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17년 상반기 선정
이 책의 총서 (230)
작가정보
작가의 말
두 번째 시집을 엮으며 내가 애면글면하는 힘의 원천이 궁금했다. 욕망의 힘이라면, 감염됐기 때문이라면 비겁한 대답이다. 나는 안다. 문장 앞에 좌절을 거듭하며 그 안에서 희열을 느낀다. 희열을 느낄 때까지 좌절했다. 도무지 오를 길 없는 절벽 앞에서 갑자기 터지는 웃음 같은 것, 쓰다가 죽겠구나 싶을 때의 막막함 뒤의 평온함 같은 것이 내가 맛본 희열이었다. 결국, 나는 어느 시집의 갈피에서 희미하게 미소 짓는 백골로 발견될 것이다.
목차
- 제1부
서어나무(西木) 11
곡우(穀雨) 12
입추 14
분갈이 15
벽촌 서신 16
단풍나무 아래 18
수작(酬酌) 19
양떼구름 20
해당화 21
광교에서 22
단속(斷續) 24
춘설유정(春雪有情) 1940 26
파랑주의보 28
할인점 29
택배 30
아라홍련 32
허기 34
부왕사터에서 36
월림부락 대밭집 38
파랑주의보 2 40
제2부
3월 43
바람떡 44
냄새의 힘 46
약속도 없이 48
새벽비 50
느릅나무 양복점 51
억새 52
뇌졸중 54
백담사 55
약도 56
아내 58
지방대학 60
순서 62
혼자 남은 집 64
야근 66
기일(忌日) 68
줄지 않는 밥 70
정상의 비밀 72
제3부
뻐꾸기 금고 77
권태 78
예감 79
스타벅스에 간 윤동주 80
바람의 전신사진 82
능내역 84
온기 86
밥이라도 한 그릇 88
칼 맞은 사람들 90
수신 확인 92
휘청거리는 오후 94
남행(南行) 96
오래된 나무들 98
습관성 100
오향검법(五香劍法) 102
정맥 104
변신에 대한 프롤로그 106
발문 김태형 109
시인의 말 122
추천사
-
전영관의 예민한 눈매는 우주와 자연, 인간 세계의 변화를 섬세하고 치열한 감성으로 읽어낸다. ‘긴 울음의 끝은 고요하고 파탄 뒤에 오는 것들은 애틋하다’고 노래하는 시인은 유한성에 대한 자각으로 몸부림치는 실존이며, 이승의 삶이 시인에게 주어진 것은 ‘그리움에 감염되’었기 때문이고, ‘바람을 갈망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거나 구름의 안색을 살피는 영혼’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오감에 포착된 모든 사물이 그러하지만 ‘변화의 낙인이 찍힌’(마이스터 엑카르트) 실존의 고통 앞에서 아름슬픈 그의 시들은 늦가을 단풍나무처럼 ‘연기 없는 분신(焚身)’을 꿈꾼다. 죽어 있는 목소리들만 쟁쟁거리는 세상에서 ‘살아 있는 목소리의 거부(巨富)’인 시인의 ‘느리지만 내 사랑 한 번 움켜쥐면 놓지 않는다’는 신성한 다짐이 다소 섬뜩하긴 하지만, 대지와 예술과 시에 대한 그의 지극한 열망을 누가 말릴 수 있으랴.
책 속으로
반환점을 지난 지 한참입니다
쿵쿵거리던 박동의 힘으로
먼먼 자리까지 단숨에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불면의 인대에서 진력하며 말초를 돌고 나니
뒤에서 밀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돌아보지 말라 가로막는 판막도 때론 힘이 됩니다
구부리는 자세에만 익숙해진 무릎을 지납니다
기억에는 근육이 없는데도 옥조이는 까닭은
넘어졌던 통증의 잔가시들이 무성한 때문이겠지요
박동과 박동 사이에서 심실을 돌며 씻고
심방에서 면벽이라도 하면
다시는 녹슬지 않을 심사로 길을 나설 겁니다
달게 자고 일어난 아침처럼 가겠습니다
―「정맥」 중에서
형은 나를 구하겠다고 물로 뛰어 들었다
동네 아줌마들이 한 번만 더 내려가라 매달렸어도
끝끝내 형을 찾지 못한 머구리들은 막걸리만 축내고 돌아갔다
어머니는 형이 평소처럼 마당을 들어설 거라며
날마다 환하게 불을 밝혔다
형은 오늘도 돌아오지 않는다 잉어바위 근처
바닥 어딘가 수초와 엉겨있는지도 모른다
읍내 병원에 누운 어머니는 돌아서는 내 등에 부적처럼
불 끄지 말라는 당부를 붙이셨다
그 날 이후 처음 불을 끄고 누웠는데
형광등이 캄캄한 천장에 엎드려 파리한 얼굴로
툭, 툭, 우는 것이었다
움츠리는 모든 것들의 소리라는 듯
―「혼자 남은 집」에서
출판사 서평
죽음 이후의 시는 어떻게 오는가?
