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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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숲속 동식물들을 벗으로 둔
영혼의 구도자, 헤르만 헤세의 생명 에세이
진심으로 식물을 사랑하는 작가라면 식물에 대한 지식, 추억, 오랫동안 보아 온 통찰력, 식물이 교감하는 주변 환경, 그 식물만이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를 문장 속에 녹여 낸다. 그런 글을 만나면 식물로부터 받은 감동을 정확하게 담아내는 작가에게 감탄한다. 헤르만 헤세의 글을 읽으면, 그가 식물 곁에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신혜우(『식물학자의 노트』의 저자)
헤세의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는 전 지구적 위기와 재난이 시작되기 직전, 인간이 나무의 영원성을 믿었던 마지막 시대의 글쓰기이며,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의 증인으로서 역사적 시간성을 명철히 인식할 윤리적 책임이 있다. -윤경희(『분더카머』의 저자)
두 차례의 잔혹한 세계 대전 속에서 피폐해진 인간 정신과 훼손된 인류적 가치의 회복을 끊임없이 희구하였던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자연관과 생명관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가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민음사는 지난 ‘헤세 선집’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로 헤르만 헤세의 전 작품을 정식 계약 아래, 체계적으로 소개한 바 있는데, 그중 대자연과 동식물들을 유달리 사랑했던 작가의 면면을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집 『나무들』을 동시대적 편집과 디자인, 감각적 일러스트(훗한나)와 식물학자 신혜우, 인문학자 윤경희의 ‘추천의 말’까지 더해서 새로이 펴냈다.
헤세의 작품을 관통하는 고뇌와 문제의식은 일찍이 유년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헤르만 헤세는, 선교사가 되기를 바라는 억압적인 아버지의 강요 탓에 엄숙하고 금욕적인 수도원 학교에서 청년기를 보낸다. 하지만 시인이 되기를 꿈꾸던 자유로운 영혼, 헤세는 맹목적인 기독교 교육을 견디지 못하고 신경 쇠약과 착란, 급기야 자살을 기도하면서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저자는 끝내 가족(어린 시절의 세계)과 화해하지 못한 채 방랑을 이어 가면서도 자아실현과 인격 도야, 만물의 조화를 모색하며 결코 펜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첫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세상에 내놓은 이래, 헤르만 헤세는 개인적 위기, 야만적인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여러 걸작들을 꾸준히 발표한다. 바로 이때 헤세로 하여금 삶을 살아가게 하고, 넘어진 순간에 다시 일어서게 하고, 끊긴 단락에서 새로운 문장으로 나아가게끔 이끌어 준 것은, 역시 ‘자연’이었다. 어디 한 군데 의지할 곳 없던 젊은 시절은 물론, 『데미안』,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 불후의 명작을 발표하던 시기, 갖가지 부침을 겪던 때에도 자연, 그 속에 자리한 나무와 생명체들은 헤르만 헤세의 벗이자 스승, 무한한 영감이자 영원한 깨달음의 원천이었다.
나무는 우리가 어린 생각으로 불안해하는 저녁이면 그렇게 속삭인다. 나무는 우리보다 오래 사는 만큼 생각이 깊고 여유 있으며 차분하다.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우리가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나무는 우리보다 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나무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나면, 짧고 조급한 생각에 익숙해 있던 우리는 비길 데 없는 기쁨을 얻는다. 나무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는 사람은 더 이상 나무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자기 이외의 무엇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고향이고 행복이다. -본문에서
얼마 전 가을비가 후줄근하게 내리던 날, 내 절친하던 친구의 관이 축축한 구덩이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생각했다. ‘그는 평화를 찾았어. 그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던 세상을 등지고 싸움과 걱정을 초월해서 피안으로 들어선 거야.’ 그러나 나무에게는 이런 위안이 필요 없다. 단지 가련한 인간들만이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묻힐 때, 우리 스스로에게 형편없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본문에서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는 헤세의 문학, 더 나아가 작가의 삶에서 늘 결정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해 온 대자연과 나무에게 보내는 연서이자 예찬이다. 헤세에게 나무는 언제나 숲속의 은둔자이자 명철한 예언자였고, 자연의 신비한 음성을 통해서 생명의 섭리를 드러내는 현자였다. 거친 폭풍우에 고집스레 맞서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록의 계절에 겸허히 부활하는 나무는 우주적 조화의 분명한 증거이자 완벽한 예시다. 헤세는 어느 누구보다 자연과 나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았고, 한평생 자연을 사랑하고 우러르고 가슴속에 고이 품어 오면서 그 이치를 작품 곳곳에 기록해 두었다. 소설, 시, 수필 등 장르를 불문하고, 또 작품의 발표 시기에 구애 없이, 숲과 정원과 산과 들의 고귀한 가르침을 망라해서 엮은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는 헤르만 헤세를 아끼는 독자들에게뿐 아니라, 번잡한 생활 속에서 성찰의 여유를 찾는 사람들, 고독과 우울에 지쳤거나 새로운 시야와 명상의 계기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총서 (69)
작가정보

Hermann Hesse
1877년 7월, 독일 남부 칼브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인이 되고자 억압적인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의 수습사원, 서점의 점원 등을 전전하다가 20대 무렵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페터 카멘친트』,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등을 발표하며 명성을 얻지만, 1919년 무렵 헤세는 개인적 삶에서 커다란 위기를 경험하고 작품 세계 또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과 『데미안』은 바로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이제 헤세의 문학은 이른바 ‘내면의 길’로 접어든다. 그 뒤 헤세는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 순례』, 『유리알 유희』 등 여러 걸작을 발표하며 전 세계적 사랑을 받고, 마침내 194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1962년 8월, 그는 또 하나의 고향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영면했다.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뮌스터 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로마 국립 미술원에서 공부한 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자연 치유법을 수련했다. 헤르만 헤세의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 안토니오 디에고 만카의 『안토니에타와 일곱 샘물』, 타니스 헬리웰의 『레프리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나무
그리스도 수난의 날
4월의 편지
꽃핀 가지
유년 시절로부터
마로니에
꿈
복숭아나무
만개
페터 카멘친트
자작나무
마로니에 숲의 5월
슈바르츠발트
회오리바람
어느 날의 일기
보리수꽃
나그네의 안식처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
한여름
대조
푄 바람이 부는 밤
어느 오래된 시골 별장에서의 여름날 오후
9월의 비가
브렘가르텐 성에서
가을 나무
가지를 친 떡갈나무
어느 고장의 자연에 대하여
시든 잎
가을비
안개 속에서
1914년 11월
꺾인 가지의 울부짖음
늦가을의 나그네
옮긴이의 말
자두나무 곁에서 헤세의 글을 읽으며(신혜우)
나무들을 구조해야 한다(윤경희)
기본정보
ISBN | 9788937429828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2월 10일 | ||
쪽수 | 120쪽 | ||
크기 |
114 * 189
* 10
mm
/ 12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쏜살문고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klage um einen alten baum/Hermann Hes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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