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강성은은 11월이라는 계절에 지구로 왔다. 책과 음악이 끌어준 길을 따라오다 보니 시를 쓰게 되었고 여전히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겨울을 좋아하고 눈 내리는 풍경을 좋아한다. 잠을 많이 자고 꿈을 많이 꾼다. 세계의 다양한 캐럴 음반 컬렉션을 갖는 것이 꿈이다. 스물일곱, 심심해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이후로 홍대 인근에서 십여 년째 살고 있다. 2005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가 있다.
사진 이석주
사진 이석주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군 전역 후 1년간 사진작가 조선희의 스튜디오에 출근하며 사진에 대한 안목을 길렀다. 2007년부터 홍대에 스튜디오를 마련해 여러 예술가와 교류하며 사진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2009년 간암 투병을 선고받은 뒤에도 지치지 않는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여러 사진전들을 기획 전시했다. 충남 당진에 마련한 갤러리 겸 작업실 ‘호련’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그의 이야기는 2009년 2월 KBS 다큐멘터리 <사미인곡>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2009년 9월 MBC <생방송 오늘 아침>에도 ‘말기 암 사진작가 아들의 어머니 전상서’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폐암까지 전이된 몸을 이끌고 홀로 겨울 홋카이도와 아키타 여행을 다녀온 후 눈(雪)에 관한 사진전을 준비하던 2010년 4월, 만 스물여덟의 나이에 하늘로 돌아갔다. 작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soar0108
목차
- 서문 - 김경주(시인)
1장 눈을 만나다
2장 사랑
3장 상실
4장 너 혼자 올 수 있니
5장 자장가
에필로그
책 속으로
이 책은 이석주 사진가가 그의 생의 마지막 여행을 하고 온 사진을 담은 책이다. 그는 살아 있는 눈이 많은 겨울 홋카이도를 선택했다. 그는 혼자서 사진기와 배낭 하나만을 메고 폭설이 내리는 마을로 떠났다. 자신의 폐 속에 눈이 가득 차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를 말렸지만 말릴 수 없다는 것 또한 알았다. 이 책에 실린 그의 사진 속에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그곳에서 사람을 담으면 너무나 그리울 것 같아서 사람을 비우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떠나기 전 내게 말했다. 그는 이제야 사진이 빛을 담는 것이 아니라 빛을 비워내는 작업임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내게 작은 메모를 남겼다. 여기 그의 사진에 실린 글은 그가 생의 말미에서 겨우 시작하려는 사랑을 강성은 시인이 그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도운 것이다.
나는 여기 실린 글과 사진의 대화를 상실의 고백이라 부르는 데 주저한다. 그것은 누군가에겐 새로운 삶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 책의 사진과 글이 만나서 이루는 결정체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눈들의 화술이라 불러주면 좋겠다. 한 권의 책이 세상과 만나는 방식이 이토록 다정하면서도 쓸쓸할 수 있다니… 나는 그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 - 김경주(시인)
출판사 서평
홋카이도에 홀린 어느 사진가의 처절한 외로움과 쓸쓸함의 기록
사진작가 故 이석주의 유고집
말기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2010년 4월, 서른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사진작가 故 이석주의 유고 사진에세이집. 이석주가 사진을 찍고, 떠오르는 신예 시인 강성은이 글을 붙였다. 여행자들의 로망, 홋카이도와 아키타의 아름답고도 적막한 설국 풍경을 다섯 가지 테마로 담아냈다.
이 책은 홋카이도의 눈과 바람에 홀린 한 사진작가의 처절한 외로움과 쓸쓸함의 기록이다. 그가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난 건 홋카이도의 눈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다는 2월 초였다. 그는 혼자서 사진기와 배낭 하나만을 메고 폭설이 내리는 ‘러브레터’의 마을로 떠났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었지만, 그래서 가족을 비롯해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이 만류했지만, 그는 마치 홀린 듯이 그곳으로 떠났다. 14일 후 방대한 분량의 사진(1만여 컷, 즉 하루에 무려 1천 컷 정도를 찍은 셈이다)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미친 듯이 사진 작업에 몰두했다. 눈을 주제로 한 책 출간과 사진전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2년 가까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혀온 사신(死神)은 더 이상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2개월 후인 4월 24일 새벽 1시, 그토록 소망하던 첫 책을 보지 못한 채 그는 하늘로 돌아갔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그 추운 겨울, 홋카이도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는 그렇듯 쓸쓸하게 세상과 이별하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사진과 목숨을 맞바꾼 셈이 된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가지 말라고 그를 강하게 붙잡지 못한 것에 극심한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앞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죽기 전에 다녀와서 다행”이라고.