책 소개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전영관 시인의 두 번째 시집『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실천문학사)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바람의 이미지로 가득했던 첫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를 통해 ‘시의 원형을 복원하려는 의지’와‘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언어의 힘’을 가진 시인으로 평가 받았다. 시인 스스로가 ‘죽음(뇌졸중)’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넘기며 기록한 이번 시집은 일상의 환멸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며 삶에 대한 지극한 성찰을 보여준다.
죽음에 이르렀다가 다시 살아온 시인의 문장은
늘 새롭다
천국이란
치료가 필요 없는 영혼들만 모이는 곳
그리움에 감염되면 이승으로 보내졌다
바람을 갈망하던 습성을 버리지 못하거나
구름의 안색을 살피는 영혼들은
귀환을 거절당하고 나무가 되었다
근육을 다 꺼내놓은 채
바람과 몸을 섞는다
뿌리는 더욱 견고해진다
기다린다는 건 앓는 일
한 자리에서 끝장나도록
뿌리로 스스로를 결박한 것들
그리움 따위를 병으로 간직한 것들
―「서어나무」 전문
한 작가는 죽음에 이르렀다가 다시 살아온 시인의 모습에 관해 이렇게 적는다. “그가 잡으려 한 것은 분명 허공이 아니었다. 저 먼 곳을 향한 손짓이 아니었다. 긴 팔로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온 힘을 다해 뭔가 힘껏 움켜쥐려고 했다. 이 세상이었다.”온 힘을 다해 다시 한 번 이 세상에 뿌리내리려는 의지, 죽음의 경험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는 생애에 대한 감각으로 쓰인 시들은 그래서 아프고 그렇지만 생생하다.
자두와 살구 사이
서성거리는 당신을 생각한다
피자두의 탱탱함을 보면
당신이 뒤에서 목을 껴안을 때
내 등으로 뭉클하게 전해지던 속삭임이 들린다
유리처럼 매끄러워도
새침함만큼 가득 번지던 과육이 첫 키스 같아
숫기 없는 열쭝이에게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보송한 살구를 보면
넓지도 깊지도 않은 여울을 건너간 느낌
당신은 무언가에 열중하고 나는 애가 닳는다
보송한 살구를 만져보면
귓불 아래 뽀얀 자리는 방문객 없었던 정원
비바람 심하고 눈도 내렸던 공터
알고도 모른척했던 당신만의 방
나는 기관차처럼 젊으니까 당신은 정오만큼 눈부셔서
살구에게는 등진 채로 자두가 좋다고 웃는다
―「아내」 전문
죽음 경험 이후에 시인은 삶에 관한 열망을 가까운 곳으로부터 찾는다. 그곳은 아내의 자리이기도 하고 자식의 자리이기도 하고 남편으로서의 자리와 아버지로서의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그곳은 그 시절 죽은 형의 시간이기도 하고 4월에 죽은 아이들의 시간이기도 하고 부모의 시간이기도 하고 노동자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과 시간 속에서 시인은 생과 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되새김 속에서 ‘사랑’혹은 ‘인간애’라고 부를 만한 것을 발굴해낸다. 그것을 통해 시인은 ‘나 홀로’라는 실존이 아니라 ‘너와 함께’라는 공동체를 생각하게 한다. ‘죽음 이후에 시는 어떻게 오는가?’ 라는 물음에 시인은 ‘당신과 내’가 함께일 때, 그러니까 당신과 내가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사람”이 되었을 때만이 죽음 이후를 살 수 있고 그것이 시가 될 수 있다고 대답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39222465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8월 22일 | ||
쪽수 | 124쪽 | ||
크기 |
150 * 211
* 11
mm
/ 22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실천시선
|
Klover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문장수집 (0)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
반품/교환방법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
반품/교환 불가 사유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