최상근(한문학자)
목차
- 〈효경본기〉
제1장. 의혹 속에 즉위한 효경제
오초칠국의 난
태자를 바꾸다
제2장. 흉노와 싸우다
자주 일식이 있었다
효경제가 사망하다
〈효무본기〉
제1장. 방사에 빠진 황제
효경황제의 가운데 아들이다
태일신에게 제사를 지내다
수궁에 신군을 두다
난대欒大를 오리장군五利將軍으로 삼다
제2장. 천하를 주유하며 신선을 찾다
천하 여덟 곳의 명산
신선의 자취를 보다
무제가 중악의 태실산에 오르다
조선을 침략하다
한나라 역曆을 바꾸다
출판사 서평
우리의 시각으로 시대의 고전을 다시 읽는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세계 최초로 삼가주석 번역은 물론
새로운 관점의 주석까지 추가한 《신주사기》 출간!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에서 사마천의 《사기》 본기 12권과 이에 주석을 단 대표 주석서 《집해》, 《색은》, 《정의》를 번역한 새로운 사기를 출간했다. 《신주사기》 9권이 그것.
사마천의 《사기》는 〈세가〉나 〈열전〉의 일부 장면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재미있는 책으로 인식되지만 사실 제대로 알려고 하면 방대하고도 난해한 역사서다. 예로부터 《사기》를 풀이한 수많은 주석서들이 난무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수십 종의 주석서 중 대표적인 주석서가 남조 송나라 배인(裵?)의 《집해(集解)》와 당나라 사마정(司馬貞)의 《색은(索隱)》, 당나라 장수절(張守節)의 《정의(正義)》를 꼽는데 이를 삼가주석(三家注釋)이라고 한다. 삼가주석을 보지 않고 《사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삼가주석은 본문보다 방대하고 동양 고대 사상과 제도, 관습 등에 해박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데, 때로는 사마천의 본문과 충돌하기도 한다. 그래서 삼가주석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사기 연구의 길이기도 하다.
그간 일본 명치서원(明治書院)에서 1973년부터 《신역한문대계(新譯漢文大系)》의 하나로 《사기(史記:전 15권)》를 간행한 것이 중국어권 이외의 나라에서 수행했던 가장 방대한 사기 편찬사업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사기》도 삼가주석 전체를 완역하지는 못했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사기연구실에서 번역하고 신주를 단 《신주사기》는 중국어권 이외의 나라에서 처음으로 《사기》 본문과 삼가주석을 모두 번역하고 새로운 관점의 〈신주(新註)〉까지 달았다. 롯데장학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는데, 이번에 간행된 본기만 9권이다. 〈지〉, 〈표〉, 〈세가〉, 〈열전〉까지 모두 간행되면 총 40권을 상회하는 방대한 프로젝트이다.
중국사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
중국고대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난제는 중국사의 시작이 언제부터냐는 것이다. 이는 중국민족의 시작이 언제부터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중국민족은 유방이 세운 한나라를 따서 한족(漢族)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우(禹)임금의 하나라에서 ‘하(夏)’ 자를 따고 섬서성 화산에서 ‘화(華)’ 자를 따서 하화족(夏華族)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한족, 즉 하화족 역사의 시작이 언제부터냐는 것인데, 사마천은 황제(黃帝)부터 시작하는 〈오제본기〉로 중국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사마천의 이런 설정에 의문을 품은 학자들이 많이 있었다. 오제 전에 삼황(三皇)이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색은》의 편찬자 사마정은 사마천이 삼황을 삭제한데 불만을 품고 복희, 신농, 여와씨를 수록한 〈삼황본기〉를 따로 편찬했을 정도로 사마천의 계보도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사마천은 오제의 시작을 황제로 설정했지만 서진(西晉)의 황보밀(皇甫謐:215~282)은 《제왕세기》에서 삼황도 수록하고 황제가 아니라 소호(少昊)를 오제의 첫 번째로 꼽았다. 사마천이 황제부터 중국사를 시작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사마천이 숨긴 역사, 사라진 동이족 군주들
그런데 사마정과 황보밀 등은 사마천이 삼황과 오제를 삭제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중국은 최근 산동성(山東省) 남부 임기(臨沂:린이)시에 거대한 동이문화박물관을 열었다. 여기에 4명의 동이족 군주를 전시해놨는데, 태호 복희씨, 소호 김천씨, 치우, 순임금이 그들이다. 삼황의 시작이 태호 복희씨이기 때문에 삼황부터 《사기》를 기술하면 한족의 중국사가 아니라 동이족의 중국사가 되기 때문에 삼황을 삭제한 것이다.
또한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은 김유신의 혈통에 대해 “헌원(황제)의 후예요 소호의 후손이다”라면서 “남가야 시조 김수로왕은 신라와 같은 성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김해 김씨, 김해 허씨, 인천 이씨 등 700만에 달하는 가락종친들이 모두 소호 김천씨의 후예라는 뜻이다.
이처럼 소호는 동이족임이 너무나 명백하기에 사마천은 소호도 지웠다. 즉, 삼황의 시작이 태호 복희씨고, 오제의 시작이 소호 김천씨인데, 태호나 소호부터 시작하면 한족의 중국사가 아니라 동이족의 중국사가 되기에 사마천은 태호와 소호를 지우고 황제부터 시작하는 중국인의 《사기》를 작성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사마천은 동이족의 역사를 지우고 한족, 즉 하화족의 중국사를 서술했다. 얼핏 봐도 중국 남방사람들과 북방사람들의 생김새가 다름에도 모두 한족이라는 개념은 사마천의 《사기》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신주사기》는 때로는 사마천의 《사기》에서 그 근거를 찾고, 때로는 고대의 여러 학자들은 물론 청나라 고증학파와 민국시대(民國時代:1912~1949) 고사변학파들의 주석까지 집중적으로 연구해 중국사의 계통을 바로잡으면서 동이족의 고대사를 복원해 냈다. 1권 오제본기의 ‘사마천이 설정한 오제 및 하은주 시조계보도(109쪽)’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작성한 계보도다. 이를 통해 ①황제, ②전욱, ③곡, ④요, ⑤순의 오제는 물론 하·은·주(夏殷周) 3대의 시조가 모두 동이족이라는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직독직해한 《신주사기》
《신주사기》는 사마천이 쓴 본문과 삼가주석을 모두 번역하고 그 아래 원문을 수록했다. 또한 의역을 최대한 피하고 한 문장 한 문장 직독직해를 원칙으로 삼아 번역했다. 그래서 한자를 조금 아는 독자라면 원문과 대조하며 사기 원문을 읽는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단순한 중국사가 아니라 하화족의 역사 속에 숨겨진 동이족의 역사를 찾는 여정이야말로 현재 정체성의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가 《신주사기》를 읽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948290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3월 16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53 * 225
* 21
mm
/ 45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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