그는 왜 그토록 홋카이도의 눈에 집착했던 것일까? 그가 남긴 사진과 단편적인 메모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홋카이도에 다녀온 후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말을 남겼다. “버리지 못한 지난 시간에, 아파해야 했던 마음들에 자리를 내주어 아무것도 들어설 수 없었던 마음을 비웠던 여행이었습니다.” 즉 누군가에겐 낭만적 환상과 동경의 공간인 홋카이도가 그에게는 지난 시간에 대한 집착과 자신을 비워내는 정화의 성소였던 것이다.
그가 그토록 일찍 세상을 뜨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그의 생생한 육성을 책 속에 더 많이 담을 수 있었으리라. 그런 아쉬움을 채워주는 것은 ‘세헤라자데적 상상력의 시인’으로 불리는 강성은 시인의 섬세한 글이다. 시인은 그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지만, 그의 치열했던 인생 여정을 알고서 이 작업에 기꺼이 동참해주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홋카이도 사진 1만여 컷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그가 그곳에서 홀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부유하는 마음의 자취를 상상 속에서 아름답게 재구축해냈다.
이 책은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이자, 사진과 글의 대화다. 고 이석주의 동료 예술가이자 후원자였던 김경주 시인은 서문에서 이 책을 가리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눈들의 화술”이라 명명했다. 홋카이도의 적막한 설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눈(眼)과 눈(雪)의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대화를, 따듯한 위로의 성찬을 만끽하시기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88983946423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1월 10일 |
쪽수 | 309쪽 |
크기 |
150 * 190
* 30
mm
/ 47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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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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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른 도서관에서 제목을 보고 책을 골랐다.
처음에는 [너 혼자 울 수 있니]로 착각 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너 혼자 올 수 있니]였다.
책을 펼치면 작가에 대해 읽어 보게 되는데 이 책을 읽고는 조금 놀랐다.
사진과 글이 함께 있는 책이었는데 사진을 찍은 사람이 이미 하늘로 돌아갔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석주라는 사진작가였는데 간암을 선고 받은 후에도 왕성히 활동 했고, TV에도 방영이 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폐암까지 전이된 후 홀로 겨울 훗카이도 여행을 다녀와 만 28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은 글도 읽었지만 사진에 좀 더 눈에 가게 되었다.
주로 눈 내리는 풍경에 관한 사진들이 많았다.
겨울. 훗카이도 특히나 눈이 많은 곳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나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인지 눈에 대한 환상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최근에는 기상이변으로 내가 있는 곳도 1년에 몇 번 정도 쌓인 눈을 구경할 수 있지만 그 동안 자라오면서는
큰 눈을 본적이 많지 않았다.
사진으로 본 눈 오는 풍경은 실제와는 달리 마음은 참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차를 기다립니다. 여행은 늘 기다리는 일, 떠나고 도착하는 일.
나는 이 시간 왜 여기 있는 걸까요.
우리는 가벼운 책이 되고 싶었지.
바람이 불면 한장 쓱 날아가 침묵에 이르는.
영혼을 가진다는 것은 비밀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봄을 성큼 다가와 있는 지금, 왠지 지난 겨울이 참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출간 당시 (2010년 12월)부터 관심을 가졌던 책이다.
책표지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함께, 사진작가 이석주의 유고 사진 에세이집이라는 것이 가슴에 와닿았다.
사진작가 이석주가 누구인지는 잘 몰랐다. 다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 밖에는.
나중에 알게 된 그에 대한 정보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스튜디오를 열어 예술인들과의 교류가 많았던 장래가 촉망되는 사진작가였다는 것,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의 전시회를 준비하던 2010년에, 만 스물 여덟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눈을 아주 좋아했던 것같다.
" 눈은 아무도 모르게 내릴 때 제일 예쁜 것 같아요...." (p. 5)
책의 시작인 '빛을 비우는 눈들의 이야기'에서 시인 김경주는 절친 이석주의 사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 그의 사진은 온통 하얗게 표백된 쓸쓸함 투성이였다.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그는 사진을 아직 시작하기 전 어떤 묽은 질감을 먼저 여백에 담아 놓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진에 담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 6)
이석주만이 가지고 있는 사진의 스타일은 희뿌연 막이 한 곂 덮여져 있는 듯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사진이란 빛을 담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석주는 사진이란 빛을 비워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진 속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것에 대해서도 '사람을 담으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서'라고 이야기한다.
두고 가야 하는 이 세상이 사진작가의 눈에는, 마음에는 너무도 그리울 것 같았나 보다.
이런 시각에서 찍은 온통 눈으로 덮힌 그의 사진들에 시인 강성은이 글을 올렸다.
나는 그동안 여행에서의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언어가 담겨져 있는 책들을 수없이 읽었다.
이병률의 <끌림>,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 변종모의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테오의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백승선, 변혜정의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번짐 시리즈...
그러나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그런 책들에 비하면 조금은 가슴에 와닿는 울림이 적은 사진과 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 이석주의 블로그 중에서 -
어쩌다 슬픈 이야기를 하려 하면
괜찮다 다들 슬픔은 있어.
어쩌다 아픈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다 나을 수 있어.
어쩌다 외로운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누구나 혼자야, 라고 말했다.
그럼 난 그냥 웃었지.
어쩌다 너에게 슬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아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외로움이 올 때
그때 넌 정말 괜찮았니? "
" 시들지 않는 건 없지만
영원할 수 없지만
잃어 버린 것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시간은 지속된다. " (p. 279)
사진작가 고 이석주의 마지막이 되버린 사진집,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의 사진에 글을 담았다. 그가 선택한 곳은 홋카이도를 택했다. 얼마 전에 같은 도시를 담은 책을 만났다. 그 책에서 홋카이도의 겨울을 만나는 일은 황홀했고 눈부셨다. 그리고 또 한 권으로 마주하는 홋카이도.
이 책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당신이 직접 읽지 못한다면, 그가 찍은 사진을 보지 못한다면 느끼지 못할 것이기에 주저한다. 슬픔이 자꾸 차올라서, 눈을 바라보는 내내, 눈이 시렸다. 프레임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그는 또 가슴으로 담은 풍경을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그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소리 없는 웃음 뒤에 숨겨진 슬픔을 말이다.
남겨진 사진과 함께한 글은 사진작가의 상실과 슬픔을 뜨겁게 안아준다. 실답고 고아한 사진들에 빛을 더한다.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잘 사진과 글은 서로에게 기댄다.
나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는 혀의 통역 숨겨두고 싶은 사랑을 드러내어 이야기했다 눈물이 비처럼 마구 쏟아질 때 말 못하는 혀 대신 심중을 털어놓은 것은 나의 눈동자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눈썹으로 말했던가 사랑하는 이에게 정열이 내키는 대로 서로 주고받는 눈길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소리 없는 말 얼마나 빠르고 실수 없는가 천일야화 13일째 밤 - 사랑 # 01 p. 83 정지한 사물들이 갑자기 소리를 내곤 했다 사물들의 영혼이 삐걱거리는 소리 다락으로 숨는 소리
가장 멀리 달아나고 싶어 가장 맑은 날에 가장 투명한 몸으로 나의 형식은 이토록 단정하고 나의 마음은 이토록 펄럭인다 오늘 밤이 아름다워, 세계는 고요하고 펄럭이는 영혼의 고백이 사랑스럽다 내 몸속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 너 혼자 올 수 있니 # 13 p. 238
당신이 말하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했던 것 당신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보여주지 못했던 것 당신이 껴안고 싶었는데 껴안지 못했던 것 그러나 나는 압니다 말하지 않아도 보여주지 않아도 껴안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우리 영혼이 닿아 있어 모든 것이 투명합니다 그러니 걱정 말아요 - 자장가 # 18 p. 299
이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그의 마지막을 지켜준 시인이 너무 고맙다. 시인은 그의 사진을 실은 책에 대해 일렇게 말한다. ‘나는 여기 실린 글과 사진의 대화를 상실의 고백이라 부르는 데 주저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 책의 사진과 글을 만나서 이루는 결정체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눈들의 화술이라 불러주면 좋겠다.’ p.7 과연 그랬다. 그가 남긴 마지막은 진정 새로운 소망이었다. 너무도 슬픈 책이다. 그러나 고인이 된 사진작가는 누군가가 슬퍼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고인이 된 이석주 사진작가의 마지막 기억은 온통 하얀 눈이리라. 눈에 대한 사진전을 준비하던 2010년 어느 봄날에 하늘로 갔으니 그의 마음에는 따뜻한 봄날에도 눈으로 가득했으리라. 죽음을 몸에 가득 담고 떠났던 홋카이도의 겨울여행. 이석주가 생의 마지막에 남기고 싶어했던 건 진정 무엇일까.
겨울이란 계절에서 빠질 수 없는 건 바로 눈. 이석주의 사진에는 유독 내리는 눈의 이미지가 눈에 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작은 생명체를 떠올리게 되는, 내리는 눈들의 움직임에서는 겨울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생명력이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의 온몸으로 덮어버리는 눈의 조용하면서도 위대한 존재감. 이석주는 그런 눈의 생명력을 꺼져가는 생명력을 다해 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겨울이란 계절이 그렇다. 다른 계절보다 유독 낮은 기온 때문에 겨울은 세상을 둘로 갈라 놓는다. 추운 날씨 때문에 꽁꽁 얼어붙은 겉으로의 차디찬 세상과 그와는 또다른 추운 날씨 때문에 작은 온기에도 따뜻함이 전해지는 안으로의 세상이 바로 겨울의 모습이다. 이석주의 사진속 겨울은 차가운 겨울도 따뜻하게 보이고 따뜻한 겨울은 더욱 따뜻하게 보인다. 그 무엇이든 마음에 따뜻하게 품은 채 세상과 작별하고 싶었던 작가의 바람이 느껴지는 사진들이다.
겨울의 세상은 온통 하얗게 때문일까. 조금이라도 색깔이 깃든 건 그 무엇이든 빛나 보인다. 가로등도 우체통도 버스도 목도리도 그리고 불빛이 흘러넘치는 거리의 밤도 흰눈으로 덮인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졌기에 더욱 또렷이 더욱 선명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석주가 자신의 사진 속에 남기고자 했던 총 천연색 세상은 그렇게 눈을 배경으로 더욱 도드라져 세상을 떠나는 그의 가슴에 또렷이 그리고 깊게 남겨졌을 거라 믿고 싶다.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어쩌다 슬픈 이야기를 하려 하면
괜찮아 다들 슬픔은 있어
어쩌다 아픈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다 나을 수 있어
어쩌다 외로운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누구나 혼자야, 라고 말했지
그럼 난 그냥 웃었지
어쩌다 너에게 슬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아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외로움이 올 때
그때 넌 정말 괜찮았니?
- 이석주 블로그 글
눈이 다 녹아내린 어느 봄날 이석주는 세상으로 향해 있던 눈을 닫는다. 서른이 되기 전 늦봄같은 나이에 이석주는 세상에 눈을 보여주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 그 마지막 작업을 마치지 못한 채 이석주는 하늘로 갔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던 사람들이 그가 마지막으로 하려 했던 작업을 마무리했다. 눈은 언젠가는 녹아내릴 것이고 또 다시 약속을 지키듯 내릴 것이다. 눈의 오고 감이 반복되는 동안 몇 몇 사람은 오랫동안 이석주를 기억할 것이다.
불쾌한 꿈에 잠을 깬 새벽...읽던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읽으려 손닿는 곳에 놓았던 사진작가 故 이석주의 유작 『너 혼자 올 수 있니』를 읽기 시작했다. 올 겨울 유난히도 눈이 자주, 많이 온다고 투정했지만 눈의 나라 훗카이도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눈의 나라 훗카이도' 라는 글에 눈이 갔던 책이었다. 말기 간암으로 투병중이던 그는 무엇에 홀린듯 홀연 눈의 나라인 훗카이도와 아키타로 향했다. 14일이라는 기간동안 무려 1만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하니 온통 눈이었을 도시에서 그가 사진으로 남기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빛을 비우는 눈들의 이야기....아쉽게도 그의 유작에 그의 글은 몇 편 실리지 못했다. 지인이셨던 김경주 시인이 그를 회상하며 적은 프롤로그의 글은 그가 왜 눈이 많은 그 곳을 다녀와야 했는지, 그 시간들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영하의 날씨, 눈이 날리는 날 사진 찍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시리고 살이 아리는 고통을 알 것이다. 하루에 1천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을 그는 사진을 찍으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비우고자 했을까?
이 책에 실린 그의 사진 속에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그곳에서 사람을 담으면 너무나 그리울 것 같아서 사람을 비우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떠나기 전 내게 말했다. 그는 이제야 사진이 빛을 담는 것이 아니라 빛을 비워내는 작업임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내게 작은 메모를 남겼다. 여기 그의 사진에 실린 글은 그가 생의 말미에서 겨우 시작하려는 사랑을 강성은 시인이 그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도운 것이다. /p07 김경주(시인)
사진과 故 이석주 작가의 블로그 글로 에세이집을 만들어도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강성은 시인의 글이 때로는 사진과 어울리지 않는듯 한 기분에 사진과 글을 같이 감상하며 읽어가다 글만, 사진만 한 번씩 다시 보고 이 글을 쓰기 전 사진만 다시 한 번 넘겨보았다. 차가운 눈, 추워야하고, 너무도 하얗기에 사진에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흐릿하게 날린 듯한 배경으로 선명하게 잡힌 눈은 아스라히 사라져가는 그 무엇을 사진속에 담으며 자신을 비우고자 했던 사진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건 아니었는지... 어쩌면 혼자 눈의 나라에서 2주간 보냈던 시간은 그의 짧았던 삶을 아쉽게나마 자신을 비워내고,정리하고 싶었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삶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았지만 죽음이 임박한 순간 "죽기전에 그 곳에 다녀와 다행이었다"고 말했던 그에게 눈의 나라에서 보냈던 시간들은 그가 자신에게 선물했던 아름다운 마지막 선물이지 않았을까?
홋카이도에 다녀온 후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말을 남겼다. “버리지 못한 지난 시간에, 아파해야 했던 마음들에 자리를 내주어 아무것도 들어설 수 없었던 마음을 비웠던 여행이었습니다.” 즉 누군가에겐 낭만적 환상과 동경의 공간인 홋카이도가 그에게는 지난 시간에 대한 집착과 자신을 비워내는 정화의 성소였던 것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박상순'님의 <너 혼자>라는 시는(p212,213) 그의 사진들과 함께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는 글이라 소리내어 읽어보게 되는 글이었다. 삶은 오롯이 혼자의 몫인걸 알면서도 항상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가족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아까워서 내려놓지 못했던 마음들, 미련이 남아 내려놓지 못했던 마음들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아름답게 날리는 눈도 그 순간엔 존재하지만 그도 이내 사라질 그 무엇이듯, 우리네 삶도 겨울 눈(雪)과 같지 않을까? 그는 먼저 먼 여행을 떠났지만 그가 남기고 간 사진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어쩌다 슬픈 이야기를 하려 하면
괜찮아 다들 슬픔은 있어
어쩌다 아픈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다 나을 수 있어
어쩌다 외로운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누구나 혼자야, 라고 말했지
그럼 난 그냥 웃었지
어쩌다 너에게 슬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아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외로움이 올 때
그때 넌 정말 괜찮았니?
(故 이석주의 블로그 글) http://blog.naver.com/soar0108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사진 에세이다. 사진작가 이석주, 그는 자신의 생애 마지막을 홋카이도 여행을 하며 눈(雪) 사진전을 준비하다가 2010년 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마치 봄빛에 녹아버린 눈처럼 사라진 것이다. 사진과 함께 실린 글은 눈 내리는 풍경을 좋아하는 강성은 작가의 언어가 사진과 만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눈 내리는 겨울이 배경이다. 아름답다고 하기엔 쓸쓸하고 조금은 슬퍼 보인다. 하얀 형광등 불빛, 그 아래 놓인 알약들……. 그는 머나먼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미리 여행을 떠난 것 같다. 어찌 보면 우리들은 모두 지구별에 잠시 놀러온 여행자들인지도 모른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그래서 여행자란 걸 잊어버린 사람들.
눈이 많이 온다는 훗카이도로 향한 그의 발길을 따라서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텅 빈 차 안, 눈 덮인 마을, 눈 위에 놓인 하얀 꽃다발까지 그는 조용히 내린 눈처럼 차분하게 세상을 본다. 이 사진 곁에 쓰인 글들은 사랑과 상실을 이야기한다. 사진을 찍던 그 사람은 지금 이 세상에 없지만 그가 바라본 세상은 여기 있다. 왠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사람이 그립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떠난다는 건 그리움을 남기는가보다.
너 혼자 올 수 있니?
너 혼자.
그는 수많은 질문들의 답을 찾았을까? 혼자 마지막 겨울을 보내면서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지인에게 남긴 메모처럼, ‘사진은 빛을 담는 것이 아니라 빛을 비워내는 작업’이라고, 그는 마음까지 비워내고 떠났나보다. 그는 떠나고, 남겨진 사진 속에는 여운이 느껴진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느낌 그대로 담아낸 것 같다.
겨울은 혼자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겨울을 진정으로 좋아한다는 건 외로움까지 사랑하는 것이다. 조용히 눈 내린 풍경을 바라본 적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혼자만의 시간이 낯설 만큼. 삶이라는 여행은 혼자라는 걸 기억하고 싶지 않았나보다. 유난히 겨울이 싫었던 내게 흰 눈의 마법을 부린 것 같다. 에필로그에 ‘사라졌으나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 존재하지만 침묵하는 것들’이란 표현이 나온다. 존재하는 것들만 바라보며 살던 내게 이 책은 사라졌으나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과 침묵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언젠가 사라져도 존재하는 존재이기를 소망한다.
사진작가 이석주님의 유작으로 마지막 사진을 담은 장소 홋가이도. 이석주님의 투병소식은 방송을 통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몸이 불편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찍고자 하는 곳을 혼자 떠난여행. 하지만 그것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여행이되었다. 그래서인지 읽는내내 가슴속이 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 또한 슬픔을 통해서 삶이란 덧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아둥바둥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 짠한것도 알게되었지만, 고 이석주님은 앞으로 해야할 일들도 많고 앞으로 우리에게 보여줘야할 장면들도 많은 것을 뒤로 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인생의 허무함을 더욱 느끼게 하는것 같다.
마지막으로 남겨진 홋가이도의 사진과 그곳에 더욱 예쁘게 포장한 글들을 읽는 시간만큼은 모든 욕심이 버려지는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이 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셨지만 분명 그곳에서 "너 혼자 올 수 있니" 책을 보면서 기뻐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리라 생각되어진다.
가로등...
오직 가로등빛 뿐이었다. 모든 것이 온통 잿빛이었는데 문득 다가오던 그 빛 하나. 하지만 나는 안다. 가로등은 저혼자 빛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어둠이 있어야 더 밝아질 수 있는 불빛, 그것이 바로 가로등인 것이다. 오직 그 빛 하나만이 밝게 보여지던 사진속의 분위기가 낯선 설렘으로 다가선다. 책 속에서 들려주던 가방이야기처럼 이별에 대한 두려움과 서로를 그리는 아픔이 어느 순간 내게 찾아왔던 첫사랑 같았다. 사진 찍었던 사람이 시작될 것 같다고 말하던 사랑은 찾아왔을까? 속으로 우는 건 아무도 모를 거라고 그렇게 매일 울고 있는거냐고 묻고 있던 당신에게 나도 묻고 싶었다. 당신도 그렇게 매일 울고 있었던 거냐고.
한때는 염전이었던 곳이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을 했다는 그곳에 내가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아직 버리지 못한 갯벌흙은 밟으니 미끄러워서 옆에 가는 사람끼리 두 손을 꼭잡고 걸어야 했었던 날.. 저 집, 영화속에 나오는 집같아... 고개를 들었던 순간 느닷없이 시선속으로 들어왔던 집을 보면서 내가 말했었다. 말하다가 그만 미끄러져 기우뚱거렸을 때 잡힌 손에서 우두둑 소리가 날 것처럼 단단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 집, 영화속에 나오는 집처럼 멋지게 보였던 집은 가까이 다가가보니 황홀할 것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내 눈에는 멋지게 보였는지 알 수 없다. 소금창고.. 나무로 된 문은 반쯤 열린 채 하얀 소금을 뱉어내고 있었지. 그리곤 내게 말했었다. 맛있는 소금이라고. 이제는 몇 평 남겨두지 못한 염전에서 건져올린 거라고. 한웅큼 내게 내밀면서도 팔지는 않는다고 했었다. 소금창고.. 팔지 않는 소금을 모아두던 소금창고.. 그런데 내가 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왠지 모를 상실감, 그리고 알 수 없는 그리움을 그 소금창고처럼 안고있는 사진들때문이었을까? 보여주는 사진들은 너무 외롭다.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사람의 가슴처럼 그냥 먹먹해지는 느낌들이 빼곡하다. 사진이 그런건지, 사진 옆에서 꼬물거리는 글자들이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독한 외로움은 분명히 보였다. 내 기억속의 소금창고처럼.
불꽃놀이..
죽음을 선고 받았으면서도 그는 사진을 찍으러 떠났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단다. 사진이 빛을 담는 것이 아니라 빛을 비워내는 작업임을 알아가고 있는것 같다고. 어쩌면 그는 사그러드는 제 빛을 더 밝히고 싶어 다른 빛을 비워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몇 장을 사진을 모아놓고 그 덩어리마다 제목을 붙여주었는데 사랑이니 상실이니 뭐 그런거였다. 그래놓고는 너 혼자 올 수 있느냐고 묻는다. 쓸쓸하게... 소리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이 더 슬프다던 말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들.. 그래서일까? 이 책속에서 비워낸 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불꽃놀이 속에서 터지는 불꽃처럼 어쩌면 그렇게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건지도 모르겠다. 터지고나면 공중분해되어 버리는 불꽃이라 할지라도 잠시 그렇게 빛을, 희망을 끌어안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춧불..
아주 작은 촛불이 있었다. 그 촛불을 끄고 자장가를 부를 때가 되었나보다. 어쩌면 사진으로 들려주고 싶었던 그 사람의 이야기들은 이런게 아니었을까? 왕자와 공주가 만나는 이야기, 먼 나라의 가난한 소녀가 맞은 성탄절 이야기, 새가 물어다 준 마법반지 이야기,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 이야기, 성냥하나로 세계를 태워버린 아이의 이야기, 기러기를 타고 먼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 기억이 나지 않는 많은 이야기들, 누군가 들려준 이야기들...(-243쪽) 지독히도 일상적인 것들을 제 몸을 불사르는 촛불처럼 그렇게 간절하게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눈 쌓인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저마다 머리속에 그려지고 있을 그 세계가 궁금해진다. 어떤 이는 부를 수 없는 이름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떤 이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얼굴 하나를 그려볼 수도 있겠다. 어떤 이는 눈때문에 날아가버린 하루벌이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떤 이는 막 시작된 사랑이 그 눈위에 나란히 발자욱을 남기는 상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많은 생각들이 때로는 희망으로 때로는 그리움으로 때로는 절망으로 옷을 바꿔입는다. 많은 이야기를 잉태할 수 있는 사진 한 장.. 그러나 그 사진 한 장이 뱉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나나 당신이 지금 어떤 현실속에 머물고 있느냐만이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하기에. 대체적으로 책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진들은 아련하다. 무언가 더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놓고 싶지 않아 한번은 더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느낌일 뿐이다. 그것도 한 순간의 느낌일 뿐이다.
글이 사진을 따라간건지, 사진이 글을 따라간건지 그것을 나는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싶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여행이 끝나는 지점에서 그 여행을 함께 느끼고 싶었을거라고 미루어 짐작을 하면서도 그렇게 말하면 왠지 미안해질 것만 같다. 사진이 빛을 비웠다고 글도 빛을 비워버린 것 같아서... 아주 잠깐이지만 사진이 한 켠으로 밀어둔 그 빛을 찾아 글이 밝혀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사진도 글도 모두가 아득하기만 하다. 다시오지 않을 사람을 향한 기다림이 이 책의 화두같다. 어쩌면 그렇게 느끼게끔 길안내를 해주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서 이 책은 우물처럼 자꾸만 나를 저 깊숙한 곳으로 밀어넣는다. 책장을 덮었는데도 나는 여전히 우물속에서 나오지 못한 채 아주 작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아이비생각
모든 것을 하얗게 덮어 버리는 설경 속에서 이석주 작가는 묻어두고 버리기 위해 그곳으로 갔다고 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는 참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버리려고 떠난 여행에서 그는 새로운 사람을 마음에 담아왔고, 사라진 줄 알았던 꿈과 희망을 발견해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그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그는 세상을 떠나고야 말았다. <너 혼자 올 수 있니>에서 안타깝지만 이석주 작가의 글은 짧게 적은 메모 외에는 만나보기 힘들다. 그러나 그 짧은 글만으로도 나는 그가 생전에 쓴 다른 글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의 블로그에서 이 책에 미처 실리지 못했던 수많은 사진과 단상들, 무엇보다 이석주 작가의 개인적인 느낌들을 글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사진을 보고서도 내가 다녀온 그곳이 맞는지 알 수 없었던 풍경들은 그의 블로그에서 다시 만나며 반가움에 한참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여로를 따라가며 책으로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던 저자의 숨결을 더 생생하게 느꼈다. 책을 읽다보면 당연히 생기는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특히나 이 책을 보며 나는 이석주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은 그의 블로그를 통해 어느 정도는 해소된 듯 하다.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그의 마지막 꿈의 조각이었다.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에 그는 얼마남지 않은 생의 한 자락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그는 후회 대신 죽기 전에 다녀와 다행이라 했다. <너 혼자 올 수 있니>에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이석주 작가의 공백은 그의 블로그에서 꼭 메우라고 권하고 싶다. 멋진 글을 써준 강성은 시인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의 글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았던 그 무엇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이석주 작가가 직접 전하는 새로운 사진과 글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꿈 많고 재능 있는 멋진 사람의 부재가 더 없이 안타깝고 슬퍼서 마음이 먹먹한 겨울날이다.
호련 이석주 사진작가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soar0108
끝내 아무것도 고백하지 못하고 나는 걷기만 했다.
나의 여행은 시를 넘어서지 못하고, 시는 침묵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러나 국경을 넘는 건, 꿈의 거리를 지나 죽은 내 육체를 묻고 다시 봄을 지나 겨울로 가는 건
내가 그려 넣은 내 여행의 지도 <자장가 #04 / P.271>
사진ㅣ이석주, 글 ㅣ강성은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말기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2010년 4월, 서른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사진작가 故 이석주의 유고 사진 에세이집이다.
리뷰를 쓰면서 알게 된 작가 블로그는 여기 http://blog.naver.com/soar0108
여행자들의 로망, 홋카이도와 아키타의 아름답고도 적막한 설국 풍경을 눈을 만나다, 사랑, 상실, 너 혼자 올 수 있니, 자장가등의 다섯 가지 테마에 담았는데
역시나 눈의 고장답게 사진은 온통 눈.눈.눈이다. 죽음을 앞 둔 사람이 홀로 홋카이도와 아키타 여행을 다녀오다니 ~
생의 마지막 여행으로 선택한 그곳. 무엇이 그를 그토록 사로잡은것일까. 이 책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글쎄 ~
창문밖에도 책속 사진에도 내 마음속에도 한없이 눈이 내리고 있어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건강한 신체로 잘 먹고 잘 자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가 그의 마음을 다 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김경주 시인의 서문만 읽어도 저릿저릿 해오는 이야기들.
그의 사진속에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는 그곳에서 사람을 담으면 너무나 그리울 것 같아서 사람을 비우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왠지 그 마음만은 이해할 수 있겠더라.
쓸쓸한 사진은 더 쓸쓸하게, 따뜻한 사진은 더 따뜻하게 보이는 마법같은 책 <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님의 글과 사진으로 이루어졌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 이것 또한 어쩔수없는 일. 그 아쉬움을 블로그 포스팅으로 대신해야겠다.
되르테 쉬퍼의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읽을때도 그랬지만 삶이 죽음으로 가는 과정일지라도 죽음은, 그 단어 만으로도 너무 쓸쓸하고 슬픈 것 같다.
마지막으로 보고픈 사람, 마지막으로 가고픈 곳, 마지막으로 나누고픈 얘기,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 . . .
마지막 . . .마지막이란 건 대체 어떤 느낌인걸까 ???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득한 풍경은 내가 내 발자국과 이별하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오래된 풍경은 불 켜진 창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악수하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슬픈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랬는데 ~
어찌하면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
노력해서 될 수만 있다면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많은 공부와 기도가 있어야 할 듯 !!!
사랑
#17
축제의 밤
사람들은 황홀한 눈으로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온몸이 꽁꽁 얼었지만 자리를 떠날 줄 모릅니다
밤과 눈과 불꽃놀이
꿈의 어떤 장면처럼
당신을 생각하는
상실
#20
촛불처럼 고요하게 사라지는 방법은 없나요
문장처럼 지워지는 방법은 없나요
계절처럼 미련 없이 달아나는 방법은 없나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언덕을 오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번개가 치는 스산한 언덕을 겨우 오르는 그들은 납으로 만든 외투를 입고 무거운 몸으로 느리게 쉬지 않고 언덕을 오른다.
이곳은 연옥이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에게 묻는다. 저들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런 형벌을 받고 있는가.
그들은 사치하고 무엇이든 허비하고 낭비한 자들이다.
이 생에서 허비한 것들의 대가를 치르려면 나는 이 우주를 짊어지고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비오는, 눈 내리는 언덕을, 발이 푹푹 빠져들어가는 저 어두운 우주의 허공을 혼자서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사라진 곳에서 시간을 그리워하며 그대가 사라진 곳에서 그대를 그리워하며.
나는 무엇이 나를 그토록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살아가게 했나, 진정 무엇을 가졌나 골몰하며 가끔 뒤돌아볼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 왔는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끝내 알지 못하리.
다음 생에서는 또 무엇을 허비하게 될 것인가.
상실